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7.14 05:12최종 업데이트 22.07.14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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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학계, 시민사회, 노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기자말]
지난 4월 서울 종로구 창신동 낡은 집에서 지병을 앓고 있던 80대 노모와 50대 아들이 숨진 지 한 달 만에 발견되는 비극이 발생했다. 이들 모자는 지난해 두 차례나 생계급여 신청을 했으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도대체 왜 이런 비극이 발생한 것일까?

현대 복지국가는 가난을 방치하지 않는다. 국가와 시기에 따라 구체적인 모습에는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소득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빈곤층을 지원하는 공공부조 제도를 운용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공공부조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10월에 시행됐다. 기존 생활보호제도가 주로 근로 무능력자를 보호하는 구빈법적 전통의 공공부조였다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전 국민의 최저생활을 권리로 보장하는 근대적인 공공부조로 평가된다.

지난 이십여 년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최후의 사회안전망으로서 한국 사회의 빈곤을 완화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빈곤한데도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고, 수급자로 선정되더라도 급여 수준이 낮아 빈곤층을 충분히 지원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부양의무자 기준 꾸준히 완화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기본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2015년 7월 맞춤형 급여체계 개편의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5년 개편의 핵심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수급자를 선정하고 급여액을 산정하는 기준을 최저생계비에서 기준중위소득의 일정 비율로 변경했다. 개편 전에는 전문가, 정부, 시민사회가 논의하여 최저생활에 필요한 비용(최저생계비)을 결정하고 급여를 제공했으나 개편 후에는 기준중위소득 개념을 도입하여 빈곤층의 소득을 전 국민 중위소득의 일정 비율까지 보장한 것이다. 이와 같이 상대빈곤 방식으로 변경함으로써 국민의 평균적인 소득 수준이 향상될 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급여 수준이 함께 인상될 수 있게 됐다.

둘째, 이른바 '통합급여체계'를 '개별급여체계'로 전환했다. 개편 전 통합급여체계에서는 수급자의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를 초과하면 각종 급여의 수급자격을 한꺼번에 상실하기 때문에 탈수급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개편 후 개별급여체계에서는 급여별 선정기준을 차등 적용한다.(생계급여 기준<의료급여 기준<주거급여 기준<교육급여 기준)

그래서 소득인정액이 생계급여 선정기준을 초과하더라도 의료·주거급여를 받을 수 있고, 의료급여 선정기준을 초과하더라도 주거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2015년 개편 직후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교육급여의 선정기준은 각각 기준중위소득의 28%, 40%, 43%, 50%로 출발했고, 2022년 현재 각각 기준중위소득의 30%, 40%, 46%, 50%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2020년 7월 1일 서울 시내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 등을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2015년 개편 이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 작업은 주로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폐지에 집중됐다.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일정 수준의 소득·재산을 가진 부양의무자가 있는 빈곤층은 수급자로 선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발생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지적됐다.

이런 비판에 따라 부양의무자 기준이 꾸준히 완화됐다. 2015년 7월에는 교육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됐고, 2018년 10월에는 주거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이, 2021년 10월에는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됐다. 아직 충분한 시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 효과가 본격적으로 검토되지 못했지만,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 소위 '비수급 빈곤층'의 규모를 크게 줄일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연 소득이 1억 원을 초과하거나 재산이 9억 원을 초과하는 부양의무자가 있는 빈곤층은 생계급여를 받지 못한다. 그래서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전히 폐지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비판이 있다. 설령 고소득·고자산 부양의무자 때문에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하는 빈곤층의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더라도, 부양의무자의 소득·재산을 조사해야 한다는 사실만으로 수급 신청을 포기하는 사례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현장의 홍보를 강화하고 집행과정을 모니터링해야 한다. 고소득·고자산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의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도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재산 때문에 발생하는 사각지대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폐지 이후에는 재산 기준 개선이 주요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수급자를 선정할 때 소득뿐만 아니라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하여 함께 반영하고 있다. 즉, 소득평가액에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합산한 소득인정액을 선정기준과 비교하여 수급자를 선정하고 급여를 지급한다.

따라서 소득이 없거나 적더라도 재산 때문에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게 된다. 창신동 모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바로 이와 같은 재산 기준으로 인한 사각지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형평성을 생각하면 수급자를 선정할 때 재산을 전혀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생계 목적으로 현금화하기 어려운 재산 때문에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하는 빈곤층이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창신동 모자의 비극은 재산 기준 때문에 발생한 전형적인 사각지대 사례다. 지난 7월 1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을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 ⓒ 서울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재산 기준을 완화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한데,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자동차 가액의 100%를 월 소득으로 간주하는 비현실적인 환산율을 대폭 인하해야 한다. 현행 재산조사에서는 100만 원 가액의 자동차를 보유하면 월 100만 원의 소득이 발생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자동차의 소득환산율이 월 100%로 높게 결정된 것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 초기 국민 정서 때문인데, 자동차 사용이 보편화된 현재 상황에서는 자동차 소득환산율 하향 조정에 대한 견해차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기본재산액 인상이 필요하다. 현행 생계·주거·교육급여의 재산조사에서는 대도시 6900만 원, 중소도시 4200만 원, 농어촌 3500만 원의 기본재산액을 공제하고 있다. 즉, 기본재산액을 제외한 나머지 재산 가액을 소득으로 환산하여 소득인정액에 포함하는 것이다. 이는 주로 주거에 필요한 최소한의 재산 보유를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를 반영한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주택 및 전셋값 상승을 고려해서 기본재산액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창신동 모자 사례와 같이 현금화하기 어려운 주거용 재산 때문에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축소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기본재산액 인상을 활용할 수 있다.

셋째, 재산의 소득환산율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현행 일반재산 소득환산율은 월 4.17%다. 2년 동안 재산을 소진하는 상황을 전제로 결정됐다. 일반재산보다 현금화하기 쉬운 금융재산의 소득환산율은 1.5배인 월 6.26%이고, 일반재산보다 현금화하기 어려운 주거용 재산의 소득환산율은 4분의 1인 월 1.04%이다.

이처럼 현행 재산의 소득환산율은 기본적으로 재산 소진을 전제로 결정됐기 때문에 시장 이자율이나 전월세 전환율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다. 특히 현금화하기 어려운 주거용 재산에 대해서는 소득환산율을 대폭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재산 기준으로 발생한 사각지대를 축소하기 위해 기본재산액 인상과 재산의 소득환산율 인하를 어떤 형태로 조합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한편, 근본적으로 재산의 소득환산제를 폐지하고 소위 '재산 컷오프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재산 컷오프제는 소득 기준과 재산 기준을 개별 적용하여 소득과 재산이 각각 일정 수준 이하일 때 수급자로 선정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현행 재산의 소득환산제는 수급자 선정 및 급여 산정의 형평성 측면에서 우위에 있지만, 재산 컷오프제는 복잡한 제도를 단순화하고 재산의 소득환산액으로 인해 급여 삭감이 발생하지 않아 급여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향후 재산의 소득환산제를 재산 컷오프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둘러싸고 활발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다.

서로 다른 중위소득 금액

부양의무자 기준 및 재산 기준 완화는 제도 안에서 발생하는 사각지대를 축소하기 위한 과제다. 이와 달리 근본적으로 급여 수준을 인상하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2015년 개편 전에는 최저생계비를 급여 수준을 결정하는 규범적 기준으로 활용했지만, 상대빈곤 방식으로 개편한 후에는 수급자 선정기준이 기준중위소득의 몇 퍼센트여야 하는지에 대한 절대적인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결국, 상대빈곤 방식 공공부조의 급여 수준은 국민 최저선(national minimum) 수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로 결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사각지대를 축소하기 위해 부양의무자 기준과 재산 기준을 완화하는 것과 별개로 급여 수준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 셔터스톡

 
2022년 생계급여 선정기준은 기준중위소득의 30%, 1인 가구 기준 월 58만 원이다. 생계급여 선정기준을 기준중위소득의 40%(2022년 1인 가구 기준 월 78만 원)까지 인상하자는 주장이 있었다. 또한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는 기준중위소득의 35%(2022년 1인 가구 기준 월 68만 원)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계획이 포함됐다.

생계급여 선정기준이 인상되면 수급자 규모가 증가할 뿐만 아니라 기존 수급자의 급여액도 증가하므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빈곤 완화 기능을 효과적으로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재산 기준 완화, 생계급여 선정기준 인상을 모두 결합한다면 개혁의 효과는 상당히 클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급여 수준 인상 논의에서는 기준중위소득과 통계청이 집계하는 중위소득의 격차가 상당히 크다는 사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2020년 1인 가구 기준으로 통계청이 공식 빈곤율을 계산할 때 빈곤선의 기준으로 활용하는 중위소득(이하 통계청 중위소득)은 월 250만 원이지만 기준중위소득은 월 176만 원이다. 4인 가구를 기준으로 하면 통계청 중위소득(월 500만 원)과 기준중위소득(월 475만 원)의 격차가 감소하지만, 수급자의 다수가 1~2인 가구라는 점을 고려하면 통계청 중위소득과 기준중위소득의 격차가 상당히 크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런 격차에는 기준중위소득 산출방식과 관련된 여러 가지 복잡한 기술적 문제가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2020년 1인 가구 기준중위소득의 40%(월 70만 원)는 통계청 중위소득의 30%(월 75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기준중위소득의 30%까지 생계급여를 보장함에도 불구하고 중위소득 30% 기준 상대빈곤을 제거하지 못한다. 이는 설령 부양의무자 기준 및 재산 기준으로 인한 사각지대를 완전히 해소하더라도 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예를 들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중위소득 30% 기준 상대빈곤을 제거할 수 있는 공공부조로 설계하고자 한다면, 생계급여 선정기준을 기준중위소득의 30%보다 높게 설정해야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포함한 다양한 소득보장제도 개편 논의에서 통계청 중위소득과 기준중위소득을 혼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두 개념을 분명하게 구분해서 정확하게 사용해야 한다.

또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급여 수준 인상 논의에서는 타 소득보장제도의 발전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2000년대 초반에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가장 중요한 소득보장제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지난 20여 년간 전체 소득보장체계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상대적 중요성은 상당히 축소됐다.

적정성과 형평성 사이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지난 20여 년간 대체로 형평성을 강화하기보다는 사각지대를 축소하고 보장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왔다.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 ⓒ 셔터스톡

 
국민연금이 꾸준히 성숙했고, 기초연금, 양육수당, 아동수당, 근로장려금, 장애인연금, 국민취업지원제도 등 다양한 소득보장제도가 신설·확대됐다. 이에 따라 한편으로는 국민 최저선 보장 역할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타 소득보장제도가 분담할 수 있게 됐고,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타 소득보장제도의 지원이 불충분한 빈곤 사각지대에 대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주요 변화, 쟁점, 과제를 간단히 살펴봤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한편으로 빈곤층이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충분히 지원하여 급여의 적정성을 확보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필요한 사람에게만 필요한 만큼 지원하여 급여의 형평성을 확보해야 할 필요도 있다. 이론적으로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현실에서는 두 가지 목표가 상충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예를 들어, 고소득·고자산 자녀에게 도움을 받는 노인보다 그렇지 못한 노인에게 급여를 집중하기 위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면, 실질적으로 부양을 받지 못하는데도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재산이 있는 빈곤층보다 없는 빈곤층에게 더 많은 급여를 제공하기 위해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하여 그만큼의 급여를 삭감하면, 처분할 수 없는 재산 때문에 급여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매우 복잡한 급여 구조는 적정성과 형평성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의 산물이기도 하다.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지난 20여 년간, 특히 2015년 개편 이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대체로 형평성을 강화하기보다는 사각지대를 축소하고 보장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창신동 모자의 죽음은 앞으로도 그래야 함을 보여준다.
 

이원진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 이원진

 
필자 소개: 이 글을 쓴 이원진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빈곤, 소득분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소셜 코리아> 연재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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