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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업계의 두 거인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AOL 타임워너(AOL) 간에 심상치 않은 전운이 감돌고 있다.

MS와 AOL타임워너는 사업 다각화와 세 불리기를 통해 차세대 IT시장의 맹주자리를 노리고 있다. 이미 IT 각 분야에서 두 업체의 충돌은 가시화된 상태. 하늘 아래 두 태양이 같이 떠 있을 수 없다는 듯 양사는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치열한 암투를 전개하고 있다.

현재 차세대 IT 시장의 최대 화두는 '애플리케이션과 네트워크의 통합'이다. 즉 인터넷을 웹 브라우저를 통해 기웃거리는 네트워크의 단순한 집합체에서 하나의 살아 있는 개체로 만들겠다는 것. 운영체제는 물론 각종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하나로 아우르겠다는 것이 차세대 IT의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대통합 기류를 MS는 닷넷(.Net)이라는 개념으로 치고 나왔다. 이에 맞서는 AOL은 'AOL Anywhere'란 컨셉을 내걸었다.

그 동안 자기 분야에서 최고 자리에 올랐던 두 업체가 이제 막다른 골목에서 한판 승부를 다짐하고 있다.

MS와 AOL, 어떻게 대립하고 있나?

차세대 IT 맹주 자리를 놓고 벌이는 양 사의 패권 다툼은 주요 IT 분야를 포괄할 정도로 폭넓게 전개되고 있다.

넷스케이프와 인터넷 익스플로러로 대변되는 웹 브라우저 시장을 비롯해 인스턴트 메신저, 디지털 음악, 스트리밍 비디오 시장에 이르기까지 서로 자신들의 기술과 서비스를 표준으로 만들기 위해 동서분주하고 있다.

양사의 힘겨루기에서 한발 앞서가는 곳은 MS.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기업답게 일단 MS이미 운영 체제(윈도)와 웹 브라우저(인터넷 익스플로러), 그리고 각종 소프트웨어 시장 등 애플리케이션 분야를 장악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자사 기술을 표준으로 삼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AOL 역시 호락호락하게 물러설 기세가 아니다. MS가 부러워하는 방대한 콘텐츠와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 그리고 강력한 커뮤니티가 AOL의 무기. 3천만명에 달하는 유료 회원과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풍부한 콘텐츠를 보유한 AOL이기에 "마음만 먹으면 업계 표준 한 두개 쯤은 쉽게 바꿔버릴 수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MS가 이 분야의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MSN 웹사이트 매년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는 것도 다분히 AOL을 겨냥한 측면이 많다.

MS와 AOL의 대립 구도는 단순히 기술이나 서비스에 국한되지 않는다. MS의 닷넷이든 AOL의 AOL Anywhere든 근본적으로 양사가 추구하는 전략 개념 한마디로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도록" 만든다는 것. 물론 '로마'는 결국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이 생각이다.

즉, 하나의 사이트가 운영체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각종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웹 서핑의 출발지이자 인터넷 쇼핑의 길잡이가 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양사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인증 시스템이 승패의 관건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양사가 채택하고 있는 인증 시스템이다. 인증 시스템이란 현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고객이 등록된 회원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절차와 등록 회원의 모든 개인 정보를 관리하는 전체 시스템을 말한다.

인증 시스템 내부에는 고객의 이름과 주소는 물론 신용카드 번호, 신용 등급, 자주 이용하는 서비스 등 고객이 인터넷에서 벌이는 모든 정보들이 담겨 있다.

인증 시스템이 중요한 것은 신분증과 지갑 역할을 동시에 하기 때문이다. 등록된 고객은 인증 시스템과 제휴를 맺은 모든 웹사이트에 별도의 회원 가입 절차 없이 간편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만일 MS 패스포트 가입자라면 패스포트와 제휴를 맺은 쇼핑몰 가입은 물론, 구입과 배송, 사후 확인까지 클릭 한번으로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MS든 AOL이든 새로운 형태의 인터넷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자면 먼저 등록된 회원을 파악한 후 이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인증 시스템이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MS와 AOL이 자사 인증 시스템을 사용하는 제휴 웹사이트를 늘리기 위해 남다른 공을 들이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돈이 지갑 속에 있더라도 살 만한 물건이 없다면 소용없다. 특히 인증 시스템은 한번 정하면 쉽게 바꾸거나 해지하기 힘든 특성을 가지고 있다.

최근 AOL이 아마존(Amazon)의 주식 1억 달러 어치를 매입하는 조건으로 공동 마케팅과 기술 제휴에 합의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된다. 이번 AOL은 자사 인증 시스템인 매직 카펫(Magic Carpet)을 세계 최대의 인터넷 서점이자 쇼핑몰인 아마존에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제휴가 예사롭지 않은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이미 AOL이 회원들을 대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쇼핑 코너는 올 2분기 동안 78억 달러 어치가 거래될 만큼 높은 구매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러한 구매력을 아마존과 연계한다면 AOL의 매직 카펫 인증시스템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는 것은 시간 문제.

AOL은 아마존과의 제휴 발표와 함께 자사의 매직 카펫 인증 시스템을 앞으로 6개월 내에 선보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MS 역시 MSN을 중심으로 200여 개의 사이트와 패스포트(Passport) 인증 시스템 관련 제휴를 맺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 같은 영향력을 지닌 쇼핑몰이 없다는 점에서 AOL에 다소 뒤처졌다는 평이다.

AOL의 세 불리기와 MS의 예상되는 반격

AOL의 세 불리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최근 MS의 법적 지위가 취약해 진 틈을 타 데스크톱 PC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PC 제조업체들과 협상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 지난 11일 MS가 PC 제조업체에 데스크톱 아이콘 및 인터넷 브라우저에 대한 선택권을 완화하겠다고 밝힌 후, 오는 10월 25일 출시 예정인 MS의 차세대 운영체제 윈도XP에 AOL의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포함시키기 위해 컴팩, 델, 게이트웨이 등 주요 PC 제조업체와 숨가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지난 27일, 컴팩이 AOL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하면서 AOL의 분위기는 한껏 고조된 상태. 분석가들은 델과 게이트웨이, 애플도 AOL의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위싱턴 소재 소비자 단체인 디지털 자유 센터의 제프 체스터 (Jeff Chester) 간사는 "앞으로 MS가 인터넷으로, AOL이 PC 시장으로 진출하는 등 서로의 영역을 침범할 것"이라며 "PC시장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라는 두 축에서 인터넷으로 통합되면서 인터넷 시장에서 튼튼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AOL이 다소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MS의 우세를 점치는 쪽도 적지 않다. 쥬피터 미디어 매트릭스의 분석가 조 라즐로(Joe Laszlow)는 "MS는 전세계 PC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윈도OS를 필두로 소프트웨어 업계를 장악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업계 1위 기업"이라며 "아직 애매모호한 ‘AOL Anywhere’전략과 달리 MS는 자신의 닷넷 전략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고 MS의 우세를 점쳤다.

운영체제를 쥐고 있는 MS가 결국 패권을 장악할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빌 게이츠 MS 회장은 연례 기자회견을 통해 연말까지 53억 달러를 투입해 닷넷 전략을 실현하는 웹 서비스인 헤일스톰(HailStorm)의 테스트 버전을 내놓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향후 전망과 국내에 미치는 영향

MS와 AOL 모두 '애플리케이션과 네트워크의 통합'이라는 공통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각기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이를 실현하고 있다.

MS는 강력한 소프트웨어 산업을 기반으로 콘텐츠와 인터넷 서비스를 보강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2002년 하반기 경 본격적인 서비스가 예상되는 헤일스톰과 윈도XP의 결합은 MS의 닷넷 전략에 든든한 기반을 제공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기반 위에서 MS는 MSN을 서두에 내세워 주변 업체를 끌어들임으로써 AOL를 견제한다는 전략이다.

AOL 역시 인터넷 산업의 선두라는 위치를 적극 이용, 직접 소비자 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PC 분야로의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MS처럼 소프트웨어 개발에 치중하기보다 PC 제조업체나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를 자신의 영역 안에 둠으로써 MS를 옥죄려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MS와 AOL의 대권 다툼은 더 이상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아직 AOL이 국내에 진출해 있지 않고 MS 위주로 편성되어 있는 국내 PC 업계의 특성 탓에 업계 분위기는 MS의 닷넷 쪽으로 그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AOL이 윈도XP의 바탕화면 정책에 컴팩을 끌어들인 데 이어 지분의 5%를 소유하고 있는 이머신즈와의 협상도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국내 상황도 전격적으로 반전될 여지가 많은 편이다.

만일 이머신즈와 AOL이 손을 잡게 된다면, 국내 PC 업계 역시 AOL로 향하는 시선을 새롭게 할 가능성이 크다.

인사이트64(Insight64)의 분석가 나단 브룩우드(Nathan Brookwood)는 "특히 아시아 시장은 양사 모두의 목표"라며 "한국과 대만, 일본 IT 업계가 전세계 하드웨어 시장과 인터넷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들 업체들이 중요한 키잡이 노릇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두 거인의 움직임이 기존 PC 제조업체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어려운 선택을 강요 당하는 형국이기도 하다

차세대 IT 산업의 대변혁을 앞두고 MS의 우산 안에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AOL의 깃발 뒤를 따를 것인지를 조만간 선택해야 할지도 모른다.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불안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라 두 IT 거인의 행보가 과연 세계 PC 산업에 어떤 새 바람을 몰고 올지, 전문가는 물론 관련업계의 관심이 이 두 업체의 몸짓 하나하나에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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