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인 리포트

오십쇼

"공정한 새끼 대구, 맛이 '쫄깃' 합니다"
[오십쇼] '공정한 행정집행을 촉구하는 호프집' 한철희 사장

17.10.24 19:52 | 글:김병기쪽지보내기|사진:정대희쪽지보내기|영상:박민규쪽지보내기

오십쇼는 매월 1만원 이상씩 오마이뉴스에 자발적 구독료를 내는 10만인클럽 회원들의 나눔 쇼핑 공간입니다.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 서울 을지로 '노가리 골목'에는 '공정하고 평등한 행정집행을 촉구하는 호프집'이란 간판을 내건 가게가 있다. ⓒ 정대희

어스름한 저녁, 서울 을지로 '노가리 골목'에 가면 별 세상을 만난다. 폭 5.7m 일방통행 도로 옆에 맥줏집이 즐비한데 저녁 6~7시쯤 되면 간이식탁과 의자를 도로에 깔기 시작한다. 맥주를 찾는 사람이 하나둘씩 도로를 채운다. 한두 시간이 지나면 걸어 다니기 힘들 정도다. 젊은이들과 머리가 희끗희끗한 40, 50대가 섞인다. 맥줏집 벽에서 흔히 보는 유럽 광장 호프 사진 같다.
   
이곳에 간판을 내건 17개의 호프집 중에 특별한 가게가 있다.   

'공정한 행정집행을 촉구하는 호프집'.

'왜지?'라는 의문이 떠오르는 간판이다. 지난 9월 21일, 이곳(중구 을지로13길 19 일대)을 찾았다. 지하철 2호선 을지로 3가역에서 내려 3번 출구로 나오면 10미터 앞 우측에 골목이 있다. 여기로 들어가면 작은 골목 사거리가 나온다. 직진해서 30미터쯤 걸으면 좌측에 '마부 호프' 간판이 보인다. 그 건물 2층이 특별한 호프집이다. 지하철 역에서 5~7분 거리다.  

한철희(47) 사장은 취재진이 방문한 날, 현수막으로 만든 새 간판을 달았다. 그와 인터뷰를 할 때 막 내건 간판을 보고 50대 남자 3명이 이렇게 외친 뒤에 호프집으로 들어왔다.

"어! 이 집 간판 재미있네. 여기 들어 가자구!"

[간판을 바꾼 까닭①] '황제 알바' 덫에 걸리다

▲ 공정하고 평등한 행정집행을 촉구하는 호프집의 한절희(47) 사장 ⓒ 정대희

한 사장에게 간판을 바꾼 이유를 묻자 옆에 있던 부인 강정원(49, 1층 마부 호프 사장)가 말문을 열었다. 지난 2015년 9월 11일이었단다. 

"두 명의 젊은 얘들이 가게 앞을 서성이다가 좌판에 앉았죠. 미성년자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주민등록증을 보여 달라고 했어요. 한 친구가 주민등록증을 보여줬는데 21살이었습니다. 다른 친구는 주민등록증이 없다고 하면서 '친구 사이'라고 말하더라고요. 맥주를 줬죠. 얼마 뒤 경찰이 들이닥쳤어요.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다'는 제보를 받고 왔답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확인 결과, 미성년자였다. 경찰서에서 아이들은 훈방 조치됐고, 가게는 2개월 영업정지와 과태료 1000만 원 처분이 내려졌다. 아이들이 가게 앞을 서성거릴 때 함께 있었던 한 사내는 경찰서에서도 누군가를 기다렸다. 한씨가 석연치 않아서 아이들에게 다가가 "너희들, 누가 시켰지?"라고 물었단다. 강씨도 아이들에게 다가가 애걸복걸하면서 전화번호를 받았다. 한씨의 말이다.

"다음날 아이들과 만나기로 했는데 나타나지 않았어요. 아이들에게 진실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절망적이었죠. 아이 전화번호를 휴대전화에 입력했는데 다음 날 컴퓨터에서 아이의 카톡을 확인했어요. '너 어디니?'라고 물었죠. 그 친구가 휴대전화를 잃어버려서 저를 우리집에서 술을 먹으라고 사주한 남자인줄 착각했어요. '제 휴대전화를 아저씨 차에 놓고 내렸습니다'라는 카톡이 왔어요."

한씨는 "휴대전화를 갖다 주겠다"고 말하면서 "주소를 입력해달라"고 했다. 그는 "그 길로 아이 집에 쳐들어갔다"고 말했다.

"아이 아빠는 자초지종을 알고 아이를 혼냈어요. 제가 원하는 진술서도 써주라고 했죠."

그 진술서는 이렇게 시작한다.

"9월11일 밤에 심심채팅 어플에서 쪽지가 왔습니다. 지정해주는 호프집에서 술을 마시면 돈을 주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에 돈도 없고 놀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연락을 했습니다."

확인결과 사주한 윤OO씨와 두 아이들은 초면이었다. 윤씨는 인터넷에 '황제 알바'라는 제목으로 '지정해주는 집에 가서 술만 마시면 60만 원 당일 지급'이라는 게시물을 올렸고, 두 아이가 걸려들었다.

나중에 윤씨는 한씨에게 "나를 사주한 사람은 □□□"라면서 "주기로 했던 돈을 받지 못해 내 돈으로 알바비를 줬다"라고 푸념했단다. 한씨는 자기가 아는 사람이 일을 꾸몄다는 말을 듣고 소름이 돋았다.

1000만 원 과태료와 2개월 영업정지 행정조치는 정상을 참작해 150만 원 과태료로 깎였다. 검찰은 청소년보호법을 위반한 한씨를 기소유예했다. 하지만 한씨는 아이들을 사주한 윤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청소년보호법 위반과 업무방해 교사 혐의였다. 2년 동안 대법원까지 가면서 "아이들을 사주한 죄를 물어달라"고 소송을 벌였지만 패소했다.

"저희도 잘못 했지요. 아이들이 미성년자인 것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술을 팔았으니까요. 그 죄는 달게 받아야죠. 하지만 아이들을 돈으로 사주한 어른들의 죄도 묻고 싶었어요. 어른들의 음모에 가담해서 죄를 짓는 미성년자들이 더 이상 없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법원은 '관련 법이 없다'면서 면책했습니다. 씁쓸했지요. 이런 대한민국, 공정하지 않잖아요."

1층 마부호프로 내려간 부인 강정원 씨가 틀어놓은 김광석 노래가 계단을 타고 올라왔다.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내 텅 빈 방문을 닫은 채로~"

[간판을 바꾼 까닭②] 민원을 제기하면 1000만원 내라?

▲ 서울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풍경 ⓒ 정대희

한 사장은 3년 전만 해도 의류 도매업을 했다. 대그룹 브랜드로 납품해서 백화점 매장으로 유통했다. 그러다가 사기를 당해 6억여 원을 날렸다. 빚을 갚으려고 집까지 처분했더니 눈앞이 캄캄했단다. 그는 아내와 노가리 골목에 와서 맥주를 마시다가 도로 위에서 맥주를 들이키는 인파에 깜짝 놀랐다.  

"목숨 걸고 최선을 다해서 아이들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죠. 가게 세를 내고 장사 물품을 사려고 융자를 받아서 마부호프를 계약했습니다."

아내와 함께 성실하게 일해서 돈을 벌겠다고 결심했지만, '황제 알바' 사건이 끝난 뒤에도 쉽지 않았다. 술집을 찾는 사람들에겐 낭만이었지만 노가리 골목의 도로에 깐 좌판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했다. 2년 전 이 골목은 '서울 미래유산골목'으로 등재됐지만 도로에서의 불법 영업 논란과 민원이 제기돼 노상 영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3년 전 마부 호프로 출발했는데, 노상 영업이 중단된 뒤 한 사장은 2층을 임대했다. 벌이가 시원치 않아 2개 층의 가게 월세를 내기가 버겁기는 했지만, 큰 불만은 없었다. 하지만 다시 이 골목에 좌판이 깔리면서 한씨의 부담이 커졌다. 중구청이 지난 5월부터 이곳을 '지역상권 활성화 사업구역'으로 정해 옥외영업을 허용해줬지만 도로점용료를 내야 했기 때문이다.  

"어느날 노가리골목 번영회에서 중구청에 도로점용료를 내고 노상영업을 하자고 하더라고요. 저는 가게세를 내기도 힘들어서 '그렇게 못하겠다'고 버티다가 사인을 했습니다. 그때 번영회는 '관공서에 도로 영업 등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협약서를 내밀었습니다. 이걸 어기면 번영회 소속 호프집에 각각 1000만 원씩을 내라는 것이었어요."

그는 어쩔 수 없이 사인을 했지만, 그 뒤에 돌아가는 상황도 불만이었다.   

"각자 가게 앞에 테이블을 깔기로 했는데, 번영회는 가게 양 옆으로 2.7m 정도를 더 깔게 해준다고 신청서를 내라고 하더군요. 우리는 보시다시피 양 옆에 호프집이 있습니다. 더 이상 좌판을 깔 수 없어요. 그런데 옆집들은 좌판을 깔 공간이 있어요. 근처에 무허가 건물에서 영업하는 가게도 있는데, 거긴 자리를 깔 공간이 많습니다. 공정한 게임이 아니잖아요."

한 사장만이 도로점용료 정책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인근 호프집의 한 사장도 "테이블 한 개를 도로에 깔 수 있는데, 두 달에 30만 원을 냈다"라면서 "잘 나가는 호프집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우리 같은 가게는 부담만 늘기 때문에 좌판을 깔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다른 호프집의 사장도 "가뜩이나 장사도 안되는데, 도로점용료를 낼 돈이 어디 있냐"고 말했다. 

한철희 사장이 중구 보건소 위생과에 9800원을 주고 '주마등 호프집'이라는 상호를 '공정한 행정집행을 촉구하는 호프집'으로 변경한 이유이다. 

한편, '을지로 노가리호프 번영회'의 손경태 회장은 "옥외영업이 불법이어서 그동안 수차례 벌금을 내서 힘이 들었다"라며 "번영회의 운영회에서 가게끼리 민원을 내면 패널티를 주자는 차원에서 1000만 원 벌금을 협약서에 명시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도로점용료를 내고 영업을 하는 것에 대해서 대부분의 가게들이 처음에는 호응을 했는데, 상대적으로 영업 효과가 떨어지는 곳도 있기에 지금은 옥외영업을 하지 않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메뉴] '공정한 새끼 대구 노가리'

▲ 공정한 새끼 대구 노가리 ⓒ 정대희

'공정한 행정집행을 촉구하는 호프집'의 메뉴판에 적힌 맥주 안주는 50가지가 넘는다. '오징어 입' '마부 치킨' '새우 감자튀김' '국물 계란탕' '한치' '쥐포' '참기름 바른 김' '먹태' '뻔데기 탕' '얼큰 국물 떡볶이' '불닭 꼬치' '문어꼬리'... 

"우리 가게에는 '마부 노가리'가 있습니다. 원가가 마리당 950원인데 1000원을 받죠. 새끼 대구를 말린 겁니다. 반건조이기에 부드럽고 쫄깃합니다. 맥주는 안마시고 노가리만 싸달라는 사람도 있어요. 명태과인 황태 노가리도 팔죠. 이 골목에서 꼬치를 파는 유일한 곳이기도 합니다. 도매집 닭꼬치인데, 카레, 맥주, 소주, 후추, 마늘과 갖은 양념을 넣고 숙성시켜서 찝니다. 간이 잘 배인 꼬치를 굽기에 잡냄새가 없어요."

메뉴판을 펼쳐보니 가격이 비싼 건 아니다. 손바닥 반쪽 크기의 노가리 한 마리당 1000원이다. 불닭-간장 꼬치는 2500원, 오징어 입은 25~30개에 3000원이다. 오징어 귓때기는 120 그램에 5000원. 호프는 500cc에 3000원. 뻥튀기는 '셀프'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직원들은 '오십쇼'(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나눔쇼핑)에 입점하기 전에 맛과 가격, 서비스를 검증하려고 두 번에 걸쳐 이 가게를 찾았다. 첫째 날은 청계광장에서 열린 '적폐 청산 콘서트'에서 회원가입 캠페인에 사용했던 비품들을 싸들고 20여분 동안 걸어서 갔다.   

[길거리 마술쇼] 노가리를 씹으며 쇼를 관람한다

오후 9시 30분께, 우리 일행은 노가리 골목에 들어서면서부터 놀랐다. 도로를 꽉 채우고 간이 테이블에 앉아서 맥주를 먹는 사람들. 천정이 없는 골목길에 시원한 초가을 바람이 불었다. 등받이가 없는 간이 의자여서 불편할만 했지만, 맥주에 취할 새도 없이 '광장 맥주' 같은 분위기에 취했다. 그곳에 앉아 4시간동안 생맥주를 마셨다.

한 사장은 밤이 깊어지자, "단골 손님들에게 보여준다"면서 마술쇼를 했다. 속는 줄 알면서도 감쪽같은 손기술에 놀라 웃었다. 가게를 정리한 뒤 집에 들어가서 서비스 한 개를 개발하려고 피곤한 몸으로 마술을 익힌 그의 노력에 박수를 쳤다.

두 번째 방문 목적은 인터뷰였다. 한 사장을 이야기를 나누면서 호프집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이날 3시간에 걸친 인터뷰 끝에 10만인클럽은 한 사장 호프집을 '오십쇼'에 입점하기로 확정했다. 호프집 구석에서 그가 10만인클럽 회원을 초대하는 동영상도 찍었다.  

"저처럼 공정한 언론 <오마이뉴스>를 후원하는 10만인클럽 회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회원님들이 찾아온다면 언제든 환영합니다. 10% 할인은 물론, 마술쇼도 보여드리겠습니다. 하-하."



이 호프집을 '오십쇼' 2호점으로 확정한 것은 쫄깃한 노가리 맛과 친절한 서비스, 적정 가격 때문만은 아니었다. 3년 동안 이 골목에서 부인 강정원 씨와 함께 일궈온 삶의 이야기가 치열했다. '공정한 행정집행을 촉구하는 호프집'이라는 간판을 내걸기까지의 삶이다.   

[오십쇼] "세상을 바꾸는 10만인클럽 회원들에게 특별 서비스"

▲ 서울 을지로 '노가리 골목'에서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는 강정원(좌), 한철희(우) 부부. ⓒ 정대희

그는 <오마이뉴스>에 매월 1만원 이상씩 자발적 구독료를 내는 10만인클럽 회원이다. 지난 겨울, 이곳과 인접한 광화문 광장과 서울광장에서 열리던 촛불시위와 세월호 집회에 참가하거나 오마이TV의 생중계 영상을 보면서 <오마이뉴스>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사회에는 관심이 없었죠. 내 안위만 생각하며 달려왔습니다. 그런데 집회가 끝난 뒤 우리집을 찾는 촛불시민들이 고마웠습니다. 내가 겪은 억울한 일에 귀를 기울여 줬어요. 촛불 하나 들고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에게 부끄러웠습니다. 제가 많이 부족하지만, 노가리 골목에서도 촛불 한 개를 들 수 있는 힘을 줬습니다."

그는 "거대 언론사들은 시민들의 제보에는 둔감하지만, <오마이뉴스>는 시민기자로 가입해 직접 자기 사연을 쓰면 된다"면서 "전 국민이 자기 주변의 불공정한 권력에 대해 감시자가 된다면 세상은 조금씩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10만인클럽 회원들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가족과 같은 분들"이라면서 "이곳에 오신다면 아주 특별한 서비스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공정한 행정집행을 촉구하는 호프집'에 가면 맥주와 노가리도 있지만, 앉은 자리에서 촛불을 들고 싸우는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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