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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와 계간 <실천문학>이 한국문학 신진발굴을 위해 의욕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인터넷 신춘문예' 11월 예심통과작이 결정됐다.

시 부문 투고작은 10월에 비해 별 다른 증가를 보이지 않은 반면, 소설은 2배 이상, 시나리오는 4배가 넘는 투고작이 밀려들어 운문보다는 산문을 선호하는 네티즌들의 창작성향과 '21세기 영상문화 열풍'을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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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실천문학 공동주최 <인터넷 신춘문예> ⓒ오마이뉴스

'인터넷 신춘문예' 최종 당선작은 12월 예심과 본심을 거쳐 2002년 1월1일 오마이뉴스 사이트를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응모마감은 12월20일 오후 6시.

각 부문 11월 예심통과작은 아래와 같다.

시부문:

박병준 [얼굴 없는 기억] 외 4편 (시 137번 게시작)
여명 [通信 2] 외 4편 (152번 게시작)
김경 [마른 아구] 외 4편 (190번 게시작)
김미령 [잔잔한 물가] 외 4편 (226번 게시작)


소설부문:

박종영 [악몽] (소설 24번 게시작)
김미상 [껌 하나] (30번 게시작)
그래도 [거미는 거미줄에 산다] (39번 게시작)
김 선 [크로스 스티칭] (40번 게시작)
박남원 [천식] (54번 게시작)
구절초 [독종] 72번 게시작)


시나리오부문:

박문 [잃어버린 장닭]
남윤길 [방관자]
정나요 [포토제닉]
최용석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최희대 [어드벤처 21]
김미나 [의심을 버려라]
박형진 [UFO]
신수원 [아줌마 부활하다]
심용학 [포스트카드]
김재환 [The Base]


시와 소설부문 심사위원들은 공통적으로 '투고작의 수준이 향상됐다'면서도, 단숨에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확' 잡아채는 작품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 소설부문 심사위원 방현석은 "혹독했던 지난 연대를 정면으로 돌파해온 <실천문학>과 권력이 되어버린 언론을 전복시켜가고 있는 '오마이뉴스'가 지리멸렬한 기성작가들의 유전자를 복제한 상상력을 찾으려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로 투고자들의 분발을 독려했다.

한편 시나리오부문은 최근 한국영화의 흐름에 지나치게 편승한 탓인지 깡패와 조폭을 다룬 투고작들이 많았다. 심사위원들은 '과도한 감정이입을 강요하거나, 열린 형식에 대한 지나친 강박으로 드라마의 근간을 해치는 작품, 조폭영화의 경향을 그대로 답습하거나, 사이버 섹스 등 소재의 선정성을 앞세우는 작품은 예심통과작에서 제외했다'고 전했다.

각 부문 심사위원들의 11월 예심통과작 평가는 아래와 같다.

시부문:

네티즌의 추천이 있었던 작품들부터 다시 읽었다. 네티즌에게 긍정적 반응을 얻었던 경우, 한두 편씩은 좋은 작품이 있었다. 추천해준 분들에게 고마웠으며, 도움이 되었다.

삶을 감상어린 눈으로 음유하는 것과 세계와 긴장된 대결을 하면서 성격을 창조하는 것은 다르다. 숙련된 표현을 얻어낸 투고자가 창조의 경계를 넘어서지 못해 시적 긴장을 획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아쉬움을 남긴 분들에게 이번에 예심을 통과하는 박병준과 김미령의 시를 권해본다. 일독한 후 가장 먼저 이 두 사람의 시를 통과시켰다.

나머지는 다소간 약점들이 눈에 띄었지만, 심사위원이란 직책에 앞서 한 사람의 독자로서 성실성을 유지하려고 끝까지 노력했음을 밝힌다.

1차 선별된 작품들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읽은 후 나름대로 순번을 정해 내려간 끝에 11월에도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4편을 선정했다. 전반적으로 투고작의 수준이 향상되는 느낌이어서 12월에는 보다 좋은 작품이 많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된다.
(심사위원: 김형수, 이재무)

소설부문:

응모작이 지난달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 인터넷신춘문예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응모작들을 읽어본 분들은 금방 눈치챘겠지만 작품의 완성도도 대체로 높은 편이었다.

응모 번호 23번부터 77번까지, 총 54편의 소설을 11월 예심 대상으로 삼았다. 늘어난 양 만큼이나 작품의 세계도 다양했다. 소설 쓰기의 기본을 갖추지 못한 작품들을 먼저 탈락시켰다. 남은 작품들 중에서 나름대로 장점을 지닌 소설 열두 편을 추려냈다.

마지막으로 우리 손에 남은 작품은 모두 여섯 편이었다. 박종영의 [악몽], 박남원의 [천식], 김선의 [크로스 스티칭], 구절초의 [독종] 김미상의 [껌 하나] 그래도의 [거미는 거미줄에 산다]. 우리는 이 소설들을 11월 예심통과작으로 올리기로 했다.

박종영의 [악몽]은 카페에서 느닷없이 가난한 자들만을 색출해 살해하는 휠링당원들의 급습을 받는 남녀를 통해 현대인들의 왜곡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환타지 소설 중에서 작가의 주제의식이 분명했다.

박남원의 [천식]은 이혼을 앞둔 남자 주인공이 아내와 만나고 헤어지기까지의 여정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표현력이 다소 부족했지만 삶의 진정성이 느껴졌다.

김선의 [크로스 스티칭]은 봉건질서 속에서 상처 입은 여성의 과거와 새로운 삶의 의지를 잔잔하고 안정된 문체로 잘 그렸다.

구절초의 [독종]은 어머니와 두 딸로 이어지는 비극적 삶과 그들 사이의 내면적 갈등을 보여주고 있다. 잘 짜여진 구성과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돋보였다.

김미상의 [껌 하나]는 뚜렷한 이유 없이 무대를 팔레스타인으로 설정한 것과 중간에 삼인칭에서 일인칭으로 바뀌는 문제점이 있으나 풍부한 표현력이 돋보였다.

그래도의 [거미는 거미줄에 산다]는 신문 사회면에 나올 만한 시사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실감 있는 디테일과 능숙한 문장력으로 돋보였지만 작가의 사유와 해석능력이 일반적 상상력을 벗어나지 못해 아쉬웠다.

응모작의 전체적인 수준이 10월보다 훨씬 높은 것은 분명했지만 우리를 매료시킬 만큼 아주 인상적이거나 강렬한 소설은 찾기 어려웠다. 오늘의 우리 문학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왜소해질 대로 왜소해진 작가들의 정신세계와 궁핍한 문학적 상상력일 것이다. 동시대인의 영혼을 넘보며 심장을 훔치려는 자들을 우리는 작가로 알아왔다. 독자들의 혓바닥을 넘보며 주머니를 털 궁리를 하는 자가 작가는 아닌 것으로 배웠다.

혹독했던 지난 연대를 정면으로 돌파해온 <실천문학>과 권력이 되어버린 언론을 전복시켜가고 있는 '오마이뉴스'가 지리멸렬한 기성작가들의 유전자를 복제한 상상력을 찾으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더욱 전복적이고, 패기에 넘치는 작품들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심사위원: 김영현, 방현석)

시나리오 부문:

이번 2차 예심 대상작은 11월4일부터 12월2일까지 접수된 총 47편. 지난 1차 예심 대상작들과는 달리 기본적인 완성도를 확보한 작품들이 많았다는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소재도 하이틴 영화, 시대극, 과학 등 다양한 편이었으나, 여전히 깡패와 경찰이 주역이 된 조폭영화가 한 경향을 이루었다.

먼저, 과도한 감정이입을 강요하거나 열린 형식에 대한 지나친 강박으로 드라마의 근간을 해치는 작품, 지나치게 조폭영화의 경향성에 편승하려거나 사이버 섹스 등 소재의 선정성을 앞세우는 작품은 일단 제외했다. 대신 극적 구성과 드라마의 안정성, 대중성을 고려해 영화로 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작품 10편을 본심이 올리기로 했다. 예심 통과작에 대한 약평은 다음과 같다.

[잃어버린 장닭] 토속적인 정서와 향토적 서정을 해학적 이야기 구조속에 잘 담아내 진부하지 않게 극을 풀어가는 데 성공한 점에 주목했다.

[방관자] 연쇄 살인, 과학 수사, 원한에 의한 트라우마 등 다루기 쉽지 않은 소재를 짜임새 있게 그려냈으며, 너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설정들이 오히려 부담스럽지만 개발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포토제닉] 명성황후 시해사건이라는 역사적 소재가 주는 흡인력에 고증과 드라마틱한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원룸이라는 새로운 주거형식과 다양한 삶의 모습을 영화적인 소재로 새롭게 등장시킨 점이 돋보인다. 코미디적인 형식과 정서도 비교적 안정적이고 독특하며 각각의 인물과 사건에서도 훈훈함이 느껴진다.

[어드벤처 21] VR 게임을 소재로 한 SF 액션모험극으로서의 재미와 기본기가 잘 갖추어진 편이고, 게임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의 활기찬 모습, 다이내믹한 화면전개와 스피디한 액션, 화려한 비주얼이 본격적인 오락영화를 추구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의심을 버려라] 살인사건을 둘러싼 부부의 반목과 의심, 사랑이 공포로 변해가는 과정과 극적인 반전이 흥미롭다. 단순한 이야기 구조와 익숙한 설정들이지만 차분하고 탄탄하게 이야기를 진행시켜가면서 재미를 유발시킨다.

[UFO] 경품 타는 남자와 그의 편지를 받는 작가가 서로의 상처를 UFO라는 환상적인 매개를 통해 치유한다는 설정이 흥미롭고, 인물 각각의 캐릭터도 매력적이다.

[아줌마 부활하다] 아줌마라는 호칭이 상징하는 억압과 상처를 극복하고 자기 생활을 찾아나가는 한 여성의 모습이 짜임새 있는 에피소드와 함께 잘 묘사되었다. 페미니스트의 계몽적 자기 극복이 아닌 여성간의 연대를 통한 여성성의 회복이라는 주제가 돋보인다.

[포스트카드] 80년대 한국사회의 폭력성과 비열함, 그리고 따뜻함을 가족, 학교, 아이들의 세계와 같은 우리 주변에 가시화시킨, 제목처럼 80년대에 보내는 동화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The Base] 조폭이 아닌 이른바 양아치들의 좌충우돌 액션. 같은 건달계에 몸담으면서도 조폭이라는 존재의 무거움에서 벗어난 양아치들의 이야기를 양아치식으로 꾸몄다는 점이 흥미롭다.
(심사위원 : 심재명, 오기민, 조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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