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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개혁이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는 지금 '21세기 대한민국의 통로' 인천국제공항에서 언론사 기자들의 20세기적 구태가 재현되고 있다.

3월 29일 문을 연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출입기자들에게 기자실 임대료를 부과하려 했으나 기자들의 강한 반발로 '실패'로 돌아갔다. 인천공항은 국세청, 검찰, 출입국관리소 등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관의 출장소에 대해 임대료를 부과하고 있으나 오직 출입기자들만이 강력 반발하고 있어 현재 임대료 부과 계획 자체를 취소해야할 처지에 놓여 있다.

인천공항 출입기자들은 대부분 김포공항 출입기자들로서 김포공항에서 기자실을 무상으로 이용해 왔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항 출입기자실은 미국이나 유럽, 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에는 없는 우리 나라만의 전통이어서 공항출입기자실이 필요한지, 기자들에게 유독 공짜사용이라는 특혜를 줘야 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 대외협력실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공항 측은 공항내의 모든 입점 업소 및 기관에 대해 임대료를 받는다는 입장을 정하고 출입기자들에게도 임대료를 받으려고 했으나 기자들이 강력히 반발해 현재는 기자실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며 "기자들에게 임대료를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최종 결정은 개항 후 한 달 안에 결정되겠지만 임대료를 받기에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재 인천공항 출입기자실은 20여개의 중앙 언론사 기자들이 들어와 있는 중앙기자실과 약 4-5개 정도의 경인지역 지방언론사가 들어와 있는 지방기자실이 있다.

인천공항의 한 관계자는 "다른 입점 기관들은 년간 제곱미터 당 50만원의 사무실 임대료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공항 측이 다른 입점 기관처럼 출입기자실의 임대료를 받게 된다면 약 52평정도인 중앙기자실의 경우 년간 8500여만원[50만원x52평x3.3(1평=3.3제곱미터)]을 임대료로 공항 측에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중앙기자들은 전화비 등 기자실 운영비로 한 달에 3만원씩을 내는 것이 전부다. 다른 기관들처럼 계산하면 월 3만원이 아니라 월 40여만원을 내야 한다.

인천공항의 한 출입기자는 "현재 임대료 개념이 아니라 사용료로 회사에서 3만원씩을 내주고 있다"며 "(인천공항은) 임대료를 요구하는 등 다른 출입처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민간자금으로 운영되는 인천공항이라 입주하는 모든 사무실에서 임대료를 받겠다는 입장인 것 같다"면서 "사실 (기자실 임대료는) 본질적으로는 옳지만 기자들한테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기자들의 반발로 인천공항은 년간 8500여만의 손실을 보게 되는 셈이고, 그 손실액은 그대로 인천공항공사의 적자폭을 늘리는 데 기여하게 될 게 분명하다.

인천공항의 한 관계자는 "기자실에 임대료를 부과할 것인지를 검토하기에 앞서 그것이 꼭 필요한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다른 나라 공항을 다 조사해봤으나 출입기자실이 아예 없었고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있는 기자도 없었다"면서 "다만 조그마한 기자회견장이 있어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기자들이 그곳에 들렀다가 가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 등 정부관공서 등이 다 임대료를 받지 않고 기자실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기자실 특혜'를 없애는 일이 부담스러워졌다"면서 "앞으로 (기자실 임대료 문제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난처해 했다.

비단 출입기자실 뿐 아니라 다른 부분에 대해서도 인천공항 측은 '기자에겐 특혜를 준다'는 기존 관행을 깨고 새로운 방침을 시도했으나 이 역시 기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개항을 하루 앞둔 28일, 중앙언론사 기자들은 '일반인 출입금지구역'에 들어가 취재할 수 있도록 인천공항 측에 출입증 발부를 요구했다. 김포공항의 경우 일반인 출입금지 구역이라 하더라도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기자들의 출입이 자유로웠다. 그러나 인천공항 측은 출입기자들의 요구에 대해 절대 불가 방침을 내렸다. "일반인 출입금지 구역은 국정원 소관"이라는 것이 인천공항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기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공항 측은 결국 '비표(출입증)'를 발급해 CIQ(검역, 법무, 세관 지역), 활주로 등 일부 지역에서의 취재를 허가할 수밖에 없었다.

한 출입기자는 "임대료부터 기자들의 취재를 제한하는 출입증까지 여러 가지 면에서 공항과 기자들 사이가 안 좋다"고 전했다.

인천공항의 한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 상층부에서 언론에 신중히 대하라고 단속하고 있다"며 "기자들이 반발하고 나서면 개항을 앞둔 공항에 대해 나쁜 기사가 나갈까봐 결국 (기자들의 요구를) 다 들어줘야 할 입장"이라고 호소했다.

공항출입 기자들은 지난 한달간 인천공항 개항 준비가 허점투성이라는 비판성 기사를 쏟아냈다. 그 기간은 공항측과 출입기자단이 기자실 유료화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을 일으키고 있던 때였다. 인천공항의 개항준비가 원활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임을 감안할때 비판기사의 홍수가 기자실 갈등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경찰청과 법원 등에서 수년간 출입기자생활을 했던 한 기자는 "기자실에는 출입처의 수많은 정보가 모이는 정보의 창고지만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국민의 '정보접근 평등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며 "기자실 임대료를 내고 안 내고의 문제가 아니라 정말 현재와 같은 출입기자실이 필요한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 봐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기사 계속됩니다. 아래 '이어지는 기사'를 클릭하시면 <"더 험한 소리 나오기 전에 기자실에서 나가란 말야"-출입기자실에서 쫓겨난 뉴스게릴라>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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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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