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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대 교양교재 <한국사회의 이해>는 '이적성이 없다'며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으나 94년 8~9월 '급진좌경세력'이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1심 공판 결과를 보도하지 않자 해당 교수들이 추후보도를 청구할 채비를 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장상환 정진상 교수와 '경상대 민주화교수협의회'(대표 김덕현)는 '정기간행물 등록에 관한 법률(정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추후보도청구권을 근거로 이들 신문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장상환 교수는 "7년전에는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신문들이 무죄 선고 결과를 보도하지 않는 것은 '언론의 횡포'라고 본다. 신문 지면에서는 인권을 부르짖으면서 정작 인권을 무시하고 지키지 않는 게 언론이라고 본다. 7년전 그렇게 보도했으면 똑같은 분량의 보도는 아니라도 최소한 공판 결과만큼은 보도해야 한다"며, 법률적인 근거가 있다고 하니 추후보도를 청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상대 민교협 김덕현 교수는 "법에서 추후보도청구권을 규정하고 있는 줄 몰랐는데, 근거가 있는 만큼 당연한 권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추후보도청구권의 내용과 해석 : 정간법은 "범죄행위가 있다거나 형사상의 조치를 받았다고 보도된 자는 그에 대한 형사절차가 유죄판결 이외의 형태로 종결된 때는 그 날로부터 1월 이내에 서면으로 발행인이나 편집진에게 이 사실에 관한 추후보도의 게재를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무죄라는 1심 선고 공판은 7월 24일 내려졌고, 검찰은 열흘 뒤 항소했다. 검찰에서 항소를 했기 때문에 정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엄격한 의미에서 종결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사건의 완전한 종결이 아니라 하더라도 1심도 판결도 '하나의 종결'로 볼 수 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경상대 법대 백좌흠 교수는 "해당 신문사들이 법적으로 종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빠져 나갈 구멍은 있다. 하지만 법적 귀속력이 절대적이라기 보다 유동적이고, 추후보도청구권을 행사하는 '정치적 의미'가 크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해당 신문사 기자들의 입장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1심 공판 결과를 보도하지 않은 것이 해당 기자가 기사를 보내지 않았기 때문인지, 편집기자가 가치가 떨어진다고 해서 뺀 것인지, 아니면 어떤 의도인지가 궁금하다.

<조선일보> 강인범 기자(창원 주재)와 <동아일보> 강정훈 기자(창원 주재)는 분명히 기사를 보냈다고 밝혔다. 두 기자는 "당일 취재까지 했다. 기사를 보낸 건 사실인데, 보도가 되지 않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강인범 기자는 "하루 사회면 기사가 수십건 올라온다. 기획기사며 주요기사는 사회부장이 챙기지만 1/2단 기사는 기자들이 챙기기 때문에 당일 편집에서 기사가 어떻게 해서 빠지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는 "24일 여섯 문장 정도의 기사를 보냈다. 94년 발생한 사건에 대해 당시 편집 기자들이 교체되었고, 연속적 상황과 당시 분위기를 모르는 편집자들이 기사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해서 보도하지 않았을 수 있다"라며, "항소심이 열리면 당시 상황까지 첨부해서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는 사실이 신문에 실리도록 해보겠다"라고 말했다.

사건에 대한 두 신문의 그동안 보도 내용

두 신문은 사건이 일어났을 때부터 1면과 사회면에 주요 기사로 다루었고, 속보를 계속해서 내보냈다. <조선일보>는 검찰의 영장 청구가 기각되자 "납득하기 어려운 기각"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판사의 사상까지 의심하는 주장을 폈다.

<조선일보>는 94년 8월부터 '이적성 교재 집필'이라는 말을 함부로 썼는가 하면, '교수 2명 출국금지' '2명 영장' '검찰 긴급대책회의-조사 계속, 기소 불변' '보안법 불구속 기소' 등의 제목으로 연달아 보도했다. <동아일보>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두 신문은 올해 6월 26일 검찰이 두 교수에 대해 징역 2년을 구형했을 때 "이적성 논란 교재 집필 두 교수 징역 2년 구형"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검찰의 구형 소식을 보도했다. 그런데 같은 사건에 대한 결과가 한 달만에 나왔는데 보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두 신문사의 기자들이 '94년과 달리 편집 기자가 바뀌었거나 다른 기사들이 많았고, 기사 가치에 있어 빠졌을 것'이라는 말이 진실성이 담겨 있지 않다는 뜻이 된다.

이런 두 신문사의 논리라면 '판사의 판결보다 검찰의 구형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든지 아니면 '신문사가 검찰의 기관지로밖에 볼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추후보도청구권 주장의 의미

경남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강창덕 대표는 "94년 당시는 공안 정국이라든지 사회 분위기 때문에 보도했다고 치더라도 이후 진행 과정에 대해서는 보도를 해야한다. 똑 같은 분량이나 크기로 보도해야 함이 정당하다. 그러나 결과만이라도 보도를 해야 하는 것인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또 강대표는 "지금까지 추후보도청구권을 주장하는 사례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한국사회의 이해> 사건에 대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대해 추후보도청구권을 주장한다면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언론개혁에 있어 하나의 사례가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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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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