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4.28 06:02최종 업데이트 22.04.2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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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코리아 연속기획] 윤석열 정부에 바란다 ③ 정치

정책 실종 선거라는 평가를 받았던 대통령 선거가 끝났습니다. 선거는 끝났지만 새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는 일은 이제 시작입니다. 윤석열 당선자와 인수위원회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선거과정에서 정책이 충분히 검증되지 못한 만큼 폭넓은 의견 수렴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소셜 코리아>는 분야별로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새 정부에서 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짚어봅니다.

 

1987년에 태어난 한국 민주주의, 즉 ‘제6공화국’의 나이는 올해로 35살이다. 1987년 6월항쟁 당시 거리 모습. ⓒ 연합뉴스

 
민주주의에 나이가 있다면 한국 민주주의는 몇 살일까? 해방 이후 다섯 번의 헌법 개정을 거듭한 이후 1987년에 태어난 한국 민주주의, 즉 '제6공화국'의 나이는 올해로 35살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한국 민주주의는 어느새 청년이 되었다.

하지만 1828년 미국의 보편선거권 도입을 기점으로 세계적인 민주화 물결을 이끌었던 일부 서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한국 민주주의는 미숙함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청소년기를 이제 갓 벗어났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민주주의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무엇보다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뤘고, 2002년 이후에는 주요 정당들이 미국의 오픈프라이머리와 유사한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공직 후보자를 선출하기 시작했고, 정치자금법을 개선하여 민주주의의 견인차인 정당 정치의 체질도 크게 개선했다. 

세계 어느 신생 민주주의 국가보다 성공적으로 민주주의를 공고화시켰다는 한국에 대한 칭송은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됐다. 그래서 때로는 한국에서 민주주의와 정치개혁에 대한 논의가 의미 없어 보일 때도 있다.

우아한 정치에 대한 기대

하지만 정말 한국은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성숙한 것일까? 더 이상 한국의 정치개혁은 필요 없는 것일까? 물론 이 질문에 대해 '예'라고 응답할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학계에서 널리 인정받는 프리덤 하우스의 발표만 보더라도 한국은 2021년 '자유' 국가에 속하지만,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 '정치적 권리'가 위축된 이후 회복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이 조사에 포함된 195개국 가운데 한국의 '정치적 권리'는 51위, '시민의 자유'는 47위였으며, 이들을 모두 고려한 '자유'는 55위에 그쳤다.
 

프리덤 하우스 홈페이지 한국은 2021년 ‘자유’ 국가에 속하지만, 2013년 ‘정치적 권리’가 위축된 이후 회복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프리덤 하우스

 
대선 마무리와 동시에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국방부 청사 부지로 이전하기로 결정하면서 정치권이 갈등에 휩싸였다. 비록 얼마 지나지 않아 윤석열 당선인과 문재인 대통령이 만나 합의에 이르렀지만 국민들은 또다시 정치권의 극한 갈등을 지켜봐야 했다. 

한편 그 와중에도 6.1 지방선거를 앞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기초의회 중대선거구를 전국 11곳에 시범 도입하고 광역의원 정수를 38인, 기초의원 정수를 48인 증원하기로 합의했다. 

최근에는 검찰의 공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하는 내용을 담은 검찰개혁법안을 여야가 합의했다가 파기하는 등 혼란과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이 사건들은 '제왕적' 대통령제와 '승자독식'의 정치제도가 낳은 한국 정치의 '야만성'을 드러낸다. 또한 시민은 물론 군소정당을 배제한 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이 독단적으로 운영하는 한국 대의제의 한계를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민주화는 민주적인 정치체제로의 '이행'과 함께 종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정치체제를 공고히 하고 심화 발전시켜야 하는 이행 이후의 과정이 더 중요하고 어려울 수 있다. 새로운 정치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하고, 이를 보다 나은 방향으로 수정하고자 정치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영구 과제이기도 하다. 

한국 민주주의 또한 마찬가지이다. 민주화 이후 정치개혁이 지속된 것은 한 번의 체제 이행이나 정치개혁만으로 국민들이 원하는 '좋은' 정치제도를 얻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먹이를 서로 차지하려고 다투는 동물들처럼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야만'의 정치가 아니라 나눔과 존중의 '우아한' 정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치개혁을 동반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지불해야 할 사회적 비용이 있다면 마땅히 지불해야 한다.

소수 엘리트가 힘없는 다수 지배

한국은 정치학자 달(Robert Dahl)이 지적했던 현실 민주주의의 다양한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수의 엘리트가 '힘없는 다수'를 지배하고, 다양한 사회적 요구가 분출되면서 '다원주의적 정체(pluralist stagnation)'나 '민주주의의 과부하(democratic overload)'가 발생하기도 한다. 재벌과 같은 특정 사회집단이 과도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적 불평등이 일상화하고 있다. 한국 정치가 풀어야 할 개혁과제는 그밖에도 산적해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마지막 토론에 참석한 후보들. ⓒ 국회사진취재단

 
첫째,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실시하는 국가들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고 있지만, 여전히 '선거 민주주의'와 관련한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대표적으로 낙선운동이 허용되지 않는 규제 중심의 공직선거법이 시민들의 자유로운 참여를 제약하고 있다. 청년세대를 포함해 정치 신인들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높은 수준의 선거비용은 이들의 참정권을 제한한다. 국회의원 선거와 달리 자치구·시·군의원 선거의 경우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위촉 권한이 시·도지사에게 부여되어 독립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둘째, 권력을 분산시키고 공유할 수 있는 합의제 민주주의(consensus democracy)보다 이를 집중시키는 다수제 민주주의(majoritarian democracy)를 따르는 정치제도의 특성 또한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민주화 이후 소선거구제와 단순다수제에 의한 승자 독식의 의석 배분 방식은 유권자들이 행사한 다수의 표를 사표로 만들고, 대표성을 심각하게 왜곡한다. 각 정당의 후보자들은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극한 대결을 펼친다. 

이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제21대 총선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총 300석의 국회 의석 가운데 비례대표 의석은 47석에 불과하다. 아울러 당시 지역구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불과 평균 43.5%의 득표율로 무려 64.4%의 의석을 차지했다. 이런 불비례성은 사회적 약자의 정치적 대표성을 약화하는 것은 물론 의회 정치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있다.

영·호남에 강고한 지지기반을 둔 양대 정당 중심의 정당체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다원주의적 정당정치는 요원해 보인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약소 정당들의 능력 부족을 탓한다. 그러나 이처럼 능력주의를 앞세우는 이들이 애써 무시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정당 간 경쟁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5개 시도에 각각 1천 명 이상 당원이 있어야 정당 등록이 허용된다. 아울러 20석 이상의 국회 의석을 차지한 정당만이 원내교섭단체로 인정받아 국회를 운영하며, 정당보조금의 50%를 우선 배당받는다. 정당의 등록, 국회 운영, 재정지원 등 거의 모든 측면에서 거대 정당들이 '특권'과 '특혜'를 누리는 것이다.

한국에서 여성과 청년은 정치적 소수자로 남아 있다. 이는 지난 2018년 실시된 제7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와 2020년 실시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시·도지사 당선인 17인 전원이 남성이며, 기초단체장 당선인 226명 가운데 8명(3.5%)만이 여성이다. 광역의회 및 기초의회 선거의 경우에도 지역구의 여성 당선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13.3%와 20.7%에 불과하다. 20~30대 청년들의 경우 광역 비례대표를 제외하면 당선인이 6%를 넘지 못한다.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총 300인의 당선인 가운데 여성은 30명(10.0%) 뿐이며, 특히 지역구 여성의원은 253인 가운데 8인(11.5%)에 불과하다. 연령별 분포를 보면 20대 당선인은 지역구에는 없고, 비례대표에만 2인(4.3%)이 있으며, 30대의 경우에는 지역구 6인(2.4%), 비례대표 5인(10.6%)이 있다.
 

성별/연령별 당선인 분포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제21대 국회의원선거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셋째, 한국의 대통령제는 한국 정치의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해악적인 제도적 원천으로 지목받아왔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행정부로의 과도한 권력 집중은 세계사적인 민주주의 후퇴(democratic backsliding)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다. 

이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민주화 이후에도 권위주의 체제의 유산인 '제왕적 대통령제'를 유지해 과도한 권한을 1인의 대통령에게 부여함으로써 정치의 사인화(personalization)를 초래한다. 또한 입법부 및 사법부가 팽창하는 행정부와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실현하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한국에서 정치 개혁의 초점을 선거법 개혁을 통한 다당제 혹은 경쟁적 정당체제의 확립과 대통령 권한 축소에 두고 논의해 온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규제 중심의 선거법을 자유로운 선거운동을 보장하는 선거법으로 전환하고, 대규모 '사표' 양산과 '최선'이 아닌 '차악'의 선택을 강제하는 현행 선거제도를 개정하여 비례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감사원의 국회 이관과 청문 대상의 확대 혹은 상설화를 추진하여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고 행정부에 대한 의회의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 외에도 중앙당 중심의 정당 정치를 극복하고 시·도당 조직으로 분권화해야 하며,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영주와 같은 권한을 누리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정당 개혁이 필요하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유능한 정치인을 육성할 수 있는 초당적 민주시민교육의 제도화와 지방의회에서 정치를 경험하고 미래의 정치 엘리트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청년인턴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경쟁 상대를 '악마화'하고 적대시하는 낡은 퇴행적 정치문화를 정치적 관용과 상호 존중의 정치문화로 대체함으로써 정당 간 불필요한 갈등을 완화하고, 상호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경쟁적 정당정치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 외부의 충격 

정치개혁이 모든 이들로부터 동의를 얻을 수는 없다. 비록 대다수의 정치 공동체 구성원에게 이익을 주더라도 정치개혁으로부터 손해를 보는 이들의 저항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주요 정당들이 기존 정치제도의 가장 큰 수혜자라는 점에서 노골적으로 혹은 암묵적으로 정치개혁을 좌초시키거나 최소화하고자 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지난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이뤄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과정에서도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야당이었던 미래통합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논의에 참여하다가 비례대표 의석을 없애자는 역제안을 했고, 집권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또한 비례의석을 늘리지 않고 미래통합당을 따라 위성정당을 창당하여 선거제도 개혁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정치개혁을 이루려면 시민사회를 포함한 정치권 외부의 충격이 필요하다. 2004년 총선에 앞서 병렬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것이나 선거구 획정의 인구비례 기준 설정이 변경된 것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의해 강제된 것이었다. 기존의 정치제도로부터 소외되어온 군소정당들과 시민사회의 요구 또한 정치개혁의 중요한 동인들이다. 시민의 목소리가 없다면 정치권은 그들만의 목소리를 정치제도에 담는다.

다만 법제화가 필요한 정치개혁이 성공하려면 주요 정당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시민사회가 양당 중심의 기성 정당체제에 대한 비판에 그치지 않고, 정치개혁에 공감하는 주요 정당 내부의 개혁파와 함께 협력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들 간에 합의를 이루려면 정치개혁의 방향은 물론 강도와 속도를 완화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노력이 없다면 정치개혁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 내어줄 마음의 자세가 있어야 얻을 수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갈등과 대립이 아닌 협력과 화해가 가능한 '우아한' 정치를 하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여야 간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치개혁을 위한 연대는 다른 가치를 가진 타자에 대한 인정과 상호 존중 및 신뢰를 바탕으로 추진할 수 있다. 만약 이런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이를 실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부산시의회가 27일 선거구 획정안에 대한 상임위, 본회의 처리를 예고하자 정치개혁부산행동, 사회대개혁부산운동본부가 25일부터 "중대선거구제 확대 촉구" 릴레이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김보성

 
불과 0.7%p 득표율 차이로 승패가 갈린 이번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당은 물론 정의당과의 선거연대에 실패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의원의 특권 내려놓기에 그쳤던 초기의 정치개혁안을 진화시켜 비례대표 확대와 다당제로의 전환, 대통령 중임제와 결선투표제 도입을 포함한 정치개혁안으로 전환했지만, 국민의당과 정의당 모두에게로부터 사실상 배척당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의 정치개혁 제안이 윤석열과 안철수의 단일화를 저지하기 위한 정략적 제안이라는 불신을 불식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여전히 양당 중심의 정치체제가 지속되고 있다. 비록 노골적인 권위주의 체제로 회귀하지는 않더라도 세계적인 민주주의 후퇴의 흐름에 휩쓸려 들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정당정치 또한 과거와 구별되는 새로운 발전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모든 정치세력이 협치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며,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과정에서 기성 정당체제의 변화를 약속했다. 물론 그 약속을 지킬 것인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알겠지만, 최소한 갈등과 대립의 정치를 완화하고 '합의제 민주주의'를 도입할 수 있는 정치 환경이 조성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이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 정치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며 낭비할 시간도 없다. 상생을 위한 합의제 민주주의로의 전환이 반드시 양대 정당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자신들이 항상 독식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고 믿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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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윤석열 당선자가 직면한 난제 중 난제

 

지병근 /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지병근

 
* 필자 소개: 이 글을 쓴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지방정치학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 영역은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을 사례로 민주화 이후의 선거 및 정당 정치를 정치제도와 행태에 초점을 두고 살펴보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지역발전과 고등교육 정책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한국선거학회장(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위원(전)을 역임한 바 있으며, 주요 (편)저서로는 <여론과 정치>, <김대중·노무현 정부시기의 선거> 등이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소셜 코리아> 연재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url.kr/jikh9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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