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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다윗과 사이버 테러리스트라는 극단의 평가를 받고 있는 정치인 안티(anti)사이트는 대중이 참여하는 '인터넷 정치'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다음 번에 실릴 '이-폴리틱스의 시대를 열자' 네 번째 기사의 주제는 '정치인 팬클럽-노사모 vs GT클럽'이다. <편집자 주>

▲ 안티사이트는 사이버 다윗인가, 사이버 테러리스트인가. ⓒ 오마이뉴스 김중조
사이버문화연구소 양소연 씨는 안티사이트를 분석한 그의 논문 <사이버스페이스의 저항문화>에서 안티사이트를 '골리앗과 싸우는 사이버 다윗'으로 표현했다.

양 씨는 "'저항'이라는 말이 '권위에 대한 저항, 권력에 대한 저항'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저항을 가장 실감나게 실천하고 있는 사이트가 바로 정치인 안티사이트"라며 "정치인이 시민에 대해 막강한 권력과 권위를 행사하고 있는 현실에서 정치인 안티사이트는 이들 정치인의 권위에 과감히 맞서 비판과 견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97년 대선 이후 본격화된 정치인 안티사이트가 2002년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2000년 4·13총선 당시 총선연대를 통한 네티즌의 힘이 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면, 올해 양대 선거에서 안티사이트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현재 개설된 대표적인 정치인(정당) 안티사이트는 안티DJ, 안티(이회)창, 이반사모(이인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모임), 안티김영삼, 안티박정희, 안티권오을, 안티강삼재, 안티자민련, 안티민주당 등이다.

다니던 직장 그만두고 '안티DJ' 운영
이회창 총재 지지자가 '안티창' 개설


정치인으로서 첫 번째 안티사이트의 주인공은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다. 특이한 점은 2000년 6월 '안티창'을 개설하고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는 김지훈(24) 씨는 '대쪽'으로 유명했던 이회창 총재를 '존경'해 대학에서도 법학을 전공했고, 97년 대선 때는 가족들에게 이 총재를 찍으라고 선거운동을 할만큼 '이회창 지지자'였다는 사실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안티사이트인 '안티DJ'의 운영자 신혜식(34) 씨도 정치·사회 문제에 대해 전문적인 연구를 해 본 적이 없는 평범한 그래픽 프로그래머였지만 현재는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사이트 운영에 전념하고 있다.

'안티자민련'의 운영자인 박경운(28) 씨는 웹 기획 관련 업무 4년차답게 'antihannara.net', 'antiminju.net', 'antijamin.com' 등 세 정당의 도메인을 모두 갖고 있다. 이밖에 한나라당 강삼재 의원과 권오을 의원의 안티사이트는 인터넷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김상한 씨가 만들었다.

▲ '안티창' 만든 김지훈 씨.
이 총재의 지지자였던 김지훈 씨가 안티창을 개설한 것은 지난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이 계기가 됐다.

"6·15 공동선언 당시 통일에 대한 국민적 염원이 대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회창 총재는 딴지를 걸었다. 법조인으로서 이 총재를 존경하고 지지했던 한 사람으로서 너무 실망했다."

김 씨는 '안티창'을 만든 이유에 대해 "이회창이라는 개인에 대한 안티가 아니라 한나라당 총재로서의 이회창과 그를 지지하는 세력에 대한 안티"라며 "무엇보다도 현 주류 보수언론이 이러한 이 총재와 지지자들을 철저히 비호하고 있어 인터넷상에서라도 이 총재를 검증하고 비판할 공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안티DJ 운영자 신혜식 씨는 "김 대통령이 너무 잘못한 게 많아 화가 났는데 안티DJ 사이트가 없었다"며 "내가 가진 재주가 홈페이지 만드는 일이어서 바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안티자민련 운영자 박경운 씨는 "충청도는 자민련으로 인해 지역감정의 볼모가 되어 있다"며 "자민련은 지역감정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정당으로서 자기 색깔을 명확히 드러내 할 말은 하고, 주장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안티사이트를 만든 배경을 설명했다.

'안티권오을' 사이트 상단에는 "통일! 권오을 하나면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권오을 의원의 '청와대 친북발언'이 계기가 돼 안티권오을을 만든 김상한 씨는 사이트에 개설 배경에 대해 "정치인이 언론의 입은 막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개미군단이 모인 인터넷의 입은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또 안티권오을에 이어 강삼재 한나라당 의원의 안기부 자금 1200억원 선거운동 불법 전용에 대한 국고 환수운동을 벌이기 위해 안티강삼재 사이트도 개설했다.

'안티DJ' 1인운영체제에서 집단운영체제로

▲ '안티자민련' 운영자 박경운 씨.
안티창과 안티자민련, 안티권오을 등 대부분의 정치인 안티사이트는 개인 혼자서 사이트 운영의 전반을 책임지는 1인 운영체제이다. 반면 안티DJ는 처음 1인 운영체제에서 출발해 자발적 운영진을 갖추게 된 자생적 운영조직 유형으로 변화했고, 현재는 시민사회운동조직과 병행하는 과도기에 놓여 있다.

김지훈 씨는 하루에 2∼3시간, 주말에 10시간 정도를 네티즌들이 올린 글 중 오·탈자를 편집하고 사진 등을 곁들이는 홈페이지 관리에 투자한다. 현재 안티창에서는 10여 명의 사이버논객이 정기적으로 글을 올리고 있다.

안티DJ는 운영자인 신 씨를 비롯해 부운영자 3∼5명 정도가 함께 홈페이지를 관리한다. 재정은 신 씨가 프리랜서로 뛰면서 벌어들이는 수입과 50∼70만원 정도 모이는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현재 '자유민주민족회의' 사무실 안에 작업실을 두고 있다.

김지훈 씨가 말하는 이회창 총재에 대한 안티 근거는, 첫째, 지역감정을 악용하고 있는가. 둘째, 민족적인 문제에서 정략이 앞서고 있지 않은가. 셋째, 친일·친미 세력에 대한 청산과 비판이 있어야 한다. 넷째, 가진 자가 아닌 서민을 대변하고 있나. 다섯째, 이회창 총재가 말했던 법치와 원칙을 스스로 견지하고 있나 등이다.

김 씨는 "이 총재에게 이런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결국 이회창 총재가 차기 대통령으로 바람직한 인물인가를 검증하기 위해서 비판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혜식 씨는 김 대통령에 대한 안티의 근거를 '대통령의 실정'이라고 말했다. 신 씨는 또 안티DJ의 정체성에 대해 "보수를 지향하고, 자유경제·자본주의를 지향한다"며 "모든 사람이 다 진보로만 갈 수는 없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안티창' 통해 태어난 정치비평서 <이회창 대통령은 없다>

김지훈 씨는 안티창의 가장 큰 성과와 가능성을 최근 발행돼 베스트셀러가 된 '이회창 대통령은 없다'라는 책에서 찾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인 이태준 씨가 2000년 8월쯤부터 '절망의 강'이라는 아이디로 안티창에 100여 회에 걸쳐 올린 글을 모은 것이다.

"일개 네티즌이 감히 원내 제1당의 총재를 검증하겠다고 하는 혁명적인 발상을 한 것은 누구도 상상 못했던 일이며 안티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이는 앞으로도 모든 네티즌에게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고, 지금까지 언로 구조가 일방향이었다면, 이젠 쌍방향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 '안티DJ' 운영자 신혜식 씨(오른쪽에서 두번째) ⓒ 오마이뉴스 최경준
신혜식 씨는 "안티DJ의 하루 방문자 수가 최고 1만여 명에 육박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고 은근히 자랑한다. 신 씨는 "나름대로 안티조선만큼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DJ는 일단 상품성이 있어서 그런 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씨는 또한 "DJ정권은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어서 앞으로 DJ만 가지고 비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다양한 사회 각 분야의 비판세력으로 거듭나기 위해 민주참여네티즌연대를 결성해 활동 중"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든 DJ만큼의 혹독한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회창 총재가 대통령이 된다면 안티창을 만들거나 현재 있는 안티창과 연대할 수도 있다. 안티DJ를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친(親)이회창이라고 보는 시각을 버려달라."

"안티사이트는 사이버테러리스트의 음해성 공격"

한나라당 사이버팀 김완철 부장은 안티창에 대해 "대한민국이라는 민주사회에서 누구를 비판하고자 안티사이트를 만드는 것은 그 분들의 자유"라면서도 "다만 비판이 아니라 일방적인 비난 일변도로 나가는 것이 안타깝고 유감"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또 "올바른 비판과 대안 제시를 한다면 기업이 안티사이트를 만드는 소비자를 두려워하듯 정치인도 유권자인 그 분들을 항상 의식해야 하지만 현재의 안티사이트는 수준 미달"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이인제 고문의 언론특보인 윤재걸 씨는 '이반사모'에 대해 "사이버테러리스트로서 음해성 공격이고, 언어적 폭력"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그런 것이 정보통신(IT)의 발전을 저해시키고 있다"며 "그러나 직접적인 대응을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안티DJ와 관련,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정당한 비판이 아닌 근거 없는 비방이나 음해, 유언비어 등이 오히려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면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고 도움이 되는 사이트로 자리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권오을 의원쪽에서는 안티권오을과 관련 "정치적 음해 세력들이 만든 계획적인 사이트이며 무언가 음모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인은 아니지만 작가 이문열 씨는 지난해 11월 3일 이문열돕기운동본부(안티이문열)가 자신의 집 앞에서 책 반납운동을 벌이던 시각, 대구에서 열린 한 문학강연회에서 "우리 시대 정치, 문화 위기의 본질은 패러디만 범람하고 클래식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것"이라며 "패러디의 패러디인 지금의 안티문화는 겉모양은 창조를 위한 파괴와 닮아 있지만 부정과 해체 그 자체가 유일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인신공격과 무책임한 익명성 한계 지양해야

지난해 9월 19일 한 스포츠신문이 안티사이트 운영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재판부는 "누구나 인터넷에서 의견·주장을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가 있고 공공의 사안에 관해 공정한 평론일 경우에는 다른 언론매체의 기사보다 폭넓은 비평이 허용된다고 볼 수 있다"고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안티사이트가 사이버 공간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 뒤에는 부정적 측면이 동전의 양면처럼 작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양소연 씨는 "진정한 토론은 없고, 익명성에 따른 무책임한 인신공격과 비논리적인 토론의 양상, 그리고 명분 없는 집단이기주의 싸움으로 비춰지는 안티사이트의 부정적인 모습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새로운 저항문화로서 안티사이트가 가지고 있는 긍정적 잠재력을 위협하는 역기능을 낳기도 한다"고 우려했다.

특히 정치인 안티사이트와 관련 민경배 소장은 "정치적인 측면에서 견제와 감시의 기능이 요구되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전자민주주의에 있어 제한적인 요인으로밖에 작용할 수 없는 태생적인 한계를 갖는다"며 "특정인에 대한 안티보다는 토론을 통한 현안을 도출해 이슈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티조선은 사회 현안이 됐기 때문에 개인이 떠나도 또 다른 사람이 달려든다. 사람만 바뀌는 것이다. 그러나 특정 정치인을 지목한 안티는 한계를 갖는다. 그렇다고 안티 정치인이 없어진다는 것은 아니다. 어떤 돌발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정치인에 대한 안티사이트는 끊임없이 만들어질 것이다."

정치 안티사이트, 저항에서 대안문화로

김완철 부장은 2002년 전자민주주의와 관련 "섣부른 전망을 못하겠다"면서도 "97년에도 인터넷상에서의 활동이 실제 득표와 당락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도 실험적인 측면이 더 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로잡음] 김용환 의원 '가'에서 '우'로

지난 1월 16일 <오마이뉴스>에서 보도했던 '국회의원 273명 홈페이지 성적표' 기사에서 김용환 한나라당 의원의 평가를 '가'에서 '우'로 정정합니다. 김 의원의 홈페이지 평가가 잘못된 점, 독자 여러분과 김 의원쪽에 사과드립니다.
김 부장은 그러나 "네티즌이 2500만명을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에서는 결코 소홀하게 다룰 수 없는 부분"이라며 "실제 이러한 현상이 표로 연결될 수 있을 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지훈 씨는 "본격적인 선거 기간이 되면 선거법 때문에 사이트 자체를 문닫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면서도 "선거 때 후보에 대한 지지와 반대가 선명해지면 안티사이트는 어떤 곳보다도 활발한 여론 형성의 통로와 창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소연 씨는 "아직 안티사이트가 진정한 저항문화로서 자리잡지 못한 과도기적 단계"라며 "안티사이트 안에서도 올바른 토론문화를 형성하려는 자정의 노력이 엿보이고 있고, 사회의 부조리와 권력에 맞설 수 있는 대안적 문화로 발전해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제 '안티'는 그저 삐딱하기만한 저항의 의미를 넘어 새로운 담론의 형식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다양한 대안문화 형성의 가능성까지 제공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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