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인 리포트

오십쇼

특별한 제주도 힐링 공간, 바로 여깁니다
[오십쇼] 제주도 조이빌 리조트(삶의 예술학교)

17.11.14 17:57 | 글:김병기쪽지보내기|사진:정대희쪽지보내기

오십쇼는 매월 1만원 이상씩 오마이뉴스에 자발적 구독료를 내는 10만인클럽 회원들의 나눔 쇼핑 공간입니다.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 오십쇼 3호점, 제주도 조이빌리조트 ⓒ 정대희

문을 여니 가을이다. 멀리 바다가 보였다. 갈매기와 산새 소리가 바람결에 가득했다. 밤새워 비가 내렸다. 잔디 위에 떨어진 왕벚나무 잎사귀는 붉고 노랗다. 옅은 비구름은 세미 오름 이마를 세차게 치고 고개를 넘었다. 현무암 조경석에 붙은 이끼는 옥빛이다. 종려나무는 흰색 숙소 지붕 위로 치솟았다. 제주도 조이빌 리조트의 아침은 느긋하고 상쾌했다.

제주시 조천읍에 있는 이곳을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나눔 쇼핑 '오십쇼' 3호점으로 정한 건, 제주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자연경관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10월 16일 통나무 집 등 16채의 객실 중 한 곳에 2명이 하룻밤 묶었다. 4만 4천 원. 저렴한 가격 때문만도 아니다. 이국적인 풍경 속의 야외 수영장과 잔디 축구장, 이런 시설 때문만도 아니다. 숙소에서 나와 조금만 걸어도 제주도의 수많은 펜션과 다른 게 보였다.

[멈춤] 멈춰 서면 보이는 것

▲ 이재형 제주 조이빌리조트 대표 ⓒ 정대희

이 공간의 미덕은 멈춤이다. 건물 벽화가 그려진 북 카페가 있다. 미닫이문을 열고 나무 탁자 위에 찻잔을 올려놓으면 한 땀 쉬어갈 수 있다. 카페에서 나오면 맞은편은 황토방이다. 12평 남짓한 참선센터. 통유리로 된 한쪽 벽면은 한 폭 풍경화였다. 바람 한 점 없지만 제주 바다와 오름이 한눈에 들어왔다. 여기서 나와 빛의 정원 산책로를 걷다가 멈추면 함덕 해변이 보인다.

바쁜 일상의 속도에서 탈출해 잠시 자기를 돌아볼 '삶의 예술학교' 교육 프로그램도 있다. 이재형 대표(조이빌 리조트, 사단법인 삶의 예술 문화원)는 "조이빌에서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삶의 예술학교는 힐링하면서 자기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그냥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소중한 존재죠. 불교는 '당신이 부처'라는 것을 가르칩니다. 성경 창세기에는 '인간을 창조할 때 신을 닮게 했다'고 밝혔어요. 천도교는 '인간은 하늘'이라는 인내천 사상입니다. 당신은 굉장히 거룩한 존재라는 거지요.

성인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3박 4일 프로그램에서부터 매년 다양한 힐링 프로그램과 캠프를 진행하는 데, 감동한 분들이 명상센터 건립 기금을 주고, 북 카페에 책을 후원하기도 합니다."

[나눔] 교육공동체 만들기

▲ 이재형 제주 조이빌리조트 대표 ⓒ 정대희

이 공간의 더 큰 미덕은 나눔이다. 펜션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수익금은 '삶의 예술학교' 운영자금으로 쓴다. 생태와 영성, 문화 예술 콘텐츠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일이다. 조이빌은 교육공동체를 일구는 캠프이며 강사들에게 숙식도 제공한다. 펜션 사업을 하면서도 공동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조이빌은 10년 전부터 삶의 예술학교를 지원했죠. 최근 2~3년 전부터는 재정난을 겪고 있지만, 운영비를 제외한 수익금은 학교 살림에 보탭니다. 프로그램에 참석했던 분들 중에는 '젊은 사람들도 교육의 혜택을 받게 해 달라'면서 후원금을 주시는 분도 있습니다. 어떤 분은 '여기에 명상센터가 필요하지 않냐'면서 도네이션을 했죠."

여름방학 때에는 청소년 3박4일 감성캠프 '마음이'가 열린다. 마음수업을 하고 역할극을 하면서 청소년들에게 자기 정체성을 심어주는 프로그램이다. 청소년과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삶의 예술 세미나'에 참석했던 한 뮤지컬 배우는 이런 소감을 남겼다.

"세미나에 오기 전까지 주된 생각이 '왜 살아야 하나'였습니다. 이렇게 힘들고 희망도 없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삶에 지쳐있었습니다. 나흘 동안 세미나를 경험하면서 삶의 소명을 다시 찾은 기분입니다. 또 함께 공감하고 같이 눈물 흘릴 때 치유의 힘은 실로 대단했습니다. 이제 동정이 아닌 공감의 힘으로 살아갑니다. 나의 삶을 살아갈 깨달음과 힘을 얻었습니다."

일주일에서부터 1년에 이르기까지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삶의 예술 스테이'라는 프로그램도 있다. 한 달 동안 함께 일하면서 내면의 삶을 되돌아보는 '워킹 스테이', 벽화를 그리며 빛의 정원을 가꾸면서 마음을 돌보는 '숨 쉼 프로젝트' 등 다양한 교육-힐링 캠프가 열린다. 물론 유료이지만, 가격은 다른 캠프에 비해서 저렴하다.

[치유] 시간 여행

▲ 오십쇼 3호점, 제주도 조이빌리조트 ⓒ 정대희

"우리 교육의 핵심은 정체성 찾기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질문을 하는 겁니다. 미국에서 시작한 생태영성공동체 운동의 하나인데, 30년 전부터 일 년에 한 번씩 교육을 했고, 10년 전에는 서귀포 농장에서 공동체를 진행했죠. 2년 전 조이빌 리조트라는 공간을 구한 뒤부터 본격화했습니다.

힐링을 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가족 간의 문제와 사회적 문제 등 다양한 곳에서 아픔을 느끼는 분들입니다. 이들과 함께 아픔이 시작된 곳으로 돌아가서 치유하는 시간여행을 합니다. 지난 5월에는 4.3 희생자 가족들을 대상으로 깊은 아픔을 씻어내는 시간여행도 했습니다."

시간여행?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치유가 되는지 궁금했다. 이 대표는 "머리로 전달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게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한 가지 프로그램의 예를 제시했다.

"우선 '당신의 삶 속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한순간을 이야기하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서먹해 하고 어려워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순간을 떠올립니다. 그 이야기를 서로 나누지요. 지금은 상처투성이지만, 아름다웠던 순간을 이야기하면서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그게 상대방에게 전달이 됩니다. 거기서 서로가 감사하고 사랑해야 할 새로운 것을 깨닫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남에게 손가락질하면서 비판해왔던 삶을 되돌아보는 거지요.

가령 '감사 걷기'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꽃과 나무, 풀 등 자연과 깊게 만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요. 그럼 자연이 말을 겁니다. 나무에 인사하고 고맙다는 마음을 나눕니다. 주변의 아름다운 것들과 대화하면 골머리를 썩는 어려운 문제의 해법이 보입니다. 처음 이곳에 올 때의 거친 표정부터 펴집니다. 다른 인식의 세계가 열리면 가족관계와 사회생활도 바뀝니다."

[공동체] 인간에 대한 탐구

▲ 이재형 제주 조이빌리조트 대표 ⓒ 정대희

이 대표는 서울대 공대를 나왔다. 재미있게 회사생활을 했지만, 마음 한 쪽에 갈증이 있었다. 경제적으로는 안정된 생활이지만, 의미 있는 삶은 아니었단다. 그러다가 우연히 그의 인생을 뒤바꾼 한 권의 책을 만났다. <빛의 성전에 이르는 일곱 계단>이라는 작은 책이었다.

"깜짝 놀랐습니다. 어떻게 이런 글이 쓰일 수 있는지. 이 책을 발행한 그룹을 만나기 시작했죠. 미국의 생태영성 공동체 '에미서리'(Emissaries)라는 그룹입니다. 기독교적인 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종교적인 편향에서 벗어나서 정체성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배타적인 종교적 교리는 없죠. 불교와 심지어 사서삼경 등 모든 경전이 이야기하는 공통점은 인간에 대한 탐구입니다."

그는 "우리 교육의 핵심은 최고 리더십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내가 누군지 알고, 상대방도 알아야 진정한 리더"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이 지역의 교육공동체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며 "대안 학교와 대안 대학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길] 맨발의 부자

▲ 이재형 제주 조이빌리조트 대표(우)와 아들 이종행씨(좌) ⓒ 정대희

도인처럼 수염을 길게 기른 이 대표는 얼마 전에 계단에서 발을 삐끗해서 목발을 짚었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취재진에게 조이빌을 안내하려고 바깥에 나오자 신발을 벗고 맨발로 잔디밭을 밟았다.

"여기선 주로 맨발로 지냅니다. 온몸에 쌓인 찌꺼기는 모든 기관의 세포가 모여 있는 발바닥을 통해 밖으로 배출된다고 합니다. 한 지인은 이렇게 맨발로 걸으면 암세포도 없어진다고 말하더라고요.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피곤한 게 없습니다."

이 대표 옆에 그의 아들이 섰다.

"직장에 다니던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미국에 가겠다면서 '아버지가 하시는 게 뭐예요?'라고 묻더라고요. 평소 내가 하는 일에 관심도 없는 줄 알았는데 반가웠죠. 뭔가 다른 일을 시작하겠다는 거였어요. 미국 콜로라도에서 몇 년 동안 곰과 엘크가 있는 에미서리 생태공동체에서 살다 왔어요. 지금은 조이빌에서 나와 함께 있죠."

초창기 오마이뉴스에서 사회부 기자로 일했던 강이종행씨였다. 오마이뉴스는 그의 첫 직장이었고, 아버지의 길을 좇으려고 퇴사한 뒤에도 매월 1만 원 이상씩 오마이뉴스를 정기 후원하는 10만인클럽 회원이다.

그가 조이빌의 '오십쇼' 입점을 요청했다. 제주도에 있지만 자기와 뜻을 같이하는 10만인클럽 회원들과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홈페이지에 노출된 가격은 다소 비싼데, 온라인에서 서비스하는 숙박비의 최저가에서 10% 할인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표에게 물었다. 오마이뉴스는 어떤 언론인가?

"시민기자들의 전문성이 돋보이죠. 사람들이 각자의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기사로 쓰기에 직업 기자보다 전문적이고 다양성하다는 게 장점입니다. 이런 언론이 상업주의에 휘둘리지 않고 오래도록 제 역할을 하려면 재정적으로 튼튼해야 합니다. 제 아들이 오마이뉴스를 후원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죠."

10만인클럽 회원들을 이곳에 초대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바닷가를 좋아하는 데, 오랫동안 해풍에 노출되면 건강에 해롭다고 하죠. 여기는 승용차로 10여 분 정도 달려야 바다가 나옵니다. 바닷가는 어수선하지만 여긴 아늑합니다. 조용하게 하루 이틀 쉬고 싶으면 이곳에 오세요. 마음을 내려놓고 고즈넉하게 걸을 수 있는 산책로도 있습니다. 여름에 반딧불이 많죠. 습도가 많은 바닷가보다 저녁별이 유난히 반짝입니다."

목발을 짚은 그는 하룻밤을 묵고 떠나는 10만인클럽 취재진을 향해 맨발로 서서 손을 흔들었다.




추천 리포트
이 기사와 관련된 최신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