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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떼 뿅뿅뿅 놀고 간대요."
동요의 가사이다. 장성한 분이라면 누구나 국민학교 - 지금은 초등학교 - 1학년 때 많이도 불렀던 노래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분이 "나리"하면 노란색의 개나리를 연상한다. 이른 봄철에 가로변이나 산기슭에서 화사하게 피는 작은 꽃이 개나리이다. 가느다란 나무 가지에 총총히 꽃이 먼저 피고 나서 잎이 난다.

그러나 개나리는 나리가 아니다. 나무에서 피는 꽃인 개나리와 풀꽃의 일종인 나리는 완전히 종류가 다르다. 어릴 때 자주 부르던 동요는 리듬에 맞게 노래말을 쓰다 보니 개나리를 나리의 종류로 착각하게 만든 잘못이 있다.

나리는 하늘나리, 날개하늘나리, 참나리 등과 같이 순수한 우리말이다. 요즘은 찾아보기가 어렵지만, 지난 날에는 들이나 산에 나가면 많이 있었다. 나리를 일본말로는 유리(ゆり)라 부른다. 영어로는 릴리(Lily)라 한다. "릴리는 백합이라 배웠는데..." 많은 분이 얘기하실 것이다. 맞는 말이다. 사전에 보면 릴리는 백합으로 번역한 것이 많다.

서양의 릴리가 중국을 거쳐 우리 나라에 들어오면서 한자어인 백합으로 불렀다. 그리고 우리 나라에서 오래 전부터 불러오고 보아오던 나리와 모양도 다르기 때문에 다른 종류처럼 여긴 것이다.

그러나 잘못 알고 있다. 백합은 나리의 한자어이다. 한자 문화권인 중국, 일본, 우리 나라에서 사용하던 용어이다. 꽃꽂이에 많이 이용되는 꽃들이 대부분 흰색이므로 백합이라 잘못 알고서 그냥 그렇게 불러 왔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백합(百合)은 일백백(百) 합칠합(合)의 뜻을 가진다. 즉 백합은 하얀색이기 때문이 아니라, 땅 밑에 있는 구근(球根 : 공 모양의 덩어리 뿌리)이 많은 인편(鱗片) - 고기비늘 모양으로 생겨 마늘이나 양파와 비슷하게 하나씩 떨어지는 특징을 가진 것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붙여진 이름일 뿐이다.

따라서 이제 부터는 나리는 백합이 아니라 나리로 부르자. 순수한 우리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끼자.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나리 - 흔히 백합이라 부르는 나리의 대표격인 틈나리의 조상은 원래 우리 나라이다. 즉 산이나 들에 많이 피어 있던 우리 토종 나리를 오래 전에 네델란드 등이 가져가서 자기 나라 꽃 처럼 만들어 세계에 팔고 있는 것이다.

우리 나라를 원산지로 하는 틈나리는 꽃잎들이 여러 개로 떨어져 있다. 즉 꽃잎 사이에 틈이 나 있다. 그래서 틈나리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의 토종나리는 하늘을 쳐다 본다. 그래서 하늘나리, 날개하늘나리 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우리의 토종나리인 하늘나리, 참나리 등이 점차 꽃이 커지고 다양한 색깔로 개량되면서 꽃잎이 틈이 없어지기도 하였지만, 원래 특징을 살려 틈나리로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이들 틈나리 - 우리 나라의 토종나리들과 이들을 개량한 것은 꽃의 색깔이 매우 다양하고 꽃이 하늘을 쳐다보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향기가 없다는 결점이 있다.

서양에서 태어난 나리는 주로 나팔 모양의 통꽃으로 이루어졌다. 즉 꽃잎 사이에 틈이 없이 길쭉한 원통같이 되어 있다. 그래서 나팔나리라 한다. 꽃은 땅을 향하고 있다. 그리고 향기가 좋으나 주로 흰색 등으로 색깔이 다양하지 못한 결점이 있다.

그런데 반가운 소식이 있다. 이제는 틈나리와 나팔나리 할 것 없이 모두 나리로 부르면서 꽃과 향기를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종구를 수입하는 외화를 크게 줄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름 아니라 장미, 국화와 함께 우리 나라의 3대 절화(折花 : 꽃꽂이 소재로 쓰이는 꽃)의 하나라 할 수 있는 나리는 절화 생산 및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도 그 종구(種球 : 모종으로 쓰이는 공 모양으로 생긴 나리의 인편덩이)는 대부분 네델란드 등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따라서 '90년 이후부터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는 우리 꽃인 나리의 신품종 육성에 심혈을 기울여 틈나리 17품종과 나팔나리와 틈나리의 중간모양의 교잡나리 4품종을 육성 보급하게 되었다고 한다.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에 따르면 꽃색이 우수한 틈나리와 향기가 나면서도 꽃 모양이 우수한 나팔나리의 종간교잡(種間交雜:종류가 서로 다른 꽃끼리 씨받이를 하는 것)을 통해 향기가 있고 화형(花形 : 꽃 모양)·화색(花色 : 꽃 색깔)이 우수한 교잡나리를 육성하였다고 한다.
이번에 종간교잡을 통해 탄생한 교잡나리는 매우 어려운 기술을 필요로 하는 새로운 나리계통으로 우리 나라의 꽃을 만들어 내는 기술이 세계적 수준임을 보여주는 것이라 한다.

수입자율화로 세계의 농산물이 물밀듯이 들어 올 시점에서 국산나리 신품종 개발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교잡나리는 향기가 나면서도 은은하고 파스텔톤의 화색을 띄어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되기에 국산나리의 수출증대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UPOV) 가입을 앞두고 나리의 신품종이 육성되어 농가 소득에 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보다 싼값으로 나리의 멋과 향취를 즐길 수 있게 되어 매우 반가운 일이라 하겠다.

이제 한자어인 "백합"이라는 단어는 버리고 우리 고유의 말인 "나리"만으로 부르자. 새롭게 개발된 토종나리가 한국의 정감을 싣고 전 세계로 뻗어 나가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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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다양성을 인정 할 수 있는 연륜의 지경에 이르렀다고 믿고 싶습니다. 나와 너의 다름을 인정할 때 서로간에 존중과 협력이 가능하리라 여깁니다. 세계의 평화로운 공존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폭이 넓어질수록 가능하리라 여깁니다. 그 일을 위해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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