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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간의 집중연재 세째주 다섯째날---오마이뉴스는 11월 21일부터 4주간 삼성의 편법 세습의 진상과 그 책임을 묻는 기사 '이재용은 왜 우리와 출발선이 다른가'를 집중연재합니다.--- 편집자주)

<2신> '편법상속'에 맞서는 '편법시위'

'대사관 100m 근방 집회금지'구역인 시청앞 삼성본사 건물 앞에서 집시법의 허점을 이용한 새로운 유형의 시위가 펼쳐졌다.

오늘의 이색시위 트리오. 왼쪽부터 곽승룡(방송대 법학) 교수, 조승현(방송대 법학) 교수, 이선근(민주노동당 재벌대책위원장)
ⓒ 오마이뉴스 노순택

12월 8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삼성본관 앞. 서울지검에 2만명 서명용지를 전달하며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구속수사를 촉구한 스탑삼성 20여명은 이곳으로 이동했다. 이미 삼성 본관앞에는 전경 150여명이 집결한 상태. 삼성 본관 바로 왼쪽 삼성생명빌딩 21층에는 엘살바도르 대사관이 입주해 있고, 오른쪽 삼성태평로 빌딩 19층에는 싱가폴 대사관이 입주해 있어 그 일대는 집시법상 모두 '집회금지구역'이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그러나 스탑삼성은 그 앞에서 효과적인 시위를 펼쳤다. 스탑삼성은 100m밖인 상공회의소 앞에 모여 한사람씩, 20m의 거리를 두고, 'stop삼성'이라는 마스크를 쓰고, 삼성의 부당한 세습을 규탄하는 피켓을 든채 삼성본관 건물 앞을 지났다.

이 '행렬시위'의 맨 앞에 선 조승현 교수(방송대 법학)는 "변칙증여 불법세습 이건희를 구속하라"는 피켓을 들고 있었고 그 뒤 박승룡 교수(방송대 법학)가 든 피켓에는 "이건희를 구속하라"고 씌여 있었다. 행렬시위에 참가한 사람은 모두 13명으로 총 360m 이상 이어졌다. 이들은 서로의 간격을 유지한 채 삼성본관 앞을 천천히 지나 100m 밖인 구대한일보 빌딩 앞에 모인 후 다시 뒤돌아 삼성본관 앞을 또다시 지났다.

오마이뉴스 집중연재 특집판 '이재용은 왜 우리와 출발선이 다른가'

오마이뉴스 집중연재 '삼성 변칙증여' 실태
<1탄> 삼성 에스원과 삼성 에지니어링
<2탄> 제일기획과 삼성에버랜드
<3탄> 삼성전자
<4탄> 삼성전자 CB발행무효소송
<5탄> 삼성자동차

ⓒ 오마이뉴스 노순택
집회를 저지하기 위해 출동했던 경찰은 처음에 행렬의 길을 막았으나 "이것은 집시법상 집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조승현 교수의 강력한 항의에 물러섰다.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은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고 서로 떨어져서 혼자 지나기 때문에 집시법에 저촉되는지 판단하기가 힘들다"면서 "확실히 교수들이라서 그런지 기발하다"고 말했다.

스탑삼성 관계자는 "현행 집시법상 2인이상이 20m이내에 모여있는 것을 집회로 보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이런 방법을 생각해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서명용지를 온몸에 두르고 행렬시위의 맨 앞에 선 조교수는 이것도 일종에 법의 허점을 이용한 '편법시위'가 아니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재벌불법세습 문제의 핵심이 뭐냐는 것이다. 검찰에서 수사하는 시늉도 안하는 것은 정치권력이 경제권력의 편을 드는 것이다. DJ정권이 재벌의 범법행위를 단죄하지 않고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이것은 적극적이지는 않을 망정, 새로운 유형의 소극적인 정경유착이다."


<1신> "이회장을 구속수사하라" 스탑삼성, 서울지검 앞 시위

ⓒ 오마이뉴스 노순택
"여기 삼성 변칙증여 수사촉구 2만인 서명을 접수시켜주십시오."
"상법 이상입니까?"
"상법, 형법 다입니다."
"접수됐습니다."

재벌 3세의 변칙증여를 단죄해야 한다는 시민 2만명의 의지가 검찰에 전달됐다.

'삼성 등 재벌의 불법세습척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상임대표 함세웅 신부, 이하 스탑삼성)' 관계자인 곽노현, 조승현, 박승룡 교수(방송대 법학) 등 5명은 12월 8일 오후 12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시민 2만명의 서명을 서울지방검찰청 민원실에 공식접수했다. 스탑삼성 관계자는 "2만명의 서명은 지난 10월부터 약 2개월간 길거리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직접, 일대일로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서명 접수에 앞서 스탑삼성은 서초동 서울지검 앞 법원삼거리에서 검찰의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수사를 촉구했다. 약 80여명이 참석한 이날 집회에서 곽노현 교수는 "삼성의 에버랜드 주가조작 혐의는 2주일이면 충분히 조사할 사안"이라며 "공권력의 상징인 검찰이 일개 재벌에게 무릎 꿇는 비참한 현실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이하 삼성해복투) 김성환 위원장은 정부의 공적자금 조성계획을 언급하면서 "재벌들에게는 세금도 물리지 않은 채 노동자, 서민들에게만 공적자금의 부담을 지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2만여 명의 서명이 담긴 용지를 서울지검에 제출한 스탑삼성
ⓒ 오마이뉴스 노순택
스탑삼성은 지난 6월 29일 전국 법학교수 43명의 이름으로 삼성 이건희 회장과 계열사 경영진을 배임 혐의 등으로 서울지검에 형사고발했다. 또한 10월 30일에는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 등 노동계 대표자 250명이 같은 혐의로 이회장을 2차 고발했다. 그러나 고발장을 제출한 뒤 6개월이 지난 오늘까지 서울지검에서는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

스탑삼성 정재연 간사는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지검 특수2부 변찬우 검사는 '조사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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