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1.12 19:06최종 업데이트 22.01.12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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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매일신문 1면 광고 ⓒ 매일신문

 
전두환으로 인한 세상의 상처를 생각 없이 건드리는 종교인들이 있다. 전두환 49재를 열어주고 전두환 찬양 광고를 실어주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지난 10일 대구 동화사에서 전두환 49재가 거행됐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장세동 전 국가안전기획부장 및 윤상현·주호영 의원 등과 더불어 150여 명의 대구공업고등학교 총동창회원들이 참가했다.


행사의 주축을 이룬 대구공고 동창회원들은 현지 언론인 <매일신문>과 <영남일보>에 전두환 찬양 광고를 실었다. <영남일보>에는 전면 광고로 실리고 <매일신문>에는 1면 하단 광고로 실렸다는 점만 다를 뿐, 내용은 똑같은 이 광고의 제목은 '전두환 전 대통령 각하 영전에 바칩니다'이다.

"오늘 각하의 극락왕생을 빌어 온 날 49일이 되었습니다"로 시작하는 이 광고는 이순자씨의 2019년 1월 1일 인터뷰를 연상케 한다. <뉴스타운>과의 대담으로 진행된 이 인터뷰에서 이순자씨는 남편의 업적을 거론하다가 "길이 추앙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한 뒤 "민주주의의 아버지가 누구예요?"라고 묻더니 "나는 우리 남편이라고 생각해요"라고 스스로 답했다.

위 광고는 "대한민국의 군인으로서, 국가 영도자로서 탁월한 애국자"라며 전두환을 치켜세우면서 "대통령 단임의 약속을 지켜 평화적 정권 이양과 대통령 단임 직선제의 기틀을 마련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실질적 초석을 세우셨습니다"라고 찬양했다. 이순자씨처럼 대구공고 동문들도 전두환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 멀지 않은 날 평가 뒤집힐 것이다?

눈에 띄는 또 다른 대목은 '전두환에 대한 평가가 바뀔 것'이라는 부분이다. 이 광고는 "중국은 문화대혁명에서 많은 희생과 갈등이 있었지만, 당시 통치자 모택동을 향해 '공7, 과3'을 인정하여 영원한 국부로 추앙하고 있듯이, 각하를 향한 왜곡된 일부의 증오와 분노 또한 관용과 이해로 채워져 각하 치적에 대한 진실이 빛나는 태양 아래 그 모습 그대로 드러나기를 바랍니다"라고 한 뒤 이렇게 칭송한다.
 
중국의 역사를 보더라도 통치자의 공과의 발자취는 후세의 몫으로 남겨야 할 것이며, 각하의 담대한 치적은 그리 멀지 않은 날 세상에 그 모습 그대로 드러나 정당하게 평가될 것입니다.
 
전두환이 지금은 대량학살로 인해 비판을 받고 있지만, "그리 멀지 않은 날"에는 "각하 치적"만 기억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역사발전 경향을 무시한 '역사 몰이해적'인 글이 아닐 수 없다.

옛날에는 왕들이 백성을 많이 죽이고도 천수를 누린 사례가 적지 않다. 위대한 군주로 칭송을 받는 사례도 있다. 백성들을 많이 죽이고도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은 그 시절의 사관이나 역사학자들이 민중이 아닌 특권층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봤기 때문이다. 군주들과 동맹관계인 귀족이나 지식인의 입장에서 역사를 기록하다 보니, 일반 대중을 무시하는 역사 서술들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런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세계 민중, 세계 시민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이들의 시각으로 역사가 재평가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듯이 대중의 입장에서 과거 인물이나 역사를 재평가하는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현저해지고 있다. 인터넷과 SNS를 통한 세계 시민들의 초 국경적 연대와 정보 장악력이 이런 현상을 낳는 요인 중 하나다.

민중이 강력해지는 현상이 향후 대세가 되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두환의 대량살상에 대한 평가가 뒤집힐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위 찬양 광고는 대중이 역사의 진정한 주인이 되어 가는 새로운 흐름을 간과한 결과물이 아닐 수 없다.

폭정 보조한 가톨릭 신부

이런 황당한 광고를 실어달라고 요청한 쪽도 문제이지만, 실어준 쪽 역시 마찬가지다. <매일신문>을 운영하는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상식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매일신문>의 역대 사장들은 가톨릭 신부들이다. 그중에는 전두환 폭정을 적극 보조한 이들도 있다. 1978년부터 사장을 지내다가 1989년에 회장이 된 전달출 신부도 그중 하나다.

전달출은 본관에 관계없이 '범(汎)전씨 종친'의 입장에서 전두환을 열심히 도왔다(<월간 중앙> 2001년 9월호). 그의 협조가 적극적인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은 그의 사진이 나온 1980년 10월 29일 자 <조선일보> 3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달출은 대통령 전두환에 의해 국가보위입법회의 의원으로 임명됐다. 1980년 10월 29일 자 <조선일보>에 실린 입법회의 의원 명단에 전달출 신부가 있다. ⓒ 조선일보

 
위 보도 하루 전인 28일, 전달출은 대통령 전두환에 의해 국가보위입법회의 의원으로 임명됐다. 전두환이 국회와 정당을 해산하고 출범시킨 입법회의는 형식상으로는 국회였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이었다. 정치인 자격을 심사하는 권한까지 행사했을 정도다. 이런 불법적 기구에 가톨릭 신부이자 <매일신문> 사장인 전달출이 참여했던 것이다.

전달출은 전두환 정권 하에서 영예를 누렸다. 평화통일정책자문회의(평통) 부의장도 되고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장도 됐다. 종교·언론·통일 등의 분야에서 독재정권을 적극 지원했던 것이다.

1989년 3월 25일 자 <한겨레> 6면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전두환 정권이 끝난 이듬해인 1989년에 <매일신문> 기자들은 전달출 퇴진 운동을 벌였다. 하지만 그는 1994년까지 회장 직을 유지하고 1996년까지 명예회장 직을 이어갔다.

<매일신문>은 1980년 11월 언론통폐합으로 없어지거나 흡수되지 않았다. '1도(道) 1사(社)' 원칙에 따라 이 신문은 <영남일보>를 흡수하고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언론으로 성장했다. 전두환과 연결된 전달출을 매개로 번영을 누린 이 언론은 지금에 이르러서는 전두환 찬양 광고까지 실어주고 있다. 신문사를 운영하는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올바른 양식을 갖고 있는지 의심케 만드는 대목이다.

전·노 석방 운동 펼친 동화사

전두환 삼우재에 이어 49재까지 열어준 동화사 역시 비판받을 만한 과거 이력이 있다. 동화사는 전두환·노태우를 감옥에 가둘 정도로 국민적 분노가 뜨겁던 시절에 이순자씨로부터 감사 인사까지 받은 사찰이다.

1997년 6월 11일 자 <조선일보> 31면은 "이순자씨가 10일 대구시 동구 팔공산에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를 찾아" 감사인사를 했다고 보도했다. 이순자씨가 서울에서 대구까지 찾아가 직접 인사한 이유는 "지난 5월 동화사가 벌인 '전·노 두 전직 대통령 석방 서명운동'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한 뒤 상경했다"는 문장에서 나타난다.
 

29일 대구 팔공산 동화사 대불전에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정이 나란히 놓여 있다. 2021.11.29 ⓒ 연합뉴스

 
당시 주지였던 무공 스님은 석가탄신일을 즈음해 신도 2천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 그 서명을 김영삼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에 제출했다. 근처에 있는 파계사와 통천사 등도 서명운동을 함께 벌였다고 위 기사는 보도했다.

세상의 상처를 감싸줘야 할 성직자들이 전두환 찬양 광고를 실어주거나 전두환의 극락왕생을 빌어주는 것은 세상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일이다. 세상과의 큰 인연에 얽매이지 못하고 지연·혈연 같은 작은 인연에 얽매여 전두환을 찬양하는 것이 종교의 참된 모습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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