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인 리포트

이 사람, 10만인

"트럼프는 전쟁 몽유병환자... 민족문제 외교로 풀자는 건 잘못"
[이 사람, 10만인]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이 돌린 사발통문

17.08.14 19:40 | 김병기 기자쪽지보내기

▲ 오는 17일 전쟁반대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 채원희

"그날, 황해도 구월산 밑 산골동네도 만세소리로 한바탕 발칵 뒤집혔지. 아버지는 너무나 감격해 덩실덩실 춤을 추시다가 그만 똥통에 빠졌는데도 '덩실덩실', 그걸 본 마을 사람들도 건질 생각은 아니 하고 함께 뛰어들더라고 와당탕. 똥통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자유, 해방을 외치며 그야말로 감격이었지."

지난 8월 11일 만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85)의 72년 전 기억이다. 1945년 8.15 해방은 북쪽과 남쪽을 가릴 것 없이 감격이었다.

"감격이 가시기도 전에 우리나라 허리가 잘렸어. 한반도를 둘러싼 외세 침략 때문이야. 그런데 지금 트럼프가 한반도를 향해 '화염과 분노'를 말하고 있어. 전쟁 몽유병 환자(Warmonger)야. 사람이 죽고 자연이 죽고 인류가 죽고 예술도 죽고... 다 죽이는 게 전쟁이야.

전쟁 놀음은 미국 독점자본주의와 군수산업이 벌이는 범죄이지 동맹? 혈맹? 그런 게 어디 있어. 우리 민족을 말살하면서도 자기 이익을 챙기겠다는 거잖아. 그럼 중국이 가만히 있겠어? 결국 한반도를 세계 대전의 화약고로 만들자는 이야기지."

그는 8.15 광복절을 앞두고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는 한반도 위기 상황을 "외교로 해결할 수 있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라면서 "참말로 민족 성원의 한 사람이고자 하면 만나서 '한반도에서 전쟁하겠다는 놈들은 몽땅 내쫓자'고 합의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휴전선은 짐승의 천국이야. 자연의 천국이지. 아직도 지뢰 300만 개가 묻혀 있다는데, 그걸 없애고 사람의 천국으로 만들자는 거야. 우리말로 하면 '맘판'이야. 먼지도 묻지 않고 욕심도 없는 이들만 올라갈 수 있는 경지가 맘판이야. 한반도 이 피눈물의 땅을 맘판으로 만들자 그거야. 이걸 할 수 있는 건 이 땅의 무지랭이(민중)들이야. 미 제국주의가 아니라고."

반평생을 거리에서 통일을 외치며 산 그는 8.15 광복 72주년을 앞둔 한반도의 험악한 상황에 분노하고 있었다. 그에게 평화란 무엇인지를 물었다.

"싸우지 않고 죽이지 않고 사는 게 평화라는데 아니야, 진짜 평화는 사람이 사람으로 살 수 없는 잘못된 구조를 뒤집어 엎구선 사람 사는 세상으로 만드는 거야. 분단 속의 평화란 분단 체제의 평화적 교착이지 진짜로는 평화가 아냐. 요즈음은 아무리 몸부림쳐도 사람이 사람으로 살 수 없잖아. 분단체제에선 돈이 없으면 꼼짝을 못해. 나다니지도 못하고 밥집도 못가. 내 것이 없으면 굶어야 해. 그러니까 내 것을 많이 만들어서 내 것만 지키자는 건 참평화가 아냐. 다 같이 사람답게 일하고 사람으로 사는 게 평화지.

진짜 평화는 생명 아닌 것을 쳐부수고 생명이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거야. 생명을 죽이고도 싸움만 안 하면 평화인가? 그건 몇 놈만을 위한 평화야. 반생명과 싸워서 '살티(참생명)을 살리는 게 참평화라니까."

▲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 채원희

- 최근 한반도는 그 반대쪽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 등을 외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자기가 전쟁 좋아한다고 말했다는데, 전쟁을 몰라서 그래. 전쟁, 특히 현대 전쟁은 사람도 죽이고, 자연도 죽이고, 예술도 죽이고... 모든 게 다 죽어. 그런 전쟁을 일으키자는 건 몽유병환자야. 트럼프의 전쟁 도발적인 말은 약탈적 미국독점자본주의의 정치경제적 표현이야. 내가 그동안 겪은 미국 이야기를 워싱턴 대중 집회에서 했으면 좋겠어."

- 북쪽도 트럼프를 향해 험한 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괌 주변에 북한 미사일을 쏘겠다고 합니다.
"우리가 먼저 나서서 한반도에서 벌이는 전쟁도발적인 군사훈련을 집어치우라고 미국에 이야기를 해야 해. 무슨 핵이든 핵 도발을 당장 멈추라고 웅쿨러야('공갈치지 말라'는 문학적 표현) 한다고. 알로는(실지로는) 미국과 북쪽은 전쟁을 도발할 만한 적대적인 관계는 아냐. 서로 다르게 살자는 것뿐인데 왜들 그래. 미국과 북한의 군사력도 비교가 안 되잖아. 미국이 일부러 도발을 키우는 거야. 전쟁물자 팔아먹고 군사적인 유효 수요를 창출하려고 사태 조작을 하는 거야.

만약 한반도에서 무슨 일이 있으면 중국이 가만히 있을까? 과거 중국과 미국은 이념적 갈등이 있었어. 그때 갈등은 인류 발전의 어쩔 수 없는 과정이야. 하지만 지금은 이념 갈등이 아니라 세력 갈등이자 폭력의 갈등이야. 돈 많이 벌겠다는 부패의 갈등 다시 말해 경제의 수탈, 반수탈의 갈등인 것뿐이야. 이때 전쟁은 그 양상도 다른 거야."

- 문재인 정권은 이런 북미 관계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민족문제를 외교적 관계로 풀어가자는 건 잘못된 거야. 민족적 생존의 문제이지 외교적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야. 우리가 이 문제를 일본, 미국과 공조해서 푼다? 양국의 양해를 얻는다? 이런 접근은 잘못된 거야. 그냥 민족의 아픔과 상처를 부여잡고 접근해야 해. 다른 나라의 눈치를 보지 말고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하자는 거야. 민족과 역사의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려고 하지 말고 수만 년 동안 이 땅에서 살아온 피눈물의 자각으로, 알몸으로 나서자는 말이야.

먼저 정전체제로 머물고 있는 한반도 휴전체제는 미국이 앞장서 평화체제로 바꾸어야 해."

- 평생 '통일'을 지고 다니셨습니다. 통일이란 무엇인가요?
"해방이라는 말이 있지. 우리말로 '날래'야. 다시 말해 해방이란 자유야. 사람의 자유, 목숨의 자유, 자연의 자유야. 이런 자유를 온 사회, 온 지구적으로 누리는 게 통일이야. 남쪽과 북쪽이 하나가 되는 것은 일단계 통일이야. 있는 놈과 없는 놈이 하나가 되면 그건 진짜로는 분열이지.

돈이 우리를 억압하잖아. 돈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세상의 매개가 아니라 거꾸로 사람의 주인이 됐어. 우릴 억압하고 있어. 또 돈은 가만 있으면 눈처럼 녹아버려. 끊임없이 굴러야 재생산이 되는 구조야. 그 욕구로부터도 해방이 되어야 통일을 할 수 있어. 절집에서 중들은 다 버리자고 하는데 자기 혼자만 버렸지 세상의 온갖 것이 버린 건 아냐. 자기 혼자만 버리지 말고 빼앗은 것도 내 거라는 거짓으로부터 해방이 되어야 그게 참통일이요, 살티(참목숨)의 통일이지."

백 소장은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난 다음날인 지난 12일 지인들에게 아래와 같은 사발통문을 돌렸다.

▲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 채원희

"안녕하세요? 저는 백기완입니다.

무더위를 견뎌 내시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 하지만 이 무더위보다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땅은 틀림없이 이 땅에서 수만 년 동안 살아온 우리들의 텃밭입니다. 우리가 그 누구도 간섭 못할 주인이라구요. 그런데 그런 우리들의 생명은 아랑곳도 없이, 아니 우리들의 뜻은 단 한마디도 물어보지도 않고, 감히 전쟁을 일으켜 이 땅에 사는 사람과 그 역사와 문화까지를 모조리 말살하려는 학살범죄가, 그것도 시건방지고도 안하무인으로 놀아나고 있어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 전쟁도발 음모를 짓부수는 뜻을 아래와 같이 들이대고자 하오니 무덥고 힘이 들더라도 꼭 함께 해주시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지난날 세상이 어지러울 때 재야가 목숨을 걸고 나섰습니다. 평화의 위기 앞에 우리 재야가 또다시 목소리를 내야 하질 않겠습니까? 거침없이 함께해 주시기를 바라며 8월 17일 기자회견 참석여부도 꼭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기자회견 안내>

- 제목 : 한반도 전쟁도발 음모분쇄를 위한 재야 사람들 기자회견
- 때 : 2017년 8월 17일(목) 오전 11시
- 곳 :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
- 주최 : 세상을 걱정하는 재야 사람들
- 문의 : 010-3665-2779(통일문제연구소)

2017.8.12. 백기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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