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1.21 18:23최종 업데이트 22.01.2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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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를 받았다. 동료의 죽음이었다. 보름여 소식이 없었지만, 방학이었고 세밑이었기에 연락이 늦어지려니 하던 참이었다. 출장 차 과테말라에 갔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되었고, 멕시코로 돌아와 증상이 악화되었다고 한다. 호흡 곤란이 오고 나서야 입원할 수 있었지만 결국 회복하지 못했다고, 다른 동료가 소식을 전해왔다. 보름 전 그와 했던 마지막 통화를 더듬어 보았다.

"림! 코로나바이러스는 이제 다 끝난 것 같아요, 그러니 너무 겁먹지 말고 나오세요. 해가 가기 전에 우리 꼭 한 번 만나자고요."


믿기지 않는 죽음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거의 끝나가는 것 같다는 그의 말을 나도 믿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랬다. 멕시코 각 주를 덮고 있던 코로나바이러스 경보 신호등 색깔은 최고 단계인 빨강색에서 최저 단계인 초록색으로 변한 지 이미 서너 달이 흘러가고 있었다. 감염자와 사망자 숫자도 현저히 줄어든 가운데 진정세를 유지했다. 그런데 불과 보름여 만에 상황은 급변하였고, 그 가운데 내 동료의 죽음이 있었다.

믿기지 않는, 동료의 죽음

지난해 12월 바로 위 미국에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폭증할 때도 멕시코는 오히려 잠잠했다. 미국에서 수십 만 명 감염자가 속출할 때 멕시코는 수천 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12월 30일 5천 명, 12월 31일 8천 명이었던 확진자 숫자는 1월 1일 1만 명을 넘어섰고 불과 20여 일만에 6만 명에 이르렀다. 그간 1차, 2차, 그리고 3차 대유행을 겪는 와중에도 하루 24시간 동안 이렇게 많은 확진자가 나온 적이 없었다. 보건 당국은 4차 대유행이 시작되었다고 선포했다.
 

2022년 1월 19일, 멕시코에서는 24시간 동안 60,552명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양성 확진을 받았다. 코로나바이러스 출현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지난 1월 1일부터 19일까지의 상승세는 앞선 1차, 2차 3차 대유행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 ⓒ Televisa 뉴스

 
올해엔 조금 나아지려나 싶었는데, 다시 원점 회귀다. 아니 확진자 숫자로만 본다면 이전보다 더 심각해졌다. 최근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5만 명을 넘어섰다. 그런데 멕시코의 현실을 조금 가까이서 들여다본다면 그 숫자에 서너 배쯤 더 곱해도 무방할 것 같다. 멕시코의 경우 감염 진단을 위한 검사가 매우 소극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무료로 검사할 수 있는 곳은 극히 제한적이고, 사설 검사소의 경우 상당수 멕시코인들에게 부담스러운 수준의 비용을 요구한다. 검사가 소극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다 보니, 지난 2년 간 검사 수 대비 양성률은 40%를 웃돌았다. 검사를 받은 열 명 중 네 명 이상이 확진자라는 말이다. 그리고 작금 4차 대유행을 지나는 시기에는 양성률이 60%를 웃돌고 있다. 2% 안팎인 대한민국과 큰 차이다.

대한민국과 같이 확진자를 격리하거나 밀접접촉자를 분리하는 시스템도 없다. 물론, 확진 이후 보건 당국의 관리도 없다. 모든 것을 개인이 알아서 선택하고 결정할 뿐이다. 집에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집 밖에 있을 수도 있다. 게다가 멕시코는 확진자와 한 집에 사는 가족 혹은 해외 입국자에 대해 그 어떤 검사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들의 자가 격리 또한 없다. 보건 당국의 공식 통계에 들어가는 확진자는 하루 4-5만 명으로 기록되지만, 그 이면에 몇 배에 해당하는 감염자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4차 대유행이 불러온 지옥도
 

무료 검사를 받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검사소 문 앞에서 노숙하며 밤을 새고 있다. 멕시코 시티를 비롯, 주변 도시들은 요즘 밤 기온이 섭씨 영상 5-6도까지 떨어져 추운 편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다음 날 검사가 가능한 번호표를 받기 위해 노숙을 한다. 4차 대유행을 맞고 있는 멕시코의 경우 양성율이 60%를 넘어서고 있다. ⓒ Imagen 뉴스

  

ⓒ Imagen 뉴스

 
멕시코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진단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곳은 무료 검사소와 유료 검사소로 나뉜다. 공공 병원에 딸린 무료 검사소의 경우 호흡 곤란과 같은 중증을 동반하지 않은 이상 검사 대상이 될 수 없다. 별도로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무료검사 키오스크를 운영하지만, 최소 대여섯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 특히 요즘 같이 확진자가 폭증하는 와중이라면 무한한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사설 기관에 의해 운영되는 유료 검사소는 오랜 시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은 없지만, 비용 때문에 상당수의 멕시코인들에게 접근이 쉽지 않다. PCR 검사는 대략 160달러, 항원 검사는 기존 60달러 정도였는데, 최근 30-40달러 수준으로 내려갔다. 어찌 보면 크지 않은 비용일 수도 있겠으나, 수많은 멕시코인들에겐 감당키 어려운 지출이다. 4차 대유행 이후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받기 위해 무료 검사소에 긴 줄을 선 채 열 시간 혹은 스무 시간씩 기다리는 사람들이 그 반증이다.

각 검사소마다 제공할 수 있는 1일 검사 건 수는 200여 건에 불과하다. 그런데 검사소가 문도 열지 않은 새벽 시간 벌써 수 백 명이 줄을 선다. 결국 번호표를 배부하기 시작했다. 보통 오전 7시에 배부되는 번호표를 받기 위해 사람들은 전날 밤에 이불을 싸 짊어지고 와 밤을 새워가며 줄을 선다. 멕시코 내 공식적 확진자 숫자가 늘어날수록 다음 날 검사를 위해 전날 줄을 서야 하는 시간이 앞당겨진다. 전날 오후 네 시에 왔다는 사람이 익일 검사에서 밀리기도 한다.
 

한 방송사 뉴스 앵커가 무료 검사를 받기 위해 전날 오후 1시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17시간을 길에 서서 기다린 여성의 사연을 전하고 있다. 비단 이 여성뿐 아니라 멕시코 전역 무료 검사소 앞에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열 시간 혹은 스무 시간 이상 기다리며 노숙한다. ⓒ Imagen 뉴스

 
물론, 이 어려운 과정을 거치면서 검사소까지 왔다면 이들 대부분은 이미 감염 증상이 있는 사람들이다. 열이 있거나 혹은 심한 기침이 있거나. 그런데 풍찬노숙을 마다하지 않으니, 언뜻 이해가 쉽지 않다. 게다가 항원 검사의 경우 30-40달러까지 가격이 내려갔으니 그 돈만 내면 이렇게 줄을 서는 일 없이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매일 멕시코 전역 수만 명이 그 돈을 아끼자고 하루 전부터 밤을 새워 줄을 선다. 30-40달러의 여윳돈을 가지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태반인 이곳 멕시코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코로나 검사 받지 말라'는 보건당국

결국, 보건 당국이 나섰다. 무료 검사소를 늘리겠다는 내용을 기대했지만,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대국민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보건부 차관 우고 로페스 가텔(Hugo López-Gatell)의 발표는 '검사를 받지 말라'는 것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증상이 있다면, 검사를 받겠다고 검사소로 오지 말고 각자 집에 머물라는 것이었다. 검사를 위한 장비와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어지간하면, 검사를 받지 말라'는 보건부 차관의 발표에 사람들이 비웃었다.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반응이었다. 무료 검사소 앞에서 열대여섯 시간씩 기다리며 노숙을 마다하지 않는 이들의 이유는 딱 하나였다. 그들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증명, 그뿐이었다. 치료를 위한 보건 당국의 관리는 일말 기대치도 않았다.

통상적으로 멕시코의 경우, 중증이 아닌 이상 무료 치료가 가능한 공공 병원에 갈 수 없다. 설령 중증이라도 그들 모두가 병원에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멕시코에서 병상 점유율이 비교적 낮게 유지되는 것과 입원 환자들의 사망률이 유독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사설 병원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지만, 수만 달러를 넘어서는 그 곳의 치료비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2022년 1월 13일 멕시코대통령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즈 오브라도르(Andres Manuel Lopez Obrador)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와중에 자신의 집무실에서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경우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비해 증상이 훨씬 경미하고 백신 접종을 한 이상 중증으로 갈 우려가 거의 없음을 전하며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그에게는 이번이 코로나바이러스 두 번째 감염이다. ⓒ 멕시코 대통령처


그럼에도 이들이 확진 증명에 목을 매는 이유는 각 개인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증명하고 그에 기반하여 공공 병원의 진단서가 나와야 '병결'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증명서는 사설 검사소와 국가 검사소 모두 효력이 인정되지만, 그에 기반한 진단서는 공공 병원에서 발급된 것만 효력을 갖는다. 급여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러니 무료 검사소 앞에 줄을 선 이들이 열대여섯 시간씩 기다려 확진 결과를 받는 것은 병결 허가를 받기 위한 전초전인 셈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줄을 서는 이유

검사지를 확보한 후엔 공공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받아야 하는데,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진단서를 받는 일마저 만만치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진단서를 받기 위해 병원에 들어갈 수 있는 진료증을 신청해야 하는데, 새벽부터 병원 앞에 줄을 서고도 당일 진료 쿼터가 마감되어 진단서를 받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다. 진찰을 받는 것도 아니고, 양성 결과를 확인해주는 진단서만 받는데도 끝도 없이 긴 줄을 서야 한다.

그나마 들어갈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줄을 선 이들 대부분은 기약 없는 내일을 기다리며 다시 밤을 새워 줄을 선다. 문제는 다른 질병으로 병원을 방문한 이들도 이들 사이에 뒤엉켜 같이 줄을 선다는 점이다. 그 곳에서 다시 2차, 3차 감염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당연히 불만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무료 검사소 앞에 모여 노숙을 하는 사람들이 잠시 잠든 사이 있을지 모를 새치기를 방지하기 위해 도착하는 대로 앞 사람에게 번호를 묻고 자신의 손등에 그 다음 번호를 적는 식으로, 각자의 손등에 연번을 적어 자기들끼리 순서를 표시하고 있다. ⓒ Imagen 뉴스

 
이에 대해 다시 보건 당국이 '특단'의 조치를 내놓았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들은 공공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병가를 위한 진단서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인데, 역시나 실효성을 얻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설령 접근한다고 해도 시스템 불안정으로 성공적으로 진단서를 발급받기까지 엄청난 인내력을 요구한다. 결국 다시 확진자들이 거리로 나와 공공병원을 빙빙 둘러싼 채 일반질환자들과 섞여 줄을 서는 위험하고도 슬픈 현실이 지속되고 있다.

2022년, 새해가 시작된 이후 지상파 방송 뉴스에서는 연일 줄! 줄! 줄!을 외치고 있다. 그 앞에 '믿을 수 없는' 혹은 '기록을 깨는' 등의 수식어가 붙는다. 1월 19일, 코로나바이러스 양성 확진자 숫자는 공식적으로 6만 명을 넘어섰다. 하루 종일 뉴스에서 '역사적 기록'이란 말이 흘러나온다. 지난 1월 1일 1만 명 언저리에서 시작되었고 그제 4만 명, 그리고 어제 5만 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무서운 기세다.
 

멕시코에서 코로나바이러스 4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어린아이들도 감염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아이들 역시 무료 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열 대여섯 시간 이상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 Imagen 뉴스

 
열 시간 혹은 스무 시간 이상 추운 일기 속에 노숙할 수 없어 검사소에 갈 생각조차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역사적인 숫자 6만 명에 몇 배를 더 곱해야 현실적인 계산이 나올지 아득하다. 그간 목숨을 잃은 자의 수가 46만 2211명에 이르니 나의 삶 역시 그들의 죽음으로부터 마냥 멀리 있을 수 없다. 그 중 다섯 명은 나의 이웃이었고 동료였다.

4차 대유행이란 이름으로 다시 시작된 이 광기의 시간들이 언제쯤 잠잠해질지 알 수 없지만, 부디 서로가 무사하기를, 그리고 더 이상 죽음의 숫자가 더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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