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5.19 20:23최종 업데이트 22.05.1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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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비평연재 <좋은데, 싫었습니다>(좋싫)는 주류의 담론에 대항하는 저항의 언어조차 어쩌면 '당위'라는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닌지 질문합니다. 그저 이것'만'이 옳고, 이것은 '반드시' 좋아해야 하고, 그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대해야 한다는 절대적이고 당위적인 언어들이 정말로 대안과 저항의 언어가 될 수 있는지 묻습니다.[편집자말]
지난 16일 강민진 전 청년정의당 대표가 오랜만에 SNS에 글을 올렸다. 3월 15일 청년정의당 대표직을 사퇴한다는 이야기를 전한 지 정확하게 두 달 만이다.

강 전 대표는 SNS와 미디어에 정의당의 주요 정책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정의당 정치인 중 누구보다도 온라인에서 대중들과 활발히 소통하는 등 정의당에 일종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난 3월 대선 종료 직후 청년정의당 내부에서 강 전 대표에 대한 직장 내 갑질과 괴롭힘에 대한 폭로가 터져나왔다. 노동자의 재계약 협상 자리에서 관리자 처지인 강 전 대표가 상대 노동자의 SNS와 메신저를 감시해 내용을 문제삼았다는 것이었다. 사건 이후 강 전 대표는 청년정의당 대표직을 사퇴했고 진상조사와 징계절차로 모든 활동을 중단한 상태였다(관련기사: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사퇴... '직장 내 괴롭힘' 제기 http://omn.kr/1xud5).

'오랜만입니다'로 시작하는 강 전 대표의 SNS 소식이 청년정의당에서 있었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일단락 짓고 새롭게 활동을 시작한다는 반가운 소식이면 좋았겠지만, 글의 내용은 충격적이게도 정의당 내에서 자신이 당한 성폭력 두 건에 대한 폭로와 함께 자신이 가해자였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당기위 제소장 내용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그가 말한 두 건의 성폭력 사건

강 전 대표는 글에서 최근 청년정의당 당직자 A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청년정의당 당직자 A는 강 전 대표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조사 받고 당기위에 제소되는 상황에서 강 전 대표를 돕겠다고 접근했고 이내 자신에게 잘 대하지 않으면 다른 청년정의당 사람들처럼 강 전 대표가 갑질을 했다는 주장에 가담하겠다는 암시를 받았다고 한다.

강 전 대표는 이런  A와의 관계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을 당했고 이에 A를 당기위에 제소했다고 밝혔다. 강 전 대표의 말이 사실이라면 실로 끔찍한 성폭력 사건임이 틀림없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청년정의당 창당식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2021.4.21 ⓒ 공동취재사진

 
또 하나의 성폭력 사건은 지난해 11월 정의당 행사 뒤풀이 자리에서 모 광역시도당 위원장 B가 강 전 대표의 허벅지에 신체 접촉을 했다는 내용이다. 강 전 대표는 심각하게 불쾌했지만 문제를 제기하면 '대선에 악영향을 준다'는 식의 반응만 돌아올까 두려웠고, 당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강 전 대표는 이를 공식회의에서 여영국 대표 등에게 알렸지만 여영국 대표는 공식 절차를 밟지 않은 채 가해자인 B 위원장에게 경고를 하겠다며 사건에 대해 아무도 발설하지 말라고 했고 강 전 대표는 '발설하지 말라'는 말 자체가 '앞으로도 영원히 침묵할 수밖에 없겠구나'라는 압박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두 번째 사건 역시 강 전 대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위계와 당의 경직된 의사결정구조에 의해 구조적으로 성폭력 사건이 은폐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강 전 대표는 외부로 문제가 되지 않은 성폭력 가해자는 지방선거 후보로 공천하고, 대외적으로 논란이 되면 개인에게 책임을 넘기고 꼬리를 자르는 정의당이 실망스럽다고 덧붙였다.

정의당의 해명은 이랬다

강 전 대표의 SNS 폭로는 공개되자마자 즉각적으로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알다시피 언론에 기다림이란 없다. 청년정의당 당직자 A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일은 제소와 징계절차가 착수됐다. 강 전 대표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당기위에 제소된 일은 이미 진상조사가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언론 보도방식의 특성상 이번 일은 신중하게 다뤄지기보다는 당장 지방선거에 공천된 B 위원장의 성폭력 사건이 일방적으로 '묵살' 되거나 '은폐'된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확산되었다.

이에 다급해진 정의당은 강 전 대표의 SNS 폭로 다음날인 17일 오전 공식 해명을 했다. B 위원장과의 사건에 대해 '불필요한 신체 접촉'이 발생한 사안이라고 강 전 대표가 당 젠더인권특위 배복주 위원장에게 알려왔고 이에 여영국 당대표는 강 전 대표의 비공개회의 소집 요구에 비공개로 대표단회의를 진행했으며, '강 전 대표의 요구대로' B 위원장에 대한 엄중 경고와 서면 사과 조치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여영국 대표가 '발설하지 말라'라고 압박했다는 강 전 대표의 주장에 대해서는 회의를 마치기 전에 여영국 대표가 해당 사안이 비공개 회의로 진행되어 발언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의당은 배복주 위원장이 강 전 대표의 요구대로 사과문을 받아 강 전 대표에게 전달했으며, 사과문 내용과 사과 수용 의사를 확인한 후에 사건을 종결했다고 밝혔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이 1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강민진 전 청년정의당 대표의 성폭력 사건 주장 관련 정의당 입장을 밝힌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남소연

 
B 위원장과의 사건에 관해 강 전 대표와 직접 소통하고 사건 해결을 중재했던 배복주 위원장도 정의당의 해명을 보완했다. 배 위원장은 강 전 대표가 "성추행이라고 판단하는 시점은 어느 시기에 어떤 방식으로든 가능하다"라면서도 당시 강 전 대표가 B 위원장과의 사건을 '성추행으로 여기지 않았고 그럴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기 때문에 자신도 이를 신뢰했다고 한다.

또 강 전 대표가 책임있는 단위에서 비공개로 해결 방안을 논의하자고 요구해서 여영국 대표에게 전달했고 이에 대표단 회의가 개최되었으며 당이 해명한 것과 같이 절차가 마무리 되었다고 설명했다.

강 전 대표는 이런 정의당의 해명에 대해 성폭력을 '불필요한 신체접촉'으로 표현한 점,  B 위원장과의 사건에 대해 피해자인 자신이 '성폭력이 아니다'라고 공식화하지 않았는데도 성폭력 사건이 아닌 사건으로 표현된 점, 공천 과정에서 B 위원장의 공천 여부에 관한 의견을 피해자인 자신에게 묻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정의당의 해명을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현재 강 전 대표와 정의당 양측은 서로 같은 사건을 두고 다른 진실로 공방을 벌이고 언론들이 이를 중계하는 모양새가 이어지고 있다.

더는 기회 없을지도 모른다

이번 강 전 대표의 폭로로 촉발된 사태는 매우 복잡하다. 두 개의 성폭력 사건과 하나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한 강 전 대표의 주장과 정의당의 불투명한 대처가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합리적인 출구가 보일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해결이 어렵다고 또는 지방선거가 코 앞이라고 사건을 어물쩍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 진보정치라는 당의 근간이 다시 흔들릴 수 있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당의 성폭력 문제 해결 절차를 전면적으로 촘촘하게 재구성해야 한다.

성폭력 문제 해결 절차를 전담하는 젠더인권특위나 다른 전담기구의 위상과 조사권한의 적극성을 제고하고 체계적인 해결 절차와 그 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정의당은 강 전 대표의 요구대로 절차가 이뤄졌다고 해명했지만 강 전 대표는 당의 경직된 비공개 대표단 회의 그리고 대선이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심리적으로 강하게 위축되어 피해 사실과 적절한 해결 절차를 스스로 판단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또 2차 가해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한다고 해서 해결 절차 과정을 무조건 비공개, 익명, 정보 통제로 할 수만은 없다. 오히려 정당과 같은 공적 조직일수록 이러한 해결 절차의 신뢰성이 중요하다.

정의당이 청년정의당 A 당직자의 성폭력 피해자로서 강 전 대표에 대한 보호 또는 관리를 제대로 했는지도 의문이다. 현재 자신이 가해자인 직장 내 괴롭힘 사건으로 당기위에 제소돼 정의당과 일종의 분쟁 상태에 있다고 하더라도 강 전 대표는 엄연히 당원이고 피해자다. 따라서 정의당은 다른 사건들과 별개로 강 전 대표를 보호하고 관리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강 전 대표는 폭로와 함께 당으로부터의 고립감을 지속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폭로에 대해 정의당이 공식 해명을 발표하기까지 당으로부터 강 전 대표에게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고 한다.

젠더인권특위 배복주 위원장이 '성추행이라고 판단하는 시점은 어느 시기에 어떤 방식으로든 가능하다'라고 공언한 만큼 지금이라도 정의당은 강 전 대표의 성폭력 피해에 대해 해결 절차를 재착수하고 B 위원장에 대한 공천 적합여부도 재논의하는 게 옳다.

무엇보다 성상납 의혹이 제기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부터 보좌관을 성추행해 제명된 박완주 의원까지 정치권이 여야를 막론하고 성비위로 얼룩져있다. 국민의 정치권에 대한 실망이 예사롭지 않다. 여기에 정의당으로선 김종철 전 대표의 장혜영 의원 성추행 사건이 일어난 지 불과 1년 남짓밖에 안 됐다. 이번에도 제대로 된 해결과 반성이 없다면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인 정의당에 다시 기회는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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