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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구제금융이 몰고 온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빈부격차의 심화라고 볼 수 있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다'는 노래가사가 이제는 허구라는 사실에 누구라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 달에 2-3만원 하는 급식비를 내지 못해 점심을 굶는 어린 학생에서부터 젊은 시절 사회와 직장을 위해 봉사해온 우리네 가장들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린 사실은 이제 더 이상 쇼킹한 뉴스거리가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강남의 유흥업소와 일부 부유층이 이용하는 골프장은 오히려 97년 이전보다 이용객이 늘어나 IMF 구제금융의 혼란한 사회상을 몰이해하고 있다. 정치권은 아예 민생은 외면한 채 정쟁(政爭)에만 몰입하고 '오로지 정권획득'(?!)이라는 그들만의 이해관계에 충실하고 있다.

'도대체 이 사회를 이렇게 만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물음을 하기도 전에 우리는 소위 '잘먹고 잘사는 이들'에 대해 얼마나 훌륭한 도덕심을 갖추고 있는지 물어야 할 것이다. 그들이 뿌려대는 그 수많은 돈은 정말로 정당하게 획득하였는지 말이다.

IMF구제금융의 근본원인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부정과 부패'이다.

공직자의 부정과 기업가의 부패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이들의 부정부패 실태는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천문학적 액수이며, 얽키고 설킨 이들간의 유착고리를 파헤치는 것조차 우리사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가히 위험하기 짝이 없는 것이라고 한다.

지난 9월 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가장 부패한 집단이 바로 정치인이고, 2위에는 재벌총수, 3위에는 세무공무원, 4위에 경찰공무원, 5위가 대기업사장으로 나타났다.

우리사회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공직자와 기업가들이 부패의 온상이다. 그럼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당연히 '선량'하기 이를 데 없는 일반국민들이 아닐 수 없다.

그 예로 성수대교 참사, 삼풍백화점 참사, 화성 씨랜드 화재 참사, 인천 인현동 호프집 화재 참사 등은 공무원과 업자들의 유착이 없었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인재(人災)이다.

이러한 사고 뒤에 이를 수습하기 위한 노력에 얼마나 많은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었을까 하는 것은 이 곳에서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성수대교를 새로 만들고 지은 지 10년 밖에 되지 않은 당산철교가 안전성에 문제가 있어 전면 철거 후 재시공하는 문제가 바로 부정과 부패가 만들어낸 '찬란한 성과물'인 것이다.

인류역사에서 결코 없어질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매매춘(賣買春)'이요, 나머지 하나가 '부정부패(不正腐敗)'라고 한다. '그렇다면 부정부패는 결코 사라질 수 없는 필요악이란 말인가?'라는 독자의 질문에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필자는 답할 수 있다.

위에 열거한 사고들은 다른 국가에서는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참으로 창피하기 이를 데 없는 것들이다. 건설현장에서의 우리의 능력이 원시성을 벗어나지 못해서가 결코 아니다.

우리의 건설업체들은 외국현장에서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리비아 대수로 공사가 그렇고, 싱가폴에 건설된 아시아 최고의 쌍둥이 빌딩이 그렇다. 강진(强震)에도 끄떡없는 튼튼하기 이를 데 없는 건설물들이 속속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나가서는 잘 하면서 왜 안에서는 이렇듯 모래성처럼 하는가 라고 말이다. 바로 이것이 부정과 비리로 얼룩진 건설비리의 한 단면이고, 이들 업체의 뒤에는 이를 감독, 관리해야 할 공직자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정권은 오히려 부정부패 척결을 교묘히 악용하였다. 과거 정권에서조차 부정부패 척결을 가장 시급하게 다루어야 할 과제로 삼아온 것이 사실이다. 제1공화국이 그렇고, 유신정권에서도 그랬다. 심지어 학살로 정권을 찬탈한 전두환, 노태우 정권에서도 그랬다.

사회정화라는 빌미로 그랬으니,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대의명분이 정권유지의 도구로 전락한 가슴아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칼국수만을 대접하고 일체의 정치자금을 받지 않겠다는 김영삼 정부도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오히려 국정을 파탄에 빠뜨리고 환란을 초래한 장본인이라는 올가미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이들 정권이 국민에게 안겨준 것은 실망과 좌절뿐이다.

그래서 국민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이 주인이 되고 앞장서서 썩어빠진 이들을 철저히 단죄하고 몰아내야 한다. 또한 법과 제도의 미흡으로 인해 부정과 부패를 만들 수밖에 없는 요소를 차단하고 개선하여야 한다.

부패는 사회의 암이다. 암의 확대재생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참여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참여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제도와 법률이 있다고 해도 종이쪽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4.19 혁명, 5.18민중항쟁과 같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우리국민의 숭고한 노력은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다. 국민이 나서면 언젠가는 꼭 승리한다는 교훈을 우리는 몸소 터득하여 배웠다.

일부 앞장서는 국민과 단체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모두의 감시와 적극적 참여로서 모든 부정과 비리는 햇볕을 쏘인 세균처럼 맥없이 사멸하고 말 것이다.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잠재적인 사회적 압력과 치러야 할 대가가 더욱 뼈아프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부정과 부패로 이루어진 개인과 국가의 부(富)와 명예는 부실공사로 지어진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처럼 일순간에 붕괴되고 만다는 것을 인식하여야 한다. 부정과 부패로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는 약간의 금전적 피해에 그치지 않는다. 바로 '우리의 생명'이 부정과 부패라는 세균에게 지불해야할 대가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이제 지구상에서는 천연두가 사라졌다고 한다. 우리가 노력하면 얼마든지 이 지구상에서 더럽고 냄새나는 많은 것들을 사멸시킬 수 있다. 그 대상에 이제 '부정과 부패'라는 더러운 것들도 포함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 반열에 우리 한민족이 가장 우뚝 섰다는 기록을 남겨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의 후손들에게 우리가 손가락질 받지 않고 떳떳할 수 있을 것이다. 부정과 부패는 의외로 가깝고도 멀리 있다.

한번 그 유혹에 넘어가기 시작하면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한번 물리치기 시작하면 습성이 몸에 베어 다시는 얼씬도 하지 않을 것이다. 함께 고민하고 실천할 때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IMF의 치욕적 삶에서 당당히 일어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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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가는 발걸음이 뒷사람의 길이 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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