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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원모습
▲열려진 대문 사이로 보이는 단식원의 모습
ⓒ 배을선

지하철 2호선을 탄 후, 3호선으로 갈아타고, 택시를 타고 들어간 은평구 갈현동의 '선 단식원'. 북한산이 훤히 보이는 공기 좋고 물 좋은 이 곳에 기자는 하루 단식을 하러 갔다.
하루 단식하는 것으로 단식의 의미를 알겠느냐마는, 그래도 단식원에 가서 굶기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 요즘에는 지루한 단식생활을 달래어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단식원의 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건물은 흔하게 볼 수 있는 7, 80년대식 3층 주택이었다. 1층에는 헬스운동기구들이 놓여져 있고 빛소금사우나, 화장실, 샤워실과 노래방 D.D.R 등이 마련되어 있었다. 왠지 입구를 잘못 찾은 것 같아 2층으로 올라가니, 4개의 방이 있고, 그 중 하나가 상담실. 정선미 원장과 대강 인사를 끝내고 '단식'을 하는 무리들과 섞일 수 있었다.

단식은 무엇일까? 보통 '비만인 사람들이 쉽게 살을 빼기 위한 다이어트의 한 방법'으로만 인식하고 있는데, 단식은 자연에 순응하는 자연법칙이다. 일정기간 동안 음식물의 섭취를 중단함으로 인해 오랫동안 과식이나 더러운 음식물로 혹사당해왔던 소화기관을 쉬게 하여 소화 및 흡수기능을 회복시킴과 동시에 몸 안에 쌓인 노폐물을 배출시킴으로 각종 질환을 치유하는 것이다.

또한, 단식은 머리를 맑게 하고 피를 깨끗하게 해주어 강인한 정신력을 배양시켜준다. 이렇게 몸이 달라지고 체질이 개선이 된 후에 생리메카니즘의 작용으로 체지방이 분해되는 것이니, 살이 빠진다는 것은 단식의 1차적 목표가 아닌 부수적인 것이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선 단식원'에도 건강과 심신의 휴양을 위해 찾아온 사람들은 겨우 20% 정도, 대부분이 젊은 여성들로 '단시간에 살을 빼기 위해' 찾아온 경우가 더 많았다.

빛소금사진
▲ 빛소금 : 큰 알과 작은 알(큰 알은 항문청소할 때 항문에 넣기도 한다)
ⓒ 배을선


9시가 되니 마루에 차가 준비되었다. 아침차를 마실 때는 빛소금이라는 것을 먹는다. 하루에 빛소금을 2알 이상 먹어야, 단식으로 인해 생긴 염분의 부족으로 발생할 수 있는 탈진현상을 예방할 수 있다. 출산 후 살을 빼러 온 사람, 10월 결혼날짜를 잡아놓고 살을 빼러 온 사람, 아버지 몰래 단식원에 들어온 사람, 전혀 뚱뚱하지 않은데도 뚱뚱하다며 빼러 온 사람, 모델이 되겠다고 찾아온 사람, 정말 각양각색이었다. 차를 마시면서 서로 어떻게 단식원에 오게 되었는지, 다른 단식원은 어디가 좋은지, 어떤 프로그램을 언제 하는지, 대화를 통해 정보와 경험담을 교환하는 아침시간은 서로 친해질 수 있는 일종의 친목시간이었다.

맥체조하는 모습
▲스트레칭, 맥체조와 요가를 하는 모습
ⓒ 배을선


차를 다 마신 후, 곽세인 원장을 따라 1시간 정도 맥체조와 요가,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11시부터 빛소금사우나, 발팩, 복부팩, 머리팩, 얼굴팩, 쑥뜸을 자유롭게 할 수가 있다. 단식원에서는 먹지도 못하는데 할 일도 없으면, 너무 지루해진다. 때문에 건강과 미용에 모두 좋은 프로그램들을 마련해놓고 있다.

헬스운동하는 여자들
▲자유롭게 운동하고 지루함을 없앤다
ⓒ 배을선


다른 사람들은 운동을 하고 노래방에서 노래를 하는지, 어디선가 '둥둥둥'하는 강한 비트소리가 울려온다. 12시가 넘으니 어디서 음식냄새가 났다. 오늘 퇴소하는 사람들이 보식을 하는 것이다.

보식이란? 일반적으로 단식이 끝난 뒤 식사를 정상적으로 할 수 있을 때까지의 과정을 말한다. 엄밀히 이야기해서 보식 기간도 단식기간에 포함되는데, 보식기간이 살을 빼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중요하다. 위에 무리가 되는 음식을 섭취하면 매우 위험할 뿐 아니라, 그 동안 참아왔던 식욕 때문에 너무 많이 먹게 되어 요요현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요요현상이란? 체중이 감소한 후, 음식섭취량을 그전과 같이 하게 되어 너무 쉽게 체중이 원위치로 돌아가는 현상이다. 그러니, 보식을 할 때는 종전의 식사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식사형태를 택함으로써 단식으로 깨끗이 닦은 몸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1시가 되니 곽세인 원장이 20분 가량 기공경락 마사지를 해주었다. 곽 원장은 무조건 단식을 한다고 몸이 건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체질개선을 하는 것이 필수라고 말한다. 또한, 살을 뺀다고 단식원에 들어온 사람들의 대부분은 잘못된 생활습관과 자세로 뼈가 휘어 있다며, 기공마사지로 뼈를 풀어주고, 바로잡아주면, 더 안정된 몸매와 바른 자세를 갖게 되어 자연적으로 살도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공마사지
▲ 곽세인 원장이 기공마사지를 하고있다
ⓒ 배을선


2시가 넘었다. 밥 냄새만 맡는 것도 쉬운 것은 아니었다. 갑자기 내리기 시작하는 비를 바라보고 있으니 온 몸에 힘이 빠졌고, 나는 3층의 쑥뜸방에서 잠이 들었다. 헉? 한 20분 지났을까? 내 옆에서 4명의 여자들이 모두 쑥뜸을 하고 있느라 방은 완전히 너구리를 잡듯 연기로 가득했고, 내 옷에는 모기향 썩은 듯한 냄새가 가득 스며들어 있었다. 지하철 타고 돌아가야 하는데, 그 때까지 이 냄새가 빠질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에구.. 워쪄? 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스며든 냄새, 나도 쑥뜸을 하기로 했다.

쑥뜸
▲ 쑥뜸하는 모습
ⓒ 배을선


쑥뜸이란? 쑥을 조그맣게 뭉친 후, 사기 링에 올려놓고 태우는 것으로, 특히 여성에게 좋은 쑥뜸은 배꼽 위에 하면 여성의 생리통과 냉증이 사라지고 자궁이 좋아진다고 한다. 아랫배 위에 하면 허리를 편안하게 풀어주고, 배꼽 윗부분에 하면 소화기능과 위 기능을 향상시킨다고 한다. 쑥뜸을 다 하고 나니, 배 위에 노란 자국이 생겼는데, 데인 것은 아니고 쑥을 태울 때 넣은 소금이 녹아 생긴 거란다.

3시 30분이 되자, 단식원에 새로 들어온 3명과 함께 곽세인 원장의 오리엔테이션을 들었다.

곽 원장은 자신의 18살 때 사진과, 지금의 사진을 보여주며, 몸의 선도 달라지고, 얼굴형과 피부도 달라진 모습을 설명했다. 인공적으로 얼굴축소술을 받은 것도 아니고, 약을 먹은 것도 아니란다. 단식을 하면 몸이 정화되어 피부도 좋아지고, 맥체조, 요가, 또 기공마사지 등으로 운동하니 몸 선이 예뻐지고 얼굴도 작아졌다며,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생각에너지에 많은 비중을 두라고 설명했다.

생각에너지는 다름아닌 '긍정적인 생각'이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오는 아드레날린 호르몬 때문에 우리 몸은 긴장을 하게 되고, 그것이 위험수위를 넘으면, 몸이 딱딱하게 굳어 잘못된 자세를 만들고, 그것으로 인해 뼈가 휘게 된다. 때문에 돈이 전혀 들지 않는 '생각에너지'를 키우는 것이 우리가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갖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는 것이다.

4시 반, 단식원에 모인 사람들 모두가 제12호 태풍 `프라피룬'에 관해 이야기한다. 나보고 '단식 하루 해서 어떻게 아냐', '태풍이 저렇게 심해서 어떻게 가냐'며 며칠 더 있으라고 농담을 건넨다. 누군가 비디오 '동감'을 빌려와 틀었다. 삼삼오오 텔레비전 앞에 모여 늦은 오후의 지루함을 달랜다. 6시가 되니 저녁차가 나왔다. 오전에는 둥글레차였는데, 저녁차는 현미녹차같다.

비디오동감을 보고 있다
▲ 비디오 '동감'을 빌려보는 중
ⓒ 배을선


7시 30분에는 촛불을 켜고 명상을 한다. 오늘 단식이 어떠했는지 일기도 쓰는데, 이때는 '피자, 햄버거가 먹고 싶다'라고 쓰지 않고 다들 '정말 잘 참고 있다. 별로 먹고 싶지 않다'라고 쓰게 된단다. 살을 빼러 온 사람들 모두 어차피 단식을 통해 살을 빼니, 몸도 좋아지고 살도 빠지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겠지만, 원래 단식의 목적이 살을 빼는 것이 아닌 이상, 그들의 인공적인 노력이 슬프고 안쓰러워 보였다.

"단식의 의미는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라고 인식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몸과 마음을 깨끗이 청소하는 '성지' 같은 곳으로 단식원을 생각해야지, 단지 살을 빼러오는 곳으로 생각하면 안될 것입니다"라고 강조하던 '선 단식원'의 김도현 원장의 말이, 늦은 밤 태풍의 강한 기운을 달랜다. 건강을 생각해서 몸과 마음을 청결히 하고 싶다면 '단식원'이란 곳이 아마도 가장 좋은 장소가 될 거란 느낌이 든다. 더 이상 '살과의 전쟁'을 치러야 하는 전쟁터같은 단식원이 아닌, 건강을 위해서 존재하는 단식원의 본래 의미만 퇴색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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