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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과 전망>의 이명원 씨
ⓒ 오마이뉴스 이종호
글: 홍성식 기자
사진: 이종호 기자


<비평과 전망>. 귀에 익은 잡지는 아니다. 하지만 이명원, 고명철, 홍기돈 서른 한 살 동갑내기 소장 비평가 3인이 편집위원으로 있는 이 잡지는 99년 11월 창간호를 낸 이래, 세칭 문학권력에 대한 최초의 조직적인 저항으로 논란과 함께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창간호에서 문단의 관행화된 불합리와 권력화된 반지성, 인정주의에 몰입된 진정성의 결여를 타기하고, 비판 저널리즘의 자율성과 독립성 확보, 대안적 문학이념의 구체성과 현장성을 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00년 12월 발간된 3호까지 <비평과 전망>에게 비판의 화살을 맞은 인물과 집단이 적지 않다. 90년대 대표적 인기작가인 백민석과 성석제, 하성란, 김영하, 김종광 등이 그렇고, 인지도와 저서 판매량에서 한국문학의 대표작가격인 이문열이 그렇고, <창작과비평> <문학과사회> <문학동네> 등의 유력 문학잡지가 그렇다.

편집위원 중 한 명인 이명원은 2000년 9월 서울대 김윤식 교수의 표절 의혹을 제기한 <타는 혀>(세움)의 발간으로 문단에 뜨거운 화두를 던지기도 했으며, 이로 인해 재학 중이던 서울시립대 국문과 박사과정에서 자퇴하는 개인적 불행을 겪기도 했다.

비평의 지평을 문학에 한정하지 않고, 영화, 환경, 의료제도 등의 사회문제에까지 넓혀갈 것이라는 <비평과 전망>. 이 잡지를 주도하는 젊은 비평가 세 명을 2월1일 오후 광화문의 한 찻집에서 만났다.

답변: 이명원(이), 고명철(고), 홍기돈(홍)

- 간략한 자기소개와 근황을 말해달라.
(홍)"70년 제주 생이다. 중앙대 국문과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현재 중앙대 강사다."

(고)"70년 제주도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 국문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70년 서울 생이다. 서울시립대 국문과 박사과정을 지난 해 중퇴했다. 한겨레신문에 칼럼을 연재 중이다."

- 당신들은 <비평과 전망>을 통해 모였다. 그 이전부터 면식이 있었나? 없었다면 당신들을 모이게 한 동력은?
(고)"만남은 우연한 계기로 이루어졌다. 98년 12월에 같은 학교에 다니는 이명원 씨의 동생을 통해 이명원 씨를 만났다. 만난 첫날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이 비슷하다는 걸 알았다. 이후 이명원이 교수신문에 있던 홍기돈을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 <비평과 전망>이 급조된 졸속잡지라는 오해에 대한 변명도 하고 싶다. 우리의 만남부터 99년 11월 창간호를 내기까지 1년에 걸쳐 수많은 토론과 세미나를 했다. <비평과 전망>은 그 성과물이다."

- 99년 11월 창간호를 낸 이래 '공격적 비평가 그룹'이란 명칭을 얻었다. 이 단어가 마음에 드는가?
(이)"다소 과장된 표현이다. 우리가 행하는 비평의 성찰성과 유연성은 제외시키고, 특정 부분만을 부각시켰기 때문에 나온 표현이다. 우리는 비평의 수순을 제대로 밟고 있다. 받아들이기 힘든 명칭이다."

(고)"부연되는 이야기지만, 우리의 비판은 문제제기에 대한 꼼꼼한 검토 없는 딴지걸기는 아니다."

(홍)"공격적이라는 평가도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공격적 글쓰기만이 아니라 세부적인 작품평도 하고 있다. 경직화된 관행 속에서 일상적이지 않은 <비평과 전망>의 글쓰기 방식이 그런 평가를 있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비평과 전망>은 창간호부터 2000년 12월 발간된 3호까지 모두 표지에 인물을 싣고 있다. 여타 문학잡지와 구별되는 것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가?
(이)"우리나라 대다수 문학인들은 '앎'과 '생활'이 분리 되어 있다. 이런 측면에서 긍정적인 인물이건 부정적인 인물이건 특정 인물의 발언에 책임과 의미를 부여하자는 측면에서 그렇게 한 것이다. 디자인 개념에서 차별성을 부각하자는 의도도 없지 않았다."

▲<비평과 전망>의 고명철 씨
ⓒ 오마이뉴스 이종호
- <비평과 전망>은 창간호에서 지향점을 밝힌 바 있다. 그 중 '관행화된 불합리'와 '권력화된 반지성', '진정성에 투철하지 못한 인정주의'를 타기하겠다는 것이 포함돼 있다. 각 항목의 구체적인 예를 들어본다면.
(홍)"최근 <문학과사회> 헤게모니가 3세대로 넘어갔다. 그럼에도 불구 2세대인 정과리가 남았다. 그 이유가 '그가 물러나면 불문과(서울대)가 없어서'라고 한다. 바로 이런 게 권력화된 반지성이다. 최근에 문학과지성사에서 김연경의 소설이 출간됐다. 그의 작품은 최소한의 문장수련도 안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책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서울대 출신 프리미엄이라는 의심의 여지가 충분하다. 이런 것이 관행화된 불합리다. 진정성 없는 인정주의의 예로는 서정주의 죽음 이후 이문구 씨가 보인 서정주에 대한 태도변화 등을 들 수 있다."

(고)"문학의 위기라고 말한다. 하지만 잘 팔리는 책이 많아지는 것만으로 위기가 극복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윤대녕, 신경숙 등에게 격에 맞지 않는 호평을 남발해 스타급 작가만을 양산하려고 하는 것은 지성적인 비평가들의 반지성적 양태인 동시에 관행화된 불합리에 다름 아니다."

(이)"커뮤니케이션 구조가 왜곡되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비평과 전망> 3호에서 홍기돈에 행한 <창작과비평>에 대한 비판에 창비 측에서는 어떤 반응도 보이질 않았다. 비단 이 문제만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90년대 이후 창비는 민족문학론이 제기되어야 할 시점에서 언제나 침묵으로 일관했다. 또 하나, <문학과사회> 최근호에 실린 최성실의 글은 들뢰즈의 '탈주이론'으로 젊은 작가들을 비평하고 있다. 들뢰즈는 열린 개념으로 해석되는 사람이다. 폐쇄적인 <문학과사회>에서 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 창간호에서 '내부에서 실천하고 외부에서 연대한다'라 했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실천하고 누구와 연대하겠다는 의미인가?
(홍)"개인적으로 문학은 사회와 밀착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미 우리 문학은 자정능력을 상실했다. 그래서 안티조선과의 연대, 91년 5월 기념사업회 등과 연대를 모색했다."

(이)"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문학판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문학 내에서 문학을 치유하는 것은 이미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사회에 특정의제가 생성될 때 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 한다."

- 90년대 인기작가들인 백민석, 성석제, 김영하, 하성란 등을 집중조명하고 있는데, 통칭 90년대 이후 작가들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세부적으로 논하고 싶은 작가가 있다면 누구이고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는지.
(고)"다양한 색깔을 지닌 그룹이라 하나의 범주로 묶기는 힘들다. 그러나 가벼움의 수사학이라는 면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일상의 미시적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특히 성석제는 그 중에서도 재밌다. 기존 소설의 틀을 깨는 형식도 좋고. 하지만 이야기로서의 재미 외에 문학적 자기성찰과 반성적 사유가 없다는 것이 흠이다."

(홍)"신경숙, 윤대녕, 은희경 등이 90년대 문학사가 쓰여진다면 논의될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소설정신을 가지고 이 사회에 맞서는 사람들은 아니다. 그들의 작품엔 서사성이 붕괴되어 있고, 욕망 승인의 문제가 도외시되고 있다. 이들이 단편에서야 미적 성취를 이룰 수 있겠지만, 장편의 경우는 신뢰할 수 없다. 개인적으론 소설보다 시 읽기가 더 매력적이다. 이정록과 권혁웅 씨를 주목하고 있다."

(이)"개인적이고 사적인 삶의 소중함을 표현해냈다는 면에서 이응준을, 동성애자, 일탈 청소년 등 사회적 소수자를 소설에 반영했다는 면에서 백민석을 주목했다. 그러나 최근 두 사람 다 자기 스타일이 상투화되는 것 같아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근간엔 일상성과 역사성을 포괄하고 있고 거기에 체험의 영역까지 확보한 김종광의 소설과 아름다운 문체와 묘사의 정확성, 당대 농촌현실의 소설적 재건이 돋보이는 전성태 씨의 작품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 권성우는 당신들에게 '적나라한 언어사용에 대한 성찰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는데.
(이)"창간호에서 반경환이 <문학과사회>를 지칭해 '정신병자'라는 표현을 쓴 것이 지적의 빌미를 제공한 것 같다."

- 당신들의 비평 혹은, 비판이 지나치게 거시적이라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평도 있다. 이에 대해 최민성은 '거시적 병폐를 낳는 미시적 원인들에 대한 철저한 해부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는데.
(홍)"구체적이지 않은 적이 없다. 나는 논쟁은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쓴다. 백낙청에 대해서도 에둘러 간 적이 없다."

(고)"창간호에 대한 지적 같다. 하지만 창간호에서 모든 걸 다 보여줄 순 없다. 논의의 출발점을 확보하려 한 선언 투가 오해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이)"기대가 큰 것에서 나온 반응이 아닐까싶다. 기존의 문학관련 매체에서 다루는 작가는 겨우 20~30명으로 한정돼 있다. 중심에 있지 않은 작가도 찾아내라는 뜻으로 파악하고 있다."

- 작년 9월 발간된 이명원의 <타는 혀>는 여러 측면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 저자로서 만감이 교차했으리라 보는데. 이후 김윤식이나 백낙청으로부터 어떤 제스처나 언급이 있었나?
(이)"없었다. 그 이유는 불필요한 논쟁에 빠지고 싶지 않아서기도 하겠지만, 논쟁을 할 자신감의 결여가 더 큰 이유가 아닐까. 내가 직접적으로 비판한 사람이 김윤식이고 백낙청인데 당사자의 어떤 언급도 없으니 유감이다."

- <타는 혀>의 출간 이후 느낀 바가 있다면.
(이)"학계의 두터운 벽을 실감했다. 한국사회의 배타적인 룰도 체감했다. 선배교수의 친일행적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재임용에서 탈락한 김민수 교수 사건을 보며 내가 한 일이 용감한 일이었다는 것도 알았다. 지금도 나는 옳은 선택을 했다고 믿는다. 앞으로도 내 작업에 대한 생산적 연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타는 혀>에 관해서도 칭찬과 더불어 비판의 소리가 있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오른 독자 의견 중 '위반의 상업성'을 지적한 게 있던데.
(이)"책에 수록된 글들은 출판을 염두에 두지 않은 논문이었다. 그럼에도 그런 비판이 있은 것이 다소 서운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중함에 관해서는 나름의 반성도 있었다."

(홍)"생각해 보라. 투자에 비해 이윤이 턱없이 적은 행위를 한 것이 상업적인가? 이명원은 그 책 출판으로 학교까지 그만뒀다. 이명원이 바보인가?"

▲<비평과 전망>의 홍기돈 씨
ⓒ 오마이뉴스 이종호
- 3호의 '네오 파피루스'를 통해 문부식 당대비평 편집장과 인터뷰를 했다. 그에게 조선일보에 대한 견해를 물은 것으로 안다. 당신들이 평가하는 조선일보와 안티조선은?
(이)"조선일보는 똘레랑스가 안 되는 집단이다. 안티조선엔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고)"몸집만 크고 뇌는 작은 공룡같은 존재가 조선일보다. 안티조선의 노선엔 동의한다. 그러나 말만이 아닌 자기희생이 담보된 운동으로 전개되어야 앞으로도 신뢰가 가능할 것이다."

(홍)"조선일보는 저급하고 왜곡된 이데올로기를 생산하는 집단이다. 안티조선은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집단이다."

(열린 인터뷰 계속 됩니다. 아래를 클릭하세요.)
"약자와 강자의 자기확신은 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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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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