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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술, 금강에 산다

"이런 물이 농업용수라니... 무섭다"
[현장] 금강 찾은 대전충남녹색연합... "갈수록 최악"

18.08.14 10:53 | 김종술 기자쪽지보내기

▲ 보령댐으로 강물을 공급하는 도수로 주변이 온통 녹조로 찌들었다. ⓒ 이상호 작가

"이런 강물로 농사를 지어야 하는 농민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이 지경까지 치달았는데 백제보 수문 개방을 놓고 일부 농민과 환경부가 줄다리기 하는 사이 더 많은 농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

질퍽거리는 강물에 떠 있던 녹조를 만지던 문성호 대전충남녹색연합 공동대표의 탄식이 터져 나왔다. 언론을 통해 접하던 것보다 더욱더 심각함을 느꼈다고 했다. 37도까지 치솟은 폭염에 속옷까지 젖은 상태로 돌아본 금강은 시간이 흐를수록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13일 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들이 금강을 찾았다. 문성호 공동대표를 비롯해 양흥모 사무처장, 양준혁 간사, 문강휘 회원, 이상호 사진작가 등이 대거 출동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지는 금강의 수질과 강물을 끌어가는 도수로 및 농업용수 양수장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 충남 부여군 세도면 강물이 두툼한 녹조가 밀려들면서 썩어가고 있다. ⓒ 김종술

첫 번째로 찾아간 공주보의 수문은 강물에서 4m 이상 떠 있는 상태로 전면 개방됐다. 강물은 바닥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탁했다. 진흙 펄 물이 미세하게 흐르고 있다. 물속에 두껍게 쌓인 펄층이 씻기면서 시큼한 악취도 풍겼다.

금강과 맞닿아 있는 충남 공주시 우성면 옥성리 장자못 저수지는 정수수초인 마름과 가시연이 강물을 덮고 줄풀과 부들이 촘촘하게 자라고 있다. 이곳은 지난 2016년부터 금강에서 큰빗이끼벌레가 유입되었다. 보름 전 찾았을 때 자전거 바퀴만큼 자라던 이끼벌레가 낚시꾼들에게 훼손되어 조각나 있다. 문성호 대표가 물속에서 양손 크기의 이끼벌레를 건졌다. 비릿한 냄새가 풍기며 힘없이 부서져 내렸다. 문 대표의 손에는 검은깨 크기의 이끼벌레 포자들이 잔뜩 엉겨 붙었다.

공주보 하류에서 도수로를 통해 예당저수지로 강물을 공급하는 백제양수장으로 이동했다. 옅은 녹조 띠가 형성되어 흘러내리고 있다. 예당저수지의 저수율이 30% 아래로 떨어지자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 9일부터 금강에서 하루 13만톤 정도를 예당저수지로 공급하고 있다. '농업용수이용체계 재편사업'으로 1022억 원이 투입된 도수로는 지난 2015년 착공해 올해 2월 완공했다.

한적한 도로 과속 차량에 야생동물 수난

▲ 차량에 치어 죽어가는 고라니를 살리기 위해 문성호 대표가 밀짚모자로 햇볕을 가려주고 있다. ⓒ 김종술

일행은 금강 우안을 타고 차량으로 이동했다. 금강변로 625번 도로를 타고 이동하던 중 충남 청양군 청남면 인근에서 로드킬을 당한 고라니를 보고 정차했다. 10시 17분 문강휘 회원이 119에 구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119는 청양군 환경보호과로 연락하라고 했다. 청양군은 청남면으로 다시 떠넘겼다. 청남면에서는 오후 1시가 되어서야 장소가 어디냐는 연락을 해왔다.

시간이 지체되자 양흥모 처장이 공주대학교 청양 캠퍼스에 있는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구조대가 오기까지 이상호 작가와 문성호 대표가 밀짚모자로 고라니의 얼굴에 쏟아지는 햇볕을 가려 주었다. 구조대를 기다리는 동안에 대형 덤프트럭이 빠른 속도로 지나쳤다. 구조대는 고라니의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잠시 후 고라니를 싣고 간 구조대로부터 다음과 같은 문자가 왔다.

'고라니 도착해서 폐사했습니다. 방사선 찍어보니 골반이 깨진 상태여서 기립이 안된 거로 보입니다. 애써 신고해 주셨는데 살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달렸던 일행의 낯빛은 어두워졌다.

청양군 왕진교부터는 달리는 차량에서도 강물이 초록색으로 보였다. 백제보 주차장에도 로드킬을 당한 까투리 한 마리가 보였다. 양준혁 간사가 인근 풀숲에 넣어줬다. 어도를 통해 흘러내리는 강물은 녹색이다. 콘크리트에 가로막힌 보 주변도 짙은 녹조가 강물을 뒤덮고 있다.

더욱더 짙어진 녹조

▲ 충남 부여군에서 보령댐으로 공급하는 도수로 주변이 온통 녹조로 찌들었다. ⓒ 김종술

충남 문화제 제100호인 '수북정'에 도착했다. 이곳은 규암나루터로 불리는데 가뭄 시 충남 서부 8개 시·군의 도민들 식수로 사용하기 위해 금강물을 보령댐으로 가져가는 취수관이 여기에 있다. 인근 저수지에서 봤던 정수수초인 마름이 강을 덮고 질퍽한 녹조가 뭉쳐있다. 코를 찌르는 악취가 진동했다.

양준혁 간사는 "이곳의 녹조는 갈수록 심해진다. 지난번 찾았을 땐 녹조 알갱이가 둥둥 떠다녔는데 지금은 떡이진 상태다. 물이 부족해지면 이런 강물을 보령댐으로 가져다가 식수로 공급해야 한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하류로 내려갈수록 녹조의 농도는 짙었다. 4대강 사업에 쓴 폐준설선이 방치된 부여군 세도면 사산리 강물은 최악이었다. 짙은 녹조가 강을 뒤덮었다. 인근 수로로 흘러든 녹조는 썩고 있었다. 썩은 악취가 풍겨서 가까이 접근하기도 힘들었다. 날파리와 악취 때문에 포기하고 돌아서야 했다.

▲ 충남 부여군 세도면 농수로를 타고 공급되는 강물이 녹조로 가득하다. ⓒ 김종술

농경지에 공급하기 위해 인근 양수장에서 퍼올린 강물이 수로를 타고 흘러들고 있다.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벼 포기보다 물색의 녹색 빛이 진했다. 논으로 유입되는 강물을 본 일행들은 침묵에 빠졌다.

"이런 강물이 농업용수로 사용된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외국의 사례를 찾아보고 수질 조사와 분석을 해서 농작물에 어떤 피해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문성호 대표가 양흥모 처장에게 방법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제방을 끼고 강변은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공원으로 들어가는 길은 사람 키 높이를 넘어버린 잡풀로 덮여있다. 어렵게 뚫고 들어간 공원은 야생동물의 배설물만 가득한 '화장실'이었다. 공원에 설치된 나무 의자는 부서지고 데크는 깨지고 훼손되어 있다. 바닥에 깔아놓은 대리석은 잡풀과 흙에 덮였다.

논산시 강경읍 황산대교 아래에서는 사람들이 수상레저를 즐기고 있다. 녹조로 뒤덮은 강물에 수상스키를 매달고 달리는 보트가 녹색 포말을 일으켰다. 금강 좌안을 따라 상류로 오르면서 바라본 강물 또한 건너편과 마찬가지로 짙은 녹조로 덮었다. 강변 제방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사석보호공이 무너져 내린 곳도 간간이 보였다.

부서지고 깨진 채 방치된 공원

▲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공원의 정자는 잡풀에 뒤덮여있다. ⓒ 김종술

▲ 130억 원이 투입된 부여군 금강4공구 공원 시설물까지 잡풀이 뚫고 올라와 자라고 있다. ⓒ 김종술

금강4공구 표지판이 있는 공원은 데크 시설물이 있는 곳으로 130억 원이 투입된 공원이다. 이곳에는 간이쉼터, 산책로, 목교, 숲속쉼터, 주차장, 자연석 계단, 팔각정자 등이 설치되어 있다. 지난해 데크 시설물이 파손되어 올봄 보수공사를 끝낸 곳이다. 공원 안으로 들어가자 데크를 뚫고 잡풀이 자라고 산책로와 정자까지 풀들이 장악해 버렸다. 콘크리트 산책로에 이따금 보이는 것은 야생동물의 배설물이 전부였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사적 제58호 '부여나성'이다. 나성은 백제의 수도 사비를 방어하기 위해 쌓은 중요한 외곽 방어시설이다. 웅진(지금의 공주)에서 사비(지금의 부여로)로 천도하기 위해 538년 전후하여 쌓았다.

▲ 마동왕자와 선화공주가 뱃놀이를 하며 사랑을 싹틔웠다는 왕포천이 녹조로 뒤덮였다. 빨간색 원안이 세계문화유산인 나성이다. ⓒ 김종술

왕포천으로 들어가는 도로에는 쇠말뚝으로 차량의 출입을 막아 놨다. 자전거도로를 타고 걸어서 들어간 왕포천은 금강 본류에서 녹조가 밀려들어 두껍게 쌓여 있었다. 썩은 녹조는 희끗희끗 부패하고 있다. 강바람을 타고 썩은 악취가 진동했다. 지켜보던 양흥모 처장의 목소리가 커졌다.

"왕포천은 마동과 선화공주가 뱃놀이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부소산성에서 배를 타고 내려와 작고 예쁜 하천인 이곳에서 사랑을 했다. 그런데 4대강 사업으로 강물이 막히고 녹조가 창궐하면서 왕포천이 망가졌다. 이곳과 인접한 나성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후 복원하고 있다.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관리해야 하는 문화재청과 충남도, 부여군은 유물뿐 아니라 주변의 자연환경, 경관, 역사적인 가치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녹조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이 3년 전부터 지속해서 문제를 지적하고 있지만, 조금의 개선도 없이 방치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관광객이 찾는다면 국제적으로 망신스러운 일이다."

▲ 4대강 사업 후 폐준설선이 방치되어 있는 충남 부여군 사산리 강물도 녹조로 덮였다. ⓒ 김종술

오늘 돌아본 금강의 강물은 녹조로 찌든 모습이다.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악취가 심했다. 농민들에게 빼앗아 만든 공원은 잡풀만 우거지고 시설물은 훼손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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