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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폐교의 기적... 천년 숲 만든다"
[오십쇼-미실란②] 전남 곡성 '박사 농부'가 만드는 유기농 농촌 문화

17.09.27 11:04 | 글:김병기쪽지보내기|사진:정대희쪽지보내기

'오십쇼'를 엽니다. 오십쇼는 매월 1만원 이상씩 오마이뉴스에 자발적 구독료를 내는 10만인클럽 회원들의 나눔 쇼핑 공간입니다.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 (주)미실란 이동현(좌) 남근숙(우) 부부 ⓒ 정대희

지난 8일 서울 용산에서 KTX를 타고 전남 곡성에서 내렸다. 차를 타고 읍내에서 나와 17번 국도로 10여 분간 달렸더니 샛길이 나왔다. 이곳을 빠져나오자마자 소나무 숲에 붙은 '미실란' 간판이 보였다. 곡성읍 장성리에 있는 이곳은 섬진강을 놓고 남원과 마주보는 폐교였다. 1998년 2월에 졸업생을 배출한 뒤 문을 닫았던 곡성동초등학교에 생기가 돌았다.

"2006년 5월에 이곳에 왔는데요, 완전 폐허였죠. 운동장 곳곳은 타이어 자국으로 패였고 잡초가 우거졌어요. 운동장을 고르는데 쓰레기가 나오더라고요. 포클레인으로 팠습니다. 폐타이어 등 온갖 산업폐기물이 묻혀 있었어요. 교실도 가시박넝쿨이 점령한 거미집이었어요. 교실의 나무 바닥이 푹 꺼진 곳도 있었고. 우리 가족과 아이들 친구들이 달라붙어서 정리했습니다."(미실란 이동현 대표)

[미실란의 면모] 농촌 폐교와 문화가 만나다
▲ (주)미실란은 폐교를 리모델링해 사용하고 있다. 여기선 발아현미에 대한 연구만뿐 아니라 작은 들판 음악회와 들녘 슬로우 패션쇼 등도 열린다. ⓒ 정대희

미실란에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건물 앞쪽 이순신 동상, 남매독서상, 세종대왕상은 일부러 남겨둔 흔적이다. 건물 복도는 나무 바닥이다. 예전에 사용하던 것을 수선했다. 중앙 복도에서 왼쪽으로 돌면 교장실이다. 지금은 이 대표가 쓰고 있다. 더 안쪽 교실은 미실란 부설연구소가 들어섰다. 밥솥, 비커, 볍씨 표본, 현미경, 건조기, 항아리... 특수 건조를 통한 발아현미 제조방법 특허의 산실이다.

반대쪽 복도 벽면은 전시장이다. 미실란이 걸어온 길과 발아 현미의 효용성 등을 친절하게 정리한 안내판이 붙어 있다. 매년 두 번씩 사진전과 그림전 등이 열리는 갤러리 공간이기도 하다. 지난해는 이담 김근희 작가의 '우리의 옛 살림 그림전과 지역 학교 교사의 테라코타(점토를 구운 작품)를 전시하거나, 규방 공예 전시회도 열렸다. 곧 다가올 10월엔 청년 작가 정도운의 그림전을 계획하고 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던 농촌 폐교와 문화가 만나는 벽이다.

안쪽 끝의 교실에는 '미실란 밥카페 飯(반)하다'이 있다. 지역 식자재로 만든 향토음식을 제공하는 농촌진흥청 지정 곡성군 제1호 농가맛집이다. 미실란과 농촌진흥청이 공동으로 연구하고 지역유기농 농가들과 함께 재배하고 미실란에서 생산한 발아 오색미로 만든 발아오색새싹밥, 두부샐러드, 흑돼지 연잎 수육 등이 메뉴이다. 사전에 예약해야 청정한 음식 맛을 볼 수 있다. 그날 불고기덮밥에 나온 쌀을 씹으니 육질이 살아 있고 부드러웠다. 쌀알에는 작은 싹이 텄다.

밥을 먹고 나오면 우리나라 최초의 작은 들녘 카페가 있다. 이 대표가 순천에서 사무실로 쓰던 컨테이너 박스를 개조해 3면을 통유리로 만든 공간이다. 인테리어가 따로 없다. 고즈넉한 친환경 유기농 들녘을 바라보면서 발아오색미숫가루, 현미곡차, 적미차, 사과차, 무농약 쌀과자 등을 먹을 수 있다.

[미실란 스토리] 기적 같은 일
▲ 지난 8일 (주)미실란에는 30여명이 단체 손님이 찾아왔다. 미실란이 이룬 기적 같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다. ⓒ 정대희

기자가 방문한 지난 8일에도 정읍에서 온 30여 명의 단체 손님들이 이곳을 찾았다. 이 대표가 광주에 강의를 하러 간 사이에 부인 남근숙씨가 맞았다. 남씨의 강의를 들은 이들은 낭만부엌에서 식사를 한 뒤에 카페에서 미실란의 스토리를 이어 들었다.  

"2005년 저희가 곡성에 왔을 때에 집도 절도 없었어요. 처음에는 곡성 군수님이 폐교와 실험 농지 8000평을 10년 동안 무상으로 임대해주겠다고 초대해서 왔죠. 하지만 그해 군수님이 선거에서 떨어진 뒤에 저희는 거지 취급을 받았어요. 저 논에 벼 287 품종을 심었는데, 수확할 손이 모자랐습니다.

여기 운동장의 잔디가 보이죠? 이건 저희가 지인들에게 부침개를 부쳐주면서 한 줄 한 줄 심은 겁니다. 식품공장도 인턴 학생들과 달라붙어서 전기를 끌어오고 시멘트를 발라서 만들었습니다. 돈이 없어서 문짝을 고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고, 화장실은 10년 만에 고쳤습니다. 

이 컨테이너 카페는 양은냄비 같습니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죠. 커튼도 없이 살아서 밖에서 훤히 들여다 보였습니다. 여기서 3년 동안 살다가 견딜 수 없어서 교실에서 생활했습니다. 지금은 많은 분들이 이곳을 찾아주셔서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진짜 기적 같은 일이죠. 여러분도 시작하면 어떨까요?"

2006년부터 1년에 한 번씩 '작은 들판 음악회'도 열었다. 동네 아마추어에서부터 외국에서 음악을 공부한 프로 연주자까지 참석해 가을 들녘을 선율로 물들였다. 대학가요제 출신 의사는 4년 만에 기타를 잡고 연주한 뒤 음반까지 냈다. 고려대 오케스트라는 2009년 봄에 음악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때부터 매년 두 번씩 열고 있고 조만간 17번째 음악회가 열린다.

"3무 음악회입니다. 공연자를 존중하는 뜻에서 술이 없습니다. 지위고하의 경계가 없습니다. 누가 잘하는지 평가를 하지 않습니다. 적게 올 때는 150명, 많이 오면 400여 명이 옵니다."

작년 음악회 때에는 '들녘 슬로우 패션쇼'도 열었다. 마을 주민과 외지인들이 헌옷으로 만든 가방을 메고, 디자이너가 재창조한 옷을 입고 황금빛 들녘을 걸었다. 아이들도 따라 걸었다. 운동장에 설치한 음악회 무대로 입장했다. 그 옆에는 농산물 장터도 열었다.

그는 곡성에서 새로운 농촌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그의 '발아현미' 연구실은 미래 농촌의 먹거리를 만드는 곳이다. 전시회와 음악회는 함께 어울리며 휴식을 취하거나 마음을 치유하는 문화 공간이다. 그는 앞으로 지역경제공동체 모델로 확산하고 싶단다.

[미실란의 미래] 천년의 숲
▲ (주)미실란 전경 ⓒ 정대희

"공장이 부도 나는 바람에 놀고 있는 지역 청년들이 많습니다. 저기 비닐하우스 텃밭에는 이들을 위한 재능 공방을 만들 계획입니다. 농경 사회와 어울리는 목공, 쌀빵과 쌀피자, 조청 공방 등 미실란과 상생 모델을 개발한 뒤 독립하는 것을 도울 겁니다. 폐교 2층에는 태양광을 설치해서 에너지도 친환경으로 사용하는 청정 기업을 만들려고 합니다. 또 농촌에 살면서 농사를 모르는 청소년들을 위한 진로체험 학습도 할 예정입니다."

인터뷰를 마친 뒤에 그는 잠시 운동장을 돌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기 심은 나무는 어떤 사람이 베어 버린다고 해서 내가 운동장에 가져다 심었습니다. 여기 있는 것도 그렇게 심었어요. 넓은 땅은 아니지만, 저는 쓰레기더미였던 이 운동장을 '천년의 숲'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나와 내 아내가 나무를 심고, 우리 아이들이 저처럼 나무를 심을 것이고, 그 후대에도 그럴 것입니다. 미래 세대들이 꿈을 꿀 수 있는 희망의 공방, 희망의 기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미실란 1] "밥은 다이어트의 적? 천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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