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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요? 보고 싶은 것은 하나도 못 봤어요" 영화제에 온 이들이 영화를 한편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것은 왜일까?

지난 28일 서울공연예술전문대학의 박영미 교수는 15명의 제자들을 이끌고 전주국제영화제 참가를 위해 이곳 전주를 찾았다. 그러나 현장에서 후원티켓을 발급 받을 수 있다고 알고 온 것과 실제상황은 매우 달랐다. 즉 이들이 그것을 믿고 예매를 하지 않고 온 것부터 일은 꼬이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 이들과의 좌담회 약속을 잡은 것은 '디지털 삼인삼색'에 대한 토론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앞서 말했다시피 이미 매진되어버린 표를 구할 수는 없었다.

이런 돌발상황에서 교수님과 상의 끝에 오늘의 좌담회 내용은 이들 15명의 학도들이 현재 "영화제 연구"와 "공연기획"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이라는 것을 십분 활용해서 일명 "예비 영화 기획자로서의 전주국제영화제 이야기"로 결정내렸다.

영화제 3주전부터 자체적으로 이들은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를 꾸려서 영화제 준비를 했을 정도로 열정을 보였다. 또한 이들은 '영화제 연구'라는 수업을 들으면서 이론으로 공부한 것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전주에 오게 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들이 전주 와서 느낀 것은 "밥이 너무 맛있고 싸서 좋았어요"라는 것뿐이다.

이들이 본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본 또 다른 모습을 들어보자.

김현정: 피카디리 극장에서 '포스트 맨'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영사실이라고 하나요? 직원아저씨들이 왔다갔다하는 소리와 떠드는 소리가 들릴 뿐만 아니라 위에서 하는 다른 영화의 사운드가 다 들렸어요. 전주시내 극장 다 이상하데요. 외국인들에게 국제영화제라고 하기가 좀 부끄러웠어요.(실제로 전주 시내의 극장들이 거의가 수리중이다)

나영희: 덕진예술회관에서 "새로운 신-포스트 이데올로기"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셀프카메라로 자신의 이야기들 담은 영화였는데요. 갑자기 음향이 안들리는 거예요. "전주가 그러면 그렇지"하는 말이 들리는데 화면까지 흔들릴 때는 정말 너무하다 싶더라니까요. 그래도 운영자들은 처음 시도하는 디지털 카메라 상영에 어려움만을 호소하더군요.

교수님: 영화 기획자들은 관객들이 불편해 할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예상하고 대책을 마련했어야 하는 것인데 그렇지 못한 점이 눈에 확 띄는 것이 참 아쉬웠던 것 같아요.

엄태성: 특히나 영화의 거리는 어디가 어딘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쉬운 표지판 하나 만들어 놓지 않았더군요. 그 많은 골목길에 그런 세세한 준비까지 못해서 여러 사람 고생시키다니. 외국인들은 그 불편 정도가 더 심할 것 같아요. 이래서 국제영화제라고 이름 걸겠나 싶어요. 정말.

나영희: 영화도 대안영화이다 보니 대중성을 좀 잃지 않았나 싶어요. 매니아 영화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대중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교수님: 기존의 영화제에서 볼 수 있었던 영화와 차별화 시키려는 모습을 많이 볼 수가 있었는데요. 솔직히 이런 류의 영화들은 수용할 수 있는 관객들이 적잖아요. 매니아나 영화를 공부하는 사람들이면 모를까. 그런 영화를 대중적인 영화로 만들려는 기획자의 의도가 욕심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현장에서 표는 구할 수가 없지만 실제로 영화관에 들어가면 자리가 많이 남아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 이것 역시 기획자가 미리 예상하고 그로 인해 피해 받는 사람들이 없도록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 같군요. 기획자를 비판하려는 자리는 아니지만 영화제의 겉모습만 너무 포장시키려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 화려한 포장에 비해 반면 안에 든 내용물은 너무 부실하더군요.

이용한: 그렇지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기존 만화영화로만 느껴졌던 애니메이션을 하나의 독립된 것으로 분류하고 영화의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그 의도가 너무 좋았던 것 같습니다.

교수님: 그래요. 서울에서 애니메이션을 한다고 하는 사람들도 이번 전주국제영화제 애니메이션 부분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어요. 일본 최초의 3D영화인 "앨리스"는 특히 관심이 컸구요.

김현정: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걸렸던 것은 음향시설이었어요. 들리지 않았던 것은 물론이고 들려도 삐걱거리는 소리들 때문에 짜증이 많이 났어요. 스피커가 뒤에 있어서 자꾸 신경이 뒤로 쏠리는 것도 좀 그랬구요. 그래도 "코스튬 플레이"는 너무 좋았어요. 이번 전주국제영화제를 참가하게 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했지만요.

그런데 좋긴 했는데 아쉬운 점도 있었어요, 일본의 경우는 이런 "코스튬 플레이"가 대중적인 일이라서 시민들과 함께 하는 호흡하는 맛이 있었는데 전주에서는 보여 주기 행사에 그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말을 너무 길게 하는 것 같지만^^ 개막식 공연은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전주의 특성을 너무나 잘 살린 공연기획이었던 것 같아요. 거기서 더 발전해서 야외에서 탈춤이나 그런 식으로 시민들과 함께 영화제 축제의 맛을 느껴보는 것도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용한: CIFF컵 HIP-HOP BATTLENET도 참 좋았어요. 이런 이벤트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좋아하기 때문에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교수님: 지금까지는 영화제가 시민들과 함께 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안들을 이야기했는데, 그에 못지 않게 잊어서는 안될 것은 "영화인들이 소외된 영화제는 필요 없다"는 것이에요. 영화제는 영화를 직접 만드는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획들이 필요한데, 이번에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기존의 그런 기획들은 계층을 두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학생들이 접근하기에는 문턱이 좀 높았죠.

생각했던 것보다는 정말 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여기서 말했던 것들을 교수님은 나중에 전주국제영화제든 어느 영화제는 혹시라도 기획을 하게 될 일이 생기면 떠올리라고 당부하신다. 경험만큼 값진 교육은 없다는 것이겠지.

많이 힘들었지만 짬을 내어 전주 '나이트'에도 갔다 왔다는 젊은 '영화 기획자'들. 숙박비다 뭐다 해서 돈이 많지 않아 맥주가 '뜨뜻해질 때까지 손에 쥐고 있었다'는 이들에게 전주가 그리 악몽 같은 기억이지 않기를 그래도 바란다.

타산지석이라고 하나? 이번 국제영화제를 통해 자기가 더 공부하고 싶은 것들을 말해 보았다.

* 저는 길을 잘 알아볼 수 있도록 참신한 길거리 안내판을 기획 할 거에요.
* 축제분위기를 조성 시킬 거예요. 거리 공연도 많이 해서...
* 개막식 때 국악공연을 보고 난 후 우리 음악에 대한 느낌이 남달라졌어요. 국악에도 저런 힘이 있구나하는. 우리 음악을 공연기획에서 많이 활용하도록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전주가 계속해서 국제영화제를 개최하려면 도로를 장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 같아요. 길이 너무 좁았어요. <이것도 공부 꺼리가 되나?^^;>

덧붙이는 글 | 취재에 도움을 주신 서울공연예술전문학교 박영미 교수님과 엄태성, 홍경화, 나영희, 김현정, 김은경, 김경근, 김민기, 이용한, 이근홍, 이희연, 백인혜, 이귀재, 정지혜 "예비 기획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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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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