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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밤 전북대문화관(삼성문화회관)에서는 저 예산 호러영화 제작자로 알려진 로저코먼의 영화 3편이 12시부터 5시간 동안 상영됐다. 상영된 영화는 '환각특급'(The Trip), '기관총 엄마'(Bloody Mama), '흡혈식물 대소동'(The Lttle Shop of Horrors) 이었다.

밤을 새워 이 3편의 영화를 다 보고 난 나의 느낌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메슥거린다'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내 입에서는 한숨이 끊이질 않았고, 가슴이 답답했다.

심지어 심한 경우는 두통까지 일었는데 원인은 다름 아닌 이 3편의 영화. 만약 이 병에 걸리고 싶은 분이 있다면 오밤에 이 영화들을 위의 순서대로 보시길. 참고로 약간 졸린 상태로 보면 더 효과적이다.

제일 먼저 상영되었던 '환각특급'은 보던 도중 나도 모르게 잠에 곯아 떨어져 버렸다. 영화의 분위기가 안 자고는 못 베길 반 수면상태였기 때문이다.

한참 잠에 곯아떨어졌다가도 중간중간 괴기스러운 웃음소리(이히히히~)가 상영관에 울려퍼지면 소스라치게 놀라 잠에서 깨곤 했는데, 그 기분이란...진짜 내가 환각상태에서 막 깬 것 같았다.

이런 식으로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본 첫 영화의 대부분은 남자가 환각상태에서 사물들을 왜곡되게 보는 장면이었다. 어떻게 이런 괴상한 상상을 할 수 있을 지 감독 머리 속이 궁금했다면 그 상황을 알려나.

마약을 하고 난 사람이 보통 사람과 사물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 어떻게 다른 지를 보여주려고 했는지 몰라도 정말 줄기차게 요상한 장면들만 나왔다. 이건 완전 환각제 먹고 돌아다니는 기분이었다.

첫 영화가 끝나고 쉬는 시간이 주어졌을 때, 나는 외쳤다. "왜 이걸 만든거야." 사람 기분을 이상하게 만들더니 결국에는 구역질이 날 정도의 두통까지 동반했다. 자면서 봐서 무의식적으로 저 영화를 너무 잘 수용해 버렸나, 난 진짜 기분 더러운 환각특급을 경험해 버렸다.

이 영화를 보고 한 동안 환각상태로 있었던 나를 생각하면 아직도 끔찍하다. 물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약간은 그 기운이 남아있는 것 같다. (그러니 이런 글을 쓰지...)

다시는 이런 환각특급 안 하리라. 다행히 이 날 하루로 '환각특급' 상영이 끝났기 망정이지, 여러번 반복 상영했다면 상태 안 좋은 사람 여럿 생겼을 꺼다.

나머지 두 편의 영화 '기관총 엄마'와 '흡혈식물 대소동' 역시 두통약이 필요한 영화였다. 기관총 엄마에 나오는 바커가족은 정상이 아니다.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하냐면 전편(환상특급)의 주인공이 한 숟갈 분량의 환각제를 먹었다고 가정한다면 이 가족은 아마 바께스로 마셨으리라.

살인, 강간, 강도질을 하면서 죄의식을 못 느끼는, 아니 오히려 즐기는 이 가족의 행동을 보고 있노라면 나 자신마저 가치관에 혼란이 일었다. 이들의 비정상적인 범죄행위가 너무 친숙하게 다가 오는 순간, 두통이 일었다. 도대체 이걸 왜 만든거야. 모방범죄가 생기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마지막 영화 '흡혈식물 대소동'. 이 영화를 볼 때 쯤엔 나의 인내도 한계에 이르렀다. 피를 먹는 식물은 마치 욕심 많은 어린아이 처럼 항상 밥을 달라고 보챈다. 결국에는 자신을 기른 사람까지 먹어버리는 식물. 지켜보자니 머리가 아파서 그냥 내가 먹혔으면 딱 좋을 정도로 화가 났다.

내가 이렇게 두서없이 로저코먼의 영화에 대한 나의 느낌을 말한 이유는 단 하나이다. "이 사람의 영화를 보려거든 두통약 하나 쯤 가지고 보시길~" 나만 그런 지는 몰라도, 사람 정신을 빼놓는 진짜 괴기한 작품들이기에 나의 충고를 무시하는 자, 다음 날까지 메스꺼움을 느낄 것이다.

3편의 영화가 묘하게 연결된 듯한 느낌. 이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영화 3편을 줄줄이 꾀어서 보면 메스꺼움은 극에 달한다. 하지만 한 편 씩 따로 보면 그나마 참을 만할 터. 한편만 본다면 두통약은 노약자나 임산부만 준비해도 무방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다음 상영일>
기관총엄마 - 5/4(목) 11:00 씨네21 2관
흡혈식물대소동 - 5/4(목) 14:00 씨네21 2관

'18세이상관람가'니 어린이 동반은 절대 금물. 몰래 데려가는 아줌마는 아이의 향후 정서상태에 대해서 가타부타 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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