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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의 회담. 의료계 파업 철회. 판교·화성·천안 신도시 건설 유력. 10월 11일(수)자 중앙일간지 초판은 대부분 이 세가지 뉴스를 1면에 싣고 있습니다.

다음날 신문을 미리 살펴보고 독자들에게 전해주는 「미리보는 조간」. 오늘은 한가지 뉴스와 한가지 칼럼을 독자들에게 전합니다.

매향리에서 수거한 탄피로 만든 '자유의 신 in korea'가 ASEM 회의장 앞에 세워집니다. 중앙일보와 한국일보에 따르면 민중미술 작가 임옥상(50) 씨는 미공군 폭격 훈련장인 경기도 화성군 매향리에 미군이 투하한 폭탄과 탄피를 모아 6m 높이의 상징조형물을 세울 계획입니다. 탄피와 파편을 용접해 만들 계획인 이 조형물은 한쪽 다리에 의족을 댄 남자 모습이라고 합니다.

이 조형물은 ASEM 개막일인 10월 20일에 맞춰 NGO행사 때 공개될 예정이며 이후 매향리 주민대책위 사무실 앞마당에 영구보전한다고 두 신문은 전하고 있습니다.

한겨레신문의 주미 특파원으로 유명한 정연주 기자가 칼럼을 통해 젊은 언론인에게 '한마디'를 했습니다.

정기자는 한겨레신문 10월 11일자 10면 '정연주 칼럼 - 한국신문의 조폭적 행태'에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조폭'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 일부 신문의 행태를 보면 칼과 몽둥이를 마구 휘두르는 조폭의 행태와 무엇이 다른가 하는 참담한 생각이 든다"며 "이런 수준의 신문들이 신문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하면서 이 땅을 황폐화하고 있는 이 처절한 상황이 계속되는 한, 이 땅에 사랑과 평화가 가득한 공동체 건설을 바라는 것은 허망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지막 문장에서 정기자는 젊은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젊은 언론인들이여, 일어나 조폭적인 사주들에게 저항하라."

다음은 정연주 칼럼의 전문입니다.

<한국 신문의 조폭적 행태>

1970년대 후반,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감옥에 간 적이 있다. 자유언론을 외치다 75년 동아일보에서 추방된 선배들과 함께 구속됐다. 그때 같은 감옥에 들어 와 있던 우리나라 조직폭력계의 거물급 몇명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막강한 힘과 조직과 돈을 가진 대단한 특권층이었다. 청와대 경호실과 검찰 고위급들이 구치소장 방까지 찾아와 특별면회를 했고, 교도소 내에서도 자유롭게 활보하고 다녔다. 왕초를 보살피는 부하들의 극진한 태도를 보면, 그들은 분명 황제였다. 그 황제의 말 한마디에 부하들은 죽음도 마다하지 않을, 절대적인 충성심까지 보였다. 이들이 풀려 나갔을 때 교도소 앞에 늘어선 수십대의 고급 승용차와 부하들의 행렬은 영화에서나 봄직했던 대단한 장관이었다고 한 교도관이 전해줬다.

`야성' 이름아래 무차별 공격

한국 조폭의 역사를 보면 신상사파가 명동을 지배하던 7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주먹'이 지배하던 `낭만적인' 시대였다. 그러나 일본 회칼과 몽둥이가 등장하여 신상사파를 무너뜨린 이후 이땅의 조폭들은 잔인하고 냉혹해졌다. 자기들의 이익과 관할영역 확대를 위해 무자비하게 칼과몽둥이를 휘둘렀던 것이다.

최근 일부 신문의 행태를 보면 이들이 칼과 몽둥이를 마구 휘두르는 조폭의 행태와 무엇이 다른가 하는 참담한 생각이 든다. 실제로 해당 언론사 내부에서조차 “우리가 조폭과 무엇이 다르냐”는 자조섞인 개탄의소리도 들린다.

정상회담 이후 <조선일보>가 보여온 사설 논평은 거의 무차별적 공격이 주종을 이룬다. 6월 13일자 사설에서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된다”던 조선일보는 그뒤 남북간 각종 회담이 열릴 때마다 사사건건 트집을 잡았다. 첫 국방장관 회담 때는 `긴장완화'가 빠졌다고 다그쳤고, 이산가족 회담 때는 `면회소 설치' 문제에 진전이 없었다고 호되게 비판했다. 그러다가 일부 회담에서진전이라도 있을라치면 이번에는 `과속'이라고 나무랐다. 남북 화해시대에 대한 극도의 혐오와 저항이 사설과 칼럼 곳곳에 피처럼 배어있다. 그 모습이 조폭의 격한 칼질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무차별적 비판이 `야성'이라는 이름아래 정당한 언론행위처럼 일부에서 평가되기도 한다.

극우와 수구라는 이데올로기에서 이처럼 격렬한 붓의 칼을 휘두르는 조선일보와 달리 <동아일보>는 일관성도 없이 자기들의 조직이익을 위해 마구 칼을 휘두르는, 전형적인 조폭 체질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동아일보 보도가 심상치 않다. 정부비판의 강도를 높이면서 영남지역 문제를집중적으로 부각시켜 동아일보 내·외부로부터 의혹의 눈길을 받고 있다”. <미디어 오늘>이 최근 전한 내용이다. 동아일보 9월 9일자 '대구 부산에는 추석이 없다'는 기사에 대한 회사 안팎의 비판을 전한 이신문은 동아일보가 정부 `때리기', 영남 `달래기'를 하는 원인으로 열세에 몰린 영남권 사세 확장을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도 실었다. 그리고 “정부에 요구했던 부지매입과 동아방송 반환요구가 거절된 때문이라는 지적도 언론계 내부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젊은 언론인들 일어나라

언론망국론이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군부 독재정권에 빌붙어 온갖 굴종과 왜곡으로 군부 독재정권의 수명을 떠받쳐온 수구언론, 조폭의왕초처럼 제왕적 권력을 누리면서 조폭적 행태를 일삼는 세습 수구언론의사주들, 이들 사주들에게 충성을 바치는 중간 보스들의 노예근성과 이들이 휘두르는 붓의 폭력성, 조폭의 관할영역 확대를 위한 피투성이 싸움처럼 판매부수 1위를 위해 벌이는 살인적인 판매 경쟁 양태, 이런 조폭 수준의 신문들이 신문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하면서 이 땅을 황폐화시키고 있는 이 처절한 상황이 계속되는 한, 이 땅에 사랑과 평화가가득한 공동체 건설을 바라는 것은 허망한 일이다. 젊은 언론인들이여.일어나 조폭적 사주들에게 저항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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