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1.25 07:09최종 업데이트 23.01.2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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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 [편집자말]

9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국민연금을 받는 약 622만명의 연금액이 물가상승을 반영해 기존보다 5.1% 인상된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모두가 국민연금 개혁이 필요하다고 한다. 물론 그러하다. 하지만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올바른 방향으로 국민연금이 개혁되기 위해 먼저 풀어야 하는 오해들이 있다.

국민연금 제도는 명칭 그대로 모든 국민의 안정적 노후를 보장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1988년에 도입되었다. 35년이 흐르는 동안 적지 않은 발전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넓은 사각지대, 충분하지 못한 보장 수준으로 대다수 국민에게는 미덥지 못한 노후보장 수단으로 여겨진다.


게다가 고령화로 인한 재정불안정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이마저도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유포되고 이러한 우려에 편승해서 아예 국민연금을 없애버리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국가가 사라지지 않는 한 공적연금이 지급 불능 사태에 빠지는 일은 없다. 세금을 걷거나 화폐를 발행하는 등 어떤 식으로든 국가는 지급할 능력이 있다. 고령화가 아주 빠르게 진행 중이고 이로 인해 국민연금 재정이 위협받고 있다지만 역설적이게도 국민연금 보장 수준이 매우 낮기 때문에 인구 절반이 65세가 되는 먼 미래에도 국민연금 지급액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9.4%에 불과할 정도로 적다. 즉, 고령화가 국민연금을 붕괴시킬 거라는 위협은 매우 과장된 것이다.

오히려 다른 나라 공적연금과 달리 우리나라 국민연금이 가진 강력한 소득재분배 기능에 대한 고소득자들의 불만과, 공적연금이 발달하면 민간보험 비즈니스가 위축되기 때문에 고소득자들과 민간보험사들이 국민연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유포하고 있음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일반 국민들이 국민연금의 기금고갈론, 지불불능설, 미래세대폭탄론 등에 대해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바람직한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서는 이러한 오해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에 대해 유포되고 있는 부정적 인식이 국민연금의 바람직한 개혁을 가로막고 있다. 이것들이 어떤 점에서 오해인지 살펴보자.

노인에 대한 공적연금 지출규모 크지 않다

첫째,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이 은퇴 세대에 너무 관대해 국민연금 재정을 위협한다는 오해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노인부양비와 공적연금 지출규모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해보면 과거와 현재, 미래에도 노인인구 비중에 비해 공적연금 지출규모가 형편없이 작다는 것을 알 수 있다.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의 고령층 빈곤율이 가장 높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국민연금이 도입될 당시 가입을 꺼리는 사람들을 가입 유도하기 위해 보험료를 매우 낮게 책정하고 급여 수준을 매우 높게 설정했던 것은 사실이다.

1988년 당시, 오늘날 우리들이 이렇게 오래 살 것이라고 생각 못했고 자녀들이 부모의 노후를 부양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인센티브를 강하게 설계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생소했던 국민연금이 출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당시에는 이자율이 10%에 이를 정도로 높았기 때문에 강제 저축을 위해서는 그 정도 인센티브를 주어야 했다. 그러나 당시 사람들이 매우 미미한 수준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했기 때문에 절대적 기준으로는 용돈연금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오히려 문제는 재정안정성을 너무 강조해 이후 소득대체율을 하향 조정하고 보험료율을 올리는 개혁을 진행해서 보장성이 너무 낮아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2007년 연금개혁이 있었고 20년에 걸쳐 2028년까지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내린다고 결정함에 따라 소득대체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로 인해 먼 미래에도 공적연금 지출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그림1] 노인부양비(65세 인구/생산가능인구) 장기 전망 출처 : European Commission, The 2021 Ageing Report(2021). 통계청, 장래인구특별추계, 2017-2067년, 보도자료(2019). ⓒ 정세은

 

[그림2] 공적연금 지출 장기 전망(GDP 대비 %) 출처 : European Commission, The 2021 Ageing Report(2021). 국회예산정책처, 4대 공적연금 장기 재정전망(2020). ⓒ 정세은

  

[표1] 국민연금 장기 총수입, 총지출 및 수지(2018년 전망) 출처: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 2018 국민연금재정추계(2018). ⓒ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


[그림1]을 보면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어 2030년대 초반이 되면 노인부양비가 OECD 평균을 넘고 이후에는 OECD 평균보다 매우 커지게 되는데, [그림2]를 보면 공적연금 지출규모는 2070년이 되어도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표1]에 따르면 2070년에 국민연금 지출규모는 GDP의 8.9%에 불과한 수준이다.

미래에 공적연금의 사각지대가 사라진다 해도 빈곤한 노인들이 대다수가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번에 연금개혁을 한다면 소득대체율을 다시 적정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 주요 개혁 내용에 포함되어야 한다. 

부과식 공적연금에 기금고갈은 문제 되지 않는다

둘째, 2003년부터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이 수행됐는데 추계 이후 언론의 관심은 예외 없이 기금이 언제 고갈되는가에 있었다. 지난 2018년에 수행된 4차 재정계산에서는 국민연금기금이 2057년에 소진되는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런데 가령 2057년에 기금이 고갈되면 뭔가 심각한 위기가 발생하는가?

언론에서는 기금 고갈이 심각한 문제인 것처럼 분위기를 몰고 가고 있지만 기금 고갈이 문제 되는 것은 민간연금의 경우이다. 민간연금은 연금에 가입한 사람들에게 보험료를 받고 그것을 불려서 수익을 붙여서 돌려주기 때문에 기금이 고갈되면 연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공적연금은 부과식 제도로서 현세대에 보험료를 걷어 은퇴세대에 연금으로 지급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미래세대가 사라지지 않는 한 지급불능을 염려할 이유가 없다. 기금고갈로 연금을 못 받게 된다는 것은 그 미래세대가 은퇴할 때쯤 생산인구가 하나도 없어야 일어나는 일이다.

공적연금을 운영하는 거의 모든 국가가 기금 축적을 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단지 갑자기 경제위기가 찾아온다거나 할 때 그 해의 보험료 수입이 충분하지 않으면 연금을 지불할 수 없기 때문에 예비적 차원에서 소규모의 완충기금만을 보유할 뿐이다.

그렇다면 부과식 연금제도를 가진 우리나라가 왜 이렇게 기금을 많이 가지고 있는가? 부과식이 아니라 민간연금처럼 적립식인 것은 아닌가? 답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국민연금이 기금이 많은 이유는, 국민연금을 시작할 때 기금을 조금 쌓아두면 미래세대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완화해 줄 수 있지 않겠냐는, 미래세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제도를 설계했기 때문이다. 원래 국민연금을 설계할 때 기금 유지를 중요한 목표로 생각하지 않았다. 따라서 기금의 소진은 자연스럽고, 그 이후 국민연금 제도는 예비금을 적정 수준 보유하면서 미래의 생산인구가 미래의 은퇴인구를 잘 부양하도록 재원 마련 제도를 잘 설계하면 되는 일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기금의 소진 자체가 아니라 주식이나 채권 형태로 된 기금이 대규모(2020년 GDP 45.1%)여서 기금을 현금으로 바꿔야 하는 시기가 왔을 때 대량의 주식과 채권이 금융시장에 나와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기금을 현금화할 때 금융시장이 충격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근로소득에만 보험료 부담시키는 제도 바꿔야
 

[표2] 부과방식비용율 및 GDP 대비 급여지출 추이(2018년 전망) 출처: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 2018 국민연금재정추계(2018). ⓒ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


그런데도 기금 소진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것은 기금이 소진된 이후 은퇴세대가 미래세대에 비해 너무 많아 은퇴세대를 부양하기 위해 폭탄 수준의 높은 보험료를 부담하게 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만일 충분하지 않은 보장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보장성까지 올린다면 미래에 내야 할 보험료 수준은 더욱 높지 않겠는가?

이러한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에는 지난 4차 재정계산의 결과로써 2070년에 거의 30%에 이르는 부과방식비용률이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부과방식비용률이란 은퇴세대의 연금지급을 위해 생산세대에게서 보험료를 거둘 때 보험료가 부과되는 소득(마치 세금에서의 과표와 같이) 대비 보험료를 얼마를 걷어야 하는가 보여주는 지표를 의미한다.

기금이 소진된 이후 생산인구의 근로소득에 대한 보험료만으로 연금을 지불한다면, 30%의 부과방식비용률은 미래세대가 내야 할 보험료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높은 보험료(물론 개인과 고용주가 나누어서 내기 때문에 개인이 내는 것은 그 절반이겠지만)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근본적으로 고령화가 심각해지는 미래에 근로소득자의 근로소득으로만 국민연금 재원을 마련해야 할까? [표2]에서 'GDP대비 보험료부과 대상소득총액'을 보면 전체 GDP 중 약 30%만의 소득에 보험료가 부과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령화 인구가 절반에 육박하는 미래에 은퇴세대 부양을 미래 생산인구의 근로소득에만 지우는 제도에서는 그 인구의 부담이 과도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이미 우리보다 앞서서 저출생 문제를 경험한 선진국들이 공적연금에 국고를 투입하고 있다. 만일 우리도 미래의 부족한 재원의 일부를 보험료 인상으로 마련하고 그 나머지를 국가가 책임진다고 하면 보험료를 그렇게 높게 올릴 필요가 없게 된다. 지난 4차 재정계산의 계산에 따르면 현행 9% 보험료율이 유지될 때 2070년에 GDP 대비 약 6.6%의 적자 발생을 전망했으므로 국가가 절반을 감당한다면 보험료를 올려 감당할 부분은 GDP 대비 3.3% 정도가 된다.

따라서 바람직한 국민연금 해법은 보장성은 당장 올리되 보험료는 서서히 올리는 개혁이다. 보험료는 적정한 상한선을 두고 그 수준에 이르면 인상을 멈추어야 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부족한 부분은 국고를 투입해서 해결하는 것이다.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민연금 재정불안정이 야기되는 근본 이유가 저출생이나 저성장과 같이 국민연금 제도의 틀을 벗어난 데 있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의 수지 균형을 후세대 근로소득에 대한 보험료로만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불공평하다.

따라서 국고 투입은 국민연금 개혁을 둘러싼 현세대와 후세대간의 의미 없고 소모적인 대립을 해결하는 관건이다. 국민연금에 장차 국고가 투입된다면 국가는 더욱 절실하게 저출생, 저성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설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해야 한다. 국민연금 개혁을 보험료 인상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사회적 갈등만 심화될 뿐 희망적인 돌파구가 마련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관심 영역은 한국경제 성장과 분배 선순환 문제,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조세 및 재정정책 등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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