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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취재문화

<장호순씨는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이다>

인터넷의 등장은 저렴한 비용으로 뉴스의 생산과 보급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권력과 자본에 종속된 소수에 의해 독점되어 왔던 언론이 사실상 누구에게나 열리게 되었고, 정치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최근 386세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광주단란주점 뉴스에서 보듯이 인터넷 뉴스매체의 기능이 다시 한번 입증되었다. 과거 국회의원 고스톱 사건 때처럼 기득권 언론이 뉴스를 차단하기는 불가능해진 것이다. 인터넷 뉴스매체의 등장은 기존 거대 매체의 게이트키핑(gatekeeping) 기능을 무력화시켰다.

물론 새로이 등장하는 인터넷 뉴스매체가 기존의 거대매체의 입지를 위협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단 뉴스의 생산과 공급 패턴이 달라질 뿐이다. 장차 기존의 뉴스매체와 새로운 인터넷 매체와의 긴장, 견제, 경쟁, 조정 관계가 성립되면서 새로운 뉴스문화가 자리잡을 것이다.

우선 시장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과거에는 뉴스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으나, 이제는 수요보다 공급이 앞서고 있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뉴스의 공급자들은 크게 늘어났지만 뉴스에 대한 수요는 한정되어 있다. 왜냐하면 뉴스는 돈 뿐만 아니라 시간을 소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치고 하루 1시간 이상 뉴스를 접하기는 힘들다.

결국 이 한시간을 두고 기존의 신문과 방송, 잡지, 그리고 인터넷 뉴스매체들이 헤집고 들어가 경쟁해야한다. 언론사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보다 선정적으로 가는 언론사도 있을 것이고, 특정 계층을 목표로 전문화되어가는 언론도 등장할 것이다.

한편 인터넷 매체가 갖고 있는 속보성은 모든 뉴스매체의 보편적 특성이 될 것이다. 아직까지는 인터넷 매체가 기존의 신문이나 방송보다 발빠르게 보도하는 장점이 있지만, 기존의 매체도 24시간 마감체제로 곧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누가 빠른가 보다는 누가 독자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뉴스를 제공하는가에 따라 뉴미디어시대의 뉴스판도가 달라질 것이다.

결국 독립적 인터넷 매체가 치열한 뉴스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존의 뉴스매체와 차별성을 갖는 길 뿐이다. 다른 언론이 외면하거나 무시하는 뉴스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인터넷 뉴스매체는 어느 정도 유리하다. 오랫동안 권력과 자본에 길들여져 있는 기득권 언론들이 무시하고 외면하는 중요한 사회적 이슈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넷 매체들이 이러한 기회를 효과적으로 활용할지는 의문이다. 기득권 언론들이 외면하는 대안적이고 폭로적인 뉴스를 다루기 위해서는 고도의 뉴스전문가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치 위험 폭발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오랜 훈련과 경험이 필요하듯,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다루려면 기자로서의 전문적 자질이 필요하다.

더욱이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법적으로 언론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하지도 못하고, 사법절차 자체가 법대로 공정하게 집행되기를 기대할 수 없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취재원들의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 소송은 인터넷 매체에 쉽게 재갈을 물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터넷 뉴스매체기자들은 고도의 취재 능력, 윤리적 정신무장, 법적 지식 완비 등의 조건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러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인터넷 뉴스 매체에 오래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시간이 감에 따라 기득권 언론이 그들을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대안언론 혹은 대항언론의 성격을 띤 우리나라의 인터넷 뉴스매체는 경험이 적고 미숙한 아마츄어 기자들에 의해 운영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들이 기득권 언론사 기자들에 비해 부가가치높은 뉴스를 생산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다수의 인터넷 기자들은 기득권 언론들이 외면하는 우리사회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님으로써 그들의 독점과 독선을 견제하고,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실히 충족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들은 보다 참신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상업언론이 외면해온 소외된 계층들을 대변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 뉴스매체가 시장논리에 매몰되는 것은 우리사회의 민주화나 다양화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그들이 자본과 권력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뉴스제작 환경을 조성해줄 필요가 있다.

우선 출입처 기자실처럼 국민들의 세금으로 특정언론사들에게만 정보접근을 허용하는 불합리한 취재관행은 사라져야한다. 공공기관이나 대기업과 같은 주요 취재원들은 누구나 취재를 원한다면 접근할 수 있는 개방된 취재공간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정보공개의 제도화이다. 현행 정보공개법은 사실상 "정보은폐법"이라고 할 정도로 정보공개를 가로막고 있다. 자신들만의 독점적 취재경로를 활용하려는 기득권 언론은 정보공개에 대해서 큰 관심이 없다. 인터넷 뉴스매체들은 시민단체와 지역언론, 군소언론 등과 연대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제도를 적극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한편 뉴스제작을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기자교육시스템이 절실히 필요하다. 엄청나게 뉴스매체가 늘어났지만 뉴스제작방법을 체계적으로 교육시키는 곳은 우리나라에 한 군데도 없다. 대학은 아직도 이론중심이고, 대형언론사는 중세 도제식으로 수습기자들을 뽑아 가르친다.

국민들로부터 거둔 공익자금에 의해 운영되어온 한국언론재단은 대형언론사 기자교육만을 해왔다. 시민단체가 개설한 "언론학교"나 "기자학교"로는 결코 전문성을 갖춘 언론인들을 양성해 낼 수 없다. 뉴스매체는 크게 늘어났지만, 그들을 훈련하고 교육하는 시스템은 전혀 갖추어지지 않은 것이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인해 이제 아무나 뉴스를 제작할 수 있은 기술적 여건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속보성, 심층성, 전문성을 모두 갖춘 뉴스매체들만이 뉴미디어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독자와 시청자들이 지속적으로 찾고 신뢰할 수 있는 뉴스를 생산해내지 못한다면 아무리 기술적으로 우수하다 하더라도 뉴미디어시대의 뉴스 경쟁을 이겨낼 수 없다.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유능한 취재인력을 양성하고, 그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취재환경을 만들어 줄 때, 인터네 뉴스매체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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