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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소프트웨어는 무엇일까? '한글', '나모웹에디터', 'V3' 등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프로그램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전세계적으로 5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거원 제트오디오의 활약상은 고무적이다.

황금빛 오디오 콤포넌트 인터페이스를 본 딴 제트오디오(Jet-Audio)는 97년 쉐어웨어로 출발, 일본,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윈앰프, 리얼플레이어, 미디어플레이어 등 세계적인 멀티미디어 재생프로그램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포부로 벤처사업에 뛰어든 거원시스템 박남규(37) 사장의 목표는 제트오디오에서 멈추지 않는다.

몇 달 전까지 연구소장 직함을 달고 있던 박남규(37) 사장은 지난 해 10월말 거원시스템 대표이사에 '재취임'했다. 거원시스템은 95년 4월 창사 이래 공동창업자인 박남규 사장과 제트오디오 정재욱(36) 사장이 사장과 연구소장직을 번갈아 맡는 사실상의 공동대표제를 6년째 유지하고 있다.

"초창기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 공동대표 개념도 안 좋아 보이고 외부 창구를 단일화하자는 차원으로 2년씩 번갈아 맡기로 했어요. 밖에서 보면 대표이사 교체가 대단한 일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론 아주 단순한 개념이죠."

2년만에 대표이사로 복귀(?)한 사연

한 사람이 쓰기에도 빠듯해 보이는 좁은 사장실도 박사장과 정사장 두 사람이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창업 이전까지 상아탑에서 연구에만 몰두해 온 정사장과 달리 LG전자에서 5년 동안 '기업 문화'를 접할 기회가 있었던 박사장은 연구보다는 회사 경영과 마케팅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와 달리 지난번의 '대표이사 교체'는 거원시스템에 있어 큰 의미를 갖는다. 정재욱 전 사장이 지난해 9월 100만 달러를 투자해 미국 현지에 설립한 제트오디오(Jetaudio Inc.)사 대표를 맡아 해외사업을 맡는 대신 박 사장이 국내 사업을 전담하게 된 것이다.

"제트오디오사는 단순한 지사 개념이 아니라 독립회사로 키울 생각입니다. 한때 리얼미디어와 양대 산맥을 이루다가 그 동안 미국 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못한 탓에 윈앰프, MS미디어플레이어, 주크박스 등 경쟁 제품이 늘어났어요. 현지 마케팅을 통해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생각입니다."

'거원소프트'가 아니라 '거원시스템'?

거원시스템은 제트오디오를 앞세워 일찌감치 해외시장으로 시야를 돌렸다. 특히 거원 제트오디오는 불법복제율이 낮은 일본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현재 일본 멀티미디어 재생 S/W 시장에서 제트오디오의 점유율은 70% 정도. 이는 월 5천개에 이르는 패키지 판매와 함께 연간 PC판매량이 360만대에 이르는 일본 후지쯔, NEC사의 PC 번들용 S/W로 잇따라 채택되면서 확보한 로열티가 큰 힘이 됐다. 지난해 거원시스템이 올린 38억 5천만원 가량의 매출 가운데 일본 수출액은 15억원대로 그 비중이 40%에 이르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정작 박 사장의 고민은 제트오디오의 명성이 자칫 거원시스템을 S/W전문업체로만 비춰지게 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거원시스템은 S/W개발업체가 아니라 디지털 멀티미디어 토털 솔루션 기업을 추구합니다. 회사 이름에 '시스템'을 넣은 것도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까지 포괄하는 전반적인 사업을 펼치자는 뜻이었죠."

실제 거원시스템의 사업은 디지털 오디오, 비디오, 보이스 세 분야를 아우르면서 각 분야별로 소프트웨어, 하드웨어와 인터넷 컨텐츠까지 포괄하는 토털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주력분야인 디지털 오디오사업의 경우 소프트웨어 부문에선 '제트오디오', 하드웨어는 MP3플레이어 '아이오디오(iAudio)', 인터넷 부문에선 SK텔레콤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모바일 AOD(Audio on demand)사업 등으로 나눠진다. 특히 MOD에 앞서 진행하고 있는 무선인터넷 CP사업은 SK텔레콤 n.Top CP들 가운데 클릭수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선전하고 있다.

"기획, 마케팅, 개발력 3박자가 맞아야"

학부와 석사 과정까지 함께 마친 90년 각각 박사 과정과 대기업 연구소로 갈라졌던 정재욱 사장과 박남규 사장이 다시 의기투합한 건 95년 4월이었다. 이른바 '포이밸리'라고 불리는 강남구 포이동 부근에 얻은 20평짜리 사무실에 직원이라곤 단 두 사람뿐이었다. 그들이 가장 먼저 개발한 제품은 전자앨범 소프트웨어인 '제트앨범'이었다. 하지만 첫 사업은 오래 가지 않았다.

"처음엔 좋은 제품만 만들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6개월만에 생각을 바꿨어요. 마케팅이 따라줘야 많이 팔리겠다고 생각했죠. 결국 소비자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어떻게 팔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 이 세 가지가 어우러져야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결국 그들이 선택한 사업은 당시 붐이 일기 시작하던 음성기술분야였다. 당시 그들이 개발한 음성합성(TTS) 소프트웨어는 삼보컴퓨터, 세진컴퓨터 등에 번들용으로 50만 카피 이상이 팔려나가는 '작은 성공'을 이뤄냈다.

없는 게 없는 '거원 슈퍼마켓'

거원시스템 8층 인터넷사업부 옆 탕비실엔 컵라면 상자들이 수북히 쌓여 마치 슈퍼마켓 창고를 연상시킨다. 실제 라면뿐 아니라 군것질거리까지 없는 게 없는 탓에 직원들 사이에서 사무실을 '거원 슈퍼마켓'이라고 부르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거원시스템이 추진하는 사업영역 역시 슈퍼마켓 못지 않게 다양하다. 하지만 주력사업인 디지털 오디오분야 외에도 음성인식증권 서버, 제트툴바, 음성인식칩 등 디지털보이스사업과 CTI사업, 인터넷 CP사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업영역을 감당해야 하는 거원시스템의 전체직원수는 단 50여명에 불과하다.

이렇듯 사업규모에 비해 인원이 절대적으로 적다보니 회사경영에 있어서도 효율성을 강조한다. 거원시스템의 사훈도 '일당백'. 직원수가 7~8명에 불과하던 2년전까지만 해도 영업사원 몫까지 혼자 도맡아해야 했던 박 사장의 경험에서 비롯된 의지다.

"새 직원을 뽑을 땐 그 사람의 프로의식과 주인의식만 봐요. 외부 변화가 빠른 상황에서 그런 마인드가 있어야만 빠른 적응이 가능하거든요. 그런 마인드를 지닌 사람이 많이 모여있는 게 회사의 가장 큰 힘이기도 하죠."


박남규 사장 프로필

1965년 3월생
1988년 서울대 공대 제어계측공학과 졸업
1990년 서울대 공과대학원 제어계측공학 석사
1990~95년 LG전자 영상미디어연구소 선임연구원
1995년 5월~ (주)거원시스템 사장

1987년 전국대학생논문대상 최우수상(산업용 PLC 개발)
1992년 장영실상 수상(음원IC개발, LG전자 개발팀)

(주)거원시스템(www.cowon.com)

대표이사: 박남규
설립일: 1996년 10월 1일(법인전환일)
자본금: 15억 2천만원
주요주주: 대표 및 임직원(78%), 보광창투(9.2%), SK텔레콤(8%)
직원수: 50명
주요사업: 디지털 오디오·오디오사업 및 음성기술
주소: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422-4 정희빌딩 7층
연락처: 02-578-8732

현재 거원시스템은 동양증권을 주간사로 4~5월경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고 9~10월경 코스닥 등록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코스닥신문 70호(2001.3.5)에 실린 내용를 오마이뉴스를 위해 재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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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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