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21 17:16최종 업데이트 22.02.2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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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함께 산 지도 벌써 2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우린 K방역이라며 우리의 성과를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그럼 지금 우리의 상황은 어떨까요?

미국 매체 <블룸버그>(Bloomberg)는 감염 확산 통제, 사망자수, 백신 접종 노력, 여행 재개 등 팬데믹 관련 각종 지표를 토대로 '코로나 회복력 순위'를 산정하여 공개해 왔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블룸버그가 집계를 시작한 후 1년 동안 안정적으로 코로나를 관리해온 7개의 "MVP 국가" 중 하나로 한국이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MVP 국가에 함께 포함된 나라는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UAE, 캐나다, 스위스 등입니다.
 

<블룸버그> 선정 2021년 코로나 회복력 MVP 7 선정 - 한국,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UAE, 캐나다, 스위스 ⓒ 블룸버그

 
한국의 방역은 실패하고 있나

지금은 어떻습니까?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확진자 수가 연일 10만 명 이상 발생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최초 발생 이후 2021년 12월 31일까지 한국의 확진자 수는 63만 5천여 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 2월 19일까지 발생한 확진자 수가 132만 7천여 명입니다. 최초 2년 동안 발생한 확진자 수보다 최근 두 달 동안 발생한 확진자 수가 더 많은 것입니다.


우리는 그동안의 평가가 무색하게 방역에 실패한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미크론 변이 이후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건 한국만의 특이한 사례가 아닙니다. 아시아에서 늘 코로나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는 싱가포르 역시 작년 연말까지 전체 확진자 수는 27만 9천여 명인데, 지난 두 달 동안 29만 6천여 명이나 발생했고, 이웃 나라 일본은 2년간 173만 2천여 명, 지난 두 달 동안은 268만 6천여 명이 발생했습니다. 코로나 방역 MVP 국가 중에서도 1위를 차지했던 노르웨이조차도 2년 간 39만 4천여 명, 지난 두 달간 73만 4천여 명입니다. 지난 1년간 방역을 가장 잘했다고 선정된 나라 7개국을 모두 확인해도 추세는 비슷합니다.
 

코로나 방역 MVP7 에 속한 나라들의 2021년 이후 확진자 추세 ⓒ Our World In Data

   
사정이 이렇다면 이젠 방역의 기준을 일일 확진자 수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확진자 수가 전례 없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방역 기준을 완화하거나 아예 더 이상 방역을 하지 않겠다는 나라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도 그런 나라 중 하나입니다. 지난 2월 15일 싱가포르의 일일 확진자 수는 1만 9420명으로 코로나 시작 후 가장 많았습니다. 일일 확진자 수가 100명이 넘는다는 이유로 셧다운을 실시해서 필수사업장이 아닌 모든 기업에 대해 휴무를 실시하고, 모든 식당의 문을 닫았던 싱가포르의 방역 이력을 기억한다면 2만 명에 가까운 일일 확진자수에는 나라 전체를 봉쇄하고도 남았을 겁니다.

하지만 싱가포르 정부는 바로 그 다음 날 예상과는 정반대로 거리두기 완화를 발표했습니다.
  

거리두기를 위해 식탁에 'X' 표시를 해 둔 싱가포르의 식당. 이제 거리두기 완화와 함께 다 제거하기로 했습니다. ⓒ 이봉렬

 
각 가정마다 방문할 수 있는 인원을 하루 다섯 명으로 제한하던 것을 이젠 한 번에 다섯 명으로 늘렸습니다.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는 더 이상 1미터 거리두기를 강제하지 않고 이제껏 공원 벤치나 남자 화장실 변기에 거리두기를 위해 해 두었던 'X'표시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제껏 폐쇄되었던 바닷가 바비큐장도 다시 열고, 단체 스포츠 행사도 30명으로 늘리는 등 인원규제도 대폭 완화했습니다.

거리두기만 완화한 게 아니라 국경도 더욱 넓혔습니다. 홍콩,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격리 없는 여행을 허용하기로 했고, 말레이시아와는 육로를 이용한 격리 없는 여행을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싱가포르에서는 이제 서른 개 가까운 나라와 격리 없는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상 최대의 확진자 수가 발생했는데 어떻게 거리두기를 완화할 수 있었을까요? 우선 90%가 넘는 백신접종률, 65%가 넘는 부스터샷 접종률이 자신감의 근원입니다. 백신을 맞은 이들이 코로나에 걸려도 경증에 그치다 보니 의료자원에도 여유가 생겼습니다. 2월 18일 현재 코로나로 인해 입원해 있는 환자 수는 1472명, 그 중 산소마스크가 필요한 중증 환자는 164명, 응급실에 있는 환자는 32명입니다. 델타 변이가 한창일 때와 비교해 보면 확진자 수는 다섯 배 이상 늘었는데, 환자 수는 줄었고 특히 응급실에 있는 환자의 경우는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확진자 수와 상관없이 의료자원에 부담을 주지 않고, 확진자가 중증을 앓지 않는다는 게 확인이 된 이상 일상으로 돌아가는 걸 망설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 싱가포르의 판단인 것 같습니다.
  
방역 MVP 국가들의 대처

한국과 함께 방역 MVP 국가로 꼽혔던 나라들의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르웨이와 덴마크는 지난 2월 1일 이후로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대부분 폐지하고 코로나와의 공존을 선언했습니다. 인원 제한도 식당의 운영시간 제한도 없어졌습니다. 덴마크는 마스크 착용마저도 강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스위스도 지난 17일부터 대중교통 이용 시나 의료시설 방문 시 마스크 착용 의무만 남기고 지난 2년간 시행해 오던 거리두기 규제를 모두 해제했습니다. 대부분의 방역 선진국들이 거리두기 완화 혹은 해체를 통해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지난 18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식당·카페 등 사회적 거리두기 영업시간을 1시간 연장하고, 인원제한은 그대로 유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거리두기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늘어나는 확진자 수를 이유로 사실상 지금의 거리두기가 3주간 더 연장되는 것입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보다 확실한 거리두기 완화 대책을 기대했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실망을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2월 19일 우리나라 중환자병실 가동률. 델타변이 당시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 보건복지부

 
2월 19일 17시 현재 한국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32.5%입니다. 80%를 넘나들었던 지난해 델타 바이러스 유행 당시와는 현저히 낮은 상황입니다. 매일 새로운 기록을 갱신하는 확진자 수만 바라봐서는 거리두기 완화는 꿈도 꿀 수 없습니다.

상황이 달라졌다면 대응도 달라져야 합니다. 우리도 이제 코로나와 함께 살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이제껏 겨우 버텨온 자영업자, 소상공인, 서민들에게 조금 더 기다려 달라는 이야기는 그만하고 지금 바로 새로운 길을 보여 줘야 합니다.

역대 최대의 확진자 수를 기록한 다음날 거리두기를 완화하고 국경을 크게 연 싱가포르의 사례가 있습니다. 거리두기 자체를 해제해 버린 방역 모범국들의 사례도 있습니다.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해야 합니다.
 

지난 19일부터 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 제한이 기존 오후 9시에서 오후 10시로 1시간 연장된 가운데 20일 서울 종로의 한 식당 앞에 1시간 연장기념 서비스로 새우를 제공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2.2.20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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