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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 1호, '이명박 4대강'

"4대강 찬성한 전문가들, 피해 모를 리 없었다"
[4대강 독립군 미국에 가다] 미 UC 버클리 대학 콘돌프 교수 인터뷰

17.04.24 13:22 | 글:이철재쪽지보내기|편집:박정훈쪽지보내기

박근혜 탄핵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은 적폐청산 1호라 할 만 하다. 차기 정권은 수문 개방뿐만 아니라 4대강 청문회를 최우선 정책 과제로 선정해야 한다. <오마이뉴스>는 대통령 선거에 즈음해 미국 현지 취재 등을 통해 4대강 사업의 폐해를 환기시키고,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편집자말]
▲ 미국의 석학 마티어스 콘돌프 교수(UC 버클리대학)에게 낙동강에 창궐한 녹조사진을 보여줬다. 그는 황당한 듯 고개를 가로 저었다. ⓒ 정대희

파란 눈의 노 교수 앞에 녹색 강 사진을 띄웠다. 4대강 독립군이 투명카약을 타고 낙동강에 창궐한 녹조를 찍은 장면이다. 노 교수는 안경을 고쳐 쓰고 황당하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종술 기자가 녹조에 들어갔다가 종아리에 생긴 붉은 반점 사진을 내밀자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천천히 안경을 벗어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노 교수가 입을 뗐다.

"이렇게 (취재)하면 언젠가 건강에 이상이 생길 것이다. 중단해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UC 버클리 대학 마티어스 콘돌프(G. Mathias Kondolf) 교수. 그는 하천지형학과 환경설계학을 전공한 세계적인 석학이다. '4대강 독립군' 미국 취재팀은 지난 15일 그의 연구실을 찾았다. 문을 두드렸더니 큰 셰퍼드가 먼저 우리를 반겼다. 그는 노트북과 연구논문, 그리고 방문객을 접대할 녹차 세트를 양 팔에 가득 안고 환경설계대학(College of Enavironmental Desing) 울스터 홀(wurster hall)의 빈 강의실로 안내했다.

"미국에선 4대강사업 같은 일을 결코 할 수 없다. 1950~1960년대였다면 가능했을지 모르겠다. 지금은 절대 불가능하다."

콘돌프 교수는 고개를 가로 저면서 확신에 찬 어조로 거듭 강조했다. 그는 특히 4대강사업은 '강 복원'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사실상 강의 생태계를 파괴한 사업으로 정의했다. 그는 역행침식과 퇴적물로 인한 수질 악화 등 "강을 연구하는 전문가라면 그 폐해를 모를 수가 없다"고 했다. 4대강사업을 찬성했던 한국 전문가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하천 복원, 세계 추세에 역행하는 한국

▲ 미국의 석한 콘돌프 교수 ⓒ 정대희

콘돌프 교수에게 굳이 4대강사업을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그는 지난 2010년, 2014년에 운하반대 교수모임 등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 4대강사업 현장을 직접 조사했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 '청정수법(Clean Water Act)'이 발효되면서 4대강사업과 같은 일은 벌어질 수 없는 시스템이 됐어요. 청정수법 외에도 주마다 수질과 어류 보호 관련 다양한 법률이 있기에 불가능합니다. EU(유럽연합)도 마찬가지죠."

그는 우선 4대강사업은 세계적 물관리 정책 추세에도 맞지 않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U는 '물관리 기본지침(Water Framework Directive)'에 따라 환경에 대규모로 악영향을 미치는 사업을 할 수 없어요.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의 경우 1980년대까지만 해도 물 정책이 미흡해 강에서 대규모 토목사업을 할 수 있었지만, 1990년대부터 불가능해졌습니다."

그가 예로 든 물관리 기본지침 제 4조는 "good surface water status(인간의 간섭이 약간만 허용된 상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목표를 세우고, 수체를 보호하고 복원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인공 시설로 황폐해진 하천을 자연에 가깝게 복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실 우리나라의 물관리 정책도 이명박 정권 이전에는 이들과 같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에 16개 댐을 세워 홍수를 예방하겠다'고 했지만 2000년대 초·중반 건교부(현 국토부)는 댐과 제방과 같은 구조물로는 홍수 방어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강 유역에 홍수량을 할당하고, 홍수터를 복원하는 등 비구조물적 치수대책을 계획했다.

또 이 전 대통령은 '물 부족 국가라서 4대강사업으로 가뭄을 대비하겠다'고 했지만 2006년 우리나라 치수분야 최고 상위 계획인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은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라는데 해석을 달리했었다. 4대강사업으로 강바닥의 모래를 4.2억㎥ 준설했는데, 이 역시 수질과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건교부의 '친환경하천관리지침', 환경부의 '생태하천에 반하는 사업' 등에서 이미 지적했었다.

전문가라면 모를 리 없었던 4대강 피해

▲ '낙동강지킴이' 정수근 시민기자와 '금강지킴이' 김종술 시민기자 등이 2015년 8월, 4대강사업 준설작업 이후 모래가 재퇴적된 낙동강 구미보 하류 감천 합수부에서 '곡학아세 4대강 일등공신들 - 인하대교수 심명필, 이화여대교수 박석순, 경원대교수 차윤정, 위스콘신대교수 박재광 행복하십니까?'가 적힌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 이희훈

콘돌프 교수에게 4대강사업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심각한 것이 너무 많다. 그중 하나를 들자면 본류의 과도한 준설에 따른 악영향을 꼽을 수 있다. 제일 끔찍한 일이다."

4대강사업 준설 과정에서 100여 년을 버텨온 왜관철교가 붕괴됐고, 지천에서 일어난 역행침식 등으로 크고 작은 교량이 주저앉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이 정도는 아주 심각한 영향이 환경적으로 가해졌을 때 볼 수 있는 현상"이라며 "4대강사업을 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지 그 어떤 전문가도 모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사실 MB정권 시절 4대강사업에 따른 심각한 피해가 예측됐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입을 닫았다. 심지어 "4대강사업은 꼭 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적극 찬동한 전문가들도 많았다.

콘돌프 교수는 "퇴적토는 댐 저수지의 지속가능성 여부와 저수지 아래 강 생태계의 영향 여부를 결정짓는 주요 요인"이라며 "퇴적토가 차단돼 강에 공급이 안 되면 강의 본류와 지류의 침식은 더 심해진다"고 말했다.

지난 2~3월 국토부 등의 결정으로 보 수위 조절에 따라 물을 뺀 금강 세종보, 낙동강 함안보 등의 경우 실트(silt)질의 펄층이 상당히 덮여 있는 것이 확인됐다. 퇴적토는 수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는 "퇴적토에 실트질의 펄층이 많이 쌓이면, 그 자체에 부영양화를 일으키는 영양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수질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물의 흐름이 차단된 현재와 같은 상태에서는 광범위하게 번진 녹조를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의 에너지와 퇴적토 흐름 복원해야

▲ 미국의 석한 콘돌프 교수 ⓒ 정대희

콘돌프 교수는 한국을 방문했을 때 봤던 내성천에 대해 "구불거리는 사행천이 너무 아름다워서 굉장히 감탄한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지형은 취재팀이 둘러본 엘와강 지역과 달리 매우 안정적이어서, 고운 모래가 강을 따라서 넓게 형성된다"면서 내성천 상류에 영주댐을 지어서 모래강이 망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콘돌프 교수는 "4대강사업은 강 복원이라는 명칭을 잘못 붙인 사례"라며 "복원사업이 아니다"라고 정의했다. 16개의 '보'라 불리는 댐(국제대형댐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16개 보 대부분은 대형댐이다)이 건설되고, 제방을 높이고 강바닥을 준설하는 것은 "환경에 악영향을 줄 뿐, 복원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4대강 복원에 대한 세부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4대강을 복원하려면 물의 흐름을 막는 보 구조물 철거와 함께 강의 에너지와 퇴적토의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강의 에너지는 경사도에 따른 강의 흐름을 의미한다.

콘돌프 교수는 "엘와강(Elwha river)은 댐만 걷어내도 경사도가 심해 강 자체의 에너지가 복원돼 서식지가 회복되는 등 자연스러운 복원 과정을 거쳤지만, 한국의 4대강은 댐만 걷어내서 옛날과 같은 사행천으로 다시 만들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강을 직강화했기 때문에 강이 본래 지니고 있는 에너지를 너무 많이 잃어버렸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콘돌프 교수는 "4대강의 에너지를 높이는 방안으로 강변 제방 등 직강화 부분의 복원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침식의 공간(erodible corridor)이자, 강의 자유 공간(space of liberty)인 홍수터를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자연보전협회(The Nature Conservancy)가 캘리포니아 주 세크라멘토강(Sacramento river) 부근에서 토지를 매입해 홍수터를 복원한 사례와 2009년부터 캘리포니아 주 콘트라 코스타 카운티(Contra Costa County)가 50년 계획으로 직강화 복원을 추진하고 있는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 사례는 콘돌프 교수가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중요한 소재이기도 하단다.

댐을 철거하는 게 경제적... 이게 미국의 상식

▲ 엘와강댐 ⓒ 올림픽 국립공원

콘돌프 교수는 "4대강 준설에 의해서 강의 퇴적토가 너무 낮아진 상황"이라며 "퇴적토가 끊임없이 공급돼야 제대로 된 강이고, 복원된 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4대강 보 수문을 완전 개방하거나 철거를 하더라도 4대강사업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회복하려면 50년 정도는 지나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문제 때문에 독일 라인강에서는 준설토를 일부 구간에 재투입하고 있다.

4대강독립군이 미 서부 워싱턴 주에서 시작해 오리건 주, 캘리포니아 주에 이르는 수 천 킬로미터를 이동하며 확인한 것은, 필요 없는 댐을 철거하고 강을 복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댐으로부터 얻는 편익보다 복원의 편익이 더 높기 때문이었다.

4대강사업으로 만들어진 16개 보에서 얻을 수 있는 편익이 없다는 것은 이미 증명됐다. 4대강사업의 목적도 사라졌다. 따라서 4대강을 복원하면 얻을 수 있는 편익이 높을 수밖에 없다. 가톨릭관동대 박창근 교수는 "22조 원 사용해 우리 사회가 확인한 것은 '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상식"이라 지적했다.

갇혀 있는 4대강을 흐르게 하자. 그랬을 때 우리 사회가 상실한 상식도 회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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