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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001년 12월 20일 안국동 참여연대 2층에서는 2001 오마이뉴스 게릴라 송년 모임이 열렸다.

연말연시라 일 년 동안 지내오며 스쳐가던 사람들과의 모임들로 누구나 그렇듯 나의 12월 스케줄도 꽉 차 있다. 그러나 일년 이상 아무런 글도 올리지 못한 나는 이번 게릴라 모임의 참석을 놓고 갈등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에서의 연말 파티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있음은 물론이고 너무 오랫동안 자리를 비워둔 것 같은 죄송함 때문이라고 해야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발걸음은 어느덧 안국동으로 향했다.

주위를 헤매다 찾아간 송년 모임 장소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앉을 자리는 물론이고 서 있을 곳조차 많은 사람들로 채워져 있었다. 방명록에 수줍게 이름 석 자를 적고 취재수첩과 달력, 그리고 책 한 권을 받아든 내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을 때는 이미 뉴스게릴라들에 대한 시상식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누가 누군지 자세히 이름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평소 오마이뉴스에 올라온 이름들이어선지 무척이나 낯이 익었다. 이 달의 게릴라상을 수상한 뉴스 게릴라들의 쑥스러움과 함께 한 해맑은 웃음들, 그리고 그들에게 따뜻한 마음이 깃든 갈채를 아끼지 않은 모든 사람들. 부끄럽지만 내가 99년 말 처음 오마이뉴스 기자가 되며 기대한 모습들을 어쩌면 이제 뿌듯함과 함께 지켜보고 있던 것이었다.

엄마를 따라온 듯한 분홍색 코트를 입은 꼬마 아이부터 흰머리가 가득한 어느 정도 나이 드신 어르신까지 너무나도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 조금의 어색함 없이 들어설 수 있엇던 것은 아마도 서로서로에 대한 믿음 때문이라 생각된다. 뉴스게릴라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이 진실한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고 또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오마이뉴스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2년 전인 대학교 1학년 커다란 힙합 바지에 남의 옷을 빌려 입은 것 같이 커다란 티셔츠를 입던 내 모습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어 행복했다. 이제는 4학년을 석 달 앞둔, 웨이브를 한 머리와 화장, 그리고 단촐한 정장의 모습인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오마이뉴스 기자님들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비록 표현은 제대로 하지 못하였지만 아쉽게 일찍 자리를 뜨며 나는 벽에 걸린 '게릴라' 석 자를 새로운 마음으로 가슴에 새겼다.

찬바람이 부는 인사동 거리를 지나 1호선 지하철로 향하는 나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기말고사와의 전쟁으로 축 처져 있던 피곤함, 사람들은 만나며 생기는 인간 관계의 두려움, 차가운 겨울 바람까지... 그렇게 저 밑에서 바둥거리던 내 마음이 이토록 환해질 수 있던 것은 게릴라들의 웃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며 더 나은 오마이뉴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아직까지 귓 속에서 맴도는 이유 때문에 지금까지도 나는 웃음 지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상점들과 화랑들이 문을 닫고 스쳐가는 사람이 적어 찬 바람에 을씨년스럽기까지한 인사동 거리를 지나며 나는 한지 몇 장과 봉투를 구입했다. 올해만큼은 내 손으로 만든 연하장을 소중한 사람들께 보내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집으로 향하는 곳에 환하게 빛나고 있는 빨간 구세군에 천원짜리 지폐를 집어넣는 내 마음은 신년을 기다리는 여느 게릴라들의 맘처럼 새로운 다짐으로 가득했다.

덧붙이는 글 | 즐거운 성탄절과 행복한 신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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