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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용산기지 문제, 해법은 있나?(1)

<오마이뉴스>는 2002년 한해동안 '용산'을 집중 보도합니다. 1월 9일 <"지하에 뭐가 있는지 알고 그러냐" 동작대교 북단대로 미군 반대로 무산>을 시작으로 용산기지와 관련된 문제들을 집중 보도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용산기지 이전 논의를 다시 본격화함으로써 기지 대체부지 마련, 비용부담 문제 등이 한·미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체부지로 거론되는 지역주민들의 반발 등 선결되어야 할 난제가 많아 논란은 확산될 전망입니다.

<오마이뉴스>는 1월 22일부터 몇 차례에 걸쳐 각계 인사들에게 용산기지 이전 논란에 대한 해법을 다각도로 들어보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 마이너
8년 동안 수면 아래로 잠복했던 용산기지 이전 논의가 다시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김용한 우리땅미군기지되찾기운동본부 위원장은 21일 <오마이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미군의 영구 주둔을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즉각적인 미군 철수는 불가능하며 그런 현실을 반영하는 반환의 한 형태로서, 임대 기간과 임대료를 정해야 한다"면서 "용산 미군기지 문제 해결의 정답은 이전이 아니라 반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SOFA의 어느 조항을 봐도 '이전'이라는 말은 없다"면서 "미군한테 쓰라고 제공해주었던 땅은, 우리가 쓸 일이 있을 때 돌려받아야 하는 것이며 다른 나라처럼 임대 기간을 정하고 임대료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용산기지 지방 이전 논의에 대해 "용산기지를 지방으로 이전하자는 것은 한마디로 '범죄'"라고 잘라 말한 뒤 "이는 온갖 혜택 다 누리는 서울 사람들이 미군 기지 문제를 상대적으로 가난하고 약한 시골 사람들한테 떠넘기는 것이 아니냐"면서 "수도 서울 한복판에 있으면 민족의 수치이고, 지방에 있으면 민족의 자랑이냐"고 반문했다.

<관련기사>

▲"지하에 뭐가 있는지 알고 그러느냐" 동작대교 북단도로 미군 반대로 무산
▲미국측 "용산 전쟁억지력 없다" 한국 전 국방장관 "이전 안된다"
▲"우리는 주한 미군을 좋아합니다"
▲"도대체 어느 나라 국방부냐?"
김 위원장은 미군기지 축소 통폐합 논의에 대해서도 "차선책으로 이미 있는 미군 기지를 넓히지는 말고, 그 안으로 용산 기지를 옮기는 방안도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그 정도 인원이 들어가서 살 만한 빈터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고, 설사 발견한다 하더라도 그 지역 사람들은 반대할 것이 분명하다"면서 "미군 기지 축소 통폐합 주장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미군이 주둔하는 지역은 범죄나 환경 파괴, 퇴폐 문화 문제뿐만 아니라, 도시 개발 저해나 지역 경제 왜곡 같은 문제를 구조적으로 안고 살아가고 있다"면서 "미군 때문에 나라 전체가 혜택을 받고 있다면, 미군 때문에 고통을 당하는 주민들에게는 국가가 혜택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립대학이나, 국립 병원, 국립 극장 같은 것도 지어주고, 미군 기지 때문에 모자라는 지방 재정도 국가 예산으로 보전해주어야 한다"면서 "다른 지역 주민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혜택을 줘야 지난 50년 넘는 세월 동안 치욕스런 이름 '기지촌'에 살아온 사람들에 대한 기본 예의가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다음은 김용한 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용산기지 이전 문제가 8년만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는데.
"지난 1990년 용산기지 평택 이전 발표 직후, '용산미군기지평택이전을결사반대하는시민모임'을 만들고 공동대표로 3년간 투쟁해서 이긴 사람으로서 감회가 새롭다. 그 때 우리는 '님비 신드롬' 환자 취급을 당하기도 했다. '미군이 당장 철수할 상황은 아니지 않느냐'는 보수주의자들의 공격에서부터 '수도 서울 한복판에 미군 기지가 있는 것은 민족의 수치 아니냐'는 민족주의자들의 공격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아직도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이는 큰 오산이다."

ⓒ 마이너
- 용산기지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은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나. 김 위원장이 말한 것처럼 일부에서는 '님비 현상'으로 받아들이기도 하는데.
"수도 서울 한복판에 있으면 민족의 수치이고, 지방에 있으면 민족의 자랑인가. 용산 기지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은 한마디로 '범죄'다. 온갖 혜택을 다 누리는 서울 사람들이 미군 기지 문제를 상대적으로 가난하고 약한 시골 사람들한테 떠넘기는 것 아니냐. 가난하고 못 배운 게 죄인가?

미국의 재무 장관을 지낸 서머스라는 사람이 '주변 주민들에게 불치병을 일으킬 수 있는 독성폐기물을 뿜어대는 공장은 미국 같은 선진국이 아니라, 미개한 나라에 세워야 한다. 그것은 도덕적으로도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그런 나라들은 원래가 영아사망률도 높고, 평균 수명도 짧은 데 반해 미국 사람들은 그 공장 때문에 일찍 죽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용산 기지를 지방으로 이전하라는 주장이 어쩌면 그렇게 닮았는지! 섬뜩하기까지 하다."

- 최근 언론들은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빌어 용산기지 이전지로 수도권 지역을 일일이 거론했는데.
"앞으로 미군은 영구 주둔을 공식화할 게 분명하다. 물론 현재 법적으로도 미군은 무기한으로 주둔하게 돼 있고, 김대중 대통령과 미국 고위 관료들이 통일 후 주둔을 되풀이 주장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서울에서 미군 기지가 사라지면, 앞으로는 언론이나 일반 국민까지도 미군 기지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미군이 낙동강이나 섬진강, 또는 진위천을 오염시켜도, 서울 사람들이나 거대 언론이 한강 오염 때처럼 관심을 보일까? 대다수 국민이 무관심해지면 주한미군은 영구 주둔하는 길밖엔 없다. 쓰레기는 사람 눈에 안 띄게 '꼬불쳐' 둘 게 아니다. 누군가의 눈에 띄게 버려야 누가 치워도 치울 게 아닌가? 그런 점에서 미군 기지를 '이전'으로 해결하려면, 전국 미군 기지를 서울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세우면 될 것이다. 그러면 그 많은 서울 사람들이 찬반으로 나뉘어 토론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정답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국방부가 송파나 성남, 수원 같은 대상 지명을 한꺼번에 발표한 것은 잘한 일이다. 벌써 그 지역 사람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지 않은가? 더 많은 지명을 거론하면 미군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정부는 언제까지나 미군 기지 문제를 이전으로 풀려고 해서 이렇게 국론만 분열시켜서는 안 되고, 하루 빨리 정답을 찾아야 한다."

"용산 미군기지 문제, 정답은 반환이다"

- 용산기지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시키는 것은 '범죄'라고 했다. 그렇다면 대안은 있나.
"그 불평등하다는 SOFA의 어느 조항을 봐도 '이전'이라는 말은 없다. 제2조 시설과 구역 조항의 소제목이 '공여와 반환'이다. 미군한테 쓰라고 제공해 주었던 땅은, 우리가 쓸 일이 있을 때 돌려 받아야 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처럼 임대 기간을 정하고 임대료를 받는 것이다. 현재 한미상호방위조약이나 한미 SOFA의 유효 기간은 '무기한'이다. 몇 나라의 예를 참고로 이 조항을 고쳐야 한다."

ⓒ 마이너
- 한미상호방위조약이나 SOFA 조항을 고쳐야 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먼저 북한(조선)이 옛 소련과 맺은 조쏘군사조약은 10년간 유효했고 이의 제기가 없으면, 5년간 자동 연장되었다. 필리핀은 99년 기한의 협정을 맺었다가 19년만에 25년으로 줄임으로써 44년만에 미군 기지를 되찾을 수 있었다. 오스트레일리아도 1988년, 1998년, 2008년 식으로 기간을 연장해주고 있다. 일본은 현재 '무기한'이지만, 일본 정부가 지주들에게 임대료와 상세한 사용 목적을 제시하면서까지 5년, 7년, 10년의 계약을 맺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도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바꿔야 한다. 그러나 그 전에라도 한국 정부는 지주들과 계약 기간, 사용 목적, 임대료 따위를 자세히 제시하고 임대를 해서 써야 한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바로 반환받을 수도 있고, 임대료는 올리되 기간은 연장해줄 수도 있다. 당장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께는 미안하지만, 나는 그 기간을 10년으로 정하고, 국제정세와 한미관계, 남북관계, 국민 여론 따위를 반영한 협상을 통해 반환과 재임대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겠다."

미군 주둔 지역에는 국가가 혜택을 줘야

- 협상을 통해 반환과 재임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미군 기지로 인해 피해를 입었던 지역사람들이 반발할 가능성은 없나.
"미군이 주둔하는 지역은 범죄나 환경 파괴, 퇴폐 문화 문제뿐만 아니라, 도시 개발 저해나 지역 경제 왜곡 같은 문제를 구조적으로 안고 살아가고 있다. 이 지역 사람들이 무슨 천형을 안고 태어났는가? 미군이 우리나라를 지켜주러 왔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의 그 간절한 '신앙'을 존중한다 하더라도, 미군이 미군기지 지역 사람들만 지켜주러 왔는가? 미군 때문에 나라 전체가 혜택을 받고 있다면, 미군 때문에 고통을 당하는 주민들에게는 국가가 혜택을 줘야 한다. 국립대학이나, 국립 병원, 국립 극장 같은 것도 지어주고, 미군 기지 때문에 모자라는 지방 재정도 국가 예산으로 보전해주어야 한다. 다른 지역 주민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혜택을 줘야 지난 50년 넘는 세월 동안 치욕스런 이름 '기지촌'에 살아온 사람들에 대한 기본 예의가 아니겠는가?"

- 일부에서는 용산기지 이전에 대한 차선책으로 축소통폐합론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는데.
"물론 차선책으로 이미 있는 미군 기지를 넓히지는 말고, 그 안으로 용산 기지를 옮기는 방안도 생각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용산에는 미군이 3996명, 민간인이 1305명, 기타가 5529명, 합쳐서 1만830명이 주둔하고 있다. 그 정도 인원이 들어가서 살 만한 빈터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고, 설사 발견한다 하더라도 그 지역 사람들은 반대할 것이 분명하다. 심지어 지금까지는 미군에게 집을 임대해주며 돈을 벌던 사람들조차 별로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는 미군 기지 안에 아파트를 비롯한 각종 편의시설을 지을 것이기 때문에 미군이 많이 와도 별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용산 미군기지 야경. 고층건물은 보이지 않고, 미군 숙소와 가로등 불빛만 빛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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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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