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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8일자 런던발 <파이낸셜 타임스>는 기업 섹션의 표지 기사로 삼성3세 이재용 씨의 e-비지니스 주식지분 삼성 매각을 보도하면서 시니컬한 비판을 가했다.

삼성 3세 이재용이 인터넷 사업 지분을 삼성 계열사에 매각한 것을 비판하는 <파이낼셜 타임즈> 2000년 3월 28일자 기사. 이는 이번 사안에 대한 서유럽의 시각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 오마이뉴스

<파이낸셜 타임스>는 삼성그룹의 상속자(heir)인 이재용 씨가 자신의 인터넷 사업을 삼성재벌에 매각한 것에 대해 일부에서 "불공정한 특별거래(sweatheart deal-사적인 친분관계를 이용해 특별히 우호적인 조건으로 이루어지는 불공정한 거래를 가리키는 표현)"이라고 비판하고 있다고 전하고,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시장 분석가들의 견해를 비교적 상세히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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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례적으로 기사와는 별도로 칼럼을 통해 이번 이재용 씨의 주식 매각건에 대해 아주 통렬한 비판을 가했는데, 그 사용된 용어와 표현은 <월스트릿 저널>과 더불어 세계 2대 경제전문지로 불리는 <파이낸셜 타임스>의 보수적인 기사보도 태도에 견주어 볼 때 상당히 이례적인 수준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특히 참여연대 장하성 교수의 말을 인용, 이재용 씨가 "자신의 닷컴 기업들의 실패의 부담을 덜"어냈으며 "삼성이 이들 기업들을 인수할 아무런 사업적 근거가 없다"는 것과 "상장 기업(삼성)이 주식을 사들이는 만큼 그 타당성을 외부의 감사자가 가치평가를 해야한다"고 전했다.

또한 한 증권분석가의 말을 인용해 이번 일은 "삼성그룹의 계열사들이 삼성자동차의 주식을 강제로 인수해야 했던 일의 재판"이며 "한국에서 기업경영의 첨단을 달린다는 기업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을 전했다.

보도기사와 별도로 실린 칼럼은 "닷컴 기업가는 고전하는 자기 사업을 어떻게 처분해야 하는가? 쉽다: 아빠(daddy)의 재벌기업에 팔아버리는 것이다"라는 시니컬한 문구로 시작하면서 "이것이 한국 삼성그룹의 왕위계승자인 이재용이 찾아낸 답이다, 요즘 하버드 비지니스 스쿨에서는 이런 것을 가르치는가?"라는 비꼬는 문구로 계속되고 있다.

칼럼은 삼성의 계열사들이 가치가 불확실한 사업들을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없이 수십억원을 들여 사들이고 있다고 비판하고 여기에 대해 (삼성 측으로부터) 주어진 유일한 설명은 이재용 씨가 삼성전자의 부사장으로서, 또 그룹회장인 부친의 후계자라는 새로운 역할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고작이라고 꼬집었다.

칼럼은 또 주주들은 가족관계가 기업을 유린하지 않도록 완전한 설명을 요구해야 하며 건전한 기업경영을 원하는 투자자들은 계속적으로 경영을 감시하고 주식을 거래할 뿐만 아니라 투표에도 사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칼럼은 아시아에는 가족관계에 의존하는 기업지배구조가 다수 존재하며 주주들은 이들을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홍콩의 저명한 부자기업인인 리 카이싱과 리차드 리 부자의 경우를 들어 이들 부자의 경우는 자신들의 기업의 이해관계를 해치지 않아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은근히 삼성를 비난하였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씨.
ⓒ 오마이뉴스
이와 같은 <파이낸셜 타임스>의 보도태도는 얼마 전에 있은 이재용 씨의 삼성전자 이사임명과 이번 인터넷 사업 매각에 대한 서구 경제계와 투자자들의 시각을 기본적으로 대변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의 <월스트릿 저널>과 비교되는, 서유럽 경제계의 시각을 대표하는 경제지이다.

특히 삼성의 기업경영구조에 대한 이런 회의적인 시각은 삼성 자체의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대기업집단 전반, 나아가서는 한국경제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조성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삼성이 한국 안에서만의 일류가 아니라 진정으로 세계의 일류기업이 되고자 한다면, 자신들의 경영행태가 국제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에 대해 좀더 진지한 성찰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다음은 <파이낸셜 타임스> 3월 28일 보도를 번역한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보도 기사)
삼성의 상속자 인터넷 기업들을 '특별거래'로 팔아넘기다"

한국 삼성그룹의 상속자인 이재용 씨는 자신의 인터넷 사업을 삼성재벌에 매각하려 하고있다. 비판자들은 이를 "불공정한 특별거래(sweatheart deal)"로 보고 있다. 

삼성측은 이 거래를 옹호하여 이는 이재용 씨로 하여금 전자의 경영기획담당이라는 그의 새로운 직책에 전념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거래는 소액주주운동가들이 이재용 씨의 삼성전자 부사장임명은 족벌주의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항의한 직후 이루어졌다. 삼성은 이재용씨의 조부에 의해 창업되었다.

운동가들은 어제의 (거래)발표 직후 새로운 비판을 제기했다. 선도적인 소액주주운동그룹인 참여연대를 이끄는 고려대 장하성 교수는 이재용 씨가 "자신의 닷컴 기업의 실패의 부담을 덜어"냈다고 말하고 "삼성이 이들 기업들을 매입할 아무런 사업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상장기업들(삼성계열사)이 이 주식들을 매입하는 만큼, 이들 사업들이 타당성이 있는 것인지 아닌지를 누군가가 밝혀야 한다"라고 장교수는 말했다. "우리는 외부 감사자에 의해 이들 (인터넷 기업들)의 가치평가가 행해지기를 바란다. 이 인터넷 기업들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았다."

분석가들도 회의적이다. "한국에서 기업경영의 첨단에 있다고 주장하는 기업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실망스럽다"고 서울의 한 증권분석가는 말했다. 

"이것은 삼성 자동차의 재판이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그때 삼성차의 지분을 강제로 매입해야 했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 자동차회사는 나중에 파산했다.

몇몇 삼성 계열사들이 이재용 씨가 보유한 이들 인터넷 기업들의 비상장 지분을 매입하도록 되어있다. 

삼성 측은 어제 이들 인터넷 기업들의 주식가치평가는 "외부 회계법인"의 조사에 근거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 회계법인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칼럼)
삼성

닷컴 기업가는 고전하는 자기 사업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쉽다: 아빠의 재벌기업에 팔아버리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 삼성 그룹의 왕위 계승자인 이재용이 찾아낸 답이다. 요즈음 하버드 비지니스 스쿨에서는 이런 것을 가르치는가?

삼성의 계열사들은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없이 가치가 불확실한 신설기업들을 사들이는데 수십억을 지불하고 있다. 유일한 설명은 이재용 씨가 삼성전자 부사장으로서, 또 부친인 그룹회장 이건희 씨의 후계자로서 자신의 새로운 역할에 전념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한국에서 기업경영의 우량아로 간주되어온 만큼 특히 실망스러운 일이다.

물론 이씨 일가는 삼성전자를 지금까지 (이재용 씨의) 인터넷 사업에 관련되지 않도록 배제시켜왔다. 하지만 주주들은 족벌집단이 거대기업의 한 쪽에서는 경영에 충실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이를 남용하도록 허용해서는 않된다. 적어도 상호출자라는 것과 이재용씨가 삼성전자에서 수행할 특출한 역할 때문이라는 것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 주주들은 철저한 설명을 요구해야 한다.

아시아 기업들에는 이런 부자관계와 신/구 경제가 혼재하는 관계가 다수 존재한다. 주주들은 이들을 주의깊게 지켜봐야 한다. 가장 저명한 부자기업인인 리 카싱과 리차드 리 부자는 지금까지 기업의 이해관계를 혼란스럽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건전한 기업경영을 바라는 투자자라면 끊임없이 경영을 감시하고 주식을 거래할 뿐 아니라 투표에도 사용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외국인 기관투자가들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기업이다.(이 부분은 칼럼 집필자의 착오인듯) 이 그룹의 실패는 이들 투자가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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