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1.06 19:35최종 업데이트 22.11.07 10:08
  • 본문듣기
커피라는 음료를 알고 난 후 그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가장 긴 공백이 있었던 나라, 그런데 커피 문화를 받아들인 후 가장 급격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나라, 바로 중국이다. 커피 소비 증가율이 연 15퍼센트로 세계 평균 2.2퍼센트의 7배에 가깝다.

시장은 급속히 팽창하고 있으나 세계적인 커피 흐름에 참여하는 움직임은 여전히 느린 나라 역시 중국이다. 이래저래 쉽게 이해하기는 어려운 것이 중국의 커피 문화다.


당연한 얘기지만 중국이라는 나라는 영토로 보나 민족 구성으로 보나 어떤 단일한 문화를 갖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고, 커피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 안에는 세계가 녹아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커피를 소비하지 않는 커피 생산 지역이 있는 동시에, 블랙홀이 모든 질량을 흡수하듯 커피를 소비하는 지역도 있다. 예컨대 전자는 윈난성 같은 농산어촌이고 후자는 상하이 같은 대규모 상업도시다.

수천 년 된 차 향기가 혈류에 스며 있는 중국인들에게 커피는 여전히 낯선 문화고, 차는 친숙한 문화다. 스타벅스가 처음 들어온 우리나라에서 스타벅스 로고가 새겨진 컵을 들고 거리를 나서는 것이 자신이 서구문화와 친숙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듯이, 요즘 중국에서도 스타벅스나 코스타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서구문화와의 친숙성을 보여주는 지위 표상 행위가 되었다. 물론 아직은 대도시 중심의 이야기이긴 하다. 사람 다니는 곳 어디나 스타벅스가 있는 한국과는 다르다.

중국에 커피가 처음 유입되고, 카페가 등장한 것은 19세기 중반이었다. 서세동점의 물결 속에 커피도 실려 있었다. 서구 문물의 집결지였던 상하이가 그 출입구였다. 1844년에 개항장 상하이에 커피가 최초로 수입된 것이 세관 기록으로 남아 있다. 당시 수입된 커피는 주로 서양인들이 이용하는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소비되었다.

1851년 성짜이(Sheng Zai)라는 광둥성 출신 사업가가 첫 독립 카페를 세웠다. 얼마 후 카페 이름을 성창 카페(Shengchang Café)로 바꿨다. 이 카페는 1883년에 후조우(Fuzhou)가로 이전하며 다시 상호를 씽후아로우(Xinghualou)로 변경하였다. 이후 지금까지 남아서 레스토랑으로 성업 중이다.

서양 문화의 영향이 컸던 상하이를 비롯한 개항장이나 조차지를 중심으로 외국인이 이끄는 커피 소비가 이어진 것은 1930년대 초반까지였다. 당시 상하이에는 많은 외국인들이 있었고, 카페 문화는 일본이나 조선의 카페와 다르지 않았다. 기록에는 조선 여성들이 여급으로 고용된 카페도 있었다. 중국에서도 루쉰 등 초기 문화예술인들이 커피에 관심이 많았다.

1930년대 중반 이후 커피 문화는 급격히 위축되었다. 반복된 전쟁과 혼란, 폐쇄 지향적 대외 정책의 영향이 배경이었다. 가난도 배경이었다.
 

상하이 ⓒ 연합뉴스

 
프랜차이즈 카페 전성시대

커피가 유입된 후 100년 가까이 지지부진하던 커피 소비가 확대되고, 커피 문화가 꿈틀대기 시작한 것은 개혁개방 정책의 영향이었다. 엄격히 말하면 1990년대 후반이었고, 결정적인 계기는 1999년 베이징에 제1호점이 생긴 스타벅스의 상륙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스타벅스는 같은 해에 제1호점이 설립된 한국이나, 3년 먼저 제1호점이 탄생한 일본처럼 시작과 함께 붐을 일으키지는 못하였다. 2008년 이전까지 서구식 호텔이나 외국인이 많은 관광 지역 밖에서는 커피 전문점을 발견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커피 소비는 가정에서 마시는 인스턴트커피가 이끌었을 뿐, 커피전문점 문화는 거의 없었다.

이러던 중 중국의 커피 소비 증가와 커피 문화 성장에 결정적인 계기가 마련되었다. 바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었다. 2008년부터 2018년 사이 10년 동안 중국의 커피 소비는 1000퍼센트 이상 증가하였다.

현재 중국의 커피 문화는 어느 단계에 와 있을까? 제2의 물결에 머물러 있다는 진단이 일반적이다. 즉, 스타벅스를 비롯한 몇몇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제공하는 획일화 된 커피 소비가 중심인 문화다. 입과 코로 커피의 향과 맛을 즐기는 문화라기보다는 상품 커피, 커피 굿즈, 커피와 함께 제공되는 음식이나 카페 분위기를 즐기는 문화가 중심이다. 수준 높은 커피, 개별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개별화된 커피 맛을 제공하는 카페는 매우 소수에 불과하다.

중국의 커피 문화를 이끄는 것은 아직은 "커피보다는 커피가 담긴 컵" "커피가 주는 향미보다는 커피가 상징하는 지위"일지도 모른다. 서구적인 물품을 소비할수록 사회적인 지위가 높아지는 것으로 여기는 비서구 사회의 문화가 중국의 커피 소비 경향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이 소비하는 커피의 실제 질보다는 자신이 멋진 카페에 앉아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문화인 것이다.

이런 특징들이 결합하여 스타벅스 중심의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가 주도하는 중국식 커피 문화가 만들어졌다. 개별화된 맛을 추구하는 소형 카페 문화는 매우 초보적인 수준에 와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중국의 현실 커피 문화는 '대형 브랜드 커피가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1호점 이후 10년간 더딘 성장을 보이던 스타벅스가 2008년 이후 급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2021년을 기준으로 보면 15시간마다 중국 어디에선가 새로운 스타벅스 매장이 문을 열었다. 상하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벅스 매장과 세계에서 가장 많은 1천 개의 스타벅스 매장을 가진 도시가 되었다. 서울이 한때 가장 많은 스타벅스 매장을 가진 도시였다. 중국 내 스타벅스 매장 수는 2022년 9월 6천 개를 넘어섰다.
  

21일 중국 상하이 쉬후이구에 있는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직원이 온라인 주문 음료를 배달기사가 가져갈 수 있게 문 밖에 내놓고 있다. 2022.5.21 ⓒ 연합뉴스

 
서서히 나타나는 소형 카페

2017년 10월에 새롭게 등장한 중국 토종 커피 체인점 루이싱 커피(Luckin Coffee)는 짧은 시간 동안 부침을 거듭하였다. 키오스크와 앱 중심의 첨단 주문시스템으로 중국식 테이크아웃 커피 문화를 만들었다. 고속 성장을 거듭하여 2년 만에 4500개의 매장을 거느렸던 루이싱은 2020년 4월 최고경영자의 분식회계 사건이 터지면서 붕괴 국면에 접어들었다. 같은 해 6월 나스닥에서 퇴출되었다. 이후 회생 노력을 거듭한 끝에 2022년 4월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대형 브랜드 중심의 이런 흐름 속에서 제3의 물결을 상징하는 '독특한 향미로 무장한' 소형 카페들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다. 상하이에서 2012년에 문을 열고 중국 스페셜티 커피의 리더로 등장한 시소 커피(Seesaw coffee)가 대표적이다.

이후 규모보다는 맛을 중시하는 에스오이(SOE), 메탈 핸즈(Metal Hands), 보이지 커피(Voyage Coffee), 쿠이쿠 커피(Cuiqu Coffee), 알파 커피(Alpha Coffee), 카페 핀카(Café Finca), 비:브리지(Be:Bridge) 등이 등장하였다.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의 성공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외국 유학을 다녀온 젊은층의 커피 맛 선호 경향도 이런 흐름을 돕고 있다.

이들 중 상하이 민항구에 있는 알파 커피는 한국인 박성주씨 등이 주변 한국인 거주자들을 배경으로 세운 카페로 주목을 받고 있다. 새로운 산업도시 쑤저우의 35th 스토리(35th Story)도 주목할 만하다. 상하이나 쑤저우 지역 카페들이 지닌 혁신적 움직임과는 대조적으로 베이징이나 청두 등은 커피 소비에서도 전통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무섭게 성장하는 커피 생산

중국의 커피콩 생산은 19세기 후반에 윈난성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중급 정도의 아라비카종 커피가 주로 생산되며, 대부분 독일 등 유럽으로 수출된다. 세계 커피 생산 시장에서 차지하는 중국 커피의 비중은 아직은 미미한 상태지만 성장 속도는 무섭다.

중국의 커피 문화에는 지역별 특징이 크지만 몇 가지 공통점도 보인다. 여전히 가정에서 마시는 인스턴트커피 비중이 높다. 커피 소비 시장의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대형 커피 브랜드의 메뉴에는 우유와 설탕 혹은 시럽이 가미된 제품의 비중이 높다. 이른바 스페셜티 커피 시장은 매우 적다.

커피의 고유한 맛보다는 중국 식문화를 반영한 다양한 디저트나 음식 비중이 높은 것도 중국 카페 문화의 한 측면이다. 상하이의 멜로우어(Mellower) 카페에서 판매하는 솜사탕이 덮인 커피의 인기가 이런 특징을 잘 보여준다.

중국 커피 문화에서 지역별 차이보다 큰 차이는 시기별 차이일 것이다. 오늘 중국의 커피 문화가 내일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변화의 속도, 성장의 속도가 우리의 짐작 능력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 중국 커피 문화의 가장 큰 특징이다.

* 유튜브 채널 <커피히스토리> 운영자
덧붙이는 글 참고문헌

Yang Wenjii(2021). Minghang is a coffee-lover’s paradise: so many cafés, so many choices. Shine(https://www.shine.cn/news/metro/2104288110/). 2022. 11. 01. 22:46 검색.
Christina McInulty(2021). Your guide to Chinese coffee culture. bean poet. https://www.beanpoet.com/chinese-coffee-culture/ 2022. 11. 03. 11:22 검색
He Qi(2021).Embracing the coffee culture. China Daily. https://www.chinadailyhk.com/article/163474 2022. 11. 03. 11:10 검색.
陳祖恩(2017). 上海咖啡. 上海人民出版社.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