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7.06 19:53최종 업데이트 22.07.06 19:53
  • 본문듣기

지난 2021년 8월 29일 한국전력공사 경남지역본부. ⓒ 윤성효

  
날로 오르는 물가 때문에 걱정이 많다. 전기요금, 가스요금도 오르고 있다. 이런 불만을 의식해서인지, 윤석열 정권은 공공기관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꺼낸 얘기가 '호화 청사 매각'이다.
 
공공기관 개혁의 핵심은 투명성 확보


헛웃음이 나오는 얘기다. 물론 공공기관 개혁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포인트가 틀렸다. 공공기관 개혁의 핵심은 투명성을 확보하고 감시와 통제에서 벗어나있는 사업들을 검증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예를 들어보자. 한전은 2021년에만 66조 원이 넘는 막대한 영업 비용을 썼는데 이중 3조 원 가까운 돈을 송·변전설비 건설에 매해 지출하고 있다.

물론 꼭 필요한 비용이라면 지출해야 한다. 그러나 마치 영수증 없이도 쓸 수 있어 문제가 된 특수활동비처럼 전혀 투명하지 않게 사용되는 막대한 자금이 있다면? 그리고 거액의 사업비가 지출되는 사업의 필요성·타당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돈으로 무마해 왔다면? 그렇다면 개혁의 1차 대상은 바로 이런 돈이 되어야 할 것이다. 바로 한전이 송전선·변전소 등을 건설할 때 사용하는 '특별지원금' 문제다.

송전선 건설과정에서 뿌려지는 특별지원금
 

필자가 특별지원금이라는 돈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2013년 밀양 송전탑 문제를 접하면서다. 당시에 한전은 밀양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자 특별지원금 257억 원을 뿌려서 주민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놀랍게도 이 '특별지원금'이라는 돈은 법령에 근거도 없는 돈이었고, 법에서 정해진 보상금도 아니었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내는 공공요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이 법에 근거도 없는 거액의 돈을 뿌린다는 것을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여러 차례 확인한 결과, 이 돈은 한전 내부 지침에 의해 사용되는 돈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 놀라운 건 특별지원금 지급의 근거가 되는 한전 내부 지침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마을별로 지급된 내역도 공개되지 않는다. 심지어 한전은 "국회의원이 자료요구를 해도 보여주기만 하고, 다시 회수해 온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나 검찰이 쓰는 특수활동비도 공개하라는 판결이 나오는 세상이다. 공기업이 쓰는 돈 중에, 이렇게 불투명하게 사용되는 돈이 있다는 건 큰 문제다. 지난 6월 23일 광주지방법원은 이 특별지원금 관련 정보공개거부처분소송에서 '정보를 비공개한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특별지원금 지급의 근거가 되는 내부 지침과 마을별 지급내역을 비공개한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다. 소송 과정에서 한전은 자료가 공개되면 국민의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필요성·타당성 문제 제기, 돈으로 무마하나
 

지난 2013년 12월 1일 밀양 희망버스 버스 참가자들과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경남 밀양시 산외면 보라마을에 세운 송전탑 건설 반대 상징탑. ⓒ 이희훈

 

송전선 건설과정에서 주변 마을과 주민 지원이 필요하다면, 법령에 근거해서 투명하게 하면 된다. 지금처럼 비공개로 은밀하게 이뤄지면 중간에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고, 주민 간에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난 2019년 3월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밀양에서는 일부 주민대표가 특별지원금으로 매입한 토지의 거래가격을 축소신고하고, 한전에서는 증빙자료 확인도 하지 않고 지원금을 과다 지급한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한전이 송전선 건설의 필요성과 타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를 돈으로 무마한다는 데 있다. 지금도 동해안에서 경기도의 신가평까지 50만 볼트 초고압직류송전선(HVDC)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번에는 1000억 원이 훨씬 넘는 특별지원금이 뿌려지고 있다.

문제는 이 초고압직류송전선이 왜 필요하고 타당한 사업인지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다. 처음에 한전은 동해안에 건설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때문에 송전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한전은 '기후 위기를 생각하면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여야 하는데, 앞으로 없어질 석탄화력발전소 때문에 송전선을 건설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시민사회단체와 지역주민들의 질문에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 한전은 신한울 원전 때문에 송전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원전 같은 대규모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교류 전기를 직류로 바꿔서 송전하는 방식이 과연 안전하고 문제가 없느냐'는 질문에 다시 한전은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여기에 더해 육상에서 최초로 건설되는 초고압직류송전선이 북당진~고덕(평택) 간에 건설되고 있지만, 어떤 문제점 때문인지 준공 시기가 계속 늦어지고 있다. 사업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상황인데, 한전은 특별지원금이나 뿌리고 있다. 이런 식의 사업추진이 잘못될 때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한전과 관련 정부 부처의 고위직들이 과연 책임질 수 있을까. 

이런 점들을 제대로 짚어내고 투명성을 확보하면서, 사업 검증을 하는 게 공공기관 개혁인데 대통령이 호화 청사 매각 타령이나 하니 한심한 상황이다.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4,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10만인클럽후원하기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