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6.01 13:56최종 업데이트 22.06.0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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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륜차 소음 허용기준 개편 추진은 부산 해운대구청과 구민이 함께 만들어낸 성과다. ⓒ 김나라

 
'환경부, 이륜차 소음 허용기준 개편 추진. 해운대구민이 다함께 이루어낸 성과입니다!'

지난 3월 말, 동네에 걸린 현수막을 보고 박수를 쳤다. 기다리던 소식이었다. 내가 사는 곳은 관광지에서 한참 먼 오래된 주택가인데도 오토바이와 스포츠카 소음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려운 지경이었다. 창문을 닫을 수 없는 여름밤에는 열대야보다 소음이 더 무서웠다.


주민 피해가 계속되자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해 9월 해운대구청장이 직접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소음 허용기준 하향 청원을 올렸다. 이외에도 구는 15개 지자체와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는 등 공론화를 위해 노력했고, 6개월 만에 성과를 얻은 것이다.

새로운 허용기준은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사전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아직 실효성을 따져보기는 어렵지만, 주민들의 지속적인 민원과 지자체의 노력이 개선의 여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또 다른 이륜차 법규위반 문제들로 고통받고 있다. 해운대구에 사는 A씨(36)는 얼마 전 집 앞 횡단보도를 건너다 초록불을 무시하고 직진하는 오토바이에 치일 뻔했다. 오토바이가 급히 방향을 틀며 손바닥 한 장 차이로 사고를 피했지만, 운전자는 사과 한 마디 없이 떠났다.

나 역시 몇 달 전 횡단보도에서 신호 위반 오토바이에 부딪쳐 뇌진탕을 겪었다. 그 후로 밖을 걸을 때는 어디서 오토바이가 튀어나올 듯해 불안하다.

실제로 10분 남짓 걷는 사이 불법주행 이륜차를 예닐곱 대나 볼 정도로 법규 위반이 난무하고 있다. 어린이와 노인보호구역의 언덕길 인도를 당당히 달려 내려오는 것은 점잖은 수준이다. 인도로 달리다 신호위반을 한 뒤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하는 헬멧 미착용 운전자의 활주에는 영화 속 추격신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전국 3위, 현실은

부산은 지역적 특성상 더욱 조심스럽고 배려 깊은 교통문화가 필요하다. 우선 평지가 좁고 산이 많은 개성 강한 지형 때문이다. 곳곳에 언덕길이나 산복도로가 있는데, 여기까지 차가 올라갈 수 있나 싶을 만큼 가파르고 높은 곳도 적지 않다. 복잡하게 이어지는 좁은 골목도 많다. 

게다가 부산은 전국 7대 대도시 중 가장 고령화돼 있다. 지난해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겼다. 그만큼 돌발 상황에 대응하기 어려운 교통약자가 많다는 뜻이니 주변을 잘 확인하고 사고에 대비해야 하지만, 오히려 운전자 자신과 타인의 목숨까지 건 '기개'에 놀라게 되는 경우가 많아 씁쓸하다.
 

부산은 지역적 특성상 더욱 조심스럽고 배려 깊은 교통문화가 필요하다. 사진은 부산 동구 산복도로 모습. ⓒ 연합뉴스

 
해운대구는 교통문화를 전반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 2021년에는 교통체계개선사업, 횡단보도 투광기(야간집중조명) 설치, 음향신호기 설치, 보행환경 개선사업, 보행자 우선도로 사업, 생활도로 다이어트 사업 등을 추진했다. 또한 자체 자문기관인 교통정책자문위원회를 운영하고, 굉음‧폭주 차량 근절을 위한 대대적 단속과 캠페인을 추진했다.

이런 노력 끝에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실시한 2021교통문화지수평가에서 인정받았다. 해운대구가 A등급을 받은 것이다. 인천 부평구와 서울 송파구에 이어 전국 3위, 부산에서는 1위에 올랐다. 교통안전에 관한 자치단체의 노력을 평가하는 '교통안전실태' 부문은 전국 1위다.

그런데 이런 결과에 묘한 괴리감도 느낀다. 교통문화지수는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국민의 교통안전의식과 교통문화 수준을 측정한 것이다. 평가지표 중 '신호준수율'의 배점은 12점으로 가장 크다. 주민이 체감하는 교통 불편이 심각한 상황에서 전국 3위, 부산 1위라는 결과는 오히려 부산시, 나아가 우리나라 교통문화 수준이 높지 않다는 반증은 아닐까.

이륜차 교통문화에 대해 시민들의 문제의식은 충분하다. 부산경찰이 최근 치안활동을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0.9%가 '교통안전을 가장 위협하는 요소'로 오토바이의 법규 위반 등을 꼽았다고 한다. 

이륜차의 위법 행위는 전국적 현상이지만, 문제 상황이 심각한 부산시가 이를 근절하고 교통문화를 바꾸는 모범도시로서 성공한다면 전국 이륜차 교통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발판이 되지 않을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2019년 부산시는 전국 교통문화지수 실태조사에서 17개 시‧도 중 16위로 전국 최하위 수준이었다. 그러나 1년 만에 도약해 2020년에는 전국 6위를 차지했고, 2021년에는 소속 구가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소음 허용기준 법령의 개정 추진을 이끌어낸 것도 지자체와 시민들의 의지다.

'젠틀' 부산을 바란다
 

사진은 2021년 10월 27일 오후 부산 남구 엘지메트로시티 아파트 앞에서 펼쳐진 자동차·이륜차 불법운행 근절 및 안전 운행 교통문화 정착을 위한 캠페인 모습(자료사진). ⓒ 연합뉴스


이륜차 교통문화를 바꾸려면 지역사회 구성원이 동시다발적으로 상황 개선에 참여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소음 허용기준 개정을 끌어냈을 때처럼 문제를 공론화하고, 시민 신고를 더 활성화해야 한다.

그러나 내가 바라는 건 '감시사회'가 아닌 '배려사회'다. 지금까지 이륜차 법규 위반 문제를 이야기할 때 배달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가 주요 원인의 하나로 지적돼 왔다. 고용주가 제시하는 짧은 배달 예상시간 등 구조적 문제는 계속 개선해야 하지만, 많은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만큼 이것이 위법의 핑계가 될 수는 없다. 배려는 위법을 눈감는 것이 아니라, 내 행동이 주변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해 행동을 선택하는 것이다.

'다이내믹 부산'에 '젠틀 부산'의 이미지가 더해진다면 부산시민들의 자긍심도, 부산을 찾는 사람들의 만족감도 커질 것이다.

내가 오토바이에 부딪쳤을 때, 지나던 사람들은 나를 돕는 데 하루의 5분을 기꺼이 써주었다. 우리 안에는 그런 배려심이 있고 사소해 보이는 일상에도 쓸 수 있다. 주문한 음식을 기다릴 때도, 길 위에서 지킬 것을 지키는 데도. 사람을 살리는 짧은 기다림이 새로운 문화가 되기를, 한 도시의 성과뿐 아니라 전국의 낮은 사고율에 감탄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덧: 현행 소음‧진동 관리 법령에서는 105dB 이상의 소음을 내는 이륜차를 규제하는데, 105dB 이상은 열차가 통과할 때의 주변 소음보다 높은 수준이다. 지금까지 이륜차 주행 시 안전문제로 소음 측정이 쉽지 않았기에 아예 기준 소음을 무시하는 차량도 많다.

법이 개정되면 최소 86db에서 최대 95db로 기준이 엄격해진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새로운 허용기준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관련 지자체가 '이동소음 규제지역'을 지정·변경해 사용금지나 시간을 정해 단속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함께 추진될 예정이다. 해운대구는 해운대 전체를 이동소음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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