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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름은 장호일이다. 그는 약 7년동안 한국 대중음악의 한 축을 차지했던 '공일오비'의 멤버였다.

그를 만나러 가는 길, 도로를 가득 메운 은행잎들 위로 발길을 재촉해본다. 나는 '第四府(제사부)'라는 노래를 듣고 있다.

'第四府(제사부)'
이 노래는 공일오비 4집 앨범에 들어있는 노래로, 앨범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 제사부란 입법, 사법, 행정부에 이은 제4의 권력기관인 언론을 의미함. 이 노래는 고급 저널리즘의 포장하에 무책임과 상업적 비판주의에 찌든 Yellow Journalism(황색언론)에 보내는 015B의 Message 입니다.

일부에서는 오마이뉴스를 황색언론이라고 비판한다. 그리고 기자는 오마이뉴스에서 일한다. 어쩌면 그와의 만남은 너무도 어색한 것이었다.

장호일 씨는 공일오비의 멤버, 정석원 씨와 함께 neostar21.com 이라는 사이트로 인터넷 사업을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의 모토가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면, 네오스타21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가수다"라고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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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구 역삼동 소재의 스튜디오에서..
ⓒ 배을선
가수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네오스타21을 통해 자기 음악을 올려놓고, 네티즌들에게 그 음악에 대한 평가를 받는, 직설하자면, 가수캐스팅사이트이다. 장호일 씨는 가수를 찾고, 만들어내는 일을 하고 있다.

강남구 역삼동의 한 녹음 스튜디오.
기자가 도착했을 때, 그는 보이지 않았다. 전화를 했다. 오고있는 중이란다. 한참을 홀로 앉아있다가 사람들이 드나드는 검정색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곳에는 20대 전후의 앳된 모습의 남자들과, 20대를 껑충 넘어선 몇몇의 남자들이 음반 작업을 하고 있었다.

김경도(18), 박종민(19), 박태진(20), 이승표(18)..
그들은 현재 장호일 씨가 가수로 키우고 있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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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도(18)
ⓒ 배을선
"PRIX"
아직 완전히 정해진 이름은 아니지만, 그들의 그룹 이름은 "프릭스"라고 한단다.

'미쳤나봐'라는 그들의 노래가 스튜디오에 흐른다. 장호일 씨가 도착했다.
"이 노래 좋네요. 리듬도 좋구..."
기자의 칭찬에 이은 장호일 씨의 대답은 의외로 간결했다.
"원래 스튜디오에서 들으면 아무 노래나 다 좋습니다."

장호일 씨가 "프릭스"와 함께 한 시간은 8개월, 그는 8개월 연습도 모자라다면서 음악이 몸에 배려면 몇 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비공개 오디션으로 "프릭스"를 찾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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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민(19)
ⓒ 배을선
김경도... 인터넷을 뒤져서 찾아내었다.
박종민... 가수가 되겠다고 데모테이프를 들고 왔는데, 노래를 잘해서 바로 캐스팅.
박태진... 오프라인에서 만나보고 O.K
이승표... KBS 출발 드림팀에서 아르바이트로 비디오 테이프를 나르고 있는 것을 보고.

캐스팅이야 모두 다른 방식이었지만, 몇 번의 오디션을 통해 가수의 소질을 인정받은 이들은 그 이후로 일주일에 2~3번 정도 사무실에 와서 노래연습을 하고, 스튜디오에서 녹음 스케쥴이 잡히는 대로 2번 정도 노래 연습 및 녹음을 하고 있다.

장호일 씨가 4명에게 테이프 하나씩을 나누어준다. 이 테이프는 장호일 씨가 손수 녹음을 해준 것으로 집에 가서 틀어보고, 듣고, 따라 불러야하는 일종의 노래숙제인 셈이다. 도대체 연습은 몇 시간이나 하냐는 질문에 "안되면 될 때까지"해야하는 게 연습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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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진(20)
ⓒ 배을선
"프릭스"의 음악색깔은 '자이브(Jive)'이다. 세계적인 팝그룹 Backstreet Boys나 N'sync 가 추구하는 음악과 비슷한, 락과 펑키한 음악의 혼합체. 그것이 그들의 음악이 될 것이다.

김경도, 박종민 씨가 보컬, 박태진, 이승표 씨가 랩을 맡고 있다. 랩을 연습, 녹음 중인 이승표 씨에게 장호일 씨가 한마디한다. "랩퍼의 생명은 박자라니까, 그 박자를 못 맞추면 어떡하니?"

"프릭스"는 춤도 출 것이다. 안무는 '피플 크루'라는 팀이 맡았다. 지금은 녹음이 급해 춤연습을 소홀히 하고 있지만..

공일오비의 장호일 씨가 만든다는 가수, 그래서일까? 기자는 무언가 공일오비 같은 색깔의 가수를 만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프릭스"에게서는 까마귀는커녕, 비둘기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공일오비(空一烏飛). 공중에 까마귀 한 마리가 날아간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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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표(18)
ⓒ 배을선
장호일 씨는 스스럼없이 말한다. "세월이 많이 바뀌었지요.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대가 너무나 빨리 바뀌어가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제 가수는 시대에 맞추어가면서 자기 음악을 발전시켜야 하죠. 노래, 랩, 춤, 모든 면에서 완벽해야 요즘의 가수가 될 수 있는 거지요."

이 시대를 살아가고, 또 이 시대의 음악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의 말에 숨겨진 의미를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씁쓸했다. 무엇이 우리시대를 이토록 빨리 바뀌게 하는가?

다시 노래를 부르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 음악인, 뮤지션이라 함은 어떤 형태로든 음악활동을 하는 사람이란다. 음악을 작사작곡하고, 스튜디오에서 항상 음악을 접하고, 다른 형태의 음악활동을 하지만, 그것으로 만족하고 즐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단다. 며칠 전 성공리에 콘서트를 마친 조용필 같은 가수도 있다며 기자가 말꼬리를 잡자, 그가 말한다. "아주 극소수이죠, 한국에서 나이 들어서까지 계속 노래 부르는 가수로 남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고, 관객에게 그것이 얼마나 추하게 보여지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알지요." 질문의 맥이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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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표 씨가 랩연습, 녹음을 하고 있는 중
ⓒ 배을선
"뭐, 그래도 제가 즐거워서 하는 일인데요, 제가 원래 광고인이었던 것 아시죠? 광고인에서 가수, 또 가수에서 사업가로 변모한 장호일, 저와 제 무리들을 앞으로 지켜봐 주십시오.."

피식하고 웃는 그에게서 술냄새가 난다. 새벽 4시부터 2시간동안 마신 술이 아직 덜 깨었다나? 그러고 보니 그의 얼굴이 빨갛다. 진정한 예술가는 술을 떼어놓고 말할 수 없는 모양이다.

가수캐스팅으로 함께 인터넷사업을 하자고 3년을 꼬신 결과, 정석원 씨도 미래의 가수들을 위해 작사, 작곡을 열심히 하고 있다. 그 동안 공일오비의 행보에 대해 궁금해하던 사람들에겐 아무래도 반가운 소식이다.

어떻게 오마이뉴스를 알았냐는 마지막 질문에, 전공이 컴퓨터 공학인 정석원 씨가 웹서핑 끝에 찾아낸 사이트라며, 두 사람 모두 즐겨찾는 언론사이트라고 한다. 접대용 멘트가 아니냐고 하자, 아니라고 한다. 그들이 좋아하는 언론사이트라니, 그들이 '第四府(제사부)'에서 노래하던 그 황색언론에 대한 의문이 조금은 풀린 셈이다.

장호일 씨와 "프릭스", 그들을 뒤로하자, 따스한 가을햇살이 앞으로 쏟아졌다. 어색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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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릭스(PRIX), 몇 달 후 가요계 등장을 기대해 주세요!
ⓒ 배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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