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3.11 05:55최종 업데이트 22.03.11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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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대선이 끝났다. 후보 경선부터 본선까지 6개월 남짓한 시간 동안 무수한 공약이 쏟아져 나왔다. 놀라웠던 것은 주요 정당 후보 모두 병사 월급 200만 원 시대를 약속했다는 점이다.

5년 전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최저임금의 절반 수준으로 월급을 올리겠다는 공약을 했었다. 당시 병장 월급이 21만 6천 원이었다. 2017년 최저임금의 절반이 67만 6천 원이었으니 월급을 3배 이상 인상하겠다는 공약은 실로 파격이 아닐 수 없었다. 무슨 돈으로 월급을 그렇게 올릴 거냐며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판과 헐값에 병사들을 부리던 시대를 끝내야 한다는 반론이 팽팽히 맞섰다. 참고로 문재인 후보와 경쟁하던 홍준표 후보는 10만 원 인상을, 심상정 후보는 최저임금의 40%를 약속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병장 월급은 정말 67만 6천 원이 되었다. 보수·진보 할 것 없이 모두가 병사 월급 200만 원을 공약하고, 핸드폰 사용 시간 확대를 약속하고, 국방·안보 공약에 장병의 인권과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에 여러 페이지를 할애하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이 그래도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했다. 병사 월급 올리다 곳간이 거덜나 나라가 망한다던 비판이 무색할 뿐이다.

문재인 정부는 군을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었던 많은 기회와 시간을 놓쳤지만 우리 사회에 중요한 유산을 하나 남겼다. 군인이 인간다운 대우를 받아도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는 당연하면서도 낯선 자신감. 우리 경제력이, 우리 사회의 수준이, 우리 국민의 상식이 그 정도는 된다는 자신감. 그 자신감이 유산이 되어 병사 월급 200만 원 시대를 향한 모두의 약속을 만들었다.

어렵게 군대에 인권의 씨앗을 틔웠다. 그러나 또 우려한다. 몇 달 뒤 집권 여당이 될 정당의 국회의원들은 여전히 군인의 인권을 주저앉히는 발언을 수시로 입에 담는다. 더불어민주당이 머뭇거리는 동안 평시 군사법원 폐지, 군인권보호관 설치 등 군인권 개혁 의제를 국방부와 함께 방해하고 타협시켰던 정당은 국민의힘이다. 공약을 정책으로 이어갈 의지가 이들에게 있을지, 여전히 물음표를 던질 뿐이다.

숙제 두 가지

그렇기에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까지 반드시 풀고 가야 할 숙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이 중사 사건 특검법 처리다. 선거 기간, 여야가 모두 공군에서 성추행 피해를 당하고 2차 가해와 부실수사 속에 세상을 떠난 고 이예람 중사 사건을 특검으로 재수사 하는 데에 동의했다. 더불어민주당도 특검법을 발의했으니 원내정당 모두가 이 중사 사건 특검 설치에 찬성한 셈이다.

원래 이 중사 사건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 사항이었다. 그러나 군 지휘부와 부실수사 관련자들은 단 한 사람도 기소되지 않았다. 성역 있는 수사였다. 정부가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국회를 움직여 빠르게 특검을 추진할 때다. 특검으로 우리 군의 고질적 병폐인 '제 식구 감싸기'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비극은 반복된다.
  

성전환 수술 뒤 강제 전역 조치된 변희수 전 육군 하사의 사망 소식에 시민들이 고인을 애도하며 ‘변희수 하사님의 용기와 꿈을 기억하며 국방부 변하사의 명예회복 조치’, ‘잊지 않겠습니다 하사님 세상을 비춰주신 그 용기를 본받고 싶습니다’ 등의 추모 글을 남겼다. ⓒ 유성호


둘째는 변희수 하사에 대한 국방부의 사과와 순직 인정이다. 변희수 하사를 강제로 쫓아내 죽음으로 내몬 것도, 전역 처분이 위법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항소를 포기한 것도 모두 문재인 정부다. 하여 마무리도 문재인 정부가 지어야 한다.

대체 언제까지 국방부와 유가족이 고인의 죽은 날짜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며 순직 여부를 다퉈야 하는가. 국가가 위법 처분을 했으면 그 처분으로 세상을 떠난 이에게 국가가 사과하는 게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다. 순직 인정으로 변희수의 죽음에 대한 우리 군의 책임을 인정케 하고, 국가가 차별과 혐오로 사람을 죽게 하는 비극을 반복치 않겠다는 다짐을 남겨야 한다.

결자해지. 선거는 끝났지만, 이 두 가지만큼은 문재인 대통령이 반드시 해결하고 가길 바란다. 비극을 막지는 못했지만, 매듭은 지을 수 있을 것이다. 더디게 가도, 인권의 시계는 앞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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