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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술, 금강에 산다

드론으로 본 금강... 고운 모래톱 돌아왔지만, 강바닥엔 녹조류 사체
[김종술 금강에 산다] 썩은 강물 빠지면서 악취도 진동

18.02.23 11:16 | 글:김종술쪽지보내기|편집:김도균쪽지보내기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공주시민의 휴식처인 금강 둔치공원에 고운 모래톱이 드러나고 있다. ⓒ 김종술


4대강 수문개방으로 금강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고운 모래톱이 드러나고 있다. 일부 구간에서는 "졸졸졸~" 강이 깨어나는 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썩은 강물이 빠지면서 녹조류 사체가 강바닥에 덕지덕지 깔려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22일 이용희 녹색연합 4대강 담당자와 양준혁 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가 금강을 방문했다. 녹색연합은 한 달에 한 번 금강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금강의 수위는 굳게 닫힌 백제보를 제외한 공주보와 세종보가 수문을 개방한 상태다. 이날 모니터링은 수문개방으로 수위가 내려가면서 물 밖으로 드러난 모래톱에 드론을 띄워 집중적으로 관찰했다.

2009년까지 강폭 300m 정도의 금강은 중간지점까지 모래톱이 쌓이고 발목이 찰랑찰랑 잠기는 모래사장이었다. 4대강 사업 당시 금강에서는 4294만1000㎥ 정도의 준설이 이루어졌다. 수심 6m의 과도한 준설 탓에 강변과 강바닥은 급경사가 만들어졌다.

수심 7m의 공주보 수위가 2m가량 내려가면서 상류 좌·우안으로 모래톱과 펄밭이 물 밖으로 드러났다. 국가 명승 제21호 곰나루 선착장은 수위가 내려가면서 30~40도 급경사로 보였다. 지난여름 장맛비에 세종보 수력발전소에서 떠내려온 오탁 방지막과 4대강 공사 당시 버려진 장비들이 물밖에 드러나면서 흉측한 모습으로 방치되고 있다.

충남 공주시 정안천에서 금강 본류로 유입되는 지천에서는 쉼 없이 모래들이 쓸려 내려오고 넓은 모래사장이 만들어졌다. 드러난 모래밭에서는 왜가리 백로, 오리 등 새들이 한가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건너편 도심 제민천에서 흘러내리는 누렇고 탁한 진흙 펄만 퇴적되고 있었다.

금강에 다리가 없던 시절. 1920년대 공주가 발전하면서 금강을 건너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나룻배로 이동이 불가능해지자 나무로 된 다리를 놓아 건너다녔던 '배다리' 석축과 나무로 된 기둥도 듬성듬성 드러났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사적 제12호인 공산성 앞 강변은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넓고 거대한 모래톱이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일부 모래톱에는 진흙 펄이 쌓이면서 심한 악취를 풍기고 있다. 둔치공원과 맞닿은 수로에서는 미처 피하지 못한 물고기들이 웅덩이에 갇혀 파닥거리며 죽어가고 있다. 이를 지켜보던 주민의 말이다.

▲ 충남 공주시 금강 둔치공원 앞 수로의 물이 빠지면서 웅덩이에 갇힌 물고기들이 죽어가고 있다. ⓒ 김종술

"물을 빼는 것은 너무 좋은데 좀 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4대강 공사 한다고 물 빼면서 여기서 많은 물고기가 죽었는데, 복원한다고 또 물 빼면서 물고기가 죽어간다. 요즘 사람들은 물고기 몇 마리 그런 식으로 생명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옛날에는 (공산성 앞) 저기 모래톱에서 깡통도 돌리고 대보름 행사와 해맞이 행사도 했다. 공주사람뿐만 아니라 공주를 방문한 사람이라면 한두 번씩은 다녀갔을 것이다. 그때는 참 곱고 아름다웠는데 요즘은 물이 빠지면서 냄새가 심해 운동하러 나오기가 겁난다."

강변 둔치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악취를 호소했다. 좀 더 상류로 올라갔다. 지난 2008년까지 공주시민들의 식수를 사용하던 공주대교 상류에도 질퍽거리는 펄밭과 자갈밭이 드러났다. 사적 제334호로 우리나라 최초의 구석기 발굴이 이루어진 '석장리 박물관' 앞에도 운동장 크기의 모래톱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둔치와 맞닿는 부분에는 펄과 모래가 뒤섞여 있었다.

"와 너무 아름다워요. 그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곳인데요. 와, 와, 와 여기서 살았으면 너무 좋겠어요."

이용희 활동가의 감탄사가 쏟아졌다. 넓게 펼쳐진 모래톱, 공주 10경이자 조선시대 문인인 서거정이 쓴 시로도 유명한 '청벽'의 모습에 반한 것이다. 우뚝 솟은 '벼랑을 한참이나 올려다보면서 연신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바람에도 날릴 것 같은 고운 모래톱에 죽은 강아지로 보이는 생명체가 보였다.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330호인 수달이었다. 반듯하게 엎드린 상태로 발가락 물갈퀴와 꼬리 등 상처는 없어 보였다. 사람의 발길이 없는 이곳은 오래전부터 수달이 서식하는 장소다. 지난해에는 수달이 새끼를 낳기 위해 보금자리를 만드는 장면을 인근 주민이 찍어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죽은 수달을 위해 양준혁 활동가와 함께 모래를 덮어 무덤을 만들어줬다.

세종시 장군면에서 흘러드는 대교천 합수부 강바닥은 온통 녹조류 사체가 덕지덕지 했다. 숨쉬기가 거북할 정도로 심한 악취가 진동했다. 상류로 오를수록 모래톱의 규모는 커졌다. 세종보 하류와 금강교 인근에도 축구장 크기의 모래톱이 생겨났다. 그러나 둔치와 맞닿아 있는 구간은 여전히 질퍽거리는 펄밭이었다.

세종시 햇무리교 위쪽 양화 취수장에서는 굴착기가 임시물막이 공사를 하고 있었다. 양화 취수장은 금강 물을 세종시 호수공원으로 공급하는 곳이다. 세종보 수위가 내려가면서 돌보를 쌓아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공사다. 충북 미호천과 대청댐의 물이 만나는 지점인 합강리에 도착했다.

"졸졸졸~"

▲ 충북 미호천과 대청댐 등 물이 만나는 지점인 합강리. ⓒ 김종술

"금강에 다니면서 처음으로 물소리를 들어 보네요. 봄이 깨어나는 소리. 4대강의 아픔이 깨어나는 소리처럼 청량하게 들려요."

세종보 수위가 전면 개방되면서 낮아진 수심으로 강물이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고 양준혁 활동가가 소리쳤다. 드넓게 펼쳐진 모래사장에는 크고 작은 새들이 발자국을 찍어 놓았다. 몽글몽글 쏟아놓은 고라니 배설물부터 푸짐하게 싸놓은 너구리 배설물까지 야생동물들의 흔적은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합강리 합호서원 역사공원' 앞 미호천에서 흘러내리는 세종시 연동면 합강리에 수해 방지용으로 쌓아 놓은 돌보는 70m 정도가 유실되어 사라졌다. 2년 전 세종시가 공사를 하다가 예산 부족으로 공사가 중단된 곳이다. 상류 강변은 눈에 덮인 것처럼 강변과 나무들이 온통 하얗게 변해있다. 높이 10m, 길이 100m가 넘어 보였다. 생태계 교란 생물인 '미국선녀벌레'가 나무를 죽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곳에서 발견되어 계속해서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미국선녀벌레는 밀양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후 우리나라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밤나무, 배나무, 감나무 외에도 수종을 가리지 않고 퍼져 나가면서 나무들이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4대강 사업 9년 만에 물 밖으로 드러난 금강은 온통 상처투성이다. 수문개방으로 모래톱은 만들어지고 있지만, 악취가 진동하는 펄의 규모도 광범위했다. 다행인 것은 도랑을 타고 강으로 흘러드는 곳에서는 고운 모래톱과 희망이 보였다.

▲ 수심 7m 높이의 공주보의 수위가 수문개방으로 2m가량 낮아진 상태다. ⓒ 김종술

▲ 충남 공주시 정안천에서 흘러든 모래가 쌓이면서 넓은 퇴적토가 만들어지고 있다. ⓒ 김종술

▲ 공주에 다리가 없던 시절 배를 띄워 건너다녔던 ‘배다리’ 나루터도 물밖에 드러났다. ⓒ 김종술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사적 제12호 공산성 앞에 드러난 퇴적토는 펄이 듬성듬성 쌓여 악취가 진동했다. ⓒ 김종술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사적 제12호 공산성 앞에도 고운 모래톱이 드러나고 있다. ⓒ 김종술

▲ 충남 공주시 공주대교 밑에 드러난 모래밭. ⓒ 김종술

▲ 4대강 사업으로 일부 구간이 준설된 새들목(하중도)도 모래톱이 재퇴적되고 있다. ⓒ 김종술

▲ 우리나라 최초의 구석기 발굴이 이루어진 ‘석장리박물관’ 앞 드러난 모래톱을 거닐어 보았다. ⓒ 김종술

▲ 우리나라 최초의 구석기 발굴이 이루어진 ‘석장리박물관’ 앞에도 운동장 크기의 모래톱이 만들어졌다. ⓒ 김종술

▲ 세종시 청벽이 바라다보이는 지점에도 크고 작은 모래톱이 만들어지고 있다. ⓒ 김종술

▲ 세종시 불티교 다리 밑에도 모래톱이 드러나고 나루터의 흔적이 나타나고 있다. ⓒ 김종술

▲ 세종시 대교천과 금강이 만나는 지점에도 모래톱이 쌓이고 있다. ⓒ 김종술

▲ 대전·당진 간 고속도로 밑 드러난 모래톱에서 이용희 활동가가 사진을 찍고 있다. ⓒ 김종술

▲ 대전·당진 간 고속도로 밑에도 군데군데 모래톱이 드러났다. ⓒ 김종술

▲ 전면 수문이 개방 중인 세종보는 수력발전소 쪽으로만 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 김종술

▲ 전면 수문이 개방 중인 세종보는 수력발전소 쪽으로만 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 김종술

▲ 한국수자원공사 세종보 관리사무실 앞에는 시커먼 펄밭이 잔뜩 쌓였다. ⓒ 김종술

▲ 세종보 수문이 개방되면서 상류 모래톱이 만들어지고 있다. ⓒ 김종술

▲ 세종보 수위가 내려가면서 호수공원으로 물을 끌어가기 위해 양화취수장 앞에 돌보를 쌓고 있다. ⓒ 김종술

▲ 충북 미호천과 대청댐 등 물이 만나는 지점인 합강리. ⓒ 김종술

▲ 충북 미호천에서 세종시 합강리로 흘러드는 곳에도 모래톱이 생겨났다. ⓒ 김종술

▲ 충북 미호천에서 세종시 합강리로 흘러드는 곳에 쌓았던 돌보는 70m가량이 유실되어 버렸다. ⓒ 김종술

▲ 미호천에서 흘러내리는 세종시 연동면 합강리 강변 나무들이 미국선녀벌레 공격을 받아 하얗게 죽어가고 있다. ⓒ 김종술

▲ 세종시 합강오토캠핑장 앞에도 군데군데 모래톱이 생겨나고 넓어지고 있다. ⓒ 김종술

▲ 충북 미호천에서 세종시 합강리로 흘러드는 곳에도 모래톱이 생겨났다. ⓒ 김종술

덧붙이는 글 | 사진은 공주보에서 상류로 거슬러 오르면서 배치하였습니다.

환경운동연합에도 같이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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