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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주한미군이 통일후에도 주둔하는 것을 용인하였다고 일본 언론들이 일제히 크게 보도하였다. <아사히신문(朝日新聞)>은 한국정부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하여 9일 이같이 보도하였다.

이 신문에 따르면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 6월 남북'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에게 강력한 미군의 주둔이 지역 평화와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견해를 수용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그의 실용주의노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아사히신문>은 평가하였다.

한국정부의 고위관리는 김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 6월 14일 백화원 초대소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환담하는 자리에서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리는 이 자리에서 김위원장이 주한미군이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역할을 인정하고 "만약 주한미군이 철수한다면 지역의 세력균형은 어떻게 될 것인가"하고 의문을 나타냈다고 이 신문은 전하였다.

이에 대해 당시 배석했던 김용순 대남담당 비서가 "미군은 한반도에서 철수해야만 한다"고 말하자, 김 위원장이 그만하라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그리고 김위원장은 김 대통령에게 "보시는 바와 같이 저 밑에 있는 사람들이 내가 하는 것을 반대합니다. 군부도 김 비서와 같은 생각이죠"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또 "미군은 우리를 공격해서는 안됩니다. 나는 김 대통령의 설명에 동의합니다. 미군은 지금 철수할 필요가 없습니다. 미군은 한반도가 통일된 후에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주둔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아사히신문>은 김정일 위원장과 김용순 비서간의 상반된 대화가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국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북한은 남한의 대북 공격을 우려하는 것 같다. 동시에 일본의 군사력 증강과 중국이 군사대국화 되는 것에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통일후에도 주한미군의 유지를 용인한다는 소식은 일본 언론들에서 크게 다루어졌다. <요미우리신문(讀賣新聞)>도 오늘 이같은 소식을 크게 보도하여 일본여론의 높은 관심을 대변하였다.

이 신문도 <아사히신문>과 같은 내용을 전하면서 지난 7월 하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이같은 내용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였다고 덧붙였다. 또 이 신문은 김정일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일본에 전달한 황원탁 외교안보수석에 의해 이미 전해졌다고 보도하였다.

6월 평양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그러나 통일은 남북한 주도하에 이루어져야 하며 일본이나 미국의 참여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김정일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김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문제에 미-일 양국이 깊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특히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하였다. 또 이 자리에서 김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 일본과의 관계 수립을 권고하였으며, 대신 김 위원장은 미사일 문제에 대해 대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현 지상군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없다고 말했지만 김 위원장은 동독의 경험을 상기하며 우려를 나타냈다고 알려졌다. 또 김 위원장은 그 자리에서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는 대신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과 관련한 과학기술의 지원을 외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조건부 미사일 개발 중단 의사와 함께 김정일 위원장에 의한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 용인 발언은 북한이 체제유지라는 일관된 최우선적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새로운 접근을 구사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즉 상호의존이 더욱 높아가는 국제정세 하에서 지역평화 및 안정자로서의 미군의 역할을 불가피하게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북한이 의도한 결과가 아니라는 점이 동시에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북한은 자국의 안보 또는 한반도 평화문제는 미국과 풀어나가고, 통일문제는 미국 등 '외세'의 개입을 차단하고 남한과 논의하겠다는 병행전략을 전개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러한 북한의 현실주의적 태도는 일면 한반도 정세의 안정에 기여하면서도 북한에게는 새로운 접근이라는 점에서 그 행보가 매우 신중하고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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