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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발표되자 7조 원의 공적자금이 빼돌려졌다며 세상이 떠들썩하다.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온 지면을 뒤덮었다.

"공적자금 7조 빼돌려(세계일보)", "공자금 7조이상 빼먹었다(문화일보)", "공적자금이 펑펑 샌다(동아일보, 사설)", "공적자금 눈 먼 돈인가(경향신문, 사설)" 등이 그 예다.

명색이 경제신문인 서울경제신문은 사설에서 "외환위기 수습을 위해 투입된 공적자금 중 무려 7조 원이 일부 은행 임직원-부실기업주-경영진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갔다"라고 탄식하고 있다.

이런 보도에 접한 일반국민들이 분노한 것은 물론이고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도 "외환위기 때 국민이 금모으기운동에 참여해 모은 2조8천억 원의 세 배 가까운 공적자금을 흘려 보내고, 숨기고, 횡령토록 한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런 주장들이 무지와 오해 또는 과장의 산물이라는 점을 밝히기 전에 먼저 공적자금의 조성 경위와 이유부터 살펴보자.

1997년 말 발생한 경제위기로 인해 5만여 개의 기업이 쓰러졌다. 이로 인해 1998년초 금융기관의 부실채권규모는 112조 원에 달했다. 나중에 70조 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는 대우가 쓰러졌다. 물론 대우그룹의 자산도 있으므로 파생부실채권은 70조 원보다 훨씬 적다. 아무튼 대충 합해서 외환위기의 여파로 부실기업이 140조 원의 빚을 금융기관에 남겼다.

여기서 정부가 손을 놓고 있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 금융기관이 거의 다 파산하고 만다. 그렇게 되면 금융기관에 돈을 맡긴 국민들의 예금과 신탁자산도 다 날아가고 만다. 그나마 살아남은 기업도 연쇄적으로 다 망하게 된다. 한 마디로 상상하기도 힘든 엄청난 공황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공적자금을 조성해 금융기관을 살리는 일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이다. 물론 다 살리는 것이 아니라 살아날 가능성이 없는 금융기관은 죽게 놔둔다. 하지만 그 금융기관에 돈을 맡긴 국민들이 있어 나라에서 이 돈을 책임져야 하므로 금융기관을 죽게 놔두는 것도 돈이 든다.

공적자금 조성과정을 보자. 정부는 예산 외에 돈이 없으므로 자산관리공사와 예금보험공사가 채권을 발행해 공적자금을 조성하고 그 돈을 금융기관에 준다. 기업에는 단돈 1원도 주지 않는다. 자산관리공사와 예금보험공사가 발행한 채권은 정부가 지급보증을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천문학적인 채권이 소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적자금은 크게 보아 세 군데로 쓴다. 우선 예금대지급을 해준다. 이건 국민들이 망하거나 예금지급 능력이 없는 금융기관에 맡긴 돈을 나라가 대신 지급해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돈은 사실상 원래부터 대부분 회수가 불가능한 돈이다. 하지만 110만 명의 국민들이 받아간 돈이니 공중으로 날아간 돈이라고 할 수도 없다. 정부는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앞으로는 1인당 5천만 원까지만 지급보증을 해주기로 하였다. 하지만 과거에는 국민의 예금은 전액 보호되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예금이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기업의 채권을 갖고 있는 경우 정부의 지급보증 의무는 없었다. 하지만 시장의 충격을 막기 위해 이 역시 정부가 원금을 일부 깎고 대신 갚아주도록 조치하였다. 이 조치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지금도 논란이 있다.

두 번째 용도는 부실채권이나 자산매입이다.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위해서 이들이 보유한 부실채권이나 자산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A은행이 대우채권을 1천억 원 갖고 있고 이중 30% 정도만 회수전망이 있다고 하자. 자산관리공사가 1천억 원의 채권을 300억 원 정도에 사준다. A은행은 이자가 들어오지 않거나 곧 그렇게 될 1천억 원의 부실채권을 털고 300억 원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된다. 자산관리공사는 300억 원의 부실채권을 다시 시장에서 부실채권매입회사(주로 외국자본)에게 판다.

이들은 부실채권을 싸게 사서 되팔 수도 있고 대우의 영업상태가 좋아지면 돈을 벌 수도 있다. 부실채권매입회사는 위험은 있지만 돈을 벌기 위해 투기를 하는 것이고 자산관리공사는 인수한 부실채권을 시세대로 팔아 원금을 회수한다. 따라서 부실자산인수에 쓰인 공적자금은 대부분 회수된다.

세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용처는 금융기관 출자이다. 부실채권을 매입해주어 금융기관의 빚을 지워주었다고 하자. 그것만으로 금융기관이 살아날 수 없다. 돈이 있어야 영업활동을 할 것 아닌가?

그래서 돈을 주는 데 공짜는 아니고 투자형태로 준다. 돈을 1조 원 주면 1조원/5,000원 수의 주식을 받는다. 그 결과 많은 부실은행이 정부소유가 되거나 정부지분율이 크게 높아졌다. 외국인들이 투자하여 대주주가 된 경우도 많았다.

금융기관출자에 쓰인 돈 중 얼마나 회수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정부가 지분을 매각할 때 금융기관의 주가에 회수율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1만 원이 되면 원금의 배를 회수할 수도 있지만 나중에 그렇게 오르더라도 지금 2500원에 팔면 절반은 날아간다.

결론적으로 공적자금은 나라를 살리기 위해 꼭 필요한 돈이었고 국민들은 그 수혜자이다. 공적자금이 그 성격상 전액 회수가 안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며 중요한 것은 적기에 필요한데 쓰고 회수율을 높이는 것이다.

공적자금을 돈 찍어내서 막 흥청망청 쓰고 국가 빚을 마구 늘린 것으로 오해하면 안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98년 1차 공적자금 64조 원의 투입으로, 올해까지 금융위기에 따라 900조 원 가까이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손실이 295조5천억 원에 그친 것으로 추정했다. 엄청나게 남는 장사한 것이다.

긴 서론을 접고 빼돌린 7조 원의 공적자금에 대해서 말하도록 하자. 기업이 망하면 기업주는 법을 어기지 않은 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게 유한책임을 지는 주식회사제도의 본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대주주나 임직원들이 보증을 서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그리고 회사 돈을 자기 돈처럼 쓴 기업주도 많았다. 이들은 회사가 금융기관에 남긴 빚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대우가 B은행에 큰 빚을 남겨 B은행이 위험해졌다고 하자. 앞서 말했듯이 정부는 기업에 1원 한푼 주지 않지만 B은행이 망하는 걸 막기 위해 예금보험공사가 예금대지급을 하고 출자도 했다고 하자.

B은행과 예금보험공사는 은행에 피해를 끼친 김우중의 재산을 압수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김우중이 2천억 원의 재산을 은닉한 걸 발견했다고 하자. 은행은 그 돈을 그런 재산을 압수해야 한다.

공적자금을 받은 금융기관의 대주주나 임원들 역시 보증을 선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이들 중 일부가 회계장부를 속여 공적자금을 더 받아냈다. 물론 이 돈은 개인이 아니라 그 금융기관에 들어갔다. 빨리 망하게 하면 1조 원이면 해결할 것을 조작된 장부를 보고 살아날 것으로 보고 살리려면 1조 원 이상 들어간다. 그런데 그 금융기관이 망하고 주주나 임직원들이 재산을 은닉했으면 그 돈이 바로 예금보험공사가 회수해야 하는 돈이다.

즉 신문에 난 7조 원은 누가 공적자금을 횡령한 것이 아니라, "공적자금을 받은 금융기관이나 그 금융기관의 빚을 남긴 기업의 보증을 선 부실기업주와 임직원들이 돈을 못 갚았는데 알고 보니 빼돌린 자기 재산이 있더라"할 때의 그 재산이다.

기사제목이 시사하듯이 공적자금을 흥청망청 써대거나 꿀꺽한 것이 아니다. 이제 와서 보면 정부의 공적자금 집행 과정에서 판단착오나 관리미비는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공적자금 자체를 엄청난 비리로 매도하는 것은 무지, 오해, 또는 과장의 산물이다. 나는 우리 언론이 공적자금에 대한 비판의 일부라도 재벌의 지배구조문제 등에 할애해 공적자금 조성이 다시는 필요 없는 세상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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