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2.15 06:20최종 업데이트 21.12.15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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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대체 모래예요, 스티로폼이에요? 빗자루를 갖고 올 걸 그랬어요."

금강 유역권 사람들과 함께 유부도에서 해양 쓰레기 수거 활동을 할 때 함께 참여한 이들이 바닷가 모래에 뒤섞인 스티로폼 미립자를 보고 한 말들이다.
   

서천군 장항읍 유부도에서 해양쓰레기를 줍고 있는 사람들. 나는 매년 금강 유역 사람들을 모아 금강 하구와 인접한 유부도에서 해양 쓰레기 정화활동을 하고 있다. ⓒ 박청제

 
나는 매년 금강 하구와 인접한 서천군 장항읍 유부도에서 해양 쓰레기 정화 활동을 하고 있다. 유부도는 금강 하구에 위치한, 군산과 장항 사이에 있는 작은 섬이다. 유부도 갯벌을 포함한 서천 갯벌이 람사르 습지로 등록될 만큼 유부도는 검은머리물떼새 등 철새의 중간 기착지로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작은 섬은 강과 해양에서 유입된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비단 유부도뿐이겠는가. 지금 바다는 온통 해양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해안가에 밀려든 해양쓰레기 해양쓰레기 가운데 플라스틱의 성상은 70.9%다. 이 가운데 스티로폼은 14.4%로 미세 플라스틱이 가속화 되고 있다(출처, 해양환경관리공단, 2013). ⓒ 최수경

 
코로나로 해양 쓰레기 수거 활동 기회가 줄었다. 코로나가 잦아들어 며칠 전 방문했을 때 2년 전보다 해안가 커다란 쓰레기는 눈에 띄게 줄었다. 그간 외부인이 못 들어와도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수거 활동을 한 결과라고 했다.
  

섬 정화 활동을 위해 이동하는 클린 행사 참가자들. 유부도는 여객선이 없어 어선을 대여하는 방법밖에 없다. 비용이 따르다 보니 입도객은 제한적이고 온전히 주민들이 해양 쓰레기 정화 작업을 담당하고 있다. ⓒ 최수경

   
정부는 해양 플라스틱 저감 종합 대책 발표와 함께 해양 플라스틱 없는 깨끗하고 안전한 바다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선포한 바 있다. 향후 2023년까지 해양 쓰레기 수거량을 20% 늘려 2030년까지 해양 플라스틱 50% 저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어촌 주민과 국민을 향한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육상에서 해양으로 쓰레기가 넘어오지 못하게 하는 시스템을 갖추며, 해양 쓰레기 수거량을 늘리고 있다.
  

수거한 해양 쓰레기 마대를 컨테이너로 옮기고 있는 사람들. 섬 선착장 인근에 수거된 해양 쓰레기 컨테이너들이 줄 지어 있다. 이는 다시 뭍으로 옮겨져 처리된다. ⓒ 최수경

 
그러나 수거량을 늘려도 코로나 탓에 배출량이 그보다 더 늘고 있다. 특히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은 2020년도 상반기와 비교해 2021년도에 약 16% 증가했다. 코로나로 비대면 소비가 늘어난 탓이다. 특히 매일 갈아 쓰는 마스크 등 일회용품 소비가 급증했다. 정부가 위생을 위해 일회용품 사용을 권장하고 있어 플라스틱 안 쓰기 운동은 10년 전으로 후퇴하였다. 이 때문에 해양 오염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
  

해안가에 널린 다양한 성상의 해양쓰레기들 수거된 해양쓰레기 가운데 플라스틱의 성상은 70.9%로, 이들 중 플라스틱은 56.5%, 스티로폼은 14.4%이다. 이 플라스틱 성상 중 재활용 자원이 전체의 89.5%에 이른다. 수거 이후 재활용 할 여지가 있다(해양환경관리공단, 2013). ⓒ 최수경

 
코로나 이전부터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플라스틱 섬 등 해양 쓰레기의 심각성이 널리 알려졌다. 게다가 최근 생선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면서 우리 식탁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내가 매년 해양 쓰레기 수거 활동을 하는 유부도 해안가의 경우 이미 유입된 폐 스티로폼 쓰레기가 모래 입자처럼 점점 작아지고 있다. 해안가 모래와 섞여 쓰레받기와 빗자루로 쓸어 담아야 할 정도로 입자가 미세하다. 폐어구와 그물은 모래층에 켜켜이 쌓여 있어 포클레인으로 긁어내기 전에는 속수무책이다.
  

해안가에 널린 폐스티로폼 마치 조약돌 같은 모습으로 입자가 미세해지고 있어 심각하다. ⓒ 최수경

 
해양 쓰레기는 육상과 해상에서 나온다. 육상에서 유입하는 해양 쓰레기는 자연스럽게 하천을 통해 흘러들어오는 초목류가 대부분이다. 해상에서 발생하는 해양 쓰레기는 어망어구, 어선의 생활쓰레기, 양식장 스티로폼과 항만에서 흘러온 것들이다.
  

수중에 방치된 폐어구 침적되어 얽혀 부유하는 폐어망 등은 지금도 암초처럼 해양 생물들에게 위협의 대상이다(주문진 앞바다). ⓒ 이선명

 
최근 페이스북에 임형묵 자연 다큐멘터리 감독이 올린 돌고래 유영 영상이 화제다. 차귀도 앞바다에서 무리 지어 유영하는 돌고래 떼 영상인데 돌고래 한 마리의 꼬리에 폐어구가 달려있다.

임형묵 감독은 "촬영할 땐 몰랐는데 촬영 본을 보니 이런 일이… 도와줄 방법이 없네요ㅠㅠ" 라고 했다. 인간의 이기심이 몰고 온 생명에 대한 재앙을 두 손 놓고 눈앞에서 봐야 하는 참담한 영상이었다.
  

제주 남방 돌고래 무리들 속에서 한 마리가 폐 어구로 보이는 해양 쓰레기를 매달고 있다. ⓒ 임형묵

 
우리나라 삼면의 어장은 폐어구와 폐그물이 방치되고 어민 쓰레기와 관광객 쓰레기가 혼재되어 쌓여있다. 돌고래를 포함해 해양 생물이 해양 쓰레기로 인해 겪고 있을 고초는 수면 아래에서 비일비재하다. 침적된 앵커(anchor)에 얽혀 부유하는 폐어망 등은 지금도 암초처럼 해양 생물들에게 위협의 대상이다.
  

푸른바다거북 장내에서 발견된 밧줄, 끈, 필름형 플라스틱 쓰레기들. 2015년 일본 나고야항 수족관에서 방류된 푸른바다거북은 위성 추적기를 부착하고 있었는데 폐그물에 포획된 채 구조되어 다시 자연 방류하였으나 다시 폐사되어 발견되었다. 사체 부검 결과 장기 내에 다량의 플라스틱이 확인되었다. ⓒ 최수경

 
해양 쓰레기는 버리는 사람 따로 있고 줍는 사람 따로 있는 육지의 쓰레기와 다르다. 해양의 침적 쓰레기는 스쿠버만이 치울 수 있다. 이 또한 비용이 만만치 않다. 비용은 둘째치고 이들은 목숨을 건 정화 활동을 하고 있다.
    

해양쓰레기 수거하는 다이버들 해양의 침적 쓰레기는 다이버만이 치울 수 있다.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은 둘째치고 이들은 목숨을 건 정화 활동을 하고 있다. ⓒ 이선명

   
제주 법환리 앞바다에서 해양 쓰레기 수거 자원 활동을 한 이선명씨는 자신이 편찬하는 격월간지 <수중세계>에 이렇게 썼다.
 
끝이 안 보이게 서서히 떠오르는 자망은 마치 용이 꿈틀거리며 수면을 향해 서서히 떠오르는 듯 했는데 나의 물 안경엔 뜨거운 눈물이 고였다. 왜냐하면 맨 처음 수면을 향해 떠오르는 그물의 모습은 마치 거대한 괴물의 시신을 장례 치르기 위해 물 위로 올리는 장면 같았기 때문이다. 썩은 물고기, 통발, 해초, 고기 바구니, 죽은 해면과 산호, 뿔소라, 꽃닭게, 비닐봉지 등을 주렁주렁 매단 모습은 마치 악마의 주검을 장식한 수의 같았다. 인간은 필요에 의해 자신을 써먹다가, 바다에 버렸고,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끝없이 악행을 저지르게 만들었다. 왜 이제야 악행을 멈추게 하냐고 항변하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악의 굴레를 벗어나 드디어 화장되어 영면에 들게 됨을 다이버에게 고마워하는 것 같았다.
  

서귀포시 법환리 수중에서 수거되고 있는 폐어구 해저에 폐어구(자망)가 끝도 없이 길게 걸쳐져 있는데도 다이버들은 어촌계의 반대(해녀 작업수심대로 인해)로 입수가 제한적이다. 사진은 다이버들의 자원봉사 수중 정화 활동 ⓒ 이선명

 
어망 어구, 어선의 생활 쓰레기들은 100% 어민이 발생시킨 폐기물이다. 어민들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어촌 조합이 아닌 어항의 환경 보전을 위한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일본의 어촌을 방문할 때마다 어장을 정화하고 청결한 환경을 조성한 것을 눈여겨본다. 우리도 이런 환경이라면 실종된 시민 의식을 끌어내어 유입되는 해양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일본 사가현 가라쓰시의 작은 어촌마을 해안가 어디에도 방치된 폐그물이나 어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청결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최수경

 
정부의 어촌 뉴딜 정책은 하드웨어 설비에 치중하고 있다. 방문객의 요구를 읽지 못하는 과도하고 불필요한 설비들이 대부분이다. 어촌 뉴딜 정책은 해양 생태계의 압력과 자연 천이의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설비들을 조성함으로써 끊임없이 해안 사구를 파괴시키고, 궁극에는 기후 변화를 촉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서천군 비인면 선도리의 옹벽. 하드웨어 조성 중심의 어촌 그린뉴딜. 방문객의 요구를 읽지 못하는 불필요한 설비들은 해안 사구 파괴와 기후변화 촉진이라는 역효과를 낳는다. ⓒ 최수경

   
바다는 인류의 지속적인 삶을 위하여 무한한 가치를 지닌 식량 자원의 보고이자 지켜야 할 보루다. 결국 인간이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소비자 인식을 개선하고, 플라스틱 생산 단계에서부터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 수거된 해양 쓰레기 가운데 플라스틱의 성상은 70.9%이다. 이중 플라스틱은 56.5%, 스티로폼은 14.4%이다. 이 플라스틱 성상 중 재활용 자원이 89.5%에 이른다 하니 수거 이후 재활용을 할 여지가 있다(해양환경관리공단, 2013).
  

유부도 해양쓰레기 정화활동 해양쓰레기를 생산하지 않는 것 못지않게 수거하는 것도 시급하다. 사람 손이 닿는 곳이라면 만리포의 기적 처럼 물과 뭍에서 지속적인 정화활동이 필요하다. ⓒ 최수경

 
태안 유조선 원유 유출 사고 당시 전 국민적인 대대적인 기름 정화 작업이 있었다. 바다를 살리려는 전 국민의 염원에 힘입어 만리포의 기적을 이뤄냈다. 해양 쓰레기는 결국 사람이 주워야 한다. 뭍과 물속에서 지속적인 정화 활동이 필요하다. 우리 식탁에 선별적으로 빨간 불이 켜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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