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1.20 19:57최종 업데이트 22.11.20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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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정신이자 미래의 침로인 'ESG'가 거대한 전환을 만들고 있다. ESG는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의 앞자를 딴 말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세계 시민의 분투를 대표하는 가치 담론이다. 삶에서, 현장에서 변화를 만들어내고 실천하는 사람과 조직을 만나 그들이 여는 미래를 탐방한다.[편집자말]
환경의식의 향상과 함께 여러 용도로 널리 사용되는 텀블러가 결코 '환경템'이 아니며 나아가 본질은 예쁜 쓰레기인 판촉물에 불과하다는 지적은 오래 됐고 일리가 있다. 2018년 설립된 영국의 신생기업 오션보틀은 텀블러의 '환경템' 복귀를 모색한다. 해양 플라스틱을 수거해 텀블러를 만들어 판매함으로써 해양쓰레기를 줄이고 텀블러다운 텀블러가 되도록 소비자 행태까지 바꾸는 일석이조를 노리는 사업모델이다.

1000:1 오션보틀

오션보틀 사업모델의 핵심은 '1000:1'이다. 텀블러(제품은 그냥 '보틀'로 표기) 1개가 팔리면 지구 어딘가의 해변에 나뒹구는 1000개의 플라스틱 병이 수거된다. 즉 소비자가 오션보틀 하나를 구매함으로써 간접적으로 해양 플라스틱 병 1000개를 없애는 가치소비를 한다는 것이 핵심 마케팅 전략이다. 오션보틀 하나가 팔리면 플라스틱 병 1000개의 무게와 동일한 11.4kg의 플라스틱이 실제로 수거된다.[1]
 

오션보틀 제품 ⓒ 오션보틀


런던 비즈니스 스쿨에서 만나 오션보틀을 공동 설립한 닉 도만(Nick Doman)과 윌리엄 피어슨(William Pearson)은 '이윤을 넘어선 목적(purpose-over-profit)'의 사업을 구상했다. 완전한 형태의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운영하면서 시장에 가능한 한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재사용 보틀'이 그들이 내린 결론이었다. 그렇게 판매되는 모든 병 하나 당 1000개의 플라스틱 병을 수거하는 사업모델이 시작됐다. 수거된 해양 플라스틱은 '상계'의 개념에 머물지 않고 오션보틀 제품의 실제 원료가 돼 소비자가 손으로 지각할 수 있게 했다.

2018년 제품 디자인을 마친 후 2019년 1월에 투자 유치와 사전 판매 사이트인 'Indiegogo'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해 사업 자금을 마련하여 2019년 10월 '오션보틀'을 출시했다. 운영 첫해에 100만 파운드의 매출을 달성했다.[2] 제품가격은 500㎖ 보틀 35파운드(약 57000원), 1ℓ 보틀 45파운드(약 74000 원).
 

오션보틀 로고 ⓒ 오션보틀

 
설립 2년 후 15만 달러를 더 투자받았고 코로나19 기간에 오히려 매출이 30% 증가했다. 도만과 피어슨은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이하 유망한 리더 30인(북미지역)'에 포함되었다. 2021년 11월 영국의 유진 공주가 영국 왕실의 승인을 받은 '오션보틀'을 들고 COP26에 참석하며 보틀 판매가 400% 급증하였다.
 

영국 왕실 유진 공주가 2021년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에 참석하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은 오션보틀을 보틀백에 넣어 메고 있는 모습. ⓒ 유진공주 인스타그램

 
오션보틀 성공의 비결은 가치소비의 내용을 정교화한 데 있다. '1: 1000'에 그치지 않고 수입의 17%를 <오션 보틀 펀드>라는 별도 기금에 넣어 플라스틱 수집가의 생계를 지원하고 플라스틱 수거 인프라 구축에 사용하였다. 2025년까지 현재의 17% 비율을 25%로 확대할 계획이다. 거점 플라스틱 수거센터에 가입한 해안지역 커뮤니티에 속한 수천 명의 지역 수집가가 이 기금을 통해 생계지원을 받고 있다.

성공의 비결

오션보틀은 재활용이 가능한 특정 플라스틱 병 외에 많은 플라스틱을 수거했다. 2021년까지 2473톤의 OBP(Ocean Bound Plastic)를 모으는 데 자금을 지원했는데 약 2440만 개의 플라스틱 병에 해당하는 무게이다.[3][4] 도만은 "(우리의 사업 모델을) 비즈니스 스쿨에서 배운 것이 아니었다. 우리의 목표는 지구를 최우선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션보틀은 캐나다 밴쿠버에서 2013년 설립한 사회적 기업 '플라스틱뱅크(Plastic Bank)'[5]와 2019년 파트너십을 맺었다. 플라스틱뱅크는 해안의 지역사회 주민으로 구성된 해양 플라스틱 수집가들을 통해 OBP를 수집한다. OBP는 해양에 유입될 위험이 있는 플라스틱으로, 폐기물 처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해안가 50㎞
이내에 있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통틀어 지칭한다.[6]
 

해안가 쓰레기 ⓒ 오션보틀

 
플라스틱뱅크의 해양 플라스틱 수거센터는 플라스틱 오염과 빈곤이 심각한 국가 중에서도 폐기물 처리 기반시설이 미흡한 해안가 마을에 분포해 있다. 수거센터는 오션보틀이 마련한 자금을 받아 운영된다. 인도네시아의 바탐 자바 발리 롬복, 보르네오, 이집트의 카이로, 필리핀의 마닐라,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등에 수거센터가 있다. 센터는 수집가들에게 플라스틱 폐기물 수집, 분류, 청소 등에 관해 교육하고, 작업복과 수집 도구가 포함된 플라스틱 수집 키트를 제공한다.

해양 플라스틱 위협의 최전선에 사는 공동체 구성원이 주운 OBP를 수거센터로 갖고 오면, 센터는 수집가에게 수거한 양에 따라 디지털 형태의 토큰을 제공한다. 디지털 토큰은 현금 거래 대신 거래 안정성이 높은 IBM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PlasticBank® 앱으로 지급되며 수집가와 수거센터 사이 모든 거래 기록은 이 앱을 통한다. 토큰을 받은 수집가는 토큰을 식료품, 학교 등록금, 의료보험, 인터넷 등 필요한 것으로 교환할 수 있다. 플라스틱뱅크는 수거센터에서 폐기물 관리 외에 수집가들에게 금융 이해, 디지털 지원 및 건강관리 등 다른 내용의 교육도 제공한다.[7]


수집된 플라스틱은 분류되고 무게를 측정한 다음 지역 창고로 보내진다. 그런 다음 수거센터가 위치한 현지에서 재활용 원료인 펠릿으로 전환되어 오션보틀을 포함한 글로벌 제조 공급망에 공급된다.[8] 플라스틱뱅크는 해안 지역사회 주민인 수집가가 수거한 해양 플라스틱을 자사 에코 시스템을 통해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로 만들어 '소셜 플라스틱(Social Plastic®)'[9]이란 브랜드로 판매한다.[10]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은 '동시처리 폐기물 시스템'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고 독성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방식으로 완전히 파괴된다. 동시처리는 밀폐된 시멘트 가마를 사용하여 플라스틱 폐기물을 완전히 태우고 소각장에 남은 재까지 활용하는 처리 방식이다. 소각 중에 발생한 열을 회수하여 소각 에너지로 사용하고 남은 재는 시멘트에 섞어 쓰도록 한다. 재활용 대신 소각을 택하더라도 환경부하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셈이다.[11]
 

‘오션보틀’ 공급망 ⓒ 오션보틀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는 다른 재료들과 함께 중국 상해 외곽에 위치한 제조 공장으로 운송되어 '오션보틀'로 탄생한다. 오션보틀이 중국을 제조 공장으로 선택한 이유는 중국이 '오션보틀'의 주 원료인 스테인리스스틸 제조의 선도국이자 제조 공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 곳이기 때문이다. 중국 공장의 다른 거래처보다 46%를 더 지불하면서까지 현재의 제조공장을 확보한 이유 또한 이곳의 재생에너지 사용 등 지속가능한 제조 공정 노력 때문이다. 제조시 전체 사용 전력의 10%가 2019년부터 가동한 15,000㎡ 넓이의 태양광 패널을 통해 공급된다. 오션보틀은 제조사인 중국 공장에 더 지속가능한 정책을 펼치도록 계속해서 압력을 가하고 있다.

제조된 '오션보틀'은 철도나 해상운송을 통해 영국 본사로 운송되거나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된다. 철도나 해상 운송의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항공운송의 25분의 1 수준이다. 오션보틀은 긴급운송 등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면 항공 운송을 피하고 있다. 공급망의 모든 단계에서 이산화탄소 상쇄를 고려하여, '오션보틀'이 탄소중립의 상태로 소비자에게 전달되도록 한다는 설명이다.[12]

오션보틀의 보틀은 친환경적이면서도 내구성이 뛰어나다. 내구성이 뛰어난 재활용 스테인리스스틸과 친환경 재료인 BPA 프리[13] 플라스틱, 재활용 OBP로 구성돼 전체 제품의 68%가 재활용 재료로 만들어진다. 다 사용한 오션보틀 병은 다시 재활용될 수 있다.[14]
 

'오션보틀' 제품 설명 ⓒ 오션보틀

 

평생 쓸 수 있는 제품

오션보틀은 평생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보온병은 이중 개구부와 몸체, 그리고 바닥으로 이루어져 내용물이 무엇이든 마시기 쉬우며, 18시간의 열 보존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일반적인 텀블러와 달리 100% 식기세척기 사용이 가능하다. 제품에 하자가 있으면 구매 후 10년 간 오션보틀로부터 AS를 받을 수 있다.[15]

지구를 위한 서비스는 고품질 텀블러 판매로 끝나지 않는다. 오션보틀은 판매 후에 소비자가 보틀을 꾸준히 사용할 수 있도록 자사의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소비자를 견인한다. '오션보틀' 바닥 내부에는 NFC 스마트 칩이 부착되어 있어 소비자는 어플리케이션에 자신의 병을 태그한 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등록을 완료한 소비자는 어플을 통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카페나 리필 스테이션의 위치와 할인혜택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소비자가 미리 위치를 제공받은 카페나 리필스테이션에 가서 '오션보틀'을 사용할 때마다 '오션보틀'에 포함된 NFC 태그를 통해 20개의 플라스틱이 수거되는 추가적인 사회활동에 참여하게 된다.[16]

소비자는 어플 상단에 표시된 숫자를 통해 처음 구매하면서 수거한 1000개의 플라스틱 병 외에 어플을 사용할 때마다 추가로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 병 수거에 동참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오션보틀' 어플리케이션은 2021년 출시되어 현재까지 6000명의 사용자가 함께 하고 있다. [17]
 

오션보틀 어플리케이션 화면 ⓒ 오션보틀

 
오션보틀은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를 공급받는 과정에서 플라스틱뱅크 외 다른 사회적 기업과도 협력한다. 2021년에 '리퍼포즈(rePurpose)'와 '플라스틱포체인지(Plastics for Change)'라는 사회적 기업 두 곳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리퍼포즈는 해양 플라스틱 수집가들과 급여를 기반으로 협력관계를 맺은 최초의 재활용 플라스틱 분야 사회적 기업이며, 플라스틱포체인지는 국제공정무역기구와 함께 '플라스틱 폐기물 근로자를 위한 공정무역 인증'을 최초로 개발한 사회적 기업이다. [18]
 

플라스틱 뱅크, 리퍼포즈, 플라스틱포체인지의 플라스틱 수거센터(파란색은 현재, 빨간색은 계획) ⓒ 오션보틀

  
오션보틀은 2021년 후반 플라스틱포체인지와 함께 인도 폰디체리에 직영 OBP수거 센터를 설립했다. 폰디체리는 인구 25만 명 규모의 인도 해안도시로 폐기물 수거 처리 체계가 미흡하다. 현재 이 오션보틀 수거센터에는 8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으며 개장 이래 10만 톤 이상의 OBP를 수거하였고, 수거센터 인근의 31가구가 센터를 통해 생계비를 지원받았다. 리퍼포즈는 인도의 폰디체리 외 5곳, 플라스틱포체인지는 인도네시아 베카시, 인도의 베랄라, 케냐의 몸바사, 가나의 아크라 등에 OBP 수거센터를 운영 중이다.[19]

오션보틀은 세 곳의 수거 파트너사와 협업해 지금까지 가나, 브라질, 이집트,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총 357개의 해양 플라스틱 수집 공동체와 함께하고 있으며, 4308가구에 생계 지원을 했다.[20]

2018년 오션보틀이 설립된 이후 수거한 OBP는 올 8월 기준 712만 2382㎏이다. 현재 45명의 직원이 함께하는 오션보틀의 목표는 2025년까지 70억 개의 플라스틱 병을 수거하는 것이다. 피어슨은 "우리의 사업이 2040년까지 해양 플라스틱이 4배로 증가하는 것을 방지하는 동시에 수백만 명의 생계를 개선하는 데 막대한 글로벌 영향을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한다.

글: 안치용 ESG코리아 철학대표, 고준희 바람저널리스트, 이윤진 ESG연구소 연구위원
덧붙이는 글 참고

[1] Knightfrank, Interview with Ocean Bottle: The Growing Pains of Fighting Plastic Pollution
https://www.knightfrank.co.uk/office-space/insights/scaling-your-business/growing-pains-nick-doman-ocean-bottle/

[2] Emma Broomfield, (Jan.25.2022), Ocean Bottle:a planet-positive success story, London Business School.
https://www.london.edu/think/iepc-ocean-bottle-a-planet-positive-success-story
 

[3] Knightfrank, Interview with Ocean Bottle: The Growing Pains of Fighting Plastic Pollution
https://www.knightfrank.co.uk/office-space/insights/scaling-your-business/growing-pains-nick-doman-ocean-bottle/

[4] Emma Broomfield, (Jan.25.2022), Ocean Bottle:a planet-positive success story, London Business School.
https://www.london.edu/think/iepc-ocean-bottle-a-planet-positive-success-story

[5] Plastic Bank, Plastic Bank’s Partnership with Ocean Bottle https://plasticbank.com/client/ocean-bottle/

[6] https://www.obpcert.org/what-is-ocean-bound-plastic-obp/

[7] https://plasticbank.com/faq/about-plastic-bank

[8] https://oceanbottle/co/pages/faqs
 

[9] 플라스틱 뱅크의 에코시스템에 의해 재탄생한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

[10] 플레넷타임즈, 쓰레기를 수집하는 은행이 있다?, 2021.7.22 http://www.planet-times.com/564

[11]https://oceanbottle/co/pages/faqs
 http://tontoton.com/co-processing-what-more-do-we-need -to-know-about-it/

[12] Ocean Bottle, (2021.4.), 2020 Impact report, Ocean Bottle.
https://cdn.shopify.com/s/files/1/0251/9410/2837/files/IMPACT_REPORT_Updated_April_2021.pdf?v=1619537871

[13] BPA-free: 비스페놀 A가 없다는 표시로, 비스페놀 A는 플라스틱에서 나오는 환경호르몬을 말한다.

[14] 오션보틀 Ocean Impact 홈페이지 https://oceanbottle.co/pages/ocean-impact

[15] 오션보틀 FAQ 홈페이지 https://oceanbottle.co/pages/faqs

[16] 오션보틀 2021 Impact report 15쪽 2021 Impact Report | Ocean Bottle

[17] 오션보틀 App 홈페이지 https://oceanbottle.co/pages/app

[18] 오션보틀 2021 Impact report 24쪽 2021 Impact Report | Ocean Bottle

[19] 오션보틀 2021 Impact report 27쪽 2021 Impact Report | Ocean Bottle

[20] 오션보틀 Ocean Impact 홈페이지 https://oceanbottle.co/pages/ocean-imp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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