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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회의를 거쳐서 시작한 '창재의 TV 끄기'가 두 주일이 지났다. 다행히도 아이들은 단 한번도 집에서는 텔레비젼을 보겠다고 하지 않고, TV를 보겠다고 아우성치지도 않는다. 가족회의를 통하여 아이들과 함께 결정하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런대로 아이들에게 TV를 대신할 만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열심히 공급한 덕분일까? 아주 성공적으로 2주일을 보내고 있다.

창재의 TV끊기가 오마이뉴스에 실린 이후에 창재는 좀 더 의젓한 모습이다. 처음에는 자신의 생활이 '인터넷뉴스'에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오히려 창재에게 기사를 보여주는 것이 더 많은 격려가 될 것 같아 기사를 보여주었다.

조회 수를 보면서 창재는 "이렇게 많이(읽어) 봤어요. 인제 TV보면 안되지요"라고 하였다. 뿌듯함과 부담스러이 섞인 계면쩍은 표정이다. 게다가 오마이뉴스에 실린 기사를 보고 독자들이 써준 '독자의견'은 참 많은 격려가 되고 있다. 많은 분들이 '창재의 TV 끄기'가 성공하기를 기원해주고 '격려의 글'을 보내주고 있다. 이 글들을 읽으면서 창재 엄마와 아빠는 더욱 용기를 얻어서 TV 끊기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창재 아빠는 "사실 조금은 즉흥적이었습니다. 늘 TV 때문에 아까운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퇴근해서 들어오면 항상 TV부터 켜는 것이 버릇이었습니다. TV가 꺼져있으면 허전합니다. 마치 식구가 한 사람 없는 것 같았지요" 라고 말한다.

그리고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기 시작한 것도 우연입니다. 가족회의를 하고서 TV를 끄고 이틀을 보내면서 이 경험을 글로 남겨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은 동생에게 부탁해서 개인 홈페이지를 하나 서둘러서 만들까하는 생각도 했지요. 그러다가 오마이뉴스 생각이 난 겁니다. 그래서 오마이뉴스에 이틀간의 'TV 끊기'를 소개하는 기사를 썼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호응이 있었습니다."

이 기사를 의외로 많은 분들이 읽어주었고, 이것은 창재 가족에게 커다란 격려가 되었다.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란에 올라온 20여 개의 글들은 소중하기 이를데없는 격려와 충고들이었다.

특히, 미국 아틀란타에 사는 '장성희 님'이 보내준 '우린 TV를 끊은지 한 달 되었습니다'라는 글은 비슷한 또래(10살, 7살)의 같은 고민을 가진 글이어서 창재네 가족에게 특별한 격려와 공감 그리고 아이디어를 제공해주었다.

장성희 님은 "원래 저희 가족은 TV를 많이 시청하지 않고 있으며, 아이들에게도 교육방송이나 공영방송이외에는 거의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케이블 TV라는 것이 있다는 걸 친구집에 갔다가 알게 된 우리 큰애가 조르더군요...... 어느 날부터 큰애가 TV프로를 보기 위해 친구 집에 자꾸만 가는 거예요" 하고 케이블 TV를 설명하였다.

남의 집에 가서 아무거나 보는 것보다는 집에서 보게 하는 것이 나을 듯하여 설치했는데, 결국, 지난 일년동안 아이들이 TV를 보는 시간이 부쩍 늘고, 책읽기와 밖에 나가 노는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한 달전 이사를 하면서 케이블을 끊고 설치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아이들은 비디오도 보고, 책 읽는 시간도 늘었고, 놀이를 하기도 하고, 컴퓨터 게임도 하는 등 훨씬 다양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창재네는 장성희 님의 편지를 받고 'friday night family movie'는 곧바로 따라하기로 하였다. 가족이 함께 영화를 보는 일은 참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되어 같이 해보기로 하였단다. 장성희님의 아이들이 함께 영화 보는 일을 가장 즐거워하는데 비하여, 창재네 아이들은 가족이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대개 책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읽어주는데, 창재네 가족들은 돌아가며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읽어준다. 창재는 엄마, 아빠와 건호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을 좋아한다. 아마도 자신이 책을 읽는 것을 가족들이 들어주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분명한 공통점은 아이들이 TV를 보지 않으면, 분명히 책 읽는 시간, 사람과 함께 노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또한, 아이들이 텔레비젼에 매달리는 것은 부모들이 TV 보다 재미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하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가끔은 두 집 모두 텔레비젼을 아이들의 '베이비 시터'로 활용하였다는 점이다. 사실 이 두집 뿐만 아니라 많은 부모들이 바쁘다는 핑계로 TV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사람보다는 TV와 교감하고, TV 보기 조기교육을 받고 있는 셈이다.

장성희 님의 아이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창재와 건호는 텔레비젼을 보겠다고 조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은 창재와 건호가 상대적으로 어리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좋은 프로그램과 나쁜 프로그램을 구분하지 않고 아예 아무것도 보지 않는 것도 원인일 수 있겠다.

또한, 창재와 건호 못지 않게 엄마, 아빠도 텔레비젼을 많이 보아왔는데, 아이들과 함께 결심하고 천하고, 아이들과 함께 엄마, 아빠가 텔레비젼을 보지 않음으로 해서 변화한 좋은 점에 관하여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도 도움이 된 것 같다.

비록, 겨우 두 주일이 지났지만, 창재와 건호는 TV없이 지내는데 차츰 익숙해지는 것 같다. 지난 주말 할아버지 댁에 같을 때는 저녁시간 내내 TV가 꺼져 있었는데도 아이들은 TV를 보겠다고 조르지 않았다. 지난 주에 집에서 TV를 보지 않고 지내다가 할아버지 댁에 가서 하루 종일 TV를 보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창재 엄마, 아빠는 "우리의 작은 시도에 관심과 격려를 보내주시는 분들께 너무나 감사합니다. 저희의 작은 경험을 함께 나누고 또 여러분들이 가진 경험을 보태어 TV 끊기에 꼭 성공하려고 합니다. TV를 대신해서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과 TV 끊기의 경험을 계속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라고 TV 끊기 3주째를 맞이하는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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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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