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국제영화제인 제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2000. 7.13-21)가 그 막을 열었다.

자유·저항·반란을 주제로 개최된 이번 제 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세계 30여 개국으로부터 출품된 141편의 작품이 소개될 예정인데 관객을 중심으로 하는 영화제로서 세계 영화의 흐름을 체험하는 가운데 부천시의 국제적 위상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개최되었다.

이러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의 개막식은 일반적인 영화제와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축하공연에서부터 그 열기에 김이 빠지기 시작했다.

역시 누가 뭐래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는 신나고 구성진 가락이 있어야 제맛인 법. 축하공연이 시작되었다.

피아노와 섹소폰의 협연은 그렇다치고 두번째 축하공연인 풍물패 한울림과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은 수준미달이었다. 그래서인지 청중들의 눈빛 역시 호기심에서 어색함으로 옮겨갔다.

대학시절 풍물 동아리에서 활동했다는 이모씨(회사원)은 "풍물이 노래방의 탬버린으로 전락했고, 그것을 풍물패도 알았는지 중간에 짝드름이라는 사물놀이를 억지로 껴맞추었다"는 혹평을 서슴치 않았다.

필자 역시 국악과 양악이 협연한다는 것 자체로 그 시도의 참신함을 평가받던 "그 때 그 시절"에 머무르고 있는 연주의 질에 진한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개막식의 하이라이트는 단연코 개막작, <아메리칸 싸이코> 였다. 이 영화는 개막작이어서 그랬는지 큰 탈이 없이 지나갔지만 다른 상영작 중에 자막이 잘리거나 늦게 뜨는 경우가 있었다는 지적이 있었고 스크린이 잘리는 불상사도 있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영화제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표'에 대한 원성은 기본이었다.

문제는 개막첫날이라는 것으로 모든 점이 이해될 수 없으며 그 이후의 행사진행 동안 지속적으로 같은 문제가 지적된다는 점이다. 화면이 멈추고 소리가 끊기며 자막이 짤리는 등 영화제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상상밖의 문제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

이런 점들은 부천영화제를 준비한 당사자들의 안일한 자세와 영화라는 문화상품에대한 이해부족, 나아가 관객에 대한 불손함을 단적으로 드러내준다.

이러한 치뤄내기식 행사진행을 통해서 부천시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번 부천국제영화제가 영화를 통한 축제의 장이 아니라 장사를 위한 장터였다는 인상을 벗기에 필요한 제반준비와 진행상황은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제 4회가 진행되고 있는 부천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독특한 색깔을 가진 영화축제로 발돋음할 것을 바란다.
2000-07-19 12:23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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