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10 06:00최종 업데이트 22.02.1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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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석장이 붕괴해 3명의 작업자가 매몰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 최병성

 
채석장이 또 붕괴됐다. 작업하던 근로자 3명이 흙더미에 매몰되어 사망했다. 설 연휴가 시작되던 지난 1월 29일 경기도 양주시에 있는 삼표산업의 골재 생산 채석장이 붕괴됐다.

사고 현장은 15년이 넘게 슬러지를 쌓아둔 곳이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이는 '사고'가 아니다. 토사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음에도, 무리한 작업 지시로 작업자가 사망한 것이다. 

작업자 매몰 사고가 발생한 현장은 토사가 붕괴될 수밖에 없는 지형이다. 삼표산업은 상단의 작업장에서 기울어진 경사면을 따라 슬러지를 흘려 내려 보냈다. 이 작업이 오랜 시간동안 반복되며 마치 한쪽으로 기울어진 시루떡을 쌓아놓은 형태로 언제든 작은 충격에 무너져 내릴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위험 지형 맨 아래 바닥을 파냈다. 심지어 지하로 더 파들어가며 화약으로 발파를 했다. 그 진동에 산더미처럼 쌓아 올린 슬러지가 힘없이 흘러내리며 작업자들을 덮친 것이다.
 

돌을 갈아 모래를 만든 후 발생한 슬러지를 경사면을 따라 투기하였다. ⓒ 카카오맵

 
채석장에 슬러지는 왜?

사고 현장의 2016년 카카오맵을 살펴보자. 우측으로 경사진 면을 따라 엄청난 양의 슬러지를 투기하고 있다. 항공사진에서 보듯, 대형 트럭이 슬러지를 붓고 있고, 점액질의 슬러지가 경사면을 따라 흘러내리며 채석장 하단부의 물웅덩이까지 매립되고 있다. 

채석장에 왜 이토록 많은 슬러지가 발생한 것일까? 예전엔 건축 현장에 콘크리트용 골재로 강에서 파낸 모래와 잔자갈을 사용했다. 그러나 지금은 강모래와 잔자갈이 없다. 진작 다 파내 사용했기 때문이다. 바다 어장이 황폐해진다는 어민들의 반대로 바다모래도 채취하기가 쉽지 않다.
 

삼표산업 광산 현장에 캐낸 돌을 잘게 부숴 모래를 만들어 놓은 것이 보인다. 이 과정에 물과 함께 석분이 혼합된 슬러지가 발생한다. ⓒ 최병성

 
결국 채석장에서 돌을 캐내 잘게 부숴 잔자갈과 모래를 만들어낸다. 이때 함께 발생하는 미세한 석분(돌가루)은 콘크리트에 들어갈 경우 '유동성 저하, 건조수축 증가' 등의 콘크리트 품질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분리해 내야 한다. 물과 폴리아크릴아미드 등의 응집제를 이용해 분리해 낸 석분이 곧 슬러지다.

석분은 채석과정에 발생하는 폐기물로써 모래 생산량의 15~20%까지 발생한다. 이를 밖으로 배출할 경우 막대한 폐기물 처리 비용이 발생해 채석장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된다. 이에 대부분의 사업자들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외부의 산업폐기물 매립장으로 보내기보다, 채석장 한 곳에 쌓아 두었다가 돌을 캐낸 웅덩이를 복구하거나 매립하는데 사용한다.
 

야간에 조명을 켜고 매몰자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 최병성


<석산개발에 따른 주변 환경오염 및 석분토 처리를 위한 연구>(자연환경지질 2010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외)에 따르면, 3명의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양주의 삼표산업 채석장은 흑운모 화강암이 주를 이루고 대보 화강암이 일부 분포하는데, 12mm와 25mm의 자갈과 모래(5mm 이하)를 년간 350만톤(m³) (자갈 200만m³ 모래 150만m³) 정도 생산하며, 이 중 전체 생산량의 6~7%인 년간 약 40만 톤의 석분 슬러지가 발생한다.

특히 본 보고서에는 석분 슬러지 처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석분 슬러지를) 토양과 1:1의 비율로 섞어서 채석장에 보관 후, 90일 이내에 사업장 매립지에 매립한다. 이에 소요되는 처리 비용은 톤당 3만원(사업장 폐기물 기준)에 달한다. 한편 석분토(슬러지)는 매립 이전에 석산 내에 90일까지 보관할 수 있으므로 석분토의 침식 혹은 붕괴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탁류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 저류조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위 보고서에 지적한 바와 같이 폐기물 관리법에 따르면, 석분 슬러지는 양질의 흙과 1:1로 섞어 매립해야 하며, 매립 전에는 채석장 내에 90일까지만 보관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삼표산업의 붕괴 사면의 슬러지 빛깔이 돌가루인 회색인 걸 보면 흙과 1:1로 섞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은 곳도 많아 보인다. 게다가 90일 이내에만 채석장 내에 보관할 수 있다는 규정을 어기고 골재 생산 시설 바로 옆 경사면를 따라 계속 투기해 온 것이다.

15년 이상 경사면따라 슬러지 투기
 

사고 발생 12년 전인 2010년 사고 현장의 슬러지 투기 모습 ⓒ 카카오맵

 
이번엔 2010년의 카카오맵을 보자. 역시 상단에서부터 경사면을 따라 슬러지를 투기하였다. 슬러지가 흘러내리며 다양한 색과 층을 만들어내고 물웅덩이까지 흘러내렸다.

카카오맵이 항공사진을 제공하기 시작한 2008년 카카오맵에도 삼표산업이 슬러지를 투기한 것이 확인된다. 카카오맵을 통해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채석장에서 발생한 슬러지를 경사면을 따라 부어 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카카오맵 항공사진을 통해 가로, 세로 면적을 측정해보면 2008년 약 230m*160m에서 2020년 약 290m*320m로 슬러지 투기량의 면적과 높이가 증가하였음을 알 수 있다.
 

사고 발생 15년 전인 2008년부터 사고 현장의 경사면을 따라 슬러지를 부어온 모습이다. ⓒ 카카오맵

 
경기도 양주시 은현면 도하리 도락산 자락에 자리잡은 이 채석장은 1978년부터 채석이 이뤄졌다. 1986년 삼표산업이 이곳을 인수해 지금까지 골재를 채취해왔다. 카카오맵이 항공사진 기록을 시작한 2008년 이전에도 사고 현장에 슬러지를 부어왔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2022년 1월의 사고 현장은 카카오맵의 가장 최근 기록인 2020년 이후로도 슬러지와 토사를 쌓아 올렸음을 보여준다. 

<석산개발에 따른 주변 환경오염 및 석분토 처리를 위한 연구>에 따르면 1년에 약 40만 톤의 석분 슬러지가 발생한다. 카카오맵에서 확인된 2008년부터 붕괴 사고가 발생한 2022년까지 15년간 대략 600만 톤의 슬러지가 이곳과 주변 웅덩이에 쌓였다고 짐작할 수 있다.
  

슬러지가 붕괴된 최상부에서 관게자 세 사람이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 최병성

 
매몰자 수습 작업이 끝난 2월 6일 아침, 현장에 가보니 붕괴된 토사 더미 위에 광산 관계자 3명이 올라서서 주변을 돌아보고 있었다. 붕괴사면의 좌측은 붉은 흙이지만, 중앙과 우측은 회색빛이다. 인위적으로 쌓아올린 석분과 슬러지임을 말하는 것이다.
 

사진 좌측 최상단에 서 있는 세 사람이 개미처럼 보인다. 우측 원지반에 쌓여 있는 슬러지의 높이를 짐작할 수 있다. ⓒ 최병성

 
그런데 그 높이가 원지반인 작업장의 높이보다 더 높다. 무너진 토사 상부에 서 있는 세 사람이 개미처럼 보일 만큼 엄청난 높이다. 무너져내린 전체 토사량이 얼마나 엄청난지 짐작할 수 있다.

2012년 강원도 한라시멘트(당시 라파즈한라시멘트)의 채석장이 무리한 채굴로 붕괴되어 산봉우리가 무너졌다. 이곳에서도 3명의 작업자가 매몰되어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구조됐다.(관련기사: 거기 사람 묻혀 있다... 한라시멘트의 끔찍한 과거 http://omn.kr/1ru60)

돌을 캐내는 같은 유형의 채석장 붕괴 사고인데, 무너져 내린 토사의 모습이 전혀 다르다. 사고 원인이 전혀 다름을 보여주는 것이다.
 

2012년 자병산의 한라시멘트 광산이 붕괴해 작업자 3명이 매몰되었다. 이곳은 삼표산업과 달리 돌더미들과 토사가 섞여있다. ⓒ 동부광산안전사무소

 
한라시멘트 자병산 붕괴 현장엔 크고 작은 돌더미들과 토사가 함께 섞여 있었다. 그러나 삼표산업 채석장에서는 돌더미를 찾아볼 수 없다. 회색빛 석분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동안 쌓아놓은 석분 슬러지가 경사면을 따라 흘러내렸기 때문이다.

삼표산업이 운영하는 경기도 화성에 있는 또 다른 채석장을 살펴보자. 산봉우리가 통째로 날아갔다. 이뿐만이 아니다. 땅속으로 깊이 파먹었다. 그리고 광산 좌측 경사면에 슬러지를 계속 투기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슬러지가 부어진 곳 웅덩이의 물빛깔이 주변 웅덩이 물색과 다른 것은 슬러지에 석분 응집제로 사용한 폴리아크릴아미드 등의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화성시에 있는 삼표산업 채석장 좌측 경사면에 슬러지를 붓고 있다. ⓒ 최병성

   

깊이 파먹은 광산 좌측에 슬러지를 붓고 있다. ⓒ 최병성

 
삼표는 왜 무리한 채굴을 했을까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양주의 삼표산업 채석장은 1978년부터 채석이 시작되어 2022년 현재에 이르기 까지 약 44년이 넘도록 돌을 캐냈다. 1986년 삼표산업이 이곳을 인수한 이후로도 여러 차례 허가를 연장, 2026년까지 골재 채취가 가능하다고 한다.


도락산 정상과 등산로가 있는 방향은 이미 채석이 끝난 상태다. 채석이 끝난 후 복구가 어려울 만큼 소단(발을 딛기 위해 단 좁은 통로)의 넓이가 좁고 위태롭다. 더 이상의 채석이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좌측 역시 다른 공장들이 있어 채석이 어렵다. 이제 채취가 가능한 곳은 광산의 우측 정도다.

채취 허가 연장을 했지만 이미 채석을 한 지 44년이 넘어 돌을 캐낼 곳이 많지 않았을 것이다. 오래 전부터 슬러지를 부어온 곳의 바닥을 무리하게 캐내는 작업이 진행된 이유가 그때문 아니었을까. 3명이 매몰되어 구조 작업을 벌인 주변에 암반이 보인다. 자병산과 같은 암석이 아니라 회색과 검푸른 슬러지가 흘러내려 주변을 뒤덮고 있다.
 

매몰 현장 근처에 암반이 일부 보이고 나머지는 흘러 내린 슬러지로 뒤덮여있다. 이곳이 정상적인 지반이 아님을 보여준다. ⓒ 최병성

 
사고가 발생한 날도 암반 발파를 위해 천공기 두 대가 폭약을 넣을 구멍을 뚫고 포클레인 한 대가 작업을 했다. 매몰되었던 천공기와 포클레인이 구조 작업으로 꺼내져 표면에 드러나 있는 모습이 보인다. 매몰자를 찾으려는 작업이 진행된 곳의 토사가 시커먼 빛깔이다. 정상적인 지반이 아니라 흘러내린 슬러지로 자병산 붕괴와는 원인이 다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폭약 발파를 위해 바위에 구멍을 뚫던 천공기 두대와 포클레인이 매몰되었다가 구조 작업 중 밖으로 나와 뒹굴고 있다. ⓒ 최병성

  

구조 작업 중인 한란시멘트 자병산 붕괴 사고 현장. 삼표산업 슬러지와 전혀 다른 형태임을 보여주고 있다. ⓒ 한라시멘트 구조 작업


산업안전보건공단과 경기북부경찰청 등에 따르면 합동 조사 결과 3명의 작업자가 사망한 삼표산업 채석장 사고는 무리한 골재 채취 작업에 의한 지반 약화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잠정 확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15년 넘게 경사면을 따라 슬러지를 계속 부어왔던 '슬러지 폐기장' 아래 바닥을 채굴해서 발생한 것이다. 이는 연약지반의 지질조사를 하지 않았거나 무리한 채굴이라는 인재조차 뛰어 넘는 예견된 사고다. 석분 슬러지는 그저 돌가루를 일뿐이다. 시멘트처럼 견고한 접착성이 있는 것이 아니다. 채굴하면 당연히 무너질 수밖에 없는 곳의 하단부를 채굴했고, 심지어 발파까지 하며 슬러지 더미가 무너져 내리라고 흔든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토목지질 전문가인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교수는 "채석장 절개지의 단층과 경사 방향 등을 보며 발파 방법을 결정해야 하고, 지질전문가가 현장의 지질 조사 자료를 주기적으로 조사하고 사면 안정성 등을 검토해야 하는데, 대부분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안 하고 있다"며 채석장 붕괴가 계속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대한민국 붕괴 현장마다 인재를 자연재해로 둔갑시켜 주는 전문가들의 카르텔을 깨야 반복되는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는 삼표산업 양주사업소 현장사무소와 협력업체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고, 현장소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물론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까지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삼표그룹은 사고 발생 다음날인 지난 30일 최고 경영진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사고 현장을 찾아 유족들에게 사과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관리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삼표산업은 채석장 붕괴 사고로 인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제1호가 유력시되고 있다. 광산 붕괴 원인에 대한 올바른 조사와 처벌을 통해 채석장의 안전사고를 여기서 멈추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한라시멘트 자병산과 울진의 남수산 붕괴 원인을 통해 국내 채석장들의 안전 문제를 살펴보고 이를 막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후속 기사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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