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인 리포트

김종술, 금강에 산다

"금강 물로 농사지어도 될지..." 농민들만 전전긍긍
[현장] 올해 처음 녹조 제거선 투입된 금강... 수상레저 즐기는 사람들 안전 문제도

18.08.11 18:10 | 김종술 기자쪽지보내기



▲ 백제보 상류 가득한 강물에 손을 담갔더니 거머리처럼 녹조가 덕지덕지 달라붙었다. ⓒ 김종술

지난 10일 충남 금강 백제보의 물 1㎖당 유해 남조류 세포수가 39만8820셀(cells/㎖)까지 치솟았다. 2주일 사이에 85배 증가한 수치다. 결국 백제보에는 '주의' 조치가 내려졌다.

지난 10일 한국수자원공사(아래 수공)는 14호 태풍 야기의 북상에 따라 백제보 주변에 설치했던 수차 대여섯대를 철거했다. 지난 7월말 녹조를 흐트러뜨리기 위해 투입된 수차는 고정돼 있기 때문에 태풍 피해가 우려됐다.

하지만 녹조가 증가할 조짐을 보이자 11일 오전 수공은 올해 처음으로 백제로 상류에 녹조제거선을 투입했다. 백제보 상류 선착장 주변에도 여전히 수차 10대가 가동되고 있다.

반면 수문이 전면 개방된 세종보와 공주보는 물빛이 탁하긴 하지만 녹조는 보이지 않았다. 모래톱이 쌓인 곳에서는 자정작용 덕분인지 맑은 물도 흘렀다.

"녹조 제거선으로 녹조 제거? 사막에서 자갈 줍는 것"

▲ 백제보 상류가 녹색 페인트를 풀어 놓은 것처럼 녹색 강물이다. ⓒ 김종술

▲ 백제보을 뒤덮고 있는 녹조를 제거하기 위해 한국수자원공사가 투입한 녹조제거선이 백제보 상류를 휘젓고 다닌다. ⓒ 김종술

11일 찾아간 금강(세종보-금강하굿둑, 110km)에는 태풍의 영향으로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녹조는 공주시 탄천삼거리부터 하구까지 대략 90km에 걸쳐 형성돼 있었다.

바람은 곤죽으로 변한 녹조를 흐트러뜨려 강바닥까지 골고루 퍼트렸다. 백제보 상류에는 녹조 제거선이 떠있었지만 바람이 심해 녹조 제거는 쉽지 않아 보였다. 후미진 구간은 여전히 녹조가 쌓여 곤죽 상태였다.

바지선 형태의 녹조제거선은 컨베이어 벨트를 돌려 표층에 쌓인 녹조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녹조를 없앤다. 오늘은 바람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였다. 강물을 퍼올려 얕은 거름망에 걸러 응집제로 굳히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백제보 저수량이 22.2백만㎥임을 감안한다면 실제 녹조 제거 효과는 미비해 보였다.

양준혁 대전충남녹색연합 간사는 "녹조제거선을 띄워 녹조를 제거하는 것은 사막에서 자갈을 줍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썩고 오염돼서 사용하지도 못하는 강물을 가둬두면서 투입되는 유지관리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알루미늄 성분이 다량 함유된 황토나 응집제를 살포해 녹조를 제거했다. 이는 수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응집된 부산물이 수중에 존재해 유해한 영향을 줄 수 있다"라며 "강물을 퍼올려 응집제를 사용하면 잔류물이 강으로 유입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상류 세종보와 공주보에서 증명된 것처럼 수문 개방만이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깨끗한 용수를 사용하는 방법이다"라며 안타까워했다.

녹조 금강에서 수상스키 즐기는 사람들

▲ 금강 3경으로 지정된 충남 논산시 강경읍 황산리에 있는 강경포구 인근에 수상레저 선착장도 녹조로 뒤덮었다. ⓒ 김종술

백제보 하류 상황은 더 심각했다. 백마강교 아래에는 녹색 강물에서 수상스키 등 수상레저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더 짙은 녹조가 발생한 논산시 강경포구에서도 수상레저를 하려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이 외에도 금강 구간에서는 하류 부여군, 익산시 등 5곳 정도에서 수상레저가 가능하다. 움직임이 서툰 사람들은 간간히 물에 빠졌고 강물을 흡입하고 남조류에 접촉했다.

최근 문제되는 녹조는 대부분 유해성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 aeruginosa)'로 이뤄져있다. 식물성 플랑크톤의 일종인 이 남조류는 녹색 강물 속에 대량 증식한다. 이것이 무서운 이유는 그 속에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라는 맹독성 물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유명한 조류학자 다카하시 토오루 구마모토 보건대 교수에 따르면 "이것은 청산가리 100배의 맹독성 물질"이라고 한다.

김정욱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명예교수도 "녹조는 피부를 자극하기도 한다, 미국 오하이오주 톨레도 시는 상수원수에서 녹조가 발생하자 음용을 근본적으로 금지했다, 노약자들에게는 수돗물로 목욕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2014년 미국 오하이오주 톨레도 시의 상수원 이리(Erie) 호에 녹조가 번졌다. 남조류가 번성하면서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것이다. 마이크로시스틴은 간과 신경계에 피해를 준다. 그래서 50만 인구가 수돗물을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결국 군이 동원돼 물을 공급했지만 마트에서 생수가 떨어지는 등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농민들도 전전긍긍 "저 물로 농사 지어도 될까"

▲ 충남 부여군 세도면 농경지로 공급되는 강물이 녹조로 가득하다. 인근 금강에서 퍼 올린 농업용수다. ⓒ 김종술

금강 물로 농사를 짓는 농민들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 10일 방문한 전북 익산시 용두양수장. 강물을 끌어올리는 탱크에는 녹색 강물이 솟구치고 있었다. 강물이 공급되는 콘크리트 수로에는 초록색 강물이 흘러들었다. 이 초록 강물은 벼가 자라나는 논으로 공급됐다. 일부 밭에는 강물을 끌어올리는 양수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익산시 용안면의 한 농민은 "(4대강 사업) 전에는 이렇게 녹조가 심하지 않았다, 갈수록 심해지고 올해는 유독 심하다"고 밝혔다. 그는 "가뭄이긴 하지만 남들처럼 물 걱정은 안하고 농사를 짓는다, 그런데 갈수록 강물이 오염돼 농작물을 먹어도 될지... 농사를 짓는 마음이 편치가 않다"고 하소연했다.

▲ 충남 부여군 향토문화유적인 수북정 나루터에 유람선이 정박해 있다. ⓒ 김종술

지난해 충남 서천군에서 만난 농민도 비슷한 말을 했다. "녹조가 가득한 강물로 지은 농산물을 서울 사는 자식들에게 계속해서 보내줘도 될지를 고민한다"고 했다.

지난 2015년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 초청으로 금강을 방문한 다카하시 토루 구마모토환경보건대학 교수는 충격적인 말을 했다. 다카하시 교수는 "남조류가 발생한 일본의 아사하라 간척지에서 생산된 농작물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되었다. 독일에서도 야채나 쌀에서도 남조류 독성이 검출된 연구결과가 있다"고 했다.

국내 환경전문가는 "4대강 사업으로 강물이 막히면서 발생하는 유해 성분인 남조류 독성물질로 지은 농산물이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국내 농산물에는 마이크로시스틴의 남조류 유해성분에 대한 분석이 없어서 검출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 전라북도 군산시와 충청남도 서천시를 연결하는 금강하굿둑을 사이로 녹조 강물과 잿빛 바닷물이 교차되고 있다. ⓒ 김종술

마지막으로 찾아간 금강의 끝 금강하굿둑. 이곳도 녹색 페인트를 풀어놓은 것처럼 온통 녹색이다. 드론을 띄워 확인하니 강물은 녹색, 바다 쪽은 잿빛이다. 농어촌공사가 가뭄에 대비해 수문을 열지 않아 녹조는 더욱 심해지고 있었다.

한편, 백제보 수문 개방은 농민과 정부의 줄다리기 속에 갈수록 늦어지고 있다.

백제보 인근 시설재배 농가들은 지난해 11월 수문 개방 때 입은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또 대형 관정을 파서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해 달라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내부 검토중이라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았다.

▲ 4대강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인 <오마이티비> 안정호 기자가 녹조로 가득한 강물에서 촬영을 하고 있다. ⓒ 김종술

▲ 기자가 들어간 강물은 온통 녹조로 가득했다. 충남 부여군 부여읍 백제교 아래. ⓒ 조수남 작가

▲ 강바닥에 쌓인 펄들이 썩으면서 녹조가 뒤덮은 강물에 공기 방울이 솟구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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