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2.17 06:04최종 업데이트 21.12.17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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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도 연말이 되면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한 해 결산을 한다. 회계연도는 3월이고 그 외 사회일반의 정확한 통계수치는 다음 해 2월에나 나오지만, 12월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지난 일년을 되돌아보고 총괄하는 기획 기사 및 칼럼을 게재한다.

올해도 어김없다. 재료도 다양하다. 기시다 내각이 새로 출범했고, 코로나 시국 만 2년째를 맞이해 미스터리한 감소율을 보이고 있는 방역대책도 관심거리다. 그간 관저 주도로 인해 상대적으로 무시당했던 자민당의 역할론도 커지고 있다.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국책사업으로 진행될 반도체 투자, 기후변동협약에 따른 탄소중립정책에 디지털청 설립, 그리고 기시다 총리의 새로운 자본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총괄과 전망이 12월 들어 자주 각종 매체에 등장한다. 요 며칠 한국에서도 화제가 된 일본과 한국의 비교 또한 이러한 결산의 산물이다.

"이대로 가면 한국에 역전 당한다"

<겐다이비즈니스>와 <도요게이자이>는 일본이 이대로 가다간 한국에 역전 당한다는 취지의 심층 칼럼을 냈다. 대장성 관료 출신으로 히토쓰바시 대학 명예교수로 재직 중인 경제학자 노구치 유키오(80)가 각각의 매체에 동시 발표한 칼럼이다.
 

대장성 관료 출신으로 히토쓰바시 대학 명예교수로 재직 중인 경제학자 노구치 유키오(80)는 <겐다이비즈니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20년 후 경제규모에서 일본은 한국에 추월당한다"고 단언했다. ⓒ 겐다이비즈니스

 
먼저 <겐다이비즈니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그는 "20년 후 경제규모에서 일본은 한국에 추월당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일본경제론과 파이낸스 분야의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이며, 베스트셀러 초정리(超整理) 수첩 시리즈로 일반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이번 칼럼을 통해 한국은 일본보다 훨씬 부유한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며 각종 국제지표를 제시한다.
 
OECD 데이터의 2020년 연간 평균임금을 보면 일본은 3만 8515달러, 한국은 4만 1960달러로 한국이 일본보다 훨씬 낫다. 실제로도 이미 한국은 일본보다 강한 경제력을 가진 나라이다. 각종 랭킹을 보면 한국이 일본보다 우위에 있다. 2021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소가 작성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23위, 일본은 31위다. 디지털 기술에선 한국 8위, 일본은 27위로 나왔다. 국제연합(UN)이 발표한 전자정부 순위에서 2020년 한국은 세계 2위, 일본은 14위. 시가총액 세계 톱기업 100위권 이내에 한국 삼성이 4799억 달러로 14위, 일본은 2444억 달러의 도요타가 36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이미 2019년부터 5G가 상용화됐다. 일본은 언제 될지 감도 오지 않는다. 나는 작년 가을에 이미 5G에 대응하는 스마트폰을 샀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5G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그는 "물론 2020년 현재 일본의 1인당 GDP가 4만 146달러로 한국의 3만 1496달러 보다 앞선다"고 전제하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문제는 성장률이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일본의 1인당 GDP 성장률은 1.02배였지만, 한국은 2.56배다. 일본이 정체를 거듭하고 있을 때 한국은 급속히 성장했다. 그 결과 2000년 당시 일본의 31.3%였던 한국의 1인당 GDP가 2020년에는 78% 수준까지 따라 왔다. 이대로 가면 수년 후에 한국은 확실히 일본을 추월하고 20년 후엔 일본 4만 1143달러, 한국은 8만 894달러로 거의 2배가 된다. 즉, 인구가 일본의 절반에 못 미치는 한국이 일본의 GDP와 똑같아진다.

그는 이렇게 된 원인으로, 먼저 일본이 지난 30년간 근본적인 경영혁신, 경제정책을 펴지 못하고 통화(엔약세) 정책에만 몰두한 것, 경쟁력 있는 인재를 길러내지 못한 교육의 참패, 영어 등 외국어 능력의 격차 등을 꼽으며 이대로 가다간 G7에 일본 대신 한국이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구치 교수는 <도요게이자이>에 보낸 "급료가 오르지 않는 일본과 오른 한국, 무엇이 다른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는 엔약세 정책을 언급하며 아베노믹스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 도요게이자이

 
한편 노구치 교수는 <도요게이자이>에 보낸 "급료가 오르지 않는 일본과 오른 한국, 무엇이 다른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는 엔약세 정책을 언급하며 아베노믹스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일본은 2000년 이후 구매력 평가를 나타내는 실질 외환 레이트 지수가 지속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다. 즉 구매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2000년부터 의도적으로 엔저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베노믹스는 금융완화 정책을 펴면서 금리를 대폭 낮췄기 때문에 보다 현저한 엔저가 진행됐다. 엔고가 되면 기업이 힘들다라는 산업계의 목소리를 받은 결과다. 엔저는 현지가격은 변함이 없더라도 매상은 오르고 이익이 늘어난다. 즉 일본기업은 기술 혁신을 통해 이익을 늘리는 게 아니라 엔저를 이용해 물건을 싸게 넘기는 방법으로 수출을 늘려 이익을 창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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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00년 이후 한국은 수출중심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통화정책으로 이익을 보려하지 않았다. 물론 한국도 1990년대 말 아시아 통화위기 당시 엄청난 원약세가 되었지만 금방 회복했고 리만쇼크 때도 바로 회복했다. 2013년부터는 원화는 지속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이 아베노믹스에 의해 약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과 정반대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한국은 수출 중심 경제구조이기 때문에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기업의 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기업들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 매상이 줄어들지 않기 위해 품질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바로 그런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 온 것이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2000년 이후, 특히 아베 정권이 재집권한 2012년 이후 일본이 의도적인 양적완화와 통화정책 등에 의존해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갉아먹은 반면 한국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세계적 수준의 기업 혁신을 이뤄냈고, 그것이 노동자들의 임금은 물론 GDP로 증명되듯 생산성에도 반영이 됐다는 것이다. 팔순의 노학자는 이 두 개의 기명 칼럼을 통해 일본사회의 자각을 절절히 외치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 칼럼이 실린 12월 12일 이후 며칠 동안 상상을 초월하는 불상사가 터져 나왔다.

상상 초월 스캔들

일본 최대의 여행관련 업체인 H.I.S의 계열사가 자사 사원과 고객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이용해 국가로부터 3억 엔(약 33억 원) 이상의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일본은 코로나 시국을 맞이해 아베 정권 시절부터 국책사업으로 지정한 관광업을 계속적으로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Go To 트래블'이라는 국가적 지원 정책을 폈다. 해외관광객이 급속도로 줄자 현지인을 대상으로 국내 여행을 장려하기 위해 숙박을 거의 공짜로 할 수 있게 하는 대신 원래 숙박비의 절반을 국가가 대신 업체(호텔)에 지급하는 정책이었다. H.I.S의 계열사들은 이 제도의 맹점을 이용해 숙박하지 않은 사람들의 숙박명부를 제출해 지원금을 받았다. 15일 현재 TBS의 보도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재팬홀리데이트래블이 2020년 10월부터 12월까지 1박당 2만 엔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요금 4만 엔짜리 객실에 200명을 69일 동안 연속으로 숙박시켜 약 2억 7천만 엔을 부정 수급했다. 또 다른 계열사 미키트리스트 역시 비슷한 수법으로 3000만 엔 이상의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14일에는 국토교통성의 통계부정 사건이 터졌다. 국교성은 2013년부터 건설업 발주실태를 나타내는 기간(基幹) 통계조사 중 하나인 '건설공사 발주 동태 통계'(이하 발주통계)에서 각 건설업자들이 제출한 발주실적 데이터를 임의로 위조했다는 사실을 국교위에서 자인했다.

발주통계는 전국 건설업 등록업자 중 약 1만 2천개 기업이 해당 월별 발주실적을 지자체에 보고하고, 지자체는 이를 다시 국교성에, 그리고 국교성은 이 수치를 전국 단위로 취합해 발표한다. 국교성은 14일 통상국회에서 "무단으로, 임의로 수치 등을 바꾼 사실이 있다"며 위조사실을 인정, 위조방법 및 그 횟수까지 구체적으로 실토했다.
 
먼저 기업에서 해당 지자체에 발주실적표를  제출한다. 실적표 회수를 담당하는 직원들에게 실적표를 고치라고 한 사실이 있다. 특히 기업의 제반사정으로 몇 개월 동안 못 냈다가 한꺼번에 몇 개월치를 내는 업자들이 있는데 이 실적을 1개월분으로 처리한 사실이 있다. 이러한 이중계상이, 연간 1만여 건 정도 존재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기업이 제출하지 못한 달의 발주실적이 제로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적표를 내지 못한 기간은 담당 직원이 대충 수치를 기입한다. 그리고 나중에 몇 개월 치 실적이 한꺼번에 제출되면 그걸 해당 월의 실적으로 잡는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실적은 몇 배나 부풀려진다.

아베의 원죄

발주통계가 중요한 이유는 국민총생산(GDP) 산출은 물론 경산성의 월별경제보고서 및 중소기업지원 정책을 결정하는데 주요한 기간 데이터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 수치가 엉터리면 정책결정과 시행의 판단착오는 물론 지난 8년간 사용돼 왔던 건설업 관련 데이터 및 정책, 그리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언론 보도 왜곡, 학술 논문 등의 신뢰성 추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보다 더 큰 문제는 이미 2018년 후생노동성의 '매월노동통계'가 엉터리 조사방법이라고 지적을 받았다는 점이다. 당시 이 스캔들이 발각되자 아베 정권은 모든 내각 부처의 통계 집계 방식을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발주통계 부정은 8년 전부터 지금까지 행해졌다. 즉 3년전의 일제 점검에 걸리지 않았다. 정말 아베 총리가 적극적으로 통계 집계 조사를 지시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 ⓒ 연합뉴스

 
게다가 이 두 사건은 노구치 교수가 앞서 지적했던 엔저 통화정책과 더불어 아베노믹스의 핵심을 담당했던 분야다. 아베 정권은 2012년 재집권 이후 관광업을 국책사업으로 지정했다. 그리고 부동산 미니버블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건설경기 부양에 힘썼다. 지금 아베 신조는 여전히 각종 언론매체에서 아베노믹스를 자화자찬한다.

그런데 통화정책은 결국 일본의 경쟁력을 약화시켰으며, 중점 육성했던 일본 최대의 관광 핵심 기업은 국민의 세금을 조직적으로 탈취했다. 아베노믹스 핵심부처였던 국토교통성은 통계조작을 아베 정권 내내 행해왔다. 이런 분석과 사건들에 대해 아베 신조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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