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청소년의 자살이유는 자살사이트?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청소년들이 자살을 하게되면 성적비관이나, 가정 불화를 떠올렸다.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청소년 자살 사건을 보도할 때도 "입시위주 교육의 폐해", "급속한 산업화로 인한 가족의 붕괴"식으로 문제를 지적하는 기사가 주를 이었다.

그러나 요즘 청소년들이 자살하면, 성적이나 가정불화로 인한 것이 아닌 "자살 사이트"로 원인을 돌리고 있다. 이제는 우리의 교육환경이 좋아져서, 가정이 화목해져서 불과 몇 년전 까지만, 하더라도 앞의 이유로 자살하던 청소년들이 사라졌는지 궁금하다.

한 여학생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 드라마

어제(4/13) 방송되었던 MBC 베스트극장 <사랑의 찬가(연출 정운현 금 밤 9:55∼)>에서 한 여학생의 자살이 나오는데, 그 이유가 결국에는 "자살 사이트"와 관련된 죽음이라는 것을 암시하면서 끝내고 있다.

현세(임호)와 미란(조미령)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교사로 서로 약혼한 사이이다. 그런데 이들이 약혼한 날 미란이 담임으로 있는 반의 수정(최지연)이라는 여학생이 14층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한 사건이 일어난다. 단순 입시 압박에 의한 자살로 사건이 끝나는 듯 했으나, 수정의 사물함에서 발견된 수정의 일기장에 의해 사건은 현세와 관련되어 돌아간다.

일기장에는 불어선생인 현세를 사모하는 수정의 글들이 실려있고, 수정이 자살하기 하루전에 쓴 마지막 일기에는 현세의 아파트에 찾아간 수정을 현세가 성희롱 했다는 내용이 있어 현세는 학교에서 추악한 선생으로 낙인 찍힌다. 그러던 중 약혼녀인 미란마져 현세를 떠나 외국으로 유학을 가고 현세도 법정에서 3년형을 선고 받는다.

출소후 목장에서 일하던 현세를 교생이 된 한 제자가 찾아온다. 그리고 제자로부터 수정의 일기장 내용이 70년대 발표되었던 음란 서적의 내용임을 알게되고 찾아온 제자와 함께 자신의 누명을 벗기기로 다짐한다.

억지스러운 상황설정 눈에 거슬려

그리고 현세는 "왜 수정이 자살했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자살하기 직전의 수정이 인터넷에서 "나중에 죽어서 다시 만나자"라는 내용으로 채팅을 하는 모습이 나오면서 끝난다.

베스트극장에서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 무엇일까?

"제자의 자살을 유도했다는 누명을 쓴 교사의 상황을 미스터리 기법으로 풀어낸다"라고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미스터리 기법이라 할만한 요소는 찾아보기 힘들다. 차라리 현세는 결백함에도 그의 결백을 못 믿는 주위 사람들의 불신의 모습들에 비중이 실려있다. 모든 상황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려는 주위 사람들에 의해 젊은 한 교사가 어떻게 무너지는지에 드라마의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내용 중 법정에서 검사가 현세의 유죄를 주장하면서 내세우는 여러 가지 상황증거들이 그날 약혼식에 30분 늦었다는 이유로 성립이 되다고 주장하는 장면에서는 미스터리 영화에서 보여주는 법정에서 검사와 변호사의 논리적 싸움에 의한 숨막히는 긴장감에 익숙해져 있는 시청자들에게 억지스러운 장면으로 기억된다.

또한 마지막에 현세의 무죄가 증명되는 부분에서도 일기에 쓰인 내용이 일본 음란소설의 내용임을 현세의 무죄를 믿고 있던 교생이된 여학생이 알고, 현세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는 설정은 단막극이 가지고 있는 시간의 제약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기에도 너무 인위적인 상황 설정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연출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 흐지부지

그리고 수정의 자살이유가 "자살사이트"에 의해 것이라고 정리하는데, 드라마 내용 중에 전혀 단서가 될만한 대사나 상황이 주어지지 않아, 프로그램 설명에서 밝힌 "미스터리 기법"은 찾아 보기 힘들고 부자연스러운 끝맺음을 한다.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것을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은 아닌가 한다. 그래서 여러 가지 복합적 요소를 넣다보니 결국에는 연출자가 정말 하고 싶었던 내용은 흐지부지 끝난 드라마이다.

주말드라마나, 연속극이 소설로 치면 장편소설쯤 될 것이다. 그리고 각 방송사에 있는 비(非)연속성 드라마는 단편소설정도 일 것이다. 단편소설은 비교적 기승전결이 약하고, 한가지 사건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렇다면 이번 베스트극장에서도 수정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을 밝히는 미스터리 드라마로 가던지, 아니면, 억울한 누명을 쓴 현세의 주위 사람들의 반응을 보여주면서 사회의 불신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드라마로 가던지 한가지 이야기만 했어야 했다.

자살 이유는 자살사이트로 결론 맺어

그리고 자살사이트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너무 안이한 구성이었다. 현세가 약혼녀와 파혼을 하게된 이유, 잘 나가던 교사가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이유가 수정이 자살사이트에 가서 자살하는 무책임한 행동으로 인한 것이라고 베스트극장은 이야기 하고 있다.

기존에 자살사이트에 대한 기사에서 처럼 "우연히 자살사이트에 들어가게되고 거기서 용기를 얻어 자살을 하게된다"는 "왜" 자살을 하지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이 "어떻게" 자살을 하게 되었는지만 나오고 있다.

이런 애매모호한 상황 설정보다는 자살사이트에 들어가 자살을 하게된 동기가 불어선생을 사랑하던 한 여학생이 우연히 들린 자살사이트에 들어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다 영원한 사랑을 위해 자살을 한다는 식이 더 자연스러울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 설정 속에는 왜 자살했는지에 대한 이유가 있으니 말이다.

드라마는 허구를 존재로 쓰여진다 반문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살사이트"라는 현재 사회에서 비교적 민감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내용을 드라마에 넣었다면 좀더 제작자의 시각을 정확히 했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