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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은 더 이상 '여류작가'라는 호칭으로 불리지 않는다.

그는 1985년 중편 '겨울우화'로 중앙 문예 신인상을 수상한 후 93년 '풍금이 있던 자리'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 '깊은 슬픔'과 '외딴 방'을 통해 90년대 젊은 작가진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한다.

'오래전 집을 떠날 때'와 '기차는 7시에 떠나네'를 출간하고 90년대를 마친 그는 2000년 소설집 '딸기밭'을 세상에 내 놓았다. 15년간의 글쓰기를 통해 4번째로 내놓은 중단편집.

세상은 "신경숙이 변했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그녀는 은근히 느긋해 보이기까지 한다. 비가 폭우처럼 쏟아지는 날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주최하는 '금요일의 문학이야기'에 이야기 손님으로 모습을 드러낸 신경숙 씨를 만났다.

신경숙 씨의 소설에 대해 '슬픈 아름다움'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스스로의 정서를 표현한다면?

-제 소설의 바닥에 깔려있는 것은 슬픔이라기보다 '연민'이에요. 가엽다, 안쓰럽다고 느낄 때 손이 갑니다. 찬란한 아름다움... 그 순간을 보고 있으면 '저 아름다움이 곧 끝나겠지?'싶어 연민으로 느껴지는 거죠.

자신의 글쓰기에서 일관되게 추구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특히 '말해질 수 없는 세계'에 관한 내용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요. 타자와의 관계형성에서 소통을 할 때 말로 잘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있잖아요. 아무리 노력해도 내 안의 이야기를 완전하게 보여줄 수 없는 것. 즉 말해질 수 없는 것이 따로 있으리라는 생각을 꾸준히 하고 있죠.

그것을 글로 보여줄 수 있으면 좋고. 그래서 독자들이 내 글을 읽고 '각각 다른 이야기'로 생각하면서 '모호해'라고 말하면 난 혼자 웃어요. '내 의도가 성공했구나'하고 좋아하죠.

새로나온 소설집 '딸기밭'에 대해 이야기 한다면?

-외딴방 이후 5년동안 써온 중,단편 소설 모음집이에요. 한 시기에 쓴 것이 아니고 외딴방 이후 5년 동안 써온 작품들을 모은 거예요. 내가 보낸 5년을 느끼게 되는 책입니다.

그리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쓰려고 했어요. 그 동안에는 뭐랄까 주인공들과 너무 '바투'서 있었다고 할까? 맘을 너무 줬었죠. 그래서 좀 거리를 두고 쓴 글들이에요.

'딸기밭'은 개인적으로 처음의 떨림을 다시 느끼게 해준 책이랄까요? 첫 책이 나왔을 때 책을 받아들면서 얼마나 떨었는지.. 그런데 2번째, 3번째는 그 떨림이 적어지더라구요. '그냥 나왔구나' 정도. 그런데 '딸기밭'을 하면서 다시 가슴이 두근두근 뛰는 게, 꼭 첫 책 나올 때의 느낌이었어요.

'딸기밭'을 읽다보면 '죽음'의 이미지가 계속 나타나는데.

-죽음만큼 환기력이 강한 것도 없어요. 생의 전면을 돌아보게하죠. 이런 환기력은 중요한 모티브가 됩니다. 생의 다른 얼굴이자, 저항의 기록, 정화와 화해의 이미지이기도 하고. 이런 생의 끝을 친숙하게 받아들였으면 해요.

특히 상처로 오는 '죽음'에 대한 해답을 내보고 싶었어요. 그 답이 '지금 우리 곁에 누가 있는가'입니다. 육체적 죽음보다 더 무서운 건 '관계의 죽음'이라고 생각해요. 살아 있으면서도 끊긴 관계가 더 암울하다는 거예요.

작품 '딸기밭'을 보면 동성애적 이미지가 강하게 나타나는데 어떤 의도로 표현한 것인지.

-동성애는 아니고 자매애라고 할 수 있어요. 여자와 남자는 아무래도 달라서 여자의 가장 깊은 상처의 밑바닥은 여자만이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회적 억압상황에서 너무 다른 두 여자가 딸기밭이라는 공간에서 느끼는 감정. 너무 다르다는 '이질감'과 '질투', 여성이라는 '동질감'등이 엉키면서 주체할 수 없는 '살의'를 느끼게 되고 이것이 다시 '욕망'으로 전환되는 상황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녀는 '글쓰기는 사진찍기'라고 말한다. 글쓰기란 흘러가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언어로 포착해내 불멸화시키는 작업이기 때문이란다. 세월이 흘러 벽에 걸린 젊은 자신을 바라보며 '싸아한 미소'를 짓다 보면 신경숙의 글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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