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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하는 건 풍자지 패러디가 아니예요. 풍자는 사건을 깊이 있게 파헤치고 바람직한 길을 제시하는 역할도 해야 하죠. 옛날 봉산탈춤이 양반의 위선을 고발했듯이 엑스뉴스는 21세기에 맞게 업그레이드된 봉산탈춤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지난해 6월 세계적인 시사주간지 '타임(TIME)'지 아시아판에 '엑스뉴스'가 실렸다. 아시아 젊은이들의 벤처 열풍을 다룬 기사에서 엑스뉴스가 한국의 젊은 벤처기업을 대표해 소개된 것이다. 비록 이들에 관한 내용은 10여 문장 남짓에 불과했지만 엑스뉴스 직원들 사진이 타이틀로 나간 덕에 파급 효과는 컸다. 국내 언론의 관심을 끄는 계기가 됐고 덩달아 여기저기서 '일복'이 터졌기 때문이다.

민감한 시사문제를 성역 없는 풍자와 감각적인 패러디로 가공, 단 몇 분 짜리 플래시 애니메이션에 담아내고 있는 엑스뉴스 사이트(www.XNEWS.co.kr)가 젊은 네티즌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그 진원지인 (주)엑스뉴스의 '통 큰 사장' 김문종(33) 대표와 16명의 '간 큰 멤버들'을 2월의 첫 날 아침 찾아갔다.

타임지 때문에 뜬(?) '패러디 사이트'

오프라인 사회에 엑스뉴스를 알리는 계기가 된 건 타임지 보도였지만 네티즌들 사이에서 '엑스뉴스'의 명성은 이미 패러디 사이트의 원조인 '딴지일보'를 위협하고 있었다. 당시 7만명 수준이던 하루 방문객수는 이제 10만 명으로 늘었고 회원수만 35만 명을 헤아린다. 특히 매니아들이 많아 방문율 면에선 오히려 딴지일보를 앞선다는 것이 김문종 사장의 자랑이다.

"텍스트 중심인 딴지일보나 오마이뉴스와 달리 엑스뉴스는 동영상을 통해 부담 없이 시사문제를 접할 수 있어 젊은 사람들 감각에 맞아요. 오프라인으로 말하면 신문과 방송의 차이인 셈이죠."

온라인 인기 몰아 오프라인 매체 도전

각종 언론 보도로 엑스뉴스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김문종 사장을 비롯한 엑스뉴스 16명 식구들은 무척 바빠졌다. 각종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컨텐츠 제공을 의뢰해 오고 있고 심지어 공중파 방송에서도 일감을 의뢰할 정도다.

하지만 김문종 사장에겐 나름의 포부가 있다. 엑스뉴스 자체를 하나의 언론으로 자리잡게 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올 상반기 회원수가 100만 명에 이르면 대형 언론사와 제휴해 만화로 보는 시사잡지를 발간할 계획이다. 온라인에 머물지 않고 종이잡지와 동영상 CD를 통해 시사문제를 과감히 다룬 패러디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담아 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언론의 한계를 깨는 게 목표입니다. 옷 로비, 의약분업 등 아직까지 국민들의 의구심이 안 풀리고 있는 문제들을 과감하게 까발리고 계속 부각시켜 마무리시킬 수 있도록 하는 강한 힘을 가진 언론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엑스뉴스는 봉산탈춤의 21세기 버전"

"우리가 하는 건 풍자지 패러디가 아니예요. 패러디가 안티(Anti-)성이 강해 무조건 반대하고 욕하는 것이라면 풍자는 사건을 깊이 있게 파헤치고 바람직한 길을 제시하는 역할도 해야 하죠. 옛날 봉산탈춤이 양반의 위선을 고발했듯이 우리 개념은 21세기에 맞게 업그레이드된 봉산탈춤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냥 웃어넘길 수도 있는 내용들이지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민감한 이슈들을 다루다보니 종종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저를 비롯해 직원 대부분이 부산 출신이다 보니 풍자 내용에 지방색이 있다는 지적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다른 직원들은 다양한 지역에서 골라 뽑았죠. 실제 사장은 영남이지만 스토리작가는 호남출신이죠."

하지만 여전히 일부 회원들의 반발은 어쩔 수 없다. 때문에 이제는 70%에게만 좋은 소리를 들으면 성공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고 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총각 사장'

타임지가 김문종 사장을 소개하면서 대학 중퇴 경력을 강조했듯이 그의 인생은 출발부터 범상치 않았다. 부산 태생으로 동서대 국문과 87학번인 그는 틀에 박힌 학교 생활이 싫증나 학업을 중단하고 일찌감치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항공사 직원으로 시작해 국회의원 보좌관, 유통업체 경영, 고물상 사장 등 숱한 곡절을 겪었던 그는 친구들과 인터넷 무역업체를 설립하면서 엑스뉴스의 시발점을 마련한다.

"일종의 애니메이션 무역이었죠. 외국 바이어들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물건 용도를 알는 동영상 애니메이션 만들어 올렸어요. 하지만 제 성격이 무역업에는 맞지 않아 시사 쪽으로 방향을 튼 거죠."
부산 억양이 짙은 '부산 싸나이' 김문종 사장을 비롯한 7명의 창업 멤버들은 99년 5월 부산에서 시사 패러디 애니메이션 사업을 시작했다.

그해 12월 문을 연 엑스뉴스 사이트는 곧 네티즌들 사이에 좋은 반향을 일으켜 이듬해 2월 코스닥등록기업인 아이즈비전으로부터 종잣돈을 투자받기에 이른다. 그리고 곧바로 서울로 터전을 옮겨 테헤란밸리 중심가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직원 머리 염색비 지원하는 회사

"벤처정신이란 예전엔 헝그리 정신이었지만 이젠 꾸준히 학습하고 학습 통해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 갖는 것. 그리고 그 비전을 직원들과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인 것 같아요."

16명의 직원들의 근무시간은 오전 8시 반에서 새벽 2시까지 이어진다. 엄청난 업무강도지만 아직 사업 초창기여서 그들에게 주어지는 대가는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부산에서 올라온 직원들과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자신이라고 크게 나을 것 없는 상황이지만 늘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라는 김문종 사장. 때문에 업무에서만큼은 직원들의 자율을 최대한 존중한다. 더욱이 직원들 대부분이 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들로 창조적인 일을 하기 때문에 스스로 일하게 하는 분위기를 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복장이나 헤어스타일엔 아무런 제한이 없다. 오히려 회사에서 직원들의 염색비를 지원할 정도다.

"머리를 기르고 머리 색깔만 바꿔도 사고방식 달려져요. 남보다 특이하게 보임으로서 남의 시선 앞에 자신감이 생기는 거죠. 이제는 특이하게 나가야지 남만 따라가서는 승산이 없잖아요."

사이트 '쇼룸' 삼아 브랜드 인지도 확보

스스로 자신이 장삿꾼임을 강조하는 그는 엑스뉴스 사이트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회사의 '쇼룸'이라고 말한다.
"직원 16명밖에 안 되는 우리 회사가 공중파 방송에서 일을 따왔다는 건 순전히 기획력 때문이죠. 그래픽이 뛰어난 플래시 애니메이션 업체는 얼마든지 많지만 생각하는 연출, 기획력이나 표현력은 우리가 남달라요."

오피스텔 두 채에 16명 직원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아담한 회사지만 나름대로 수익 확보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엑스뉴스팀 외에 제작팀에선 방송국 동영상, 캐릭터 제작을 맡고 있고 모바일팀에서는 IMT-2000 시대에 대비해 모바일게임, 컨텐츠 등을 개발하고 있다. 또 자체 캐릭터를 활용한 팬시 사업도 준비하고 있고 내년에는 특허 출원한 전자상거래(B2B) 솔루션을 판매할 계획이다. 특히 아시안게임과 월드컵이 열리는 내년에는 국가와 기업 홍보 수요 증가로 디자인 산업 특수도 기대하고 있다.

"한 가지 역량에 집중해서 흐트러지지 않는 것. 이것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엑스뉴스가 하면 뭔가 다르다는 신비감을 가진 회사로 만들고 싶어요."

미국의 타임워너 같은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전문기업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가진 김문종 사장. 하지만 지금 당장은 엑스뉴스를 통해 단순한 사실보도가 아닌 한 번 더 비꼬고 뒤돌아볼 줄 아는 선도적인 언론을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가득 찬 젊은 벤처인이다.

Company Profile

(주)엑스뉴스(www.xnews.co.kr)

대표이사: 김문종
설립일: 2000년 2월 22일
자본금: 4억원
직원수: 16명
주요사업: 시사 패러디사이트(xnews.co.kr) 운영, 멀티미디어 컨텐츠 및 캐릭터 개발
주소: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319-11 두산베어스텔 1201,2호
연락처: 02-583-1810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코스닥신문 66호(2001.2.5)에 실린 글을 오마이뉴스를 위해 재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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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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