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3.02 14:00최종 업데이트 22.03.0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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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이후 장애인권단체들이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여러 차례 벌였습니다. 시위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한 것은 지하철 역에서 휠체어를 탄 채 지하철에 타려고 했을 뿐입니다. 장애인이 지하철을 타려고 하는 행위 자체가 시위가 되고, 지하철은 제 시간에 출발하지 못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상황이 매번 펼쳐졌습니다.

장애인권단체의 요구는 간단합니다. 저상버스 도입과 장애인 콜택시 운영 등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사업에 필요한 예산 보장입니다. 휠체어 타고도 버스, 지하철, 택시를 맘껏 이용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전장연은 지난해 12월 6일부터 매일 오전 7시 30분에 지하철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 전장연 제공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지난 21일 열린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필요한 예산 확보 필요성을 언급한 후 일단 시위는 멈췄지만, 변한 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언제 다시 시위를 하게 될 지는 모르는 상황입니다.

혹시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하면 시위를 하지 않아도 휠체어를 타고 대중교통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세상이 올까요?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 속에 장애인을 위한 내용은 어떤 것이 있는지 중앙선거관리홈페이지에 게시된 각 후보별 10대 공약을 통해 함께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재명 후보의 공약

먼저 이재명 후보의 공약입니다. 10대 공약 중 다섯 번째인 "어르신, 환자, 장애인, 아동, 영·유아 돌봄 국가책임제, 국민안심국가 실현" 항목에 장애인 관련 내용이 나옵니다.
 

이재명 후보의 장애인 관련 공약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10대공약

 
"소득하위 70% 모든 중증장애인에게 장애인 연금 지급"과 "대통령 직속 국가장애인위원회 설치, 장애인 예산 증액"이 눈에 띕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유니버설 디자인 공공부문부터 확대"와 "상시 서비스 체계 구축 등 장애인 돌봄 서비스 강화"도 꼭 필요한 내용입니다.

다만 장애인을 "돌봄"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듯한 시선은 좀 불편합니다. 직업 선택의 폭을 넓게 만들고 이동권을 보장하는 등 장애인이 이 사회에서 함께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보이지 않습니다.

윤석열 후보의 공약

이번에는 윤석열 후보의 10대 공약을 보겠습니다. 없습니다. 10대 공약 안에 장애인 관련 공약은 하나도 없습니다. "여성가족부 폐지"도 있고, "강성노조 불법행위 엄단"도 있고, "시민단체 공금유용 및 회계부정 방지" 같은 공약도 있는데 장애인 관련 공약은 없습니다. 장애인 정책은 윤석열 후보의 우선순위에 없는 일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가 장애인 관련한 공약을 전혀 내놓지 않았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서 추가로 윤석열 후보의 선거 공보를 찾아 봤습니다. 16쪽에 이르는 선거 공보물 안에서 장애인 관련 공약 두 줄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선거 공보에는 "윤석열의 내일을 바꾸는 10대 약속"이라는 이름으로 두 쪽에 걸쳐 대표적인 공약을 정리해 두었는데 내용이 선관위에 제출한 "10대 공약"과 조금 달랐습니다. 여기의 네번째 항목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이라는 소제목 아래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전방위 시스템 구축", "반려동물 치료비 경감 및 보호체계 정비" 같은 내용과 함께 장애인 관련 공약을 단순 나열해 놓았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10대 공약에 장애인 관련 공약이 없고 선거 공보에 두 문장 나열해 두었습니다 ⓒ 윤석열 후보 선거 공보

 
"장애인 이동권 강화 및 복지서비스 선택권 확대", "장애인 인재 육성 및 고용 기회 확대, 예술 활동 지원 강화". 이 두 문장이 전부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에는 공약과 함께 "목표, 이행방법, 이행기간, 재원조달방안" 등을 적게 되어 있는데 거기에는 공약이 없고, 선거 공보에만 세부 실행 방안 없이 달랑 저 두 문장만 써 놨으니 장애인 관련 공약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윤석열 후보와 직접 만나 장애인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 신나리

 
심상정 후보의 공약

이번에는 심상정 후보의 공약을 보겠습니다. 10대 공약의 여덟 번째로 "모두가 존중받고 안전한 공동체" 항목 아래 "장애시민의 삶이 선진국인 평등과 존엄의 나라"를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세부 내용으로는 "OECD 평균 수준으로 장애인 예산 확보", "시내버스 대폐차 차량 100% 저상버스", "10년 내 탈시설 실현" 등 장애인권단체의 요구사항 들이 많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심상정 후보의 장애인 관련 공약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10대 공약

 
안철수 후보의 공약

안철수 후보도 10대 공약에 장애인 관련 공약을 포함시켰습니다. 여덟 번째 항목인 "생애주기별 안심복지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가 책임지겠습니다" 안에 장애인 관련 공약이 있습니다.
 

안철수 후보의 장애인 관련 공약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10대 공약

 
"장애인연금 지급 기준인 소득하위 70% 규정완화, 월 40만 원 보편적 지급"과 "장기공공임대주택의 장애인 특별공급 확대" 등이 눈에 띄지만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교통 바우처 제공"으로 해결하겠다는 건 장애인들의 요구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돈이나 바우처가 없어서가 아니라 나가도 제대로 된 시설이 없어 밖으로 못 나가는 게 장애인들의 현실입니다.
 

휠체어를 타고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건 당연한 권리이자,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그냥 일상입니다. ⓒ 이봉렬

 
지금까지 주요 대선 후보들의 장애인 공약을 살펴봤습니다. 공약에 구체성이 떨어지고 절박하지가 않아서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장애인권단체들은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다시 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자유롭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이 간단하고 당연한 요구에 대선 후보들이 좀 더 귀를 기울이고 구체적인 응답을 해 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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